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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김성혁은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손을 뻗어 예전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품속으로 끌어안고 달래고 싶었다.

우스운 것은 더 이상 그에게는 그럴만한 신분과 입장이 없다.

심호흡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잘못했어. 작별인사도 안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남초윤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피식 웃었다.

“인제 와서 이런 얘기 해봤자 의미 없어요. 하지만 성혁 씨의 말이 맞아요. 우리가 명확하게 끝낸 게 아니잖아요. 이제 확실히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죠. 안 그러면 뭔가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어요?”

김성혁은 피식 웃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5년 전이나 5년 후인 지금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너 남초윤이야. 나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러면 귀국해서 너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네가 나처럼 5년 전의 감정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김성혁의 한마디 한 글자는 남초윤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팠다.

남초윤의 꼭 쥔 주먹 때문에 손톱이 손바닥을 찔렀다. 그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무표정하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성혁 씨가 뭔데, 왜 내가 성혁 씨를 계속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동안 사라지면...”

김성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가슴 아파하는 것을 그의 눈빛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면 나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

남초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들고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그녀를 바라보는 김성혁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 너의 아빠가 그랬어. 현금 200억을 주면 우리 사이를 허락하겠다고.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 큰 돈이라 당연히 어려웠어. 그래서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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