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은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손을 뻗어 예전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품속으로 끌어안고 달래고 싶었다.우스운 것은 더 이상 그에게는 그럴만한 신분과 입장이 없다.심호흡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내가 잘못했어. 작별인사도 안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남초윤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피식 웃었다.“인제 와서 이런 얘기 해봤자 의미 없어요. 하지만 성혁 씨의 말이 맞아요. 우리가 명확하게 끝낸 게 아니잖아요. 이제 확실히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죠. 안 그러면 뭔가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어요?”김성혁은 피식 웃었다.“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5년 전이나 5년 후인 지금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너 남초윤이야. 나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러면 귀국해서 너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네가 나처럼 5년 전의 감정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김성혁의 한마디 한 글자는 남초윤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팠다.남초윤의 꼭 쥔 주먹 때문에 손톱이 손바닥을 찔렀다. 그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무표정하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혁 씨가 뭔데, 왜 내가 성혁 씨를 계속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동안 사라지면...”김성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가슴 아파하는 것을 그의 눈빛에서 볼 수 있었다.“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면 나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남초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들고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그녀를 바라보는 김성혁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때 너의 아빠가 그랬어. 현금 200억을 주면 우리 사이를 허락하겠다고.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 큰 돈이라 당연히 어려웠어. 그래서 생각했어.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시 한 교수님이 나를 좋게 봐줬어. 너도 알 거야. 나를 위해 해외 유학 전액 장학금 신청도 해주고 돈도 지원해주고... 나보고 제주시를 떠나라고 했어. 다 알고 계셨거든. 그때 내가 만약에... 여기 남으면 한평생 망칠 거라는 것을. 그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너의 아버지가 다시 찾아오셨어. 비수 같은 말들로 나를 모욕했고... 초윤아, 미안해. 그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주먹을 날렸어. 너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 그때 나는 완전히 무너졌어. 빚쟁이들이 하마터면 학교까지 찾아올 뻔했어. 그러면 내 스스로를 마주할 수 없었을 거야. 너의 얼굴은 더더욱 볼 수 없었을 거야. 다행히 교수님이 사람을 찾아서 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시고 나더러 빨리 떠나라고 했어. 긴급으로 비자를 신청하고 비자가 나온 후 바로 떠났어. 가기 전에 너를 볼 엄두가 안 났어. 네가 이 일을 알까 봐, 너를 보면 내가 흔들릴까 봐 두려웠어. 그래서 가장 나약한 방식을 선택했어.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는 거...”김성혁의 목소리는 매우 억압적이다. 이미 음 이탈이 되어 떨리고 있었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두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남초윤의 눈은 진작 촉촉해졌다.두 사람은 좌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분명히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 한 마디도 묻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심장은 주체할 수 없었다.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김성혁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또 들렸다.“윤이야, 미안해.”5년이나 늦은 사과이다.엄청난 내용들 때문에 남초윤은 정신을 못차렸다.마치 밧줄에 꽁꽁 묶인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꽉 쥔 주먹에 새파란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다.천천히 두 팔을 껴안으며 몸을 웅크렸다.고개를 숙인 채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울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너무 늦었어요.
남초윤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울었다.차에서 내릴 때, 사람 전체가 흐리멍덩했다.손에 쥔 휴대전화 화면이 몇 번이나 밝아졌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천근만근인 두 다리로 찬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자신을 끌어안고 목놓아 울었다.세상은 왜 이렇게 그녀를 조롱하는 것일까?검은색 벤틀리 차 안, 김성혁의 비서 정동민이 차에 올랐다. 백미러로 뒷좌석 남자의 시뻘게진 눈을 보았다.사람들 앞에서의 김성혁은 냉정하고 차분하고 신사적이다.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도 둔다.오늘처럼 실성한 것은 처음이다.차 안의 분위기는 침울하기 짝이 없다.김성혁은 한참 후에야 그나마 진정되었다. 가슴속 화산은 폭발하기 직전인 듯 이마의 핏줄이 심하게 뛰었다.손을 번쩍 들어 문손잡이를 잡았다.정동민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말했다.“대표님, 동진 과학이 곧 상장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주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가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찍힌다면...”김성혁은 시뻘게진 눈으로 백미러를 바라봤다. 남초윤은 100m쯤 떨어진 곳에 있다.만약 그저 남초윤 아가씨였다면 그는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심지어 포옹까지 할 수 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남초윤 아가씨가 아니라 또 다른 신분과 직함을 가지고 있다.육지율의 마누라, 육씨 집안의 며느리.문고리를 잡고 있던 김성혁은 천천히 손을 놓았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동민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대표님, 빨리 떠납시다. 오늘 개교기념일에 참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기자들이 와 있을지 몰라요.”남초윤도 기자이다. 그녀가 왔다는 것은 기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성혁은 시트에 있는 카메라를 응시했다.남초윤이 빠뜨린 것이다.조금 전, 서로의 감정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남초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카메라를 챙기는 것마저도 잊었다.100m 떨어진 곳에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김성혁은 도저히
조유진은 피식 웃었다.“그럼 내 전 남자친구가 찾아온다면요? 어떨 것 같아요?”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 안 해.”조유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배현수가 말을 이었다.“전 남자친구든 현 남자친구든 다 나 아니야? 내가 찾아오는 거니까 상관없어.”잠시 멈칫하던 배현수는 이내 말을 이었다.“하지만 남초윤은 이미 결혼했어. 김성혁이 다시...”배현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초윤이 조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무사하다는 연락이었다.[나 괜찮아. 이미 집에 왔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조유진이 물었다.[김성혁 씨가 뭐라고 했어?][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얘기해. 엄마 아빠 집에 왔어.]조유진은 그녀가 친정에 갔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유진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내가 결혼했는데 현수 씨는 내가 결혼했다는 걸 모르고 나를 찾아왔으면 어떨 것 같아요?”배현수는 그녀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럴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어.”“왜요?”“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기회를 줄 수 없으니까.”잠시 생각하던 조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혹시 내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해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계속 이혼을 고려하고요. 어쩌면 현수 씨를 잊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알면 현수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배현수는 들으면 들을수록 눈살이 찌푸려졌다.“날 잊지 못할 수도 있다니? 그럼 아직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어장관리 하는 거야?”“왜 이렇게 까다로워요!”배현수는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나는 김성혁이 아니야. 남초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모르고.”“그럼 육지율 씨는요? 남초윤을 어떻게 생각하는데요?”배현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래도 김성혁이 더 믿음직스럽지.”“육 변의 참 좋은 형제가 맞네요.”배현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 나는 첫눈에 너에게 반했어. 첫눈에 반한 것
배현수는 실소를 터뜨렸다.“조유진은 평생 못 넘을 산일 거예요.”주석훈은 제자가 너무 아까웠다.“너도 고집이 너무 센 거 아니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니?”“교수님, 조유진과 결혼하면 와서 주례 좀 서주세요.”배현수는 담백한 목소리로 파격적인 정보를 전했다.“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니? 너 조유진이랑... 다시 만나?”마침 조유진이 화장실에서 나왔다.주석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짜 장난이 아니네?”배현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제가 언제 결혼에 대해 장난을 쳤어요?”말을 마친 후 조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조유진은 그의 손바닥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었다.주석훈을 본 조유진은 멈칫했다.“주 교수님?”주석훈은 상냥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조유진 학생, 나를 아직도 기억하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8년이 지났어. 이 이 큰 얼음덩어리를 마침내 조유진 학생이 녹여줬네. 축하해.”배현수는 멈칫했다.“내가 유진이를 따른 게 아니라 유진이가 드디어 저에게 시집온 겁니다.”주석훈이 조롱했다.“조유진 학생, 방금 이 얼음덩이가 저더러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하는데 진짜야?”조유진은 배현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좋죠. 주 선생님이 주례를 서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애초에 두 사람은 주석훈의 등잔 밑에서 연애를 했다.주석훈은 두 사람이 연애한다는 것을 눈치챈 첫 번째 사람이다.처음에 주석훈은 큰소리쳤다.두 사람이 결혼하면 신혼집을 살 때 돈이 부족하니 그 돈 조금 지원해주겠다고 했다.배현수에게 정말 잘해줬다.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형처럼 말이다.조유진도 그를 좋아했다.세 사람이 함께 룸으로 들어갔다.개교기념일 연회에는 모두 10여 개의 테이블이 열렸다.반 교장은 아주 친한 사람들을 몇 명 불러 안쪽 테이블에 앉혔다. 한 바퀴 건배한 후에 돌아와서 술을 마시며 옛이야기를 나눴다.게다가 주석훈 선생님들 몇 명은 완전한 학술파라 접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10명 정도의 엘리트 동문들
배현수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주명은은 하이힐을 밟고 쫓아와 가방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넸다.“배 선배, 제 명함이에요!”배현수의 걸음이 멈췄다.주명은은 눈을 반짝였다.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배현수는 뒤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유진이의 룸메이트라고 했나요?”“네, 저 기억나시죠?”배현수는 당연히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조유진을 봐서 그 명함을 받았다.하지만 반응은 쌀쌀했다.주명은에게 고개만 끄덕였다. 인사를 한 셈이다.배현수는 문을 밀고 룸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서 있는 주명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자신의 명함을 마침내 배 선배에게 건넸다.배 선배가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하긴,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못생긴 여자가 아니다. 지금의 주명은은 예쁘고 자신만만하다.배 선배도 결국은 정상적인 남자이다.남자들이란 그녀와 같은 미녀에게 눈길이 많이 가는 법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주명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들끓었다.팩트 케이스와 립스틱을 꺼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메이크업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손을 들어 몸에 딱 달라붙게 입은 니트의 윗단추 두 개를 풀었다.글래머러스한 몸이라 열린 코트 안으로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단추 두 개를 풀자 허리를 굽히면 안까지 희미하게 보인다.하이힐을 신은 채 의기양양하게 룸 안으로 들어갔다.여기에 온 목적은 간단했다. 엘리트를 사귀기 위해서이다.배 선배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다.꼬시고 싶지만 급해서는 안 된다.조금 전, 배 선배와 처음 만났다. 이제 두 번째, 세 번째가 있을 것이다.주명은은 방시아 뒤를 따라 들어갔다.방시아와 그녀의 구청장 아빠는 다른 테이블로 불려가 앉았고 그녀는 구석에 있는 테이블의 빈자리에 배치되었다.잠시 생각한 후 조유진에게 위챗을 보냈다......한편, 안쪽 테이블에서 배현수는 코코넛 밀크 두 병을 사서 조유진 컵에 한 병을 따랐다.조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이것 사러 간 거
조유진은 테라스 쪽에 기대어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선유에게 음성메시지를 몇 통 보냈다.녀석은 영상을 여러 개 찍어서 보내왔다. 할아버지가 재밌는 곳을 데리고 갔고 놀러도 많이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 할아버지가 점점 더 좋다고 했다.전화기 너머로 이 메시지를 본 조유진은 녀석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휴대전화를 거두자마자 옆에서 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이게 누구야? 우리 기수 퀸카 아니야? 조유진 학생, 누구와 문자 보내기에 이렇게 달콤하게 웃어.”조유진은 고개를 들었다.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은 뒤 그제야 사람이 누군지 어렴풋이 떠올랐다.예전에 동기들 단톡방에서 그녀를 '공격'한 적이 있는 것 같다.이름이... 지항준?그는 1년 가까이 조유진을 쫓아다니며 매일 아침밥을 챙겨줬다. 조유진이 거듭 거절했지만 끈질기게 매달렸다.그 후, 그녀와 배현수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진 후, 지항준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대시했다. 그때 조유진은 인생의 암흑기를 걷고 있었다. 그래서 지항준에게는 더욱 냉담했다.배현수와 헤어지면 받아줄 줄 알았던 지항준은 조유진의 도도하고 무뚝뚝한 모습에 격노했다.맹추격해도 받아주지 않자 화를 벌컥 냈다. 그 후로는 사랑이 원한으로 변했고 최대한 조유진을 괴롭혔다.지항준은 술을 많이 마신 게 분명했다. 강한 술기운에 조유진에게 하는 말투도 조롱이 잔뜩 섞여 있었다.조유진은 담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누구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알려줄 필요는 없잖아.”그 말에 지항준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담배 하나에 불을 붙였다.“아직 결혼 안 했지? 하긴, 그 당시 네가 좀 너무하긴 했지. 평판이 나빠서 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해도 아무도 너를 원하지 않을 거야?”“차라리 나와 만나는 게 어때?”지항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이상한 웃음을 내비치며 그녀를 쳐다봤다. 인간쓰레기 같은 눈빛으로 말이다.조유진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일부러 조롱했다.“나 눈이 꽤 높아.
지항준은 조유진이 일부러 비싼 척한다고 생각했다.“2백만 원 더 추가해 줄게. 2천 2백만 원. 너와 결혼해주겠다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너도 네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잖아. 집안에서는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원해. 너를 집에 들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조유진은 피식 웃었다.“그럼 지항준 학생 집안은 체면이 필요 없나 봐?”자기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을 알아차린 지항준은 이내 정색했다.하지만 사내대장부가 여자와 싸워서 되겠는가? 교육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조유진, 지금 너 자신을 봐봐. 매달 2천 2백만 원을 주면서 너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데 이미 충분히 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나도 내 젊은 시절의 약속을 저는 젊음을 위해 돈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매달 돈만 챙겨. 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조유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매달 2천 2백만 원이 너무 적어."“뭐라고?”조유진이 말했다.“누군가 한도 없는 블랙카드를 줬어. 잘 생기고 키도 너보다 커. 너보다 똑똑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밖에서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아. 나에게 언제든지 보고하고.”잠시 말을 멈춘 뒤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지항준 학생, 보아하니 경쟁력이 없네. 비켜줄래?”조유진의 목소리는 깨끗하고 평화로웠다.하지만 지항준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지항준은 코웃음을 쳤다.“조유진, 지금 낮이야! 아직도 무슨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너 같은 여자는 매달 2천 2백만 원이면 충분해. 아직도 비싼 척하네!”찰싹!조유진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지항준은 화를 내기보다 충격에 휩싸였다.“감히 나를 때려?”조유진이 말했다.“응, 맞아. 너를 때렸어. 우리 학교에 어떻게 너 같은 망나니가 나왔지?”“뭐? 망나니? 너 같은 망나니가 감히 나를 망나니라고 욕해? 너!”조유진이 떠나려 하자 지항준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조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힐끗 바라봤다.“뺨 한 대로 부족한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