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아가 말했다.“지항준이 너를 오랫동안 그리워했어. 집안 형편도 좋아졌으니 조유진, 도도한 척하지 마. 더 이상 고집부리면 보기 안 좋아.”주명은은 진심 어린 말투로 조언했다.“유진아, 축하해. 지항준 같은 남자친구를 만나다니. 언제 결혼할 계획이야?”조유진은 애당초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던 사람과 결혼했다.주명은은 너무 통쾌했다. 조유진을 드디어 도도한 퀸카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게 되었다.지항준? 하, 그저 돈이 조금 있을 뿐이다.본인도 지항준을 못마땅해하는 마당에 조유진이 지항준에게 시집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조유진은 팔을 들어 지항준과 거리를 뒀다.“곧 결혼을 앞둔 것은 맞는데 얘는 아니야.”지항준은 아예 믿지 않았다.“아까 말한 한도 없는 블랙카드를 주고 나보다 키도 크고 잘생기고 밖에서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는다는 그 사람 말하는 거야?”조유진의 얼굴에 장난기가 전혀 없다.지항준은 계속 조롱했다.“조유진, 그동안 너무 비참하게 살아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거야? 네가 말하는 그런 신분의 사람이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할 것 같아?”조유진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그 사람이 원해.”지항준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는 거울도 안 보니? 네가 가당키나 해? 조유진, 스스로를 속이지 마. 너를 첩으로 두려는 거겠지.”방시아와 주명은은 더욱 믿지 않았다.방시아는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조유진, 어리석게 굴지 마. 비록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지만 네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지항준 같은 좋은 남자가 놓치면 두 번 다시 차려지지 않아.”조유진은 짜증도 화도 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지항준이 그렇게 좋으면 너에게 양보할게.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네. 나는 못나서.”방시아가 말을 하려 할 때 지항준이 거절했다.“방시아 같은 못생긴 여자는 필요 없어. 너만 필요해. 쓸데없이 엮지 마!”방시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지항준!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못생겼어!”지항준은
방시아는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너 괜찮아? 배현수? 너 때문에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도 너랑 결혼할 생각을 할까? 게다가 그 사람은 지금 어떤 신분이고 너는 어떤 신분인데? 아니, 조유진 너 진짜 너무 억지 부리지 마!”주명은도 아예 안 믿었다.“조유진, 우리 모두 배 선배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니 더 이상 집착하지 마.”조유진은 덤덤하게 말했다.“못 믿겠으면 말고. 결혼할 때 청첩장 보내 줄게.”지항준은 조유진을 붙잡고 다독였다.“그래, 그래. 우리 결혼할 때 청첩장 보내자.”“놔!”조유진이 그의 말에 따르지 않을수록 지항준은 신이 났다.옛 동창들 앞에서 남자의 나쁜 근성과 정복하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방시아는 조유진에게 절대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그들은 조유진이 지항준을 따르기를 바랐다.지항준이 조유진을 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기준을 낮춘 것으로 생각했다. 조유진이 응당 이 은혜에 감사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항준이 미녀를 희롱하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그 사이로 귀에 익은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유진아.”조유진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배현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지항준은 배현수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배현수가 조유진을 찾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아마도 조유진에게 한바탕 모욕을 주러 온 건 아닐까라고 여겼다.방시아와 주명은은 모두 멍해졌다. 배현수가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다.긴 기럭지의 남자가 힘찬 모습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방시아와 주명은의 심장은 심하게 두근거렸다.배현수는 조유진에게 다가가 자기 옆으로 잡아당기더니 고개를 숙여 물었다.“얘가 괴롭혔어?”조유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자기에게 시집오라고 조르더라고요.”방시아도 얼른 말했다.“아니에요. 조유진이 지항준을 꼬시는 걸 제가 다 봤어요.”지항준도 당연히 그 말에 응했다. 자기의 체면을 세
술을 잔뜩 마신 지항준은 진작 많이 취했다.한 남자가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모함한 여자와 결혼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배현수가 말한 ‘별을 준 것'은 그저 그녀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별을 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조유진, 왜 배 선배가 달을 선물한 것을 말하지 않았어?”배현수는 조유진을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유진이 말이 틀렸어. 나는 블랙 카드 하나를 준 게 아니야.”지항준이 한마디 했다.“조유진, 이제 어떻게 잘난 척하나 보자!”방시아도 배현수의 말이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조유진, 거짓말한 거 들통났지.”배현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조유진에게 물었다.“블랙카드 세 장 줬잖아. 그중 한 장은 네가 잘랐고.”그녀에게 처음으로 블랙카드를 줬을 때, 그 당시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껄끄러웠다. 조유진은 성남으로 돌아가기 전, 블랙카드를 그에게 돌려주었다.배현수는 그때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어 조울증이 심했다. 그 블랙 카드를 아예 버렸다.두 번째 블랙카드는 그녀가 스위스에 있을 때, 배현수가 다른 사람과 약혼한다는 뉴스에 화가 나서 블랙카드를 자르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같이 버렸다.세 번째 블랙 카드는 최근 그녀에게 줬다. 이번에는 잘리지 않았고 아직 그녀의 손에 있다.하지만 나중에 싸우면 그녀는 언제든지 다시 자를 수 있다.방시아와 지항준 모두 깜짝 놀랐다.“뭐라고?”주명은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배현수가 오른손으로 조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았을 뿐 아니라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주무르는 등 애정이 넘치고 소유욕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조유진의 왼손은 배현수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다.럭셔리하고 눈에 띄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녀의 약지에 끼어있다.전에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다이아몬드 반지와 똑같다.배현수 약혼녀는...그렇다... 조유진이다!주명은은 깜짝 놀라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이때 배현수가 입을 열었다.“유진이에게 프
주명은은 조유진이 제일 어려울 때 밥값을 빌려줬다. 주명은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지금 다시 만났고 가는 길에 잠깐 태워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때의 신세를 갚은 셈이 된다.조유진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타.”주명은은 빙그레 웃으며 뒷좌석 문을 잡아당겨 차에 탔다.“유진아, 고마워.”저녁에 술 한잔한 배현수는 여유롭게 조수석에 몸을 기댔다.조유진은 차를 몰며 물었다.“몇 호선 타는 거야?”주명은이 대답했다.“3호선 타.”조유진은 내비게이션을 힐끗 바라봤다. 3호선 지하철역이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집이 어디야? 집까지 데려다줄게.”“정말? 그럼 너무 고맙지.”주명은은 바로 아파트 주소를 불렀다.조유진은 운전에 집중했다.주말 저녁의 시내는 길이 매우 막혔다. 빨강 신호등을 여러 번 기다렸다.빨강 신호등을 기다릴 때, 조수석의 남자가 갑자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눈빛은 뒤에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그래서 손을 뻗어 잡지 않았다.그러나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자기 관자놀이에 대고 문질렀다.“머리가 아파.”조유진이 막 입을 열며 말하려고 할 때, 뒷좌석의 주명은이 먼저 한마디 했다.“배 선배. 오늘 저녁 얼마나 마셨어요?”배현수는 말대꾸하지 않았다. 못 들은 것처럼 말이다.조유진도 얼마나 마셨는지 알고 싶었다.“묻잖아요.”남자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반 근 정도, 반 교장과 주 교수님과 많이 마셨어.”그들 테이블에는 도수 높은 술이 있었다. 반 근이면 배현수에게 있어서 정상 주량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 반응은 있을 수 있지만 전혀 취하지 않았다.파란불이 켜졌다.조유진이 손을 빼서 핸들을 잡았다.“현수 씨 주량으로는 반 근 정도면 머리가 아플 리가 없잖아요.”배현수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응, 와이프가 있으니까 주량이 좀 안되네.”조유진은 멍해졌다. 가슴이 쿵쾅거렸다.힐끗 그를 본 순간 하마터면
조유진과 배현수는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낯선 친구와 빨리 친해지는 타입이 아니다.특히, 이 사람은 친구라고 할 수 없다.배현수와 주명은은 어떠한 친분도 없다.조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배현수를 힐끗 쳐다봤다.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다음에 시간 될 때 봐. 현수 씨가 다음 주에 석식이 있어서.”주명은은 약간 아쉬워하며 입꼬리를 올렸다.“배 선배님, 정말 바쁘시네요. 그럼 유진아, 너는? 지금 일을 하지 않으니 시간 나면 밥 먹고 쇼핑할 수 있잖아?”조유진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유진이도 시간이 없어요. 나와 같이 있어야 해서.”주명은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유진아, 너 왜 이렇게 딱 달라붙어 다녀? 하긴, 지금은 사람의 마음이 제일 무섭다니까?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그러니까 너도 잘 지켜보고 있어. 안 그러면...”배현수는 미온적인 어조로 그 말을 끊었다.“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유진이와 떨어지려 하지 않는 사람은 나에요.”주명은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그렇군요... 선배처럼 좋은 남자 별로 없어. 유진아, 소중히 여겨야 해요.”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이 난 듯 조유진에게 말했다.“앞 잘 보고 운전해. 조금 잘 테니까 도착하면 불러.”그 말뜻은 모두 닥치라는 것이다.이 사람은 성격이 정말 별로이다.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아무 말 없이 운전을 계속했다.차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한참을 침묵하던 주명은은 참지 못하고 뒷좌석에서 앞으로 몸을 기울여 차를 몰고 있는 조유진에게 물었다.“유진아,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너무 크네. 아주 비싸지? 얼마야?”조유진도 사실 정확한 가격은 모른다.“잘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이미 자고 있네.”주명은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궁금하지 않아?”“응, 별로.”일부러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배현수로서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저 공이 몇
예를 들어 자기가 부자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부자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는다. 너무 어리석다.돈이 많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조유진 같은 여자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예쁘냐고 묻지 않는다. 예쁜 것은 모두가 인정한 사살이다. 더 이상 필요 없다.주명은은 어리둥절했다.조유진은 배현수의 입을 막으려 했다.정말 배현수는 심각한 독설가이다!주명은은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울 듯 말 듯 했던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조유진은 티슈를 뽑아 건넸다.“이 사람이 사람 보는 눈썰미가 없어. 마음에 담아두지 마.”다행히 이때쯤 주명은이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조유진은 길가에 차를 세웠다.주명은은 그들과 작별을 고하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 배현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수석 쪽 창문을 열고 잠시 숨을 돌렸다.차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배현수는 그제야 물었다.“도대체 누구야?”조유진은 깜짝 놀랐다.“정말 기억 안 나요? 예전에 내 룸메이트였잖아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여러 번이고요.”기억력이 이렇게 좋은 사람이 아직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배현수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 방해꾼?”조유진은 피식 웃었다.“다른 사람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현수 씨를 건드린 적도 없는데.”그는 예전부터 주명은에게 무감각했다.하루 종일 조유진에게 들러붙어서 그들의 방해꾼이나 다름없었다. 오늘처럼 말이다.배현수는 조유진이 자유롭게 친구를 사귀는 것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명은은 티가 너무 많이 났다.담담하게 주의를 주었다.“속셈이 너무 많아.”조유진은 그저 ‘네’라고 대답한 뒤 말했다.“집에 데려다주는 것으로 마지막 신세 갚는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 거예요.”몇 년 동안 연락이 끊겼을 때 갑자기 나타난 옛 동창들은 십중팔구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주명은이 배현수 혹은 조유진에게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걸어갔다.“일단 내버려 둬. 네가 퀵 서비스도 아니고.”퀵 서비스?조유진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퀵 서비스를 불러 립스틱을 주명은 집으로 보내면 되겠네요!”배현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좀 더 간단하고 거친 방식을 제안했다.“립스틱 버리고 대신 돈으로 돌려줘, 끝. 차단.”이렇게 서로를 난처하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주명은은 사실 도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조유진도 동창들 사이에서 더 이상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명성이 충분히 낮기 때문이다.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평가하든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배현수와 결혼한다면 그녀는 SY그룹의 또 다른 얼굴이다. 평판이 너무 나쁘면 배현수에게도 SY그룹에게도 좋지 않다.게다가 이제부터 대제주시로 돌아가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앞으로 비즈니스 업계에서 이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큰 이익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관계가 너무 꼬이는 것을 막고 싶었다.조유진은 배현수의 제안을 거절했다.“그러면 미운털이 깊숙이 박히잖아요. 내일 퀵 서비스를 부를게요. 안 좋은 말이 나오지도 않을 거고 다른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될 일도 없을 거예요.”배현수는 뼛속까지 오만방자했다. 조유진을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 진지하게 말했다.“뭐가 두려워. 감히 한 마디라도 해보라고 해. 그러면 앞으로 대제주시에 있지 못할 테니까.”조유진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었다.“배 대표님, 사람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시네요.”배현수는 몸을 숙이더니 그녀를 현관문에 누르고 키스를 했다.“배현수 사모님이 내 힘을 믿지 않는데 그러면 그동안 내가 노력한 것은 헛수고가 아니야?”입술과 혀가 그녀를 공격했다.그의 입술과 혀 사이에 알코올 냄새가 났다.조유진은 고개를 살짝 젖혀 그의 키스에 답했다.배현수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뒷덜미를 큰 손으로 잡고 캐비닛에 대고 더 무겁고 깊은
한편, 남씨 집안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별장에서는 날이 선 말투로 싸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자기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는 조용한 한밤중에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남재원은 빨래건조대를 들고 남초윤을 가리켰다.“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느라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데. 애써 육씨 집안에 시집보냈더니 인제 와서 나에게 고함을 질러? 김성혁, 그 자식이 뭔데? 육씨 집안보다 돈이 더 많고 권력이 더 센 거야?”남초윤은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대체 무슨 근거로 김성혁을 모욕하는 것인데요? 처음부터 우리 두 사람은 같이 있었어요.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한 것은 그렇다 쳐도 무슨 근거로 성혁 씨를 모욕하는데요? 그러고도 내 아빠라고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당신이에요. 나를 육씨 집안에 억지로 시집보내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나를 원망하는 거야?”남재원은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말했다.“고개 한 번 숙여 봐.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가방 중 어느 것이 더 싸? 처음에 김성혁 그 빈털터리와 함께 있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거리에서 밥이나 구걸하고 있겠지!”남초윤은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두 눈을 빨갛게 부릅뜬 채 남재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밥을 구걸해도 내 선택이에요! 남재원 씨, 나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 적 있어요? 나를 육씨 가문에 들여보낸 게 진짜 나를 위한 거예요? 아니잖아요! 본인을 위한 거잖아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무슨 재벌 꿈을 꾸는 거예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내가 육씨 가문에서 얼굴을 못 드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김성혁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이혼할 용기조차 없지는 않았을 거예요!”“이혼? 대체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고집을 부리더라도 이혼은 안 돼! 이혼하는 순간 때려죽일 테니까!”남재원은 ‘이혼’이라는 두 글자에 벌컥 화를 냈다.빨래건조대를 들고 남초윤을 향해 휘둘렀다.옆에서 눈물을 훔치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