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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시 한 교수님이 나를 좋게 봐줬어. 너도 알 거야. 나를 위해 해외 유학 전액 장학금 신청도 해주고 돈도 지원해주고... 나보고 제주시를 떠나라고 했어. 다 알고 계셨거든. 그때 내가 만약에... 여기 남으면 한평생 망칠 거라는 것을. 그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너의 아버지가 다시 찾아오셨어. 비수 같은 말들로 나를 모욕했고... 초윤아, 미안해. 그때 너무 힘들어서 내가 주먹을 날렸어. 너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 그때 나는 완전히 무너졌어. 빚쟁이들이 하마터면 학교까지 찾아올 뻔했어. 그러면 내 스스로를 마주할 수 없었을 거야. 너의 얼굴은 더더욱 볼 수 없었을 거야. 다행히 교수님이 사람을 찾아서 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시고 나더러 빨리 떠나라고 했어. 긴급으로 비자를 신청하고 비자가 나온 후 바로 떠났어. 가기 전에 너를 볼 엄두가 안 났어. 네가 이 일을 알까 봐, 너를 보면 내가 흔들릴까 봐 두려웠어. 그래서 가장 나약한 방식을 선택했어.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는 거...”

김성혁의 목소리는 매우 억압적이다. 이미 음 이탈이 되어 떨리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두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초윤의 눈은 진작 촉촉해졌다.

두 사람은 좌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단 한 마디도 묻지 못했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심장은 주체할 수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김성혁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또 들렸다.

“윤이야, 미안해.”

5년이나 늦은 사과이다.

엄청난 내용들 때문에 남초윤은 정신을 못차렸다.

마치 밧줄에 꽁꽁 묶인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꽉 쥔 주먹에 새파란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다.

천천히 두 팔을 껴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고개를 숙인 채 신발을 내려다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너무 늦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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