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등허리를 껴안은 큰 손은 점점 더 조여졌다. 서로의 가슴이 딱 달라붙었다. 심장 박동도 같은 빈도로 뛰는 듯했다. 두 심장이 서로 엉켜서 함께 뛰는 것 같았다.숨이 막힐 때까지 키스하고서야 배현수는 그녀를 놓아주었다.조유진은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얹은 채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배현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깊은 욕망이 흘러나왔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킬 것 같았다.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잠깐 멈칫했지만 두 입술은 다시 뒤엉켰다.조용하고 따뜻한 안방에서 키스가 점점 더 깊어졌다.배현수는 넥타이를 풀더니 키스를 하며 말했다.“오늘 네가 너무 보고 싶은 줄 어떻게 알았어? 얼마나 기다린 거야?”“오후 2시에 도착했어요.”“그럼 왜 공항으로 마중 나오라고 전화하지 않았어?”그 시간이면 배현수는 대제주시에 있을 때이다. 그녀가 오늘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면 예지수를 찾으러 강성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조유진의 볼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어요.”배현수는 피식 웃었다.“나에게는 서프라이즈지만 너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까 봐 걱정이네.”조유진은 잠시 숨을 돌렸다. 기복이 심했던 가슴이 드디어 진정되었다.배현수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다 쉬었어? 계속할까?”조유진은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밤 그녀는 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그녀가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6시부터 지금까지 저녁은 물론이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배고파.”배현수는 그녀와 이마 맞대며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나를 먹어.”조유진은 그의 어깨를 밀쳤다.“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너무 심해요.”한 시간 넘게 술집에 있은 탓에 옷에서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많이 났다.“뭐 먹고 싶어?”조유진이 물었다.“집에 국수 있어요?”“냉장고에 있을 거야. 내가 끓일게.”조유진은 배현수보고 샤워하라고 했다.“내가 끓일게요.”초저녁 내내 잤으니 움직일 때도
조유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배현수 때문에 목이 간지러웠다.“예삐랑 점점 닮아가요? 내가 일할 때만 와서 괴롭히냐 말이에요.”배현수는 깨끗한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나도 예삐처럼 여주인을 좋아하나 봐.”조유진은 가스 불을 끄고 야채와 달걀을 건져냈다.먹음직스럽고 영양가 있어 보이는 청경채 계란국수 두 그릇이 완성되었다.“들고 가서 먹어요.”배현수는 가만히 있었다. 두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그녀의 목덜미에 기대 말했다.“유진아, 우리 혼인신고 하러 가자.”그는... 하루라도 빨리 행복해지고 싶다.조유진이 여기에 서서 그의 셔츠를 입고 간단한 국수 한 그릇 끓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상황에 빠져들었다.결혼 생활을 시작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조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호적등본도 여기 없어요. 혼인신고 하기 전에 아빠께 말씀드려야죠.”배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섣달 그믐날에 찾아뵐게.”“아빠가 허락하지 않으면 어떡해요?”배현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그럼 엄씨 사택에서 허락할 때까지 눌러 있을 거야.”조유진은 피식 웃었다.“배현수라는 사람이 떼를 쓸 줄도 안다고요?”“유진아, 너와의 결혼 생활을 8년 동안 생각했어.”8년, 충분히 긴 시간이다.분명 달콤하리라 생각했다.조유진은 코가 찡했다.두 사람은 오픈 키친의 테라스에 앉아 국수를 먹었다.지난번 조유진이 국수를 만들어준 지가 벌써 반년 전이다.서로 그렇게 깊은 갈등을 겪었지만 이런 평범한 일상은 극히 드물다.하지만 조유진은 밥을 거의 하지 않는다. 폐가 안 좋아 기름 연기만 맡아도 기침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같이 있을 때 배현수가 그녀에게 요리를 못하게 했다. 가끔 국수를 삶는 것만 했다.조유진은 고개를 숙여 면을 먹었다. 배현수는 젓가락을 들지 않고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조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국수가 불겠어요. 찍을 게 뭐가 있다고...”배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받쳐 가볍게 안았다. 그녀의 허리에 쌓여 있던 셔츠가 천천히 미끄러져 떨어졌다.몸이 갑자기 싸늘해졌다.배현수의 목을 감싸고 있는 조유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코알라가 아이를 안고 있는 자세에서 키스를 나눴다.서로를 오랫동안 기다린 탓에 불타오른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펑' 하는 소리가 났다.조유진은 냉장고 문에 밀쳐졌다. 등 뒤로 전해지는 차가운 촉감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주방은 어둡고 창문은 늘 블라인드 커튼이 쳐져 있다. 이 일대는 단독 빌라 구역으로 낮이든 밤이든 사생활 보장이 아주 잘 된다.어두운색의 냉장고가 그녀의 피부를 더욱 눈부시고 하얗게 보이게 했다.배현수는 거의 통제력을 잃었다.조유진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은 남자의 목덜미에 감겨 있었다. 손끝에 힘을 주자 손등의 가느다란 힘줄이 조금씩 솟아올랐다.조용한 부엌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었다.조유진의 목에 뜨거운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쪽 다리에 힘이 빠져 미끄러질 것 같았지만 큰 손에 잡혀 다시 그를 감싸 안았다.배현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살짝 시선을 피했다.이때 주방 입구에서 때아닌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그녀의 목덜미와 가슴 앞에 엎드린 사람도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잠깐 멈추었을 뿐 배현수는 이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더니 얼굴을 돌려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왜 쟤를 봐, 나 좀 봐.”두 입술이 다시 포개졌다.한참 동안 입을 맞추던 배현수는 뭔가 생각난 듯 동작을 멈췄다. 그녀를 위로 받쳐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꼭 잡아. 안고 침실로 갈 테니.”인제야 침실이 생각난 것인가?조유진을 안고 계단을 오르자 예삐도 따라왔다.배현수는 호통쳤다.“꺼져!”예삐는 순간 멍해졌다. 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예삐는 너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듯했다. 온몸을 움츠리며 반걸음 물러섰다.조유진도 깜짝 놀랐다.“괜히 고양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마요.”고양이가 깜짝
배현수는 이런 활동에 흥미가 없다.특히 부드러운 그녀의 품속에서 학교 행사 같은 것은 더더욱 참석할 마음이 없다.조유진은 어리둥절했다.“안 가요? 하지만 나는 초윤이와 같이 가기로 약속했어요.”배현수가 그녀의 등을 짓누르며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부드러움과 거침이 동반했다. 온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네가 가면 나도 갈게.”조유진은 발등에 힘을 줬다. 당장 탈진하기 일보 직전이다....이튿날, 겨울날의 쓸쓸하고 따뜻한 햇볕이 방안을 비췄다.조유진은 아직 자고 있다. 얼굴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배현수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손을 뻗어 밀치려 할 때 손에 보송보송한 털이 잡혔다.눈을 뜨자 예삐는 침대에 올라가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조유진은 ‘으’ 하고 탄식하며 예삐를 밀었다.예삐는 사람을 잘 따른다. 특히 조유진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얼굴을 핥지 못하게 하자 벗은 그녀의 팔뚝 옆으로 다가갔다.조유진은 침대에 누운 채 머리를 비웠다.팔을 굽혀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자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이 시큰시큰했다.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배현수가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할 때는 진짜 늑대보다 더 못한 짐승이 되는 것 같다.손을 뻗어 협탁의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되었다.다행히 개교기념일은 오후 2시에야 정식으로 시작한다.조유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예삐를 품에 안고는 무의식적으로 고양이 털을 만졌다.이때 문을 밀고 들어온 배현수는 예삐가 조유진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유진의 목을 핥으려 하는 행동을 보고 성큼성큼 다가가 옆으로 내동댕이쳤다.예삐는 구석에 움츠린 채 억울한 듯 울었다.야옹.조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예삐에게 왜 그렇게 매섭게 굴어요? 놀란 거 봐요...”“마음이 불순해.”조유진은 피식 웃었다.“고양이 한 마리가 무슨 나쁜 마음을 가지겠어요?”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몸에 있는 이불이 살짝 흘러내리며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하얀 어깨와 팔을 드러냈다.배현수는 이불을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배현수의 머릿속이 온통 쓰레기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찬 것을?배현수는 계란 베이컨 샌드위치를 만들어 조유진에게 건넸다.조유진은 샌드위치를 들고 주방에 서서 바로 한 입 먹었다.배현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어때? 맛이.”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맛있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한 입 베어 문 샌드위치를 그의 입가에 갖다 댔다.배현수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분명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한참이 지나도 입을 벌리지 않았다.“내가 더러워요?”조유진이 샌드위치를 다시 가져가려 할 때 배현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머리를 숙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는 한 입 베어 문 자리 위로 한 입 물었다.그녀가 먹은 것이 더러울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온몸에 입을 맞추지 않은 곳이 없다.그녀의 허벅지에 심지어 어젯밤에 그가 남긴 흔적도 있다.다만 이 순간, 그들은 7년의 공백이 없었던 것 같이 느껴졌다.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조유진은 조리대에 기대었다. 그의 셔츠를 입고 긴 다리를 구부린 채 그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었다. 옆에 예삐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왠지 두 사람은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브런치를 다 먹었을 때쯤, 조유진에게 여러 통의 메시지가 왔다.남초윤이 언제 학교에 가느냐고 메시지로 물었다.주명은도 그녀가 언제 오는지 묻고 있었다. 도착하는 김에 한 번 모이자고 했다.조유진은 배현수에게 고개를 돌렸다.“학교 축제는 언제 갈 거예요?”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시선을 내리고 말했다.“힘들다며? 학교 축제에 갈 힘이 있어? 나에게 거짓말한 거야?”조유진은 겁이 났다.“다리는 정말 아파요.”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했다.“다리가 아프다고?”“그곳이요.”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일부러 계속 물었다.“어디?”조유진은 대답하지 않고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옷을
조유진과 배현수가 도착했을 때 학교 앞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차가 많이 막혀 근처 주차장에 주차했다.남초윤도 방금 도착했다며 사인하는 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입구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이 조유진과 배현수를 데리고 사인하는 곳으로 갔다.사인하는 곳에 다다랐을 때, 배현수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발신자는 반 교장이다.반 교장은 배현수를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부탁할 일이 있다며 거듭 요청했다.배현수는 조유진 보며 물었다.“나랑 같이 갈래?”조유진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초윤이가 사인하는 곳에서 기다린다고 했어요. 나는 반 교장님과 아는 사이도 아닌데 현수 씨가 가서 얘기 나눠요. 좀 이따 만나요.”배현수는 귀띔했다.“그러면 휴대폰 무음으로 하지 말고. 이따가 못 찾을 수도 있으니까.”조유진은 항상 무음으로 한다. 잠들기 전에는 거의 켜놓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켜는 것을 잊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전화가 안 통하는 일이 잦다.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배 대표님. 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초윤이에게 해요. 초윤이는 전화를 잘 받으니까.”배현수는 그제야 안심하고 반 교장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조유진이 사인하는 곳에 도착했지만 남초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한 여자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조유진? 정말 너야.”조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봤지만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혹시라도 사람을 착각하면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저 예의 바르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 여자는 조유진을 보더니 기쁨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너는 거의 변하지 않았네. 여전히 예뻐!”조유진은 한참 동안 생각했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낯이 익지만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누구...?”“나? 나 주명은! 잊었어?”조유진은 깜짝 놀랐다. 누구인지 확인한 후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지난날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주명은은 조유진
결제가 끝난 후 조유진과 남초윤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또 한 명의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어머, 우리 학교 퀸카 조유진 아니야?”이번에는 조유진도 맞은편의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봤다.방시아는 당시 배현수의 열렬한 팬 중 한 명이었다.남초윤도 그녀를 안다.방시아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이었다. 시장 딸이라는 타이틀에 주변에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아주 많았다.방시아는 기부금액 대장을 힐끗 바라봤다. 조유진이 겨우 십만 원 기부한 것을 보고 조롱하듯 말했다.“십만 원을 기부한다고? 체면이 있어? 조유진, 너 아직도 궁상맞게 살아? 하긴, 그때 4백만 원에 배현수도 팔았는데 뭘 못하겠니.”조유진은 웃으며 덤덤하게 말했다.“기부자 명단을 보니 유명 동기들은 수십억 원씩 기부하던데. 그럼 너는 적어도 20억은 기부해야 체면이 서겠네.”남초윤도 한마디 보탰다.“방씨 집안 따님, 20억 기부하여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하소서.”방시아의 집안 배경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사업하는 집안도 아닌데 개교기념일에 어떻게 20억을 기부할 수 있겠는가?기부하게 되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다.방시아는 잠시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우리 아빠는 신분이 특별한 사람이야. 내가 여기서 천만 원을 기부하는 것은 아빠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야. 감히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하다니! 그나저나 조유진, 너 같은 못된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개교기념일에 온 거야?”조유진은 피식 웃었다.“단톡방에서 그렇게 나를 열심히 부르니까 옛이야기를 하기 위해 안 올 수가 있나?”방시아가 말했다.“누가 너랑 옛날 얘기하재? 예전에 너를 괜찮게 본 이유는 배현수 때문이야. 지금은 배현수가 너를 버렸잖아. 네가 배현수에게 그런 양심 없는 짓을 했으니 그 사람이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조유진, 충고 하나 할게. 얼굴이 그나마 반반할 때, 재벌 집에 시집이나 가. 그 사람들이 네가 가짜 증언한 전과가 있다고 싫다고 해도 첩으
조유진과 남초윤은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몇 년 동안 학교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운동장과 농구장 같은 기본 시설은 개조되어 있었다.급식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식당으로 향하던 중, 조유진은 배현수의 전화를 받았다.배현수가 물었다.“어디야?”“초윤이와 2식당에 있어요. 우리 찾으러 올래요?”배현수가 말했다.“반 교장이 계단 있는 교실에서 후배들에게 강의하래. 바로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 네가 날 찾으러 올래?”조유진은 알았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초윤에게 말했다.“현수 씨가 계단 있는 교실에서 강연한다는데 가지 않을래?”남초윤의 눈빛이 반짝였다.“가자! 이렇게 좋은 가십거리를 놓칠 수 없지. 내가 또 카메라까지 챙겨왔잖아. 오늘 이 거물들의 뉴스를 신문 1면에 실을 수 있겠네!”두 사람은 계단 있는 교실의 건물로 걸어가면서 개교기념일 게시판을 스쳐 지났다.명단에는 거액의 기부금 리스트가 있었다. 2억 이하인 것은 없다.남초윤이 감탄했다.“금융학과에는 역시 인재들이 많이 나왔네.”조유진은 몇몇 낯익은 이름을 보고 말했다.“김성혁도 기부했어. 1억.”이름을 들은 남초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예전에 그렇게 가난했던 녀석들이 하나같이 사업의 거물이 되었어.”조유진이 남초윤을 보고 물었다.“김성혁도 교장 선생님에게 이끌려 계단교실에서 강연하는 것 아닐까?”어쨌든 이 사람도 꽤 전설적인 인물이다.김성혁은 배현수보다 한 기수 아래이다.다만 5년 전 김성혁과 남초윤이 갑작스럽게 헤어진 뒤 이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알고 보니 김성혁은 졸업 후 대선국으로 갔다.남초윤은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절대 그런 우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가보지 뭐, 빅뉴스가 두 개나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번 달 실적은 걱정도 안 해도 되겠네.”계단 교실 복도에 도착하는 순간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김성혁이 제3계단 교실에서 나와 학교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