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30화

산 너머 하늘은 온통 핑크빛 별바다처럼 현란하기 그지없다.

불꽃은 ‘펑’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터졌다.

한쪽 무릎을 꿇은 배현수는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에 얼떨떨하게 웃었다.

“3초면 충분할까?”

흥분한 조유진은 머릿속이 공백이라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고요?”

“배현수와 결혼할지 말지 3초 안에 결정하라고. 셋, 둘...”

하나를 마저 세기 전에 조유진이 말을 끊었다.

“배현수 씨, 할 말이 있어요.”

배현수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말해.”

조유진은 심호흡한 뒤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흥분한 마음이 점차 가라앉았다.

“나는 이미 성행 그룹에 남아 일하기로 했어요. 미래가 어떻든 적어도 지금은 성남에 있을 거고요. 이 결정을 내리는데, 현수 씨 때문에 일부 사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당신 때문'이라는 핑계로 당신을 끊임없이 타협하게 할 수 없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내가 먼저 현수 씨 곁으로 갈 수 있을 때, 현수 씨나 내가 이 결혼을 할 의향이 있는지 말하려 했어요. 친아버지가 엄 어르신이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조씨 집안에서 살았어요. 조범과 안정희의 결혼이... 결혼에 대한 첫 이미지로 각인 되었고요. 그래서 결혼 자체를 갈망하지 않아요. 단지 현수 씨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배현수이기 때문에 원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결혼하려면 무조건 현수 씨와 할 거예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타지에서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현수 씨에게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현수 씨, 그래도... 기다릴 수 있어요? 만약 현수 씨가 괜찮다면 나는 무조건 승낙이에요.”

조유진은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하지만 청량한 목소리는 벌써 음 이탈이 났고 점점 흐느끼는 톤이 역력했다.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매우 똑똑히 들렸다.

산속이라 찬바람 소리가 곁들어 있었지만 배현수는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전부 귀에 담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