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28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1 19:00:00
관광 케이블카에 도착했다.

배현수는 손을 들어 그녀가 입고 있는 베이지색 코트를 여몄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유진아.”

“네?”

“오늘 밤 네가 대제주시로 가 허탕을 쳤지만 내 마음은 정말 기뻐.”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불타오를 정도로 뜨거웠다.

조유진은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케이블카 유리창 너머 산을 바라봤다.

“산꼭대기에 무슨 서프라이즈라도 있어요?”

배현수는 뒤에서 그녀를 백허그 하며 머리 위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서프라이즈니까 당연히 비밀이겠지?”

그녀는 문득 남초윤의 말이 생각났다.

배현수가 진짜로 프러포즈를 하는 것일까?

조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오늘 배현수는 안경테가 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눈은 이제 다 나은 거예요?”

“응, 거의 다 나았어.”

조유진은 한참 동안 그를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배현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조유진도 같이 웃었다.

“아니에요. 그냥 무슨 서프라이즈인지 궁금해서요.”

케이블카가 천천히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최근 진주시에는 큰 눈이 내렸다. 산에 눈이 가득 쌓였고 아직 녹지 않아 시야가 온통 하얗다.

코끼리 산의 정상에는 거대한 전망대가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전망대까지 안내했다.

전망대에 따뜻한 오렌지색 등이 켜져 있어 밝고 아늑했다.

전망대 주변 난간에는 누군가가 정성껏 배치한 다양한 장미꽃이 가득했다.

조유진이 걸어가자 정밀한 천체망원경이 놓여 있었다.

혹시 별을 보려는 것인지 물으려고 할 때, 배현수가 옆에서 말했다.

“유진아, 발밑을 봐봐.”

조유진이 고개를 숙이자 발밑 유리 바닥이 밟는 순간 핑크빛 불꽃이 터지는 것을 발견했다.

유리 밑에 감지 센서가 있다.

조유진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원래 있던 거예요, 아니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거야. 마음에 들어?”

조유진은 신기해하며 유리 바닥을 여러 번 밟았다. 한 번 밟을 때마다 센서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29화

    조유진은 잘못 들은 줄 알고 멀뚱멀뚱 배현수를 쳐다보았다.“저 별 이름이 뭐라고요?”배현수는 그녀가 믿지 않는 것을 알고 다시 설명했다.“내가 임명권을 샀어. 그래서 저 별은 앞으로 유진별이라고 불릴 거야. 전에 나보고 별을 달라고 하지 않았어?”조유진은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충격적인 얼굴이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보름 전, 배현수가 그녀를 찾으러 성남에 왔다.그때 그들은 냉전 중이었다. 신라호텔에서 그가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조유진은 생각나는 대로 하늘의 별 얘기를 꺼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정말 마음에 두고 있었다.배현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유진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유진아, 네가 말한 모든 것을 배현수는 다 기억하고 있어.”서로 눈이 마주쳤다.조유진은 먼저 웃었지만 웃으며 웃을수록 가슴이 쿵쾅거렸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배현수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두 번째 서프라이즈인데 너무 빨리 감동하지 마.”조유진은 깜짝 놀랐다.“또 있다고요?”배현수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다.초침이 열두 시를 가리켰을 때, 전망대의 등이 갑자기 꺼졌다.어둠 속에서 불과 몇 초가 흘렀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귓가에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다.이어 폭죽 터지는 소리가 길게 났다.배현수가 귀띔했다.“나를 보지 말고 하늘을 봐.”그들은 산꼭대기에 서 있다.멀지 않은 하늘에 몇 개의 빛이 갑자기 솟아올랐다.다섯 개의 불꽃이 웅장하게 하늘로 솟구쳤다.새해 0시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쾅’ 하는 폭죽이 밤하늘을 밝혔다.폭죽은 빙빙 도는 모양도 있고 변하는 모양도 있었다... 한데 모였다가 흩어지는 순간 마치 환상적인 핑크빛 불꽃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불꽃이 거의 꺼질 줄 알았을 때, 다섯 개의 불꽃이 두 번째로 터지면서 하늘에서 눈에 띄는 글자를 형성했다.‘유진아, 나와 결혼해줘.’조유진은 멀지 않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한 표정으

    최신 업데이트 : 2024-07-12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0화

    산 너머 하늘은 온통 핑크빛 별바다처럼 현란하기 그지없다.불꽃은 ‘펑’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터졌다.한쪽 무릎을 꿇은 배현수는 ‘생각해 볼게요’라는 말에 얼떨떨하게 웃었다.“3초면 충분할까?”흥분한 조유진은 머릿속이 공백이라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뭐라고요?”“배현수와 결혼할지 말지 3초 안에 결정하라고. 셋, 둘...”하나를 마저 세기 전에 조유진이 말을 끊었다.“배현수 씨, 할 말이 있어요.”배현수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말해.”조유진은 심호흡한 뒤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흥분한 마음이 점차 가라앉았다.“나는 이미 성행 그룹에 남아 일하기로 했어요. 미래가 어떻든 적어도 지금은 성남에 있을 거고요. 이 결정을 내리는데, 현수 씨 때문에 일부 사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당신 때문'이라는 핑계로 당신을 끊임없이 타협하게 할 수 없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내가 먼저 현수 씨 곁으로 갈 수 있을 때, 현수 씨나 내가 이 결혼을 할 의향이 있는지 말하려 했어요. 친아버지가 엄 어르신이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조씨 집안에서 살았어요. 조범과 안정희의 결혼이... 결혼에 대한 첫 이미지로 각인 되었고요. 그래서 결혼 자체를 갈망하지 않아요. 단지 현수 씨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배현수이기 때문에 원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결혼하려면 무조건 현수 씨와 할 거예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타지에서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현수 씨에게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현수 씨, 그래도... 기다릴 수 있어요? 만약 현수 씨가 괜찮다면 나는 무조건 승낙이에요.”조유진은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하지만 청량한 목소리는 벌써 음 이탈이 났고 점점 흐느끼는 톤이 역력했다.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매우 똑똑히 들렸다.산속이라 찬바람 소리가 곁들어 있었지만 배현수는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전부 귀에 담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7-12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1화

    현란한 불꽃놀이 속에서 배현수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키스를 나눴다.산바람은 차갑지만 손가락 깍지를 끼고 있어 손바닥에 온기가 가득했다....코끼리 산에서 설을 쇠고 호텔로 돌아갔다.조유진은 프러포즈 영상과 핑크 폭죽을 반복적으로 돌려봤다.배현수가 뒤에서 백허그를 하며 그녀의 볼에 입술을 맞췄다.“늦었어. 가서 샤워해.”“이 핑크색 불꽃이 어떻게 글씨를 만들 수 있어요? 혹시 사람을 시켜 디자인한 거예요?”“맞춤제작이야. 싫어?이렇게 화려한 불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조유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이 폭죽 많이 비싸죠?”“별로, 너의 손가락에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비싸지 않아.”말을 남긴 배현수는 몸을 돌려 욕실로 가서 샤워했다.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불었다.“보통 얼마예요?”배현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10억 4천만 원.”‘유진아, 나와 결혼해줘.’ 가 10억 4천만 원이라고?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해서 반복적으로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 번만 보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조유진은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려다보더니 욕실 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전에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스위스 집에 있어요. 찾으면 분명...”배현수는 이미 셔츠를 벗었다. 완벽한 복근과 근육질 라인을 자랑하며 조유진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조유진은 말을 멈췄다.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먼저 샤워해요.”몸을 돌려 가려다가 뒤에 있는 길고 힘센 팔에 의해 한 손에 잡혔다.남자는 한쪽 팔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같이 씻을래?”조유진은 귀가 뜨거워졌다. 머리를 옆으로 갸웃하며 작은 샤워부스를 바라봤다.호텔은 5성급 호텔이지만 규격과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묵은 이유는 공장에 쉽게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 보니 욕실이 크지 않다.조유진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욕실이 좁아서 같이 씻기 불편해요.”“너처럼

    최신 업데이트 : 2024-07-13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2화

    욕실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른다.배현수는 깨끗한 수건으로 그녀 몸의 물기를 닦아줬다. 가운을 두르고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조유진의 얼굴은 뜨거운 김이 나는 듯 시뻘게졌다. 목소리도 쉰 소리가 났다.“현수 씨, 많이... 괴로워요?방금 그는 그녀의 온몸에 키스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그는 그녀를 껴안고 이불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습관 돼서 괜찮아.”조유진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배현수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어이없게 웃었다.“너와 헤어진 7년 동안 다섯 손가락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참는 데 익숙해. 괜찮아.”확실히 힘들고 괴롭지만 배현수는 자제력이 아주 좋은 사람이다.조유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배현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더니 귓가에 대고 말했다.“혹시 네가 괴로운 거야? 많이 괴로우면 내가...”‘도와줄게.’그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조유진이 그의 입을 틀어막고 맑은 눈으로 노려보았다.“그런 거 아니에요.”배현수는 몇 초간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면 됐어.”이런 일은 그저 한시적인 즐거움뿐이다.그녀의 몸조차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배현수는 짐승이 아니다.늦은 시간, 불을 끈 후 조유진은 그의 품에 기대어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마디 했다.“오늘 밤, 모든 게 꿈만 같아요.”배현수는 그녀의 얼굴을 꼬집으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조유진은 볼이 따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현수가 말했다.“통증이 있으면 꿈 아니야.”새해 0시가 지났다. 그들의 길지만 짧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올해 조유진은 26살, 배현수는 31살이다.한참 후, 조유진은 그의 품에 안겨 잠들기 직전이었다.이때 배현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유진아, 앞으로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조유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네, 다음 8년도 함께 해요.”...대제주시, 소정 별장.남초

    최신 업데이트 : 2024-07-13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3화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이 전화에 영향을 받았다. 예전에 김성혁과 함께 있을 때, 새해를 맞아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를 봤던 것이 기억났다.표를 구하기 어려운 콘서트였다.김성혁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겨우 표 두 장을 샀다.남초윤은 육지율만큼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지만 물질적으로는 부자인 편이다. 당시 그녀는 김성혁과 송년회 콘서트에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한참 뒤에야 김성혁이 티켓 두 장을 사기 위해 오랫동안 라면을 먹은 것을 알게 되었다.아마 과거가 너무 아름다웠던 탓에 다시 회상했을 때 산산조각이 난 것 같다.눈물이 갑자기 주르륵 흘렀다.이때 서재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육지율이다.“아직도 안 자요?”남초윤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 뒤 휴대폰 화면을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 가요.”육지율은 그녀의 시뻘게진 눈시울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친구가 프러포즈 받은 것만 봐도 감동해서 눈물이 나요?”남초윤은 차라리 그렇다고 대답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맞아요, 왜요, 울면 안 돼요? 배현수와 사귄 지 8년이에요. 헤어졌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만났는데 얼마나 감동적이에요!”여자들은 이런 지루한 형식주의를 좋아하는 것 같다.안방에 도착한 후, 육지율이 콘서트 티켓 두 장을 건네며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말했다.“새해 선물이에요.”티켓을 훑어본 남초윤의 얼굴에 기쁨이 역력했다.“태진강의 콘서트 티켓이에요? 이 가수 티켓은 구하기 힘든데. 며칠 전에 예매하려다가 결국 못 구했어요. 암표를 산 거예요?”게다가 위치도 아주 좋은 자리다.육지율이 물었다.“나 같은 사람이 굳이 암표를 살 거로 생각해?”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렸다.“하긴, 당신 같은 태자 나리는 관계자이시니 어련하시겠어요.”만약 육지율이 콘서트 입장권을 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의 개들은 간절히 당장이라도 그의 눈앞에 나타나려 할 것이다.누가 감히 태자 어르신과 인연을 맺고 싶지 않겠는가?아마 그런 사람은 남초윤 외에 없을 것

    최신 업데이트 : 2024-07-1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4화

    댓글을 확인한 조유진은 배현수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갔다.‘프러포즈 성공’이라는 스토리 아래에 많은 친구들이 소란을 피우는 댓글을 남겼다.엄창민도 있었다.[여자 쪽에서 동의도 안 했어요! 당장 내려요!]송지연이 말했다.[우울증 치료 이제 안 해도 되겠네. 약이 옆에 있으니. 큰 고객님을 잃었어! 와서 치료비나 결제해!]송하진도 한마디 했다.[독이 풀리고 눈도 좋아지고 청혼하고 기분이 좋겠네요. 개도 정상에 오를 때가 있네? 시원하겠어요!]선유도 댓글을 남겼다.[아빠, 왜 나 없는 사이에 몰래 프러포즈했어요? 나 삐졌어! 흥! 흥!]엄명월조차 한마디 남겼다.[나는 당연히 메인테이블에 앉아야겠죠?]조유진은 댓글들을 보며 피식 웃더니 말없이 ‘좋아요'만 눌렀다.남자는 두 팔로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정수리를 턱으로 문지르며 말했다.“왜 웃어?”조유진은 인스타 스토리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내가 잠든 사이에 몰래 인스타도 올렸네요.”배현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정정당당하게 올린 거야.”조유진이 말했다.“선유가 삐졌대요. 우리 프러포즈를 못 봐서.”“영상 촬영했잖아. 방해꾼에게는 그 영상을 보여주면 되지.”조유진이 피식 웃었다.“친딸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배 대표님, 다음에 꼬마 녀석을 만나면 어떻게 달래야 할지 잘 생각해 보세요.”배현수 고개를 숙이고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직도 배 대표라고 부르는 거야?”“우리가 결혼한 것은 아니잖아요.”프러포즈에 성공했을 뿐이다.남편이라는 호칭은 아직 어색한 것 같다.배현수가 물었다.“유진아, 우리 사이는 언제 공개할 거야?”“인스타 친구들은 프러포즈 성공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잖아요.”배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공개한 거라고?”조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대충 넘어가는 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조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무슨 뜻이에요?”배현수는 그녀를 진지한 얼굴로 쳐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7-1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5화

    배현수가 여기에 있으면 오히려 그녀의 업무 진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배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프러포즈하자마자 쫓아낸다고?”“그런 거 아니에요.”조유진은 불이 켜진 휴대폰 화면을 힐끗 바라봤다. 세수를 마치고 일어나 휴대폰을 좀 봤는데 벌써 9시가 다 되었다.배현수를 밀쳐내고 휴대전화를 가방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요. 나 먼저 공장에 갈게요. 올 때까지 있을 거예요?”배현수는 그녀를 쳐다보며 일부러 말했다.“없어.”조유진은 가방을 들고 현관까지 걸어갔다가 재빨리 되돌아와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입술을 갖다 댔다.“그럼 배웅하지 않을게요. 기사님 데리고 온 거죠?”조유진은 서둘러 출근했다. 배현수는 호텔에 혼자 버려졌다.배현수는 손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하염없이 웃었다.이 뽀뽀는 정말 대충이다.하지만... 오후, 진주시를 떠날 때쯤 뒷좌석에 앉은 배현수는 조유진이 새로 올린 스토리를 봤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으로도 오늘 같은 아침이 매일매일 있었으면 좋겠어요.]어젯밤에 찍은 핑크색 불꽃놀이 사진도 같이 올렸다.이를 지켜보던 배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댓글을 달렸다.[오늘과 같은 아침이 더 많을 거야.]댓글을 달자마자 마귀 같은 친구들이 달려들었다.육지율이 배현수의 댓글에 대댓글을 달았다.[그만해라, 단 거 너무 많이 먹으면 죽어.]엄명월이 한마디 했다.[근무시간에 사적인 스토리는 금지에요!]엄창민도 댓글을 달았다.[환희야, 새해 복 많이 받아!]남초윤도 끼어 있었다.[테러 사건 하나 말해줄게. 사랑에 빠져 죽은 사람이 꽤 있어! 너는 수영할 줄도 모르잖아. 조심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사랑해.] 신준우도 댓글을 달았다.[유진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 시간이 있으면 같이 식사해요. 꽤 오래 못 만난 거 같아요. 여기는 어디예요? 불꽃 쇼인가요?]선유도 댓글을 달았다.[엄마,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오늘 밤 할아버지가 페이스 톡을 걸 거

    최신 업데이트 : 2024-07-15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736화

    강이찬이 대답했다.“확실합니다.”심미경도 말했다.“확실합니다.”이번에는 직원의 질문에 두 사람이 한목소리를 냈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일 없으면 이혼서류를 발급해드리겠습니다.”이혼 수속은 그런대로 순조로운 편이다.가정법원에서 다시 나왔을 때 강이찬과 심미경의 손에는 이혼서류가 들려있었다.심미경은 피식 웃었다.“혼인 신고서와 이혼서류가 똑같아 보이네요. 그러니까 이혼도 축하할 일이죠. 강이찬 씨, 이혼 축하해요.”이 말을 들은 강이찬은 이유도 없이 심미경이 예전에 여기 서서 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강이찬 씨, 결혼 축하해요.’그의 가슴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했다.조수석의 차 문을 열며 말했다.“차에 타세요. 같이 갈 곳이 있어요.”심미경은 어디 가는지 묻지 않고 묵묵히 차에 올라탔다. 그의 부드러운 모습도 이제 마지막일 것이다.목적지에 다다른 때, 강이찬이 말했다.“이쪽에 우리... 그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해 묘를 샀어요. 같이 가 봐요. 당신이 이번에 가면 언제 다시 대제주시에 돌아올지 모르잖아요.”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산은 높고 물은 깊다. 인연이 없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묘소에 도착한 심미경은 묘비를 본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보물? 이찬 씨가 지어준 이름이에요?”그러자 강이찬은 약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내 마음속에 아이가 우리의 보물이니까요. 내가 잘하지 못해서 당신을 보호하지 못했어요. 아이도 지키지 못했고요. 내가 미경 씨와 아이에게 빚진 거예요.”심미경은 끝내 평온을 찾지 못했다. 묘비의 ‘보물’이라는 두 글자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묘비에는 또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아버지 강이찬][어머니 심미경.]심미경은 훌쩍이며 말했다.“아이에게 무덤을 만들어 줄 생각을 한 거예요?”강이찬은 솔직히 말했다.“그동안 자주 악몽을 꿨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너무 비참하게 죽어 제사를 지내고 안치해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최신 업데이트 : 2024-07-15

최신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