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27화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은 아직 함께 설을 쇠거나 제대로 된 명절을 보낸 적이 없다.

이날 조유진은 일찌감치 하던 일을 마쳤다.

다음날이 바로 새해이다. 설날은 원래 공휴일이지만 납품 일정이 빠듯해 공장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야근하도록 배치했다.

저녁 7시 반, 엄명월이 갑자기 다가와 말했다.

“배 대표와 설을 쇠러 가지 않아요? 다들 퇴근하는데 아직도 공장에 틀어박혀 뭐 하는 거예요?”

조유진은 팔을 뻗어 엄명월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배 대표님께서 진주시로 올 시간이 없다고 하네요. 오늘 밤은 우리 둘이 설을 쇠야겠어요.”

엄명월은 ‘쳇’ 하며 조유진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차 키를 던지며 말했다.

“진주시에서 대제주시까지 가는데 고작 한 시간이에요. 지금 차를 몰고 가도 늦지 않아요.”

조유진은 차키를 꼭 쥐고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잖아요.”

엄명월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면 되지 않아요?”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엄명월은 조유진이 계속 멍하니 서 있자 재촉했다.

“뭘 망설이고 있어요? 얼른 다녀오세요!”

엄명월이 그녀를 밀며 빨리 가라고 했다.

조유진은 순간 착각에 빠졌다. 조유진보다 엄명월이 그녀와 배현수를 만나게 하려고 안달이 난 것 같다.

차에 탄 후, 조유진은 내비게이션을 켰다.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얘기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미리 알려주면 서프라이즈가 아니다.

그렇게 차를 몰고 진제고속도로로 향했다.

8시 반, 고속도로에서 거의 내려갈 때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배현수에게서 온 전화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배현수가 물었다.

“유진아, 어디야?”

조유진은 일부러 호텔인 척했다.

“나 호텔인데요.”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어이없게 웃었다.

“나 지금 너의 방 문 앞에 있는데 한참 두드려도 아무도 안 열어주네. 엄명월 씨의 말로는 차를 몰고 대제주시로 나 찾으러 갔다며?”

그녀는 대제주시로, 배현수는 진주시로 달려갔다.

정말 서로를 향해 달렸던 것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