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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그녀와 배현수는 결혼이라는 족쇄가 없다. 왕래가 적어도 자유롭다.

남초윤과 육지율... 결혼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두 마리 짐승처럼 뒤엉켜 기어 나오려 해도 주변에 가로막는 사람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남초윤의 부모님, 특히 남재원 같은 속물주의자들은 남초윤이 이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면 가장 먼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은 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

조유진이 물었다.

“초윤아, 육지율 씨를 진짜 안 좋아해?”

서재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남초윤은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인터뷰 원고를 정리하고 있어 휴대전화를 들고 있기가 불편해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집에 금방 도착한 육지율은 때마침 서재 앞에 다다랐을 때 스피커 폰으로 전해지는 조유진의 말소리를 들었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남초윤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육지율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녀의 사랑은 이미 5년 전에 김성혁과의 갑작스러운 헤어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육지율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는지 묻는다면 그것 또한 바로 대답하기 어렵다.

육지율의 훤칠한 얼굴... 얼굴을 심하게 보는 남초윤으로서는 싫어하기 힘들다.

적어도 그를 배척하지 않는다.

조유진은 남초윤이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알고 다시 물었다.

“그럼 김성혁은? 마음속에 아직도 그 사람이 있는 거야?”

조유진과 얘기할 때면 남초윤은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항상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다.

“오랜 시간 거쳐 지은 빌딩 한 채가 순식간에 무너졌어. 내가 아무리 치우려고 해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어. 아무리 원상복구를 하려고 해도 흔적들이 남아있겠지.”

미세한 먼지들을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쓸었다.

하지만 좁은 구석마저 깨끗하게 청소하기가 어렵다.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예 깨끗이 지운 것은 아니다.

조유진이 물었다.

“그때 갑자기 떠난 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면 용서해 줄 거야?”

남초윤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무도 그녀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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