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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육성일은 순간 얼어붙었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방 안의 분위기마저 얼음장으로 만들 것 같았다.

육지율의 눈이 시뻘게졌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 손자예요. 원수가 아니에요. 하루 종일 이렇게 몰아붙이면 기분이 좋으세요?”

육성일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

“형의 죽음 때문에 이렇게 의기소침한 거라면 너 육지율 정말 못난 놈이라고밖에 말 못 하겠네!”

그러자 육지율도 바로 대꾸했다.

“네, 제가 나쁜 놈이에요. 인정해요. 저 겁쟁이야, 그래서 내 아이도 겁쟁이일 거예요. 할아버지가 나를 키우지 못한 것처럼 내 자식도 키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몰아붙이지 마세요!”

말투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찰싹!

육성일은 손으로 육지율 왼쪽 뺨을 세게 때렸다.

육지율은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얼굴을 숙인 채 혀끝을 뺨에 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은 뭐든 다 잘하죠. 할아버지 말을 너무 잘 들어서 탈이에요. 하지만 나는 육지운이 아니에요. 저는 육지율이라고요.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육성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걸었던 길을 가기 싫으면 너 스스로 새길 개척해서 보여줘. 지금처럼 일하지 않고 매일 빈둥빈둥 놀지만 말고. 계속 그러면 너도 더 이상 육씨 성을 가질 생각하지 말고! 그때는 와이프도 미처 챙겨주지 못할 거야!”

육성일이 온 힘을 실어 때린 따귀에 육지율은 입안에 희미하게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는 혀끝으로 피를 핥았다.

“앞으로 밖에서 일할 때 두 번 다시 육씨 가문의 이름을 쓰지 않을게요. 할아버지 불편하지 않도록 손자라는 것도 얘기하지 않을게요.”

육지율은 냉랭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 어디 말한 대로 하나 보자!”

육지율은 고개를 숙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못하면 할아버지의 개가 되겠습니다.”

육지율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입술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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