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또 SY그룹과 성행을 목표로 온 거면... 혹시 드래곤 파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작은 규모로 보이는 회사가 이렇게 자금력이 좋은 건 분명 어떤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거야.”배현수의 말이 끝나자 조유진은 한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잠자코 있었다.그러자 배현수가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아무리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어.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한국이야. 드래곤 파가 아무리 세력이 크다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날뛰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지난번에 SY그룹 빌딩을 폭파했어요. 현수 씨, 만약 이번에 또 위험에 처한다면 두 번 다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요”조유진은 말투가 센 편은 아니지만 진지했다.배현수는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대답했다.“내가 또 그러면 점수 다 깎아.”“농담 아니에요.”“나도 농담 아니야.”배현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너와 관련된 일은 모두 진지해.”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렸다.“시간이 늦었어요. 빨리 쉬어요.”“일 얘기 끝났으니 이제 나 필요 없어진 거야?”조유진은 목을 만지작거렸다.“그럼 또 무슨 말을 할까요?”“얼굴 보여줘.”조유진은 순간 멈칫했다. 그러자 배현수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응, 너의 얼굴 보고 싶어.”단순히 얼굴만 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페이스 톡이 걸려왔다.조유진은 얼굴이 뜨거웠지만 이내 연결 버튼을 눌렀다.배현수는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너무 뜨거운 눈빛에 조유진은 불편했다.“다 봤으니 이만 샤워하러 가야겠어요.”“휴대전화를 욕실에 가져가.”조유진은 귀까지 빨개졌다.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짐승!”‘띵!’하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끊겼다.배현수는 멍해진 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욕실에 가서 보이스 톡을 하자는 뜻이다. 이상한 생각을 한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다음 날 오전.
아닌 척하는 육지율이지만 꽤 부러운 듯 보였다.배현수는 한마디 보탰다.“어차피 넌 없잖아. 조용히 해. 그런데 왜 갑자기 나 찾으러 온 거야?”육지율은 코를 만지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여자가 카드를 돌려주고 너의 돈도 안 쓰려고 하는 것은 이혼하고 싶다고 뜻이겠지?”배현수는 가십거리를 만난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남초윤이 너의 돈도 안 쓰려고 하는 거야? 그럼 누구의 돈을 쓰는데? 김성혁 씨?”이 말에 육지율은 목이 멘 듯 보였다.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한마디 했다.“가족 카드를 돌려줬어. 남씨 집안 사업에 돈을 안 보태도 된대.”배현수는 장난기 섞인 얼굴로 조롱했다.“처음 듣는 얘기네. 하지만 남씨 집안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하면 돈을 아끼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화를 내?”남씨 집안은 사실 애초에 회사를 차릴 만한 자질이 못 된다.그런 곳에 돈을 투자하는 곳은 사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였다. 50%의 수익률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물거품이다.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사업하는지도 모르겠다.이 투자금 때문에 육지율도 할아버지에게서 호출을 많이 받았다.육지율이 코웃음을 쳤다.“누가 화가 난대? 남씨 집안 회사 빨리 망했으면 좋겠네. 남재원 그 양반 혼내주게.”“그럼 뭐가 고민인데? 남초윤에게 걱정이 없어지면 이혼하려는 결심이 더 굳어질까 봐 그래?”육지율은 눈살을 찌푸렸다.“내 말 좀 들어봐. 요즘 퇴근하자마자 서재에 들어가서 문도 잠그고 나오지 않아. 안에 숨어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일까?”배현수는 잠시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이내 말했다.“숨어서 김성혁과 영상통화 하나?”육지율이 진짜로 이 말을 믿을 줄 몰랐다.“X발! 내가 몇 번이나 참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상도덕에 어긋나지 않아?”본인을 너무 안중에 두지 않는 게 아닌가?배현수는 한마디 귀띔했다.“너와 이혼하자고 했다면서. 진작 너와 살고 싶지 않았겠지. 너는 알면서도 계속 미루었고. 다른 사
전화기 저쪽은 육지율의 어머니 강란희다.육지율은 진작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이 일 말고 다른 할 말은 없죠?”강란희가 계속 잔소리했다.“그렇게 자꾸 건들거리지 마. 네 할아버지, 이번에 진짜로 인내심이 바닥에 났으니까. 너 초윤이와 결혼한 지 거의 3년이 다 되었어. 그런데 어떻게 여전히 그 모양이야.”육지율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집에 가서 얘기해요. 전화기에서조차 이런 얘기 하면 어떻게 해요.”강란희의 말투는 진지했다.“너의 할아버지가 얘기하셨는데 애초에 네가 결혼하겠다고 한 여자야. 그런 여자와 같이 있어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너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없는 데다가 심지어 아이까지 낳을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게 나아. 너의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너도 알다시피 할아버지가 한 말은 꼭 지키잖니.”육지율은 양미간을 찌푸렸다.“됐어요. 알았어요.”“생각 좀 하고 살아.”강란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육지율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어째서 어르신들은 매일 이렇게 나를 다그치시는 것일까? 손자를 괴롭히면 기분이 좋은 것일까?”배현수는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할아버지도 다 너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잖아. 너 같은 망나니는 잘 다스려야 하니까.”“너 정말 친구 맞아?”말이 나온 김에 배현수도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할아버지가 너더러 집에 오라고 나에게 전화하셨어.”육지율은 멍하니 배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뜻이야?”육지율은 코웃음을 쳤다.“너더러 빨리 올바른 길 찾아서 걸으라는 뜻 아니겠어? 원하지 않는다면 너를 협박하고 강요하는 것도 하겠다는 뜻이지.”육지율은 코웃음을 쳤다.“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얘기네?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은 가기 싫다니까.”“할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가기 싫으면 성적을 내서 설득해야지. 지금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 눈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거야.”배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
“그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어요.”불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르신은 지팡이를 집어 들더니 그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육지율은 혼잣말로 욕설을 퍼부었다.“X발! 진짜 때리네!”육성일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내가 때리지 않으면 누구를 때리겠어? 하루 종일 일은 하지 않고 매일 그런 술집에 박혀 있으니 말이야!”육지율은 팔뚝을 흔들었다. 등 근육이 뻐근했다.“술집에 박혀 있는 게 아니에요. 술집도 돈 잘 벌어요. 왜 이렇게 고집이 심하세요? 나중에 우리 바에 한 번 와보세요. 젊은이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체험시켜 드릴게요. 그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때리지 못할 거예요.”어르신은 지팡이를 들더니 또 몽둥이로 내리치려 했다.이번에는 육지율이 재빨리 피하는 바람에 때리지 못했다.“이리 오너라!”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책상 맞은편에 있는 육지율을 가리켰다.육지율은 눈살을 찌푸렸다.“안 때리시면 갈게요.”어르신은 이를 악물었다.“때리지 않을 테니 이리 와봐.”“정말요?”인내심을 잃은 할아버지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당장 오지 못할까?”육지율은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가 내 할아버지라서 내가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지 만약 모르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세게 때린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바로 조상 옆에 묻을 거니까!”퍽!지팡이는 더 독하고 더 센 힘을 싣고 그의 등에 꽂혔다.육지율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아버지, 시...”발이라는 글자를 입 밖에 내기도 전에 육성일이 물었다.“시 뭐?”육지율은 너무 아파 이마에 식은땀까지 났다.몽둥이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몽둥이로 두 대 때리고 나니 어르신의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손에 힘을 빼고 지팡이를 옆으로 던졌다.그는 육지율을 노려보며 말했다.“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하나, 한 달 안에 남초윤을 임신시켜 아이를 낳아. 너의 아비가 못난 것은 둘째치고 너라도 사람 노릇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앞으로 너의 일
육성일은 순간 얼어붙었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방 안의 분위기마저 얼음장으로 만들 것 같았다.육지율의 눈이 시뻘게졌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 손자예요. 원수가 아니에요. 하루 종일 이렇게 몰아붙이면 기분이 좋으세요?”육성일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형의 죽음 때문에 이렇게 의기소침한 거라면 너 육지율 정말 못난 놈이라고밖에 말 못 하겠네!”그러자 육지율도 바로 대꾸했다.“네, 제가 나쁜 놈이에요. 인정해요. 저 겁쟁이야, 그래서 내 아이도 겁쟁이일 거예요. 할아버지가 나를 키우지 못한 것처럼 내 자식도 키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몰아붙이지 마세요!”말투는 잔뜩 화가 나 있다.찰싹!육성일은 손으로 육지율 왼쪽 뺨을 세게 때렸다.육지율은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얼굴을 숙인 채 혀끝을 뺨에 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형은 뭐든 다 잘하죠. 할아버지 말을 너무 잘 들어서 탈이에요. 하지만 나는 육지운이 아니에요. 저는 육지율이라고요.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육성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내가 걸었던 길을 가기 싫으면 너 스스로 새길 개척해서 보여줘. 지금처럼 일하지 않고 매일 빈둥빈둥 놀지만 말고. 계속 그러면 너도 더 이상 육씨 성을 가질 생각하지 말고! 그때는 와이프도 미처 챙겨주지 못할 거야!”육성일이 온 힘을 실어 때린 따귀에 육지율은 입안에 희미하게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는 혀끝으로 피를 핥았다.“앞으로 밖에서 일할 때 두 번 다시 육씨 가문의 이름을 쓰지 않을게요. 할아버지 불편하지 않도록 손자라는 것도 얘기하지 않을게요.”육지율은 냉랭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래, 어디 말한 대로 하나 보자!”육지율은 고개를 숙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못하면 할아버지의 개가 되겠습니다.”육지율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입술을 달
“아버님, 지율이도 이제 서른 살이에요. 자꾸 이렇게 때리시면 더욱 엇나가려 할 거예요. 그러다가 원수가 되면 어떻게 해요. 친손자에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지난 1년 동안 육지율이 본가로 돌아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이것은 사람을 원망하게 만든 결과이다.육성일이 한숨을 내쉬었다.“때리지 않으면 엇나가지 않을 줄 알았어? 아예 생각의 싹을 잘라버릴 거야. 육씨 집안이 없으면 그 자식은 아무것도 아니야.”“지율이는 그의 형과 달라요. 정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육씨 집안이 녀석의 뒷바라지를 못 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핍박하세요? 증손자를 원하시면 남초윤에게 잘 말씀하세요.”“중손을 안고 싶다고요? 흥, 그래 말 한마디 맞게 한 것은 있지. 그 꼬락서니 좀 봐, 태어난 아이가 그 자식보다 더 나쁠 거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계속 밑 빠진 독을 붙잡고 있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본인이 더 잘 알 거야.”강란희는 한숨을 내쉬었다.“남초윤은 집안 배경이 평범하지만 그래도 효도하는 편이에요. 아이를 낳는 것은 제가 다시 얘기해 볼게요.”육성일은 피식 웃었다.“처음에 화가 나서 배경도 없고 백도 없는 사람을 골랐잖아. 그럼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알아야지. 3년 동안 내버려 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불효자식을 봐준 거야. 그 녀석이 스스로 선택한 거야. 그럼 알아서 자기 와이프를 보호해야지.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없는 거야!”...소정 별장에 도착한 육지율의 몸에서는 약간의 술 냄새가 났다.남초윤은 노트북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 원고를 쓰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다가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를 발견했다.최대한 그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애쓰며 한눈팔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 육지율에게 잡혔다.남자는 그녀의 팔을 잡더니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서재에 숨어서 김성혁과 바람피우고 있는 거야?”남초윤은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누가 몰래 바람을 피웠다고 그래요? 단어 선택에 주의하세
부부의무...육지율의 입에서 나온 네 글자가 왜 이렇게 풍자적으로 들릴까?결혼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저녁에 집에 안 들어온 시간이 2년까지는 아니더라도 1년 반은 훌쩍 넘을 것이다.지금 남초윤은 이혼하고 싶다. 그런데 그는 그녀에게 부부의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육지율은 남초윤의 집안에 계속해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 물론 이 돈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서로 스무 번 하자고 약속했으니 몸으로라도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약속은 결국 약속이다. 어떤 독한 말도 할 수 있다.정말 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컴퓨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화면이 깨졌다.남초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내 노트북...!”“내일 새로 사줄게.”남초윤이 무슨 말을 더하려 할 때, 온몸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육지율은 이미 그녀가 입고 있던 홈웨어를 찢어버렸다.그녀가 일어나 앉으려고 몸부림치자 육지율은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다시 침대 위로 밀었다.동시에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키스가 이어졌다.처음에 두 사람 모두 눈을 감고 이 키스를 즐기지 않았다.남초윤은 취기 어린 눈으로 물든 육지율의 눈과 마주쳤다. 평소의 경망한 눈빛과 달리 한없이 그윽해 보였다.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느낀 육지율은 동작을 멈추었다.입술을 살짝 떼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싫어요?”남초윤은 주먹을 꼭 쥐었다.“스무 번 다 하면 이혼합의서에 서명할 거예요?”그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큰 손에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그렇게 이혼을 원하는 거예요? 육씨 집안에서 눈치를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래도 남씨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못해요?”남재원은 걸핏하면 그녀를 거칠게 대했다.육씨 집안 어른들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바로 앞에서 그녀에게 폭언하지 않는다. 집안 어른들이 가끔 안 좋은 기색을 내비치면 그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두둔했다.게다가 그들은 확실히 본가에 별로 가지 않았다.소정 별장에서 아주 자유롭게
남초윤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빨리 뛰었다. 결국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흐린 빛 속에서 눈빛이 반짝였다. 누가 먼저 신중함을 포기했는지 알 수 없다. 잠시 멈추었던 입술이 다시 엉켰다.진한 키스 속에 남초윤은 타락한 듯 눈을 감았다.분위기를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남초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침대맡에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으려 했다. 육지율은 오늘 밤 본전을 뽑으려고 결심한 듯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시 원위치로 옮겼다. 손길은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하지만 치명적이다.휴대폰 벨 소리가 얼마나 오래 울렸는지는 모르지만 이 소리는 다른 소리를 감추는 도구로 변했다.그 후, 분위기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다음날 오전.남초윤은 편집장이 와서 임무를 지시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오전 내내 멍하니 있었다.“남초윤 씨, 지난번 경제신문용으로 동진의 김 사장을 인터뷰했던 건이요. 김 대표가 남초윤 씨에 대한 인상이 좋은지 방금 다시 약속을 잡았어요. 꼭 남초윤 씨가 와서 인터뷰해달라고 하네요.”순간 정신을 차린 남초윤은 완곡하게 거절했다.“하지만 아직 편집하지 못한 인터뷰 원고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제가 주로 하는 것은 예능이라 경제신문과 과학 쪽은 류진이가 잘해요. 류진아, 네가 해.”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 류진이 손을 들었다.“편집장님, 동진의 김 대표 인터뷰는 제가 할게요. 좀 이따 제가 동진에 연락하겠습니다. 초윤 언니, 김 대표님 비서의 연락처 좀 부탁해요.”남초윤이 마침 승낙하려고 할 때 편집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남초윤에게 말했다.“김 대표와 예능 신문 만들면 되잖아요. 머리가 왜 이렇게 안 돌아가요? 누가 지루한 집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요. 예능 기사를 쓰면 되죠. 이참에 김 대표님께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지 물어도 보고요.”남초윤은 거절하려고 일어섰다.하지만 편집장은 한 마디만 남기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이렇게 하기로 한 거예요. 이미 동진에게 간다고 답장을 보냈으니 괜히 바람맞히면 안 돼요!”남초윤은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