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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손이 떨렸다. 만년필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큰 결심을 한 후 서명란에 드디어 사인했다.

이 서명을 한순간 더는 되돌릴 길이 없다.

강이찬이 다시 고개를 들자 눈꼬리가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

심미경은 별말 없이 과감하게 이혼 합의서 중 하나를 가져갔다.

심지어 웃으며 말했다.

“사인했으니까 강 사장님 언제 시간 되실까요? 가정 법원에 서류 제출하러 가야 될 것 같은데 오늘 시간 있나요?”

강이찬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한마디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대제주시에서 있을 거예요? 아니면 원주 고향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혼 합의서를 가방에 쑤셔 넣은 심미경은 사실대로 말했다.

“엄마 말이 맞았어요. 떠난 사람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었어요. 대제주시와 원주는 나와 맞지 않아요. 전에 준 4천만 원, 엄마가 다시 보내줬어요. 이 돈으로 대선국에 가서 1년 더 전공을 공부할 계획이에요.”

“4천만 원으로 되겠어요? 대선국은 소비가 꽤 센 편인데 돈이 부족하면...”

“강이찬 씨, 이찬 씨의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요?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이찬 씨는 한번도 나에게 신경 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 필요 없어졌을 때 오히려 이런 행동을 하고 있고요. 내가 못 된 것일까요? 아니면 이찬 씨가 잘못한 것일까요?”

강이찬은 실소를 터뜨렸다.

“이제 그럴 기회조차 없잖아요. 아니에요?”

강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떠나려 했다.

그러자 강이찬이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요.”

심미경은 거절했다.

“아니요. 어차피 얼마 후에 가정 법원에서 만나야 하잖아요. 우리 사이가 완전히 끝나는 날 그때 데려다줘요.”

“그래요.”

“가정 법원도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비자가 나오면 바로 대제주시를 떠날 거라.”

강이찬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지만 얼굴은 최대한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심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 수속을 마친 뒤 회사를 떠났다.

차에 오른 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후 시동을 걸었다.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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