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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심미경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치맛자락을 들고 비틀거리며 뛰어나갔다.

강이찬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고 눈시울은 시뻘게졌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딸가닥’ 소리를 내며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심미경과 완전히 끝났다.

마당에서 한창 음식을 먹던 남초윤이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하얀 그림자가 산장 뒤뜰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 저 사람 신부 아니야? 왜 도망가는 거지?”

조유진도 얼떨떨한 얼굴로 남초윤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로 심미경이 뛰어가고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남초윤은 잔뜩 호기심이 생겼다.

“강이찬이 또 무슨 짓을 했기에 심미경이 결혼식 날 도망가게 만들어?”

결혼식 참석 하객들이 모여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을 때 신랑 측 비서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오늘 결혼식에 문제가 생겨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예정대로 마련될 것이니 마음껏 드시고 즐기다가 가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

흰색 벤츠 한 대가 미친 듯이 부경 산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차 안에 있는 심미경은 운전대를 꽉 잡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눈물이 시야를 가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혼자 있는 차 안에서 그녀는 큰 소리로 통곡했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고 지난번 교통사고 이후로 함부로 운전대를 잡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흰색 벤츠는 마치 거침없는 맹수처럼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뒤에 검은색 벤틀리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리며 쫓아왔다.

강이찬의 차였다.

휴대전화는 계속 울렸지만 그녀는 받을 생각이 없었다.

부경 산장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가끔 길에 화물을 운반하여 산으로 올라가는 대형 화물차가 오가고 있었다.

흰색 벤츠가 코너를 도는 순간 큰 트럭과 마주쳤고 날카로운 경적이 조용한 산길에 울려 퍼졌다.

끼익!

곧이어 급정거하는 소리와 함께 바퀴가 바닥에 마찰되며 검은색 타이어 자국을 몇 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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