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분위기에 우아한 신사의 풍격도 느껴졌다.하지만 조유진은 배현수가 “우아한 신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반대로 배현수는 뼛속까지 야만적이고, 집착이 심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날카롭고 결단력 있으며 강력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걸 가차 없이 빼앗는 사람이다.조유진은 배현수가 오늘날의 성취를 이룬 것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배현수는 야망이 크고 이 피가 난무하는 비즈니스계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야옹~”몸집이 크고 통통한 주황색 고양이 한 마리가 높은 책장에서 뛰어내려 조유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그녀는 주황색 고양이가 낯이 익다는 것을 깨달았다,“예삐야?”조유진이 몸을 웅크리고 앉자 예삐는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6년 동안 못 봤는데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예전에는 날씬했는데 왜 이렇게 뚱뚱해졌어?”역시 부자 손에서 자란 덕분에 마른 주황색 고양이였던 예삐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아우를 풍겼다.이 엄청난 풍요로움은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이 주황색 고양이는 6 년 전 조유진이 공원에서 주운 고양이인데, 그때는 아주 작았고 주인에게 버림받아 조유진은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어 배현수와 함께 이 새끼 고양이를 데려갔었다.조유진과 배현수는 둘 다 고양이가 너무 이쁘게 생겼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예삐라고 지었다.배현수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서재에서 내려왔을 때 조유진은 고양이와 장난치고 있었다.조유진과 예삐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6년 전처럼 여전히 친한 사이였다.잠시 동안 배현수는 마치 6년 동안 함께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조유진은 아쉬운 듯 말했다.“아직 기르고 있을 줄 몰랐어요. 난 대표님이... 예삐를 다른 사람한테 보냈을 줄 알았어요.”“육지율이 나 대신 3 년 동안 데리고 있었고, 내가 밖에 나와서 예삐를 집으로 데려왔어. 처음엔 예삐가 나를 낯설어해서 내가 많이 긁혔어.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보낼까 생각도 했는데 너무 못생겨서 가지겠다는
누가 나이트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원할까?다 돈이 필요한 탓이다.조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대표님 잊으셨어요? 대표님 때문에 저는 직장을 잃었어요. 지금 업계의 어떤 회사도 감히 저를 원하지 않아요. 저는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다면 내일 당장 굶어 죽을 거예요.”배현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은 당황한 듯했다.한 달 전, 그는 방송국에 조유진을 해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러면 그녀가 강이찬을 통해서라도 자신에게 와서 애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유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방송국을 떠난 다음 다른 일자리를 찾으러 갔고, 사방에서 거절당해도 그에게 애원하지 않았다.“조유진, 나한테 애원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대표님한테 애원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제가 대표님한테 저를 용서해 달라고 빌면 대표님이 저를 바로 용서할까요?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걸 당할 만하고 받아들일 거예요. 다만 대표님께 제 마지막 희망을 끊지 말아 달라고 간청할 뿐입니다.”선유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녀는 이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지금은 선유의 수술비가 충분하지 않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배현수는 한참 말이 없자 조유진은 배현수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배현수가 갑자기 말했다.“내일 이력서를 가지고 SY 부동산 영업팀에 가서 등록해.”조유진은 배현수가 자신에게 일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서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무려 SY 부동산이다.마침내 그녀의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감사합니다, 대표님.”배현수는 멈칫했다.조유진은 신준우를 보면서 다정하게 미소 지으면서 배현수에게는 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난 후 그녀가 그에게 미소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배현수가 그녀에게 일자리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진실된 미소를 짓는다고?“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넌 분양사무실에 가서 집을 팔아야 해.
남초윤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배현수와 난 평범한 이별을 한 게 아니잖아. 난 배현수가 가해자라고 직접 증언했고 내가 그 사람을 3 년 동안 감옥에 보낸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은 감옥 안에서 다른 사람한테 심장을 찔려 거의 죽을 뻔했어. 배씨 부인은 누구라도 될 수 있지만, 오직 나만은 이번 생에서 글렀어.”조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고 눈가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남초윤은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6년 전의 일이 없었더라면 너와 배현수는 아마 이미 아이를 여러 명 낳았을 거야! 다 그 늙은 괴물 조범 때문이잖아, 왜 이렇게 잔인한 거야! 그나저나 선유가 도움이 필요할 때 왜 나한테 돈 빌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그래도 난 선유의 대모니까 내가 돈을 내야지!”“너도 지출이 꽤 많은데, 나한테 돈 빌려주면 너 가방 살 돈은 있니?”“곧 월급 나올 거야! 게다가 내가 가방을 자주 사는 것도 아니잖아. 선유가 수술하는 건 큰일이라고.”조유진은 남초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배현수가 이미 SY에서 일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부동산을 팔면 기본 월급에 보너스도 붙을 거야. 내가 잘하면 곧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네 돈은 너 비상시를 대비해 적금 들어놔. 그리고 이번에 네가 도와준다고 해도 다음에는 도와주기 힘들 거야. 내가 예전에 너한테 빌린 돈도 적지 않았잖아? 만약 나한테 선유를 부양할 능력도 없다면 내가 왜 애를 배현수한테 보내지 않겠어?”“선유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어? 어휴... 근데 너네 둘은 정말, 넌 배현수의 애를 키우고 있고, 배현수는 아직도 네 고양이를 키우고 있잖아. 도대체 둘이 무슨 생각이야?”“배현수가 예삐를 다른 사람한테 보내려고 했는데 너무 못생겨서 누구도 원하지 않았대.”남초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이봐요 아가씨, 넌 그런 헛소리를 믿어?! 그건 배현수가 키운 고양이라고, 아무리 못생겨도 가지려는 사람이 있을 거야!”“... 아마도 예삐를 버릴 수 없기
“내일이요?”조유진은 내일 SY 부동산에 가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네, 혹시 유진 씨... 와서 배웅해 주실 수 있나요? 전 대제주시에 친구가 많지 않은데, 유진 씨는 몇 안 되는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예요.”신준우의 말투에는 간곡함이 묻어났다.어쨌든 신준우는 자신과 선유의 은인이었고, 지난 3년 동안 선유가 열이 나거나 감기에 걸릴 때마다 신준우가 도와줬었다. 조유진은 이를 악물고 동의했다.“알았어요. 내일 갈게요. 몇 시 비행기예요?”“아침 10시요.”그러면 그녀는 조금 늦게 SY 부동산에 등록하러 가야 한다.전화를 끊은 후 남초윤은 의심했다.“신 선생님은 왜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전출된 거지?”“나도 잘 모르겠어. 두 병원에서 서로 협상한 거 아닐까?”“그럴 리가. 어느 병원에서 젊고 실력 좋은 의사를 다른 곳으로 보내겠어. 너무 이상해... 신 선생님 혹시 누구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니겠지?”S시도 대도시이지만 그 병원은 대제주시 제일 병원보다 훨씬 못하다.조유진은 갑자기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재빨리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신 선생님은 평소에도 부드럽고 착하셔서 누구에게도 기분을 상하게 할 분이 아니야.”...하얀 승합차 안.송인아가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휴대전화에 은행 메시지가 떴다.[안녕하세요 존경하는 고객님, 14:23에 끝 번호 6798의 은행 카드에 200,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2억 원?조유진이 돈을 돌려준 걸까?송인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이 여자가 무슨 정말 수로 은행 카드 번호를 알아낸 거야!옆에 있던 매니저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인아야, 왜 그래?”“언니, 내가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던 조유진에 대해 알아봤어? 그 여자 출신이 정확히 어떻게 돼?”“알아봤지만 너 공연해야 하는데 기분에 영향을 줄까 봐 말하지 않았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얘기하는 게 어때?” 송인아는 성격이 급한 사람인데 어떻게 기다릴 수 있을까.“지금 당
조유진은 종이봉투를 들고 재빨리 달려가 손에 든 것을 신준우에게 건넸다.“신 선생님, 제가 늦은 건 아니죠? 길 가실 때 드시라고 제가 만든 작은 비스킷을 준비했어요. 제가 값비싼 선물을 드릴 수 없으니 이건 작은 감사의 표시로 받아주세요.”신준우는 비스킷이 들어있는 봉지를 받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진 씨가 배웅하러 와줘서 너무 기뻐요. 유진 씨가 만든 비스킷은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언제 다시 대제주시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유진 씨가 만든 비스킷을 먹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워요.”조유진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나중에 제가 만든 비스킷이 먹고 싶으면 전화하세요. 제가 만들어서 진공포장하고 택배로 보내드릴게요.”신준우는 감동한 나머지 손을 뻗어 조유진을 안았다.“유진 씨는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조유진은 깜짝 놀라 서둘러 그를 밀어냈다.“신 선생님, 3년 동안 선유가 아플 때마다 도와주셨잖아요.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전하게 가시길 바라고 거기서도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유진 씨,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제가 S시에 정착해서 유진 씨와 선유에게 집을 줄 수 있다면... 선유를 데리고 S시로 올 의향이 있어요?”대제주시를 떠나라고?조유진은 진심으로 어머니와 선유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이미 배현수에게 티켓을 압수당한 데다가 대제주시를 떠나는 배마저 잡혀 있는 상태였다.“신 선생님, 전 선생님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에게는 혼자 생활하기 힘드신 어머니가 계시고 제가 보살펴야 하는 6살짜리 딸도 있어요. 저는 신경 써야 할 가족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한테 안 어울려요.”“좋아하는데 어울리고 안 어울리는 게 어디 있어요. 제가 좋아하면 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유진 씨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요?”조유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제가 이런 상황인데, 제가 감히 어떻게 마음에 들지 않을 자격이 있겠어요.”조유진의 휴대전화
서정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조유진 씨는... 아직 안 온 것 같습니다!”그렇게 말한 서정호는 조심스럽게 배현수의 표정을 살폈다.배현수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았다.“출근 첫날에 지각하다니, 누가 조유진에게 그런 특권을 준 거야?”“오늘 길이 막혀서 그런가 봐요!” 서정호는 조유진 대신 변명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배현수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대제주시의 지하철이 막힌다고?”“...”서정호는 배현수의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지금은 왔을지도 몰라요. 대표님, 제가 다시 영업부에 가볼까요?”갑자기 배현수의 휴대전화에 카카오톡 메시지가 몇 개 떴다.송인아가 보낸 것이었다.“대표님, 제가 방금 해성시에 공연하러 가려고 공항에 왔는데 우연히 조유진을 마주쳤어요. 그런데 왜 어떤 남자랑 껴안고 있는 거죠?”송인아는 여러 장의 사진을 보냈다.사진 속 조유진과 한 남성이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듯 포옹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신준우였다.배현수는 신준우가 오늘 S시 병원으로 부임하기 위해 떠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서정호는 배현수의 표정을 살폈다. 배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대표님?”배현수는 휴대전화를 옆으로 던졌고 그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됐어. 영업팀에게 말해. 조유진이 앞으로 30분 안에 출근을 하지 않으면 입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30분, 배현수가 가진 전부의 인내심이다.“알겠습니다. 지금 가서 말하겠습니다.”...조유진은 서둘러 SY 부동산 영업팀으로 향했고 너무 급하게 와서 숨을 헐떡였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10시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오는 길에 차가 막히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11시까지 회사에 도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서정호는 영업팀 입구에 서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드디어 조유진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조유진 씨, 드디어 오셨군요! 배 대표님이 화내실 뻔했어요!”“벌써 알고 계세요?”서정호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진 팀장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유진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조유진은 겸허히 받아들였다.“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앞으로는 일찍 도착할게요.”진 팀장은 조유진을 살피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조유진 씨, 혹시 서 비서님의 친척인가요? 영업팀 일반 직원들 중에 서 비서님이 직접 추천해서 온 직원은 본 적이 없어요.”이건 무슨 뜻일까, 그녀와 서 비서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캐묻는 건가?조유진은 당황한 척했다.“서 비서님과 저는 아는 사이인 건 맞지만 친척은 아니고 같은 학교 출신이에요!”조유진은 거짓말했다.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직장에서 발생하는 일은 모두 눈치 싸움이다. 배경이 없으면 동료와 상사들이 괴롭힐 것이고, 그렇다고 배경이 너무 강하면 뒤에서 험담할 것이다. 약간의 배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장 합리적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괴롭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외시키지도 않을 것이다.“그렇군요. 나는 유진 씨가 1호 빌딩 대표님의 친척인 줄 알았어요. 조금 전까지 유진 씨에게 어떤 태도로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1호 빌딩에 계신가요?”진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그렇죠. 우리 같은 말단 직원들은 1호 빌딩과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아요. 저희 영업팀에서는 서 비서님 같은 분들을 6개월에도 한 번 만나지 못합니다. 배 대표님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조유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현수를 자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다.배현수를 볼 때마다 그녀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렀고 극도의 압박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우리 영업팀은 분양사무실에 가서 고객을 접대해야 하고 관심 있는 고객이 있으면 일주일 연속 회사를 떠나 고객을 데리고 집을 보러 다녀야 해서 엄청 피곤해요. 유진 씨 보기에는 너무 말랐는데 이런 고생 할 수 있겠어요?”“네!”“에너지가 좋네요. 유지하세요.” ...조유진이 출근한 첫날, 선임은 그녀를 데리고 전체 업무 내
조유진은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어르신, 55평짜리를 보셔도 됩니다. 55평짜리는 대저택이라 전용면적이 아주 넓습니다. 조금 전에 보신 90평짜리는 사실 대형 복층이라 층과 층 사이가 6미터나 됩니다. 2층으로 가시려면 계단을 오르셔야 하는데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계시고 거동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90평짜리는 어르신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어르신은 조유진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보았다.“젊은이가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아주 섬세하군.”조유진은 의젓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 어르신, 집을 마련하는 것은 큰일이잖습니까? 많이 둘러보셔야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그렇게 어르신은 몇 분을 더 둘러보았다.조유진은 어르신께 물 한 컵을 따라주었다.“어르신,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엄 씨일세. 젊은이는?”조유진은 자신의 명찰을 보여주면서 말했다.“저는 조유진이라고 합니다.”어르신은 그녀의 명찰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조유진이라, 그러면 유진 씨, 계약서를 쓰도록 합시다.”조유진은 놀라면서 물었다.“어르신, 더 보지 않으셔도 되겠어요?”“안 봐도 돼. 55평짜리로 하지.”조유진은 몇초간 멈칫하더니 그에게 소개했다.“어르신, 5동, 6동 모두 55평인데 몇 동 몇 층을 선호하시나요?”“젊은이는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아?”어르신은 이미 조유진을 믿고 있는 듯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6동 13층이 좋을 것 같습니다. 6, 13이 모두 좋은 숫자이지 않습니까.”어르신은 의아한 듯 물었다.“왜 6동 6층은 아니고? 육이 좋은 숫자잖아?”“어르신께서 도덕경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으며 만물은 음을 등지고 양을 껴안아, 기를 격동시켜 화기를 이룬다고 하였습니다.”‘이 젊은이가 아주 흥미롭군.’어르신은 웃었다.“그러면 왜 3층은 추천 안 했지? 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