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팀장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유진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조유진은 겸허히 받아들였다.“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앞으로는 일찍 도착할게요.”진 팀장은 조유진을 살피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조유진 씨, 혹시 서 비서님의 친척인가요? 영업팀 일반 직원들 중에 서 비서님이 직접 추천해서 온 직원은 본 적이 없어요.”이건 무슨 뜻일까, 그녀와 서 비서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캐묻는 건가?조유진은 당황한 척했다.“서 비서님과 저는 아는 사이인 건 맞지만 친척은 아니고 같은 학교 출신이에요!”조유진은 거짓말했다.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직장에서 발생하는 일은 모두 눈치 싸움이다. 배경이 없으면 동료와 상사들이 괴롭힐 것이고, 그렇다고 배경이 너무 강하면 뒤에서 험담할 것이다. 약간의 배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가장 합리적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괴롭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외시키지도 않을 것이다.“그렇군요. 나는 유진 씨가 1호 빌딩 대표님의 친척인 줄 알았어요. 조금 전까지 유진 씨에게 어떤 태도로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1호 빌딩에 계신가요?”진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그렇죠. 우리 같은 말단 직원들은 1호 빌딩과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아요. 저희 영업팀에서는 서 비서님 같은 분들을 6개월에도 한 번 만나지 못합니다. 배 대표님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조유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배현수를 자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다.배현수를 볼 때마다 그녀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렀고 극도의 압박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우리 영업팀은 분양사무실에 가서 고객을 접대해야 하고 관심 있는 고객이 있으면 일주일 연속 회사를 떠나 고객을 데리고 집을 보러 다녀야 해서 엄청 피곤해요. 유진 씨 보기에는 너무 말랐는데 이런 고생 할 수 있겠어요?”“네!”“에너지가 좋네요. 유지하세요.” ...조유진이 출근한 첫날, 선임은 그녀를 데리고 전체 업무 내
조유진은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어르신, 55평짜리를 보셔도 됩니다. 55평짜리는 대저택이라 전용면적이 아주 넓습니다. 조금 전에 보신 90평짜리는 사실 대형 복층이라 층과 층 사이가 6미터나 됩니다. 2층으로 가시려면 계단을 오르셔야 하는데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계시고 거동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90평짜리는 어르신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어르신은 조유진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보았다.“젊은이가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아주 섬세하군.”조유진은 의젓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 어르신, 집을 마련하는 것은 큰일이잖습니까? 많이 둘러보셔야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그렇게 어르신은 몇 분을 더 둘러보았다.조유진은 어르신께 물 한 컵을 따라주었다.“어르신,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엄 씨일세. 젊은이는?”조유진은 자신의 명찰을 보여주면서 말했다.“저는 조유진이라고 합니다.”어르신은 그녀의 명찰을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조유진이라, 그러면 유진 씨, 계약서를 쓰도록 합시다.”조유진은 놀라면서 물었다.“어르신, 더 보지 않으셔도 되겠어요?”“안 봐도 돼. 55평짜리로 하지.”조유진은 몇초간 멈칫하더니 그에게 소개했다.“어르신, 5동, 6동 모두 55평인데 몇 동 몇 층을 선호하시나요?”“젊은이는 어떤 것이 좋을 것 같아?”어르신은 이미 조유진을 믿고 있는 듯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6동 13층이 좋을 것 같습니다. 6, 13이 모두 좋은 숫자이지 않습니까.”어르신은 의아한 듯 물었다.“왜 6동 6층은 아니고? 육이 좋은 숫자잖아?”“어르신께서 도덕경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으며 만물은 음을 등지고 양을 껴안아, 기를 격동시켜 화기를 이룬다고 하였습니다.”‘이 젊은이가 아주 흥미롭군.’어르신은 웃었다.“그러면 왜 3층은 추천 안 했지? 셋은
조유진이 배현수의 사무실에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산성 아파트와는 다른 느낌이었다.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다.뚫린 한쪽 벽면은 환하게 통유리로 만들어져 깔끔하고 채광도 좋았다.하지만... 이 남자의 안색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조유진은 에어컨 차가운 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대표님, 저를 찾으셨습니까?”“오늘 왜 지각했어?”배현수는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고 조유진은 서 있었다.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녀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위압감이 있었다.배현수는 신준우가 그녀의 남자친구인 줄 알고 이 관계를 끝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만약 오늘 아침 신준우를 공항에 데려다주느라고 지각한 줄 알면 발끈할 것이 뻔했다.조유진은 애써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힘겹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흥분한 나머지 실면을 해서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그녀의 거짓말은 빈틈없이 완벽했다.심지어 얼굴도 붉어지지 않고 심장도 두근거리지 않았다.배현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질문했다.“그래? 분신술도 할 줄 아나 봐? 한 명은 집에서 자고 한 명은 공항에 가서 남자를 바래다주고.”“…”조유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배현수는 그녀의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신준우와 공항에서 포옹하는 사진이었다.조유진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어, 어떻게 이 사진을 가지고 계세요? 혹시 미행하라고 사람이라도 붙이셨어요?”“오해하지 마! 내가 그렇게 관심이 가는 정도는 아니니까.”그녀를 속일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조유진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솔직하게 말했다.“신 선생님을 배웅하러 간 거 맞아요. 전에 저를 도와주셨기 때문에 출장을 간다고 하시길래 친구로서 배웅하러 간 것뿐이예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배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무슨 도움을 주었는데? 남녀 사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조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셋... 은은하게 아름다운 가슴골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다 입고 있던 셔츠가 바닥에 떨어졌다.속옷만 입고 있는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감쌌다.마치 벌거벗은 채로 배현수의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자존심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조유진은 울먹이면서 말했다.“계속... 벗을까요?”촉촉한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이 도도한 남자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갑자기 팔이 아파 났다.배현수는 그녀를 가슴에 와락 안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맞춤하면서 휴게실로 밀고 들어갔다.이 두 사람의 발걸음은 어딘가 어수선해 보였다.휴게실로 들어간 배현수는 문을 닫더니 그녀가 유일하게 입고 있던 속옷을 집어 던졌다.그리고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꽉 깨물었다.“조유진, 다음에 또 거짓말하면 오늘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조유진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다.……배현수는 넥타이로 그녀의 손을 묶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그렇게 한 시간 동안 마음껏... 그녀에게 견디기 힘들었던 상황이 드디어 끝나고 말았다.배현수가 샤워하러 간 사이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았던 조유진은 카펫 위에 벗겨진 옷을 챙겨입고 사무실을 벗어났다.문을 열고 나갔을 때 마침 강이찬과 강이진을 마주치고 말았다.강이진은 이곳에서 조유진을 만날 줄 몰랐기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조유진은 당황한 나머지 강이찬을 향해 고개를 끄덕하며 간단히 인사하고 신속히 빠져나갔다.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강이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리둥절했다.“왜 이곳에 있대?”“유진 씨 SY그룹에서 일하기로 했어.”“뭐? 현수 오빠가 저 여자를 채용했다고?”강이진은 조유진의 걷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껴져 미간을 찌푸렸다.“뭐 보고 있어? 얼른 들어가자.”“오빠, 유진 씨 걷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아? 설마 현수 오빠 침대에서 방금 일어난 건 아니겠지?”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 강이찬은 차갑게 말했
강이진은 어이가 없었다.“오빠, 내 일에 신경 좀 써! 현수 오빠, 사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오빠한테 SY그룹에 데려와달라고 했어요. 혹시 SY그룹에 저한테 어울릴 만한 자리가 있을까요?”“어제저녁에 방금 귀국해서 이제 한국에 정착시키려고. 일은 급할 것도 없는데 집에서 컨디션이나 조절하면서 시차 적응하라고 했더니 바로 일 찾겠다고 고집부리는 거 있지. 배 대표, 이진이가 내 동생이긴 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으면 굳이 우리 사이를 봐서 알아볼 필요는 없어.”강이찬은 여동생을 SY그룹에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고집을 이길 수가 없었다.배현수가 강이진에게 물었다.“무엇을 전공했다고 했지?”“와튼 스쿨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어요. SY그룹에 저한테 어울릴 만한 자리가 많겠죠?”“그래, 기획팀과 영업팀에 다 갈 수 있긴 하지만 일반 직원부터 시작해야 해. 상관없다면 언제든지 입사해도 좋아.”배현수는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라 강이진이 강이찬의 여동생이라서 회사에 들여보내려는 것은 아니었다.강이진의 학력으로 SY 기획 부서와 판매 부서에 입사하기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강이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오빠, 내가 말했지? 현수 오빠가 동의할 거라고. 오빠처럼 생각이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주위 사람도 생각하는 대표님이야말로 대단한 거지!”상의를 마친 강이찬과 강이진은 배현수의 사무실에서 나왔다.강이찬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또 당부했다.“이진아, SY그룹에서 출근해도 되지만 꼭 겸손해야 해. 될수록 너와 나의 관계도 숨기고. 그래야 너나 나나 현수한테도 좋아.”“오빠, 내가 SY그룹에 출근하게 된 것을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오빠랑 현수 오빠 도와주러 온 거잖아. 근데 왜 이렇게 안 즐거워 보이지?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낙하산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내 학력으론 어떤 회사든 다 갈 수 있어.” “아무 회사나 다 갈 수 있는데 굳이 SY회사에 오지 않아도 되잖아. SY그룹은 경쟁도 심하고, 그리고 너는 외국에
조유진은 비록 평소에 사람들의 비위를 잘 맞췄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조 대리님, 제가 신입이긴 맞지만 엄 어르신은 저와 계약하려던 고객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제가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에 담당자를 바꾸면 어르신께서 이상하게 여기실 수도...”조유진은 상냥하게 조혁과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혁이 발끈하면서 말했다.“유진 씨, 신입이라고 해도 고객님께서 맘에 들어하는 것은 환우 부동산이지 유진 씨를 마음에 든 건 아니라는 것을 알잖아요? 아무나 고객님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유진 씨보다 경험도 많아 더 좋은 서비스를 드릴 수 있어요.”“조 대리님, 그래도 이건 제가 계약성사시킨 건데...”“계약서에 누구 이름이 적혀있으면 누구의 업적인 거예요. 계약서 절차는 다 밟았으니, 불만이 있으면 진우민 과장님께 말씀드리세요.”조유진은 직장생활에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방송국에서 일했을 때도 경험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업적을 빼앗긴 적은 처음이었다.이 대저택은 40억 원이라 조혁의 말대로 2%의 보너스라면 족히 8,000만 원은 되었다.‘8,000만 원이면 선유 수술 4번이나 할 수 있는데...’조유진은 SY그룹에 입사한 지 첫날이라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 8,000만 원으로 정말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우민 과장의 사무실로 향했다.조혁은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첫날부터 이렇게 막 나갈 거예요? 유진 씨, 제가 경고하는데, 사람은 겸손해야 해요.”진우민 사무실.“유진 씨, 무슨 일이에요?”“과장님, 제가 아까 환우 인터내셔널 분양 사무실에 갔는데요, 어떤 고객분께서 180평짜리 대저택을 매수하시겠다고 하셨고 고객님도 저와 계약을 맺겠다고 하셨습니다. 중도에 서 비서님께서 저를 찾는 바람에 조 대리님께서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잠깐 봐주셨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바
“진 과장님이요?”“네, 저희 진우민 과장님이요. 그러니까 어리석게 진 과장님한테 일러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 외삼촌인데 조카님을 외면하겠어요? 복수당하지 않게 조심해요!”조유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역시나 어딜 가든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해.’조유진이 풀이 죽어 있을 때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남초윤: 「SY에 입사한 첫날인데, 느낌이 어때?」조유진: 「별로야, 첫날부터 동료한테 업적을 뺏겼어.」남초윤: 「왜 참고만 있어?? 얼른 윗분께 보고해야지!」조유진: 「과장님이 그 사람 외삼촌이었어... 난 그것도 모르고 일렀지, 뭐야. 과장님은 내가 어리석다고 생각할 거야.」남초윤: 「이게 무슨 세계 500강 회사래? 소기업처럼 도리도 따지지 않고! 정말 저질이야! 」…온갖 욕을 퍼붓고 난 남초윤은 침대 메이트에게 조유진과의 대화 기록을 보내주었다.「지율 씨 회사 너무한 거 아니에요? 」5분쯤 지났을 때.육지율한테서 문자가 왔다.「헉! 유진 씨가 저희 회사에 출근하게 된 거예요?」남초윤은 어이가 없었다.「너무 한 거 아니에요? 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저희 회사는 이렇게 막무가내가 아니에요. 누가 정직원이 되기까지의 업적은 소용없다고 했어요?」남초윤은 조유진에게 누군지 물어본 후 내심 사심을 섞어 사실대로 말했다.「진우민 과장이라고 유진이 업적을 빼앗은 사람이 있어요.」…다음 날 아침, 진우민과 조혁 두 사람 모두 회사에서 잘리고 말았다.조혁은 정리한 짐을 들고 조유진을 지나치면서 언성을 높였다.“감히 윗분께 이를 생각을 해?”조유진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몰랐다.“대리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윗분께 이른 적이 없습니다. 해고되신 것은 평소에 적을 너무 많이 둔 탓에 누군가 뒤에서 뒤통수친 것이 틀림없습니다.”“모른 척하지 마!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서 비서님 내연녀 아니야?”조혁의 높은 언성에 전체 판매 부서 직원이 듣고 말았다.서정호는 이미 결혼하여 아내도 있는 사
조유진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사실대로 말했다.“제 식판을 엎었잖아요.”“그래서 뭐요, 고의적이면 또 어쩔 건데요? 당신과 같이 배은망덕한 사람은 꼴도 보기 싫어요! 그때 현수 오빠를 배신한 대가예요!”강이진은 배현수대신 억울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었다.하지만 정말 배현수대신 억울해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조유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조유진은 바닥에 엎질러진 식판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5,000원짜리 식비를 어떻게 갚을 건가요? 현금으로 갚을 건가요? 아니면 계좌이체 하실 건가요?”“조유진, 돌았어?”“강이진 씨 배상 안 할 거예요?”강이진은 웃기기만 했다.“그깟 식판 하나 엎어버렸을 뿐인데 뭘 배상까지?”“퍽!”조유진은 강이진이 들고 있던 식판을 힘껏 그녀의 얼굴에 부어버렸다.“야! 조유진, 뭐 하는 거야!”풀 메이크업을 받은 강이진의 얼굴은 국물 범벅이 되고말았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닦아보려고 했지만 야채며 기름이며 닦을수록 더 지저분했다.조유진은 차갑게 말했다.“강이진 씨, 제가 현수 씨한테 잘못한 건 맞는데 강이진 씨한테 잘못한 건 아니에요. 심지어 모르는 사이인데 왜 제 식판을 엎는 거예요?”“실수로 그랬다고! 이렇게까지...”“저도 실수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이진 씨.”조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식당을 벗어났다.홀로 우두커니 남겨진 강이진은 분하고 화가 치밀었다.식당에서 오가던 사람들은 얼굴에 야채며 밥알이 묻어있는 강이진의 모습에 시선이 가면서 웃기다고 생각했다.“조. 유. 진!”강이진은 화가 치밀어 이를 꽉 깨물고 주먹까지 꽉 쥐었다.…배가 고프지 않았던 조유진은 식당에서 강이진과 난리를 치고 나온 뒤로 더욱 식욕이 없었다.그녀는 점심 휴식 시간을 틈타 그룹 내부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했다.SY그룹의 크기는 어마어마했고 총 15동의 건물이 있었다. 저마다 계열사의 사무본부였다.마지막으로 1동에 도착했을 때 옆에 있는 높은 건물을 보더니 신세를 한탄했다.그녀와 배현수의 관계는 늘 나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