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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오늘 저녁, 김성혁이 돌아왔으니 환승할 곳을 찾았기에 더 이상 이혼도 두렵지 않다는 건가? 남씨 가문, 하... 지난 2년간 남씨 가문에 들어간 돈이 얼만데 차라리 지나가는 개나 줘버릴걸!

개를 키우면 뼈다귀 하나만 던져줘도 주인에게 고맙다고 꼬리를 흔드는데 남초윤은 오히려 눈을 치켜뜨며 대들고 있으니!

여기까지 생각한 육지율은 인상을 더 심하게 찌푸리며 발아래 액셀을 힘껏 밟았다.

육지율이 탄 컬리넌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쏜살같이 내달렸고 남초윤에게로 유턴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남초윤은 큰길에 서서 조유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조유진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차창을 천천히 내리더니 그 안에는 김성혁의 얼굴이 보였다.

“타. 집까지 바래다줄게.”

무슨 마음에서였을까? 몇 초 동안 망설이던 남초윤은 이내 별말 없이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그의 차에 올라탔다.

육지율이 그녀가 환승할 곳을 찾았다고 했듯이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혼이라도 하려고?

이혼하면 하는 거지 굳이 남초윤이 세 번째로 이혼하자는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매번 싸울 때마다 남초윤은 머리를 숙이고 육지율을 달랬다.

육지율은 어릴 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래서 거만하고 제멋대로이며 그 누구도 안중에 없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다.

그래서 남초윤이 그를 달래고 타이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다. 적시 적소에 항상 본인 분수에 맞게 그리고 필요할 때는 능글맞은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

호텔 로얄 스위트룸.

배현수의 입술이 하얀 그녀의 피부를 헤엄치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조유진은 두 손을 꼭 쥔 채 온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녀는 최대한 이 상황을 즐겨보려고 노력했지만 눈을 감자마자 안정희가 계단 아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던 모습이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날 안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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