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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

그들 사이의 오고 가는 말들은 당연히 강이찬의 마음을 더없이 아프게 했다.

그는 손에 든 술잔을 힘껏 움켜쥐었지만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따뜻한 음료가 저기에 있어.”

배현수가 조유진을 이끌고 따뜻한 음료를 가지러 가는 길에 엄명월과 우연히 마주쳤다.

엄명월은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먼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배 대표님, 대표님 얘기는 오래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배현수도 살짝 고개를 숙여 기본 예의만 갖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본 엄명월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진 씨도 있었네요. 보아하니 좋은 소식이 곧 들릴 것 같네요.”

조유진과 엄명월 모두 엄준의 수양딸이지만 두 사람이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다.

조유진은 말이 없는 성격이라 쉽게 누군가와 친해지지 못한다. 그녀는 엄명월을 향해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러나 사교성이 좋은 엄명월은 그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한 척 먼저 입을 열었다.

“유진 씨가 결혼하면 아버지가 무조건 축의금 두툼이 챙겨드릴 거예요. 두 사람 미리 축하드리고 꼭 백년해로하길 바랄게요.”

엄명월은 손에 든 샴페인을 들고 홀짝홀짝 마셨다.

배현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감사합니다.”

배현수의 대답에 조유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배현수는 생각보다 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조유진에게 마치 두 사람의 혼사가 곧 다가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배현수가 조유진을 이끌고 엄명월의 옆을 지나갈 때 엄명월은 일부러 조유진 어깨에 걸친 양복 코트를 슬쩍 끌어당겨 바닥에 떨어뜨렸고 재빨리 조유진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조유진 등 뒤의 태반이 엄명월의 눈에 들어왔다.

동전 한 닢 크기에 연청색 타원형의 태반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히 눈에 띄었다.

엄명월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코트를 줍고서는 먼지도 묻지 않은 코트를 예의상 두 번 턴 후 조유진에게 건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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