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조유진은 딸을 안고 두 눈이 촉촉이 젖은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범을 노려봤다.

“조범, 당신은 정말 짐승만도 못해!”

조유진은 쓰러진 선유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범이 옆에 있는 조수에게 말했다.

“조유진을 도망치게 하지 마. 유가네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어!”

“네, 제가 가서 아가씨를 막겠습니다.”

남초윤은 차를 조가네 별장 입구에 세워 두고 조유진을 기다렸다.

방금 전, 남초윤도 조유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조유진이 거절했다.

조유진은 어떤 난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체면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남초윤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돼지나 개만도 못한 조 시장 아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남초윤이 참지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조유진이 쓰러진 선유를 안고 대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조유진의 입가에는 피가 나 있었다.

“유진아, 입가에 피는 뭐야? 그 늙은이가 너를 때렸어?”

남초윤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물었다.

조유진은 얼굴이 따가운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유진은 선유를 안은 채 급하게 차에 앉으며 말했다.

“초윤아, 빨리 병원에 데려다줘. 우리 선유 쇼크가 온 것 같아!”

“알았어!”

차가 막 떠나려는데 조범의 조수 조문수가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차 앞을 가로막았다.

조문수는 뒷좌석의 창문을 두드렸고 허리를 굽혀 차 안의 조유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 아직 가시면 안 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경호원 중 한 명이 뒷좌석 차 문을 열어 조유진에게 이쪽으로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가씨, 내리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남초윤이 욕설을 퍼부었다.

“너무 심하잖아요! 우리가 조력자를 안 데려왔다고 괴롭히는 건가요? 제가 곧 대제주시로 가서 조력자를 찾아오죠!”

조범은 서주시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만큼 권력을 잡은 지 여러 해다.

조유진도 오늘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더 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초윤아, 먼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7화

    남초윤은 그제야 깨달았다.최근 조유진이 계속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찾았던 이유가 선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의사가 나가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선유도 깨어났다. 선유는 남초윤의 손을 잡아당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모, 우리 엄마는?”“엄마?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갔어. 곧 돌아올 거야.”선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믿지 않는 듯했다. "이모, 경찰 아저씨들과 같이 엄마 구하러 가면 안 돼? 외할아버지 너무 나빠. 우리 엄마를 괴롭힐까 봐 걱정돼.”남초윤은 속으로 조범도 나쁜 인간인데 유승태는 더 나쁜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남초윤은 선유의 작은 손을 톡톡 치며 말했다.“여기서 쉬고 있어. 이모가 밖에서 전화만 하고 올게. 선유 걱정하지 마. 이모가 지금 당장 경찰 불러서 엄마 구하러 갈게.”“고마워요, 이모.”남초윤은 병실 문을 닫고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강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의 배현수는 조유진을 너무 미워하고 있어서 조유진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강이찬은 인간적인 면이 있다.“여보세요. 강이찬 씨, 조유진이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유가네로 사과하러 갔어요. 지난번에 유승태 머리를 그렇게 박살 낸 것도 그렇고, 이번에 제 발로 알아서 유가네로 갔으니 유승태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전화기 너머의 강이찬은 운전 중이었다.“제 여동생이 오늘 막 대제주시로 돌아와서요. 방금 공항에서 픽업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조유진 그쪽은 제가...”남초윤은 강이찬도 도울 생각이 없을까 봐 바로 말을 이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드린 거예요. 조유진은 원래 친구도 몇 명 없는데 배현수 씨는 지금 조유진에 대한 원망때문에 조유진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조유진이 유승태 손아귀에 제 발로 들어갔으니 몸만 다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심각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요. 지금 유승태 집에서 조유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강이찬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8화

    “이진아, 그만해!”강이찬은 강이진의 휴대폰을 낚아채며 말했다.“현수야, 이진이가 헛소리하는 거야. 믿지 마. 지금 장난치는 거야, 난...”그런데 강이찬은 배현수를 속일 수 없다.“내가 말했지, 너 유진이 일에 다시는 끼어들지 말라고. 강이찬,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야?”배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강이찬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만약 이번에 강이찬이 간다면 배현수는 분노할 것이고 심지어 그들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갈 것이다.그러나 걱정이 앞선 강이찬은 참지 못하고 조유진 대신 설명했다.“현수야, 유진이가 유씨 집안에 사과하러 갔어. 지난번에는 유진이가 네 차를 타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우리가 구하러 가지 않으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어!”그러나 배현수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정했다.“그건 걔 일이야. 나랑 상관없고 너랑은 더 상관없어.”말이 끝나자마자 강이찬이 더 말하기도 전에 배현수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 있는 강이진은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거 봐, 현수 오빠는 오빠가 그 여자를 구하러 가는 거 허락하지 않을 거라니까! 오빠, 잊지 마. 6년 전에 조유진이 직접 현수 오빠를 감방에 보냈어! 오빠가 조유진을 도와주는 것은 현수 오빠랑 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야!”강이찬은 짜증이 났다.“이진아, 너 장난이 지나쳐!”그건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내가 무슨 장난을 친다고 그래. 오빠 평소에는 똑똑하면서 왜 매번 조유진이랑 연관된 일에서는 멍청해지는 거야! 현수 오빠가 조유진을 그렇게 증오하는데, 오빠가 조유진을 구하러 가면 현수 오빠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거랑 같지! 오빠 절대 가면 안 돼! 다른 사람은 다 가도 되는데 오빠만은 현수 오빠랑 가장 친한 친구로서 가면 안 돼!”강이진이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만약 강이찬이 배현수의 명령을 거역하고 조유진을 구하러 간다면 앞으로 그와 배현수의 사이에는 풀리지 않을 오해가 생길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의 마음속 응어리 같은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9화

    유씨 부인이 웃었다.“조 시장, 그렇게 화내지 마요. 유진이가 그래도 착해요. 잘못을 저지르고 오늘 이렇게 사과하러 왔잖아요. 잘못을 알고 뉘우치는 건 대단한 거예요.”조범은 즉시 재촉했다.“유진아, 너 얼른 사과 안 드려?”조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눈을 내리깔고 처음부터 끝까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유승태의 보복심은 강했다.“조 시장 아저씨, 보아하니 조씨 집안에서 우리 유씨 가문과 혼사를 맺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의가 없다니!”“유진이 얘가 고집이 세서 그래. 집에서 나한테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했어.”유승태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잘못을 안다고요? 왜 저는 느끼지 못했죠? 제 머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제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는데 의사가 중증 뇌진탕이래요. 잘못하면 후유증이 남는다고요. 의사 소견서만으로 쟤를 고의 상해죄로 고소할 수 있어요!”조범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낮은 목소리로 조유진에게 경고했다.“너 감방 가고 싶은 거야? 조유진, 잊지 마, 네 그 딸년 아직 네 돌봄이 필요해. 너 만약 오늘 혼사가 성사되지 않고 유씨 집안에서 너를 고소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면 내 탓 하지 마!”선유를 생각하자 조유진의 속눈썹이 떨렸다...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승태 도련님, 제가 어떻게 사과드리면 되겠어요?”유승태는 가볍게 웃었다.“유진 씨가 입을 열었으니 너무 어려운 요구는 하지 않을게요. 아주 쉬워요. 아까 차를 운전하고 들어오실 때 유씨 별장 옆에 있는 산 봤죠? 우리 집에서 그 산 위에 절을 만들었거든요. 계단으로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절을 하면서 부처님께서 잘못했다고 말해요.”조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조범은 난감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동의했다.“승태 군의 뜻이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죠. 유진아, 내가 너한테 말했었지. 말을 듣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너 이 자식, 고집이 너무 세!”조범의 비서 조문수도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어 낮은 목소리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0화

    조유진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흠뻑 젖었다.조유진은 여전히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하이힐은 그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조유진은 신고 있던 하이힐을 차버리고 철썩하고 흙탕물에 무릎 꿇었다.유승태는 자기 집 별장의 2층 베란다에서 아이스 샴페인을 마시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었다.한걸음에 절 한 번씩, 이렇게 산 정상까지 절하면서 가야 했다.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돌계단에 조유진의 무릎, 발바닥, 손바닥, 이마는 전부 까졌다.하지만 유승태는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베란다의 흰색 난간을 잡고 연극을 보듯 말했다.“유진 씨, 절만 하고 사과를 안 하면 부처님께서 어떻게 알겠어요? 혹시 아직도 마음속으로 인정 안 하는 거 아니에요?”조유진은 일어나서 한 계단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아무 감정이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6년 전에 배현수를 배신한 것이 잘못이었다.유승태는 웃으면서 손을 귓가에 대고 고개를 기울여 조롱하듯 말했다.“뭐라고요? 유진 씨, 크게 말해요! 안 들리잖아요. 부처님도 안 들리실 거예요!”“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를 3년 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더 높게 말해요!”“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조범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반항한 것이 잘못이었다.“머리를 너무 살짝 숙이는 거 아니에요? 부처님이 어떻게 유진 씨의 성의를 느끼겠어요?”조유진의 목구멍이 뜨거워 났다.그녀는 일어나서 힘껏 무릎을 꿇었다.“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와 사랑에 빠진 것이... 잘못이었다.이마가 돌계단에 힘껏 닿았다.빨간 피가 빗물에 섞여 연한 붉은 색을 띠었고 재빨리 빗물에 씻겨 나갔다.계단 몇 개를 올랐고 절을 몇 번 했는지, 이마의 피가 빗물과 함께 줄줄 흘러내려 조유진의 시야를 막았다.하얀 실루엣이 계단에서 흔들거렸다...일어나서 무릎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1화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소용 있나?”무겁고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에 조유진은 등이 한껏 뻣뻣해졌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눈물자국과 얼룩을 닦아내려고 애썼지만 이미 손바닥이 더러워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없었다.조유진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먼지보다 못하다고 느껴졌고, 배현수는 신 같이 높은 존재 같았다.비바람 속에서 엄숙한 기운의 검은 우산이 그녀의 작은 세상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조유진은 무릎을 꿇고 있고 배현수는 서 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을 꿇고 있던 조유진은 완전히 기절했다.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에 조유진은 튼실한 팔이 예전처럼 자신을 들어 안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 남자 품의 온도...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서주시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강이찬은 불안한 마음에 스위트룸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배현수가 의식을 잃은 조유진을 안고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유진이는 어때? 장 선생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배현수의 개인 주치의인 장서원은 이미 로열 스위트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수는 조유진을 안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문은 “달칵”하고 닫혔다.강이찬은 문밖에 남겨져 어리둥절해 있었다.마치 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조유진을 걱정해 주어도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래서 그는 문밖에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로얄 스위트룸 안에서.조유진의 몸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장서원은 조유진의 몸을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비를 맞고 이마까지 벗겨졌네요. 지금 열이 39도라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 바로 먹이시면 됩니다. 오늘 밤에 땀을 빼면 괜찮아질 것 같네요. 몸에 상처들은 약을 발라야 하는데 제가 할까요? 아니면...”“나가 있어요.”의사는 그의 말뜻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2화

    “조유진, 난 신 의사가 아니야.”배현수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있는 그 창백한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그의 등에 기대어 있는 조유진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현수 오빠잖아요... 잠깐만 안고 있을게요...”조유진은 어떻게 그를 착각할 수 있겠는가?그는 배현수다. 그녀가 6년 동안 그토록 사랑하면서 또 잊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조유진은 착각할 수 없다.잊을 수도 없다.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니까.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렸을 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다면 나중에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첫사랑만큼은 사랑하지 못해서 평생 첫사랑을 못 잊는다.조유진은 너무 추웠지만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그를 힘껏 껴안고 그의 몸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배현수는 그녀를 밀어낼 수 없었다.배현수는 눈을 감고 돌아서서 큰 손으로 그녀의 희고 가는 목덜미를 잡고 침대에 짓누르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왔다.그는 검고 차가운 두 눈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린 다음 머리를 숙여 그녀의 창백한 입술을 훔쳤다... 혀끝의 약을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약이 녹자 쓴 맛이 느껴졌다... 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입맞춤은 여전히 진행되었고 두 사람의 입술은 멈출 줄 모른 채 점점 더 격해졌다.배현수의 움직임은 부드럽지 않았다. 조유진은 정신이 혼미하고 아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큰 손이 다가와 다시 그녀를 짓눌렀다.배현수의 큰 손은 그녀의 부드럽고 가는 허리를 잡고 마치 부러뜨릴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신준우도 이렇게 널 만졌었어?”조유진은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아니면 배현수가 왜 이렇게 그녀를 만지겠는가?조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배현수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이 허망한 꿈속에서 더 많은 온기를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꿈이라고 생각한 조유진은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그녀는 배현수의 어깨를 잡고 아주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배현수는 손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3화

    “난 안 믿어! 그리고 형이 현수 오빠한테 약혼할 여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현수 오빠가 오늘 밤 서주에서 조유진을 보살피고 있으면 약혼할 여자는 괜찮대?”“현수는 송인아한테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할 뿐이야. 너 현수 어떤 앤지 몰라? 걔가 뭐 하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먼저 설명할 애니?”강이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 오빠, 나 졸려서 먼저 끊을게.”“일찍 자. 내가 내일 대 제주시에 돌아가면 현수랑 애들 불러서 네 환영식 해줄게.”“좋아!”...전화를 끊은 후 강이진은 불을 껐지만 잠이 안 와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얼마 전에 강이진은 배현수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송인아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싫어도 조유진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조유진 그 여자는 너무 나쁜 사람이다.다른 누구든지 배현수와 결혼해도 되지만 조유진만은 안 된다.조유진은 현수 오빠를 교도소에 보낸 사람이기도 하고 하마터면 그를 죽게 만들 뻔했다. 조유진이 바로 모든 일의 화근이다!강이진은 송인아의 연락처를 찾고 전화를 걸었다.“송인아 씨 맞나요? 저는 강이찬의 동생 강이진이예요.”“이진 씨군요. 무슨 일 있나요?”“송인아 씨가 뒤늦게 알고 기분 나빠할까 봐 알려주는 건데 현수 오빠 지금 서주에 있어요. 지금 호텔에서 조유진을 돌보고 있는데, 혹시 조유진이 누군지 알아요?”또 조유진 그 여자다!송인아는 이를 악물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 씨 알려줘서 고마워요. 호텔 주소를 보내줄 수 있어요?”강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되고 있다....서주시에서 하루 내내 큰 비가 내렸다.도시 전체가 빗물에 씻겨 깨끗해지고 맑아졌다. 햇빛 한줄기가 로열 스위트룸에 새어 들어와 침대를 비추었다.조유진이 몸을 뒤척이자 온몸의 뼈가 부러진 듯 아팠다.그녀는 손을 들어 눈 부신 빛을 가리고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깼어?”송인아는 침대 머리맡에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34화

    마침 송인아가 조유진에게 한마디 더 하려고 할 때 문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똑 똑 똑.”서 보좌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인아 씨, 배 대표님께서 물으실 게 있다고 합니다. 배 대표님은 지금 호텔 앞에 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송인아는 즉시 손을 거두고 팔짱을 꼈다. 그리고 우쭐대는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배 대표가 날 찾고 있으니 이만 가볼게.”송인아는 떠났고 스위트룸의 문은 열려 있었다.서정호는 문 앞에 서서 말했다.“조유진 씨, 이건 배 대표님께서 직접 가게에 가서 사주신 옷이니까 일단 입으세요.”“네, 감사합니다.”서정호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문 앞에 놓고 돌아서서 떠났다.조유진은 샤워 가운을 걸치고 그 옷을 가지러 갔다.어젯밤 그녀의 옷은 모두 찢겨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다.침대에서 내리자마자 조유진은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어젯밤에 자신이 얼마나 거침없었는지 생각하면 얼굴이 확 뜨거워 났다.조유진은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나와서 옷을 입으려고 종이봉투를 열어보니 안에 깨끗한 속옷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속옷은 그녀의 몸에 딱 맞았다. 조유진은 배현수가 아직도 그녀의 사이즈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배현수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그는 차갑고 까칠한 모습이지만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 배현수는 완벽에 가까운 남자친구였다.배현수는 조유진이 생리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때 따뜻한 생강차도 끓여주고 생리대를 사 오기도 하고 맛있는 요리도 해줬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줬었다. 하지만 그건 6년 전 그녀가 아직 배현수의 여자친구였을 때 일이었다....검은색 마이바흐 안.배현수는 뒷좌석에 기대어 앉아 가늘고 긴 손가락 사이에 불붙은 담배를 들고 있었다.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송인아는 차에 앉자마자 담배 연기에 숨이 막혔다. 기침을 하고 싶었지만 감히 큰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숨을 참다가 얼굴이 붉어졌고 한참 지나서야

최신 챕터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육성일의 압도적인 기운은 전화 너머에서도 남초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묵직한 압박감은 느껴졌다. 그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어떻게 육씨 집안에 시집갔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구걸을 하더라도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초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드려요. 저희가 약속했던 건 두 달 전이었잖아요. 아직 두 달이 채 안 지났고, 제가 지금 아기를 가졌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육성일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전화를 겨우 넘겼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이번엔 ‘개자식’ 육지율이었다. “...” 할아버지와 손자는 통화 시간까지 맞춘 것처럼 기가 막히게 연달아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요?” 육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폭탄이라도 먹었어요?” 육지율이 자신의 책을 내리게 만들고, 지난달과 이번 달 원고료도 다 날려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아직 유지 중이었고 필요한 것도 있으니 남초윤은 결국 목소리를 가다듬고 좀 더 부드럽게 말했다. “지율 오빠, 무슨 일이에요?” “... 뭐라고 불렀어요?” “지~율~오~빠~” 그녀는 유설영의 말투를 흉내 내며, 아니, 오히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육지율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제발 평소처럼 말해요. 저녁에 내 친구가 귀국하는데 같이 식사해요. 6시에 잡지사로 데리러 갈게요.” 남초윤은 단번에 거절했다. “난 안 갈래요.” “저녁에 뭐 다른 약속 있어요?” 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됐지만 당신은 나한테 친구 한 명도 소개해 준 적 없잖아요.” 그리고 이제 곧 이혼할 텐데 친구를 만날 필요는 더 없었다.이혼하고 나서 친구들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