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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조유진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흠뻑 젖었다.

조유진은 여전히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하이힐은 그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조유진은 신고 있던 하이힐을 차버리고 철썩하고 흙탕물에 무릎 꿇었다.

유승태는 자기 집 별장의 2층 베란다에서 아이스 샴페인을 마시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었다.

한걸음에 절 한 번씩, 이렇게 산 정상까지 절하면서 가야 했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돌계단에 조유진의 무릎, 발바닥, 손바닥, 이마는 전부 까졌다.

하지만 유승태는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베란다의 흰색 난간을 잡고 연극을 보듯 말했다.

“유진 씨, 절만 하고 사과를 안 하면 부처님께서 어떻게 알겠어요? 혹시 아직도 마음속으로 인정 안 하는 거 아니에요?”

조유진은 일어나서 한 계단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아무 감정이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그녀는 잘못했다. 6년 전에 배현수를 배신한 것이 잘못이었다.

유승태는 웃으면서 손을 귓가에 대고 고개를 기울여 조롱하듯 말했다.

“뭐라고요? 유진 씨, 크게 말해요! 안 들리잖아요. 부처님도 안 들리실 거예요!”

“잘못했습니다.”

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를 3년 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

“더 높게 말해요!”

“잘못했습니다!”

그녀는 잘못했다. 조범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반항한 것이 잘못이었다.

“머리를 너무 살짝 숙이는 거 아니에요? 부처님이 어떻게 유진 씨의 성의를 느끼겠어요?”

조유진의 목구멍이 뜨거워 났다.

그녀는 일어나서 힘껏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와 사랑에 빠진 것이... 잘못이었다.

이마가 돌계단에 힘껏 닿았다.

빨간 피가 빗물에 섞여 연한 붉은 색을 띠었고 재빨리 빗물에 씻겨 나갔다.

계단 몇 개를 올랐고 절을 몇 번 했는지, 이마의 피가 빗물과 함께 줄줄 흘러내려 조유진의 시야를 막았다.

하얀 실루엣이 계단에서 흔들거렸다...

일어나서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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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조유진 너무 불쌍해서 미치겠다.. 법정에서 배현수 배신할 때.. 조범과 무슨 딜한 거 같은데 혹시 딸 선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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