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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소용 있나?”

무겁고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에 조유진은 등이 한껏 뻣뻣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눈물자국과 얼룩을 닦아내려고 애썼지만 이미 손바닥이 더러워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없었다.

조유진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먼지보다 못하다고 느껴졌고, 배현수는 신 같이 높은 존재 같았다.

비바람 속에서 엄숙한 기운의 검은 우산이 그녀의 작은 세상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조유진은 무릎을 꿇고 있고 배현수는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을 꿇고 있던 조유진은 완전히 기절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에 조유진은 튼실한 팔이 예전처럼 자신을 들어 안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 남자 품의 온도...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

서주시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강이찬은 불안한 마음에 스위트룸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배현수가 의식을 잃은 조유진을 안고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유진이는 어때? 장 선생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배현수의 개인 주치의인 장서원은 이미 로열 스위트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안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

문은 “달칵”하고 닫혔다.

강이찬은 문밖에 남겨져 어리둥절해 있었다.

마치 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조유진을 걱정해 주어도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문밖에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

로얄 스위트룸 안에서.

조유진의 몸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장서원은 조유진의 몸을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

“비를 맞고 이마까지 벗겨졌네요. 지금 열이 39도라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 바로 먹이시면 됩니다. 오늘 밤에 땀을 빼면 괜찮아질 것 같네요. 몸에 상처들은 약을 발라야 하는데 제가 할까요? 아니면...”

“나가 있어요.”

의사는 그의 말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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