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딸을 안고 두 눈이 촉촉이 젖은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범을 노려봤다. “조범, 당신은 정말 짐승만도 못해!”조유진은 쓰러진 선유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조범이 옆에 있는 조수에게 말했다. “조유진을 도망치게 하지 마. 유가네와의 약속을 어길 수 없어!”“네, 제가 가서 아가씨를 막겠습니다.”…남초윤은 차를 조가네 별장 입구에 세워 두고 조유진을 기다렸다.방금 전, 남초윤도 조유진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조유진이 거절했다.조유진은 어떤 난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체면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남초윤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돼지나 개만도 못한 조 시장 아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남초윤이 참지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조유진이 쓰러진 선유를 안고 대문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조유진의 입가에는 피가 나 있었다.“유진아, 입가에 피는 뭐야? 그 늙은이가 너를 때렸어?”남초윤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물었다.조유진은 얼굴이 따가운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유진은 선유를 안은 채 급하게 차에 앉으며 말했다.“초윤아, 빨리 병원에 데려다줘. 우리 선유 쇼크가 온 것 같아!”“알았어!”차가 막 떠나려는데 조범의 조수 조문수가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차 앞을 가로막았다.조문수는 뒷좌석의 창문을 두드렸고 허리를 굽혀 차 안의 조유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아가씨, 아직 가시면 안 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경호원 중 한 명이 뒷좌석 차 문을 열어 조유진에게 이쪽으로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아가씨, 내리세요.”그러자 옆에 있던 남초윤이 욕설을 퍼부었다. “너무 심하잖아요! 우리가 조력자를 안 데려왔다고 괴롭히는 건가요? 제가 곧 대제주시로 가서 조력자를 찾아오죠!”조범은 서주시에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만큼 권력을 잡은 지 여러 해다.조유진도 오늘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더 큰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초윤아, 먼저
남초윤은 그제야 깨달았다.최근 조유진이 계속 노래하는 아르바이트를 찾았던 이유가 선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의사가 나가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선유도 깨어났다. 선유는 남초윤의 손을 잡아당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모, 우리 엄마는?”“엄마?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갔어. 곧 돌아올 거야.”선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믿지 않는 듯했다. "이모, 경찰 아저씨들과 같이 엄마 구하러 가면 안 돼? 외할아버지 너무 나빠. 우리 엄마를 괴롭힐까 봐 걱정돼.”남초윤은 속으로 조범도 나쁜 인간인데 유승태는 더 나쁜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남초윤은 선유의 작은 손을 톡톡 치며 말했다.“여기서 쉬고 있어. 이모가 밖에서 전화만 하고 올게. 선유 걱정하지 마. 이모가 지금 당장 경찰 불러서 엄마 구하러 갈게.”“고마워요, 이모.”남초윤은 병실 문을 닫고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강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의 배현수는 조유진을 너무 미워하고 있어서 조유진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강이찬은 인간적인 면이 있다.“여보세요. 강이찬 씨, 조유진이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유가네로 사과하러 갔어요. 지난번에 유승태 머리를 그렇게 박살 낸 것도 그렇고, 이번에 제 발로 알아서 유가네로 갔으니 유승태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전화기 너머의 강이찬은 운전 중이었다.“제 여동생이 오늘 막 대제주시로 돌아와서요. 방금 공항에서 픽업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조유진 그쪽은 제가...”남초윤은 강이찬도 도울 생각이 없을까 봐 바로 말을 이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드린 거예요. 조유진은 원래 친구도 몇 명 없는데 배현수 씨는 지금 조유진에 대한 원망때문에 조유진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조유진이 유승태 손아귀에 제 발로 들어갔으니 몸만 다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심각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요. 지금 유승태 집에서 조유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강이찬
“이진아, 그만해!”강이찬은 강이진의 휴대폰을 낚아채며 말했다.“현수야, 이진이가 헛소리하는 거야. 믿지 마. 지금 장난치는 거야, 난...”그런데 강이찬은 배현수를 속일 수 없다.“내가 말했지, 너 유진이 일에 다시는 끼어들지 말라고. 강이찬,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야?”배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강이찬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만약 이번에 강이찬이 간다면 배현수는 분노할 것이고 심지어 그들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갈 것이다.그러나 걱정이 앞선 강이찬은 참지 못하고 조유진 대신 설명했다.“현수야, 유진이가 유씨 집안에 사과하러 갔어. 지난번에는 유진이가 네 차를 타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우리가 구하러 가지 않으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과 다름없어!”그러나 배현수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정했다.“그건 걔 일이야. 나랑 상관없고 너랑은 더 상관없어.”말이 끝나자마자 강이찬이 더 말하기도 전에 배현수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옆에 있는 강이진은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거 봐, 현수 오빠는 오빠가 그 여자를 구하러 가는 거 허락하지 않을 거라니까! 오빠, 잊지 마. 6년 전에 조유진이 직접 현수 오빠를 감방에 보냈어! 오빠가 조유진을 도와주는 것은 현수 오빠랑 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야!”강이찬은 짜증이 났다.“이진아, 너 장난이 지나쳐!”그건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였다.“내가 무슨 장난을 친다고 그래. 오빠 평소에는 똑똑하면서 왜 매번 조유진이랑 연관된 일에서는 멍청해지는 거야! 현수 오빠가 조유진을 그렇게 증오하는데, 오빠가 조유진을 구하러 가면 현수 오빠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거랑 같지! 오빠 절대 가면 안 돼! 다른 사람은 다 가도 되는데 오빠만은 현수 오빠랑 가장 친한 친구로서 가면 안 돼!”강이진이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만약 강이찬이 배현수의 명령을 거역하고 조유진을 구하러 간다면 앞으로 그와 배현수의 사이에는 풀리지 않을 오해가 생길 것이다.조유진은 배현수의 마음속 응어리 같은
유씨 부인이 웃었다.“조 시장, 그렇게 화내지 마요. 유진이가 그래도 착해요. 잘못을 저지르고 오늘 이렇게 사과하러 왔잖아요. 잘못을 알고 뉘우치는 건 대단한 거예요.”조범은 즉시 재촉했다.“유진아, 너 얼른 사과 안 드려?”조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눈을 내리깔고 처음부터 끝까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유승태의 보복심은 강했다.“조 시장 아저씨, 보아하니 조씨 집안에서 우리 유씨 가문과 혼사를 맺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의가 없다니!”“유진이 얘가 고집이 세서 그래. 집에서 나한테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했어.”유승태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잘못을 안다고요? 왜 저는 느끼지 못했죠? 제 머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제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는데 의사가 중증 뇌진탕이래요. 잘못하면 후유증이 남는다고요. 의사 소견서만으로 쟤를 고의 상해죄로 고소할 수 있어요!”조범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낮은 목소리로 조유진에게 경고했다.“너 감방 가고 싶은 거야? 조유진, 잊지 마, 네 그 딸년 아직 네 돌봄이 필요해. 너 만약 오늘 혼사가 성사되지 않고 유씨 집안에서 너를 고소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면 내 탓 하지 마!”선유를 생각하자 조유진의 속눈썹이 떨렸다...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승태 도련님, 제가 어떻게 사과드리면 되겠어요?”유승태는 가볍게 웃었다.“유진 씨가 입을 열었으니 너무 어려운 요구는 하지 않을게요. 아주 쉬워요. 아까 차를 운전하고 들어오실 때 유씨 별장 옆에 있는 산 봤죠? 우리 집에서 그 산 위에 절을 만들었거든요. 계단으로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절을 하면서 부처님께서 잘못했다고 말해요.”조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조범은 난감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동의했다.“승태 군의 뜻이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죠. 유진아, 내가 너한테 말했었지. 말을 듣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너 이 자식, 고집이 너무 세!”조범의 비서 조문수도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어 낮은 목소리
조유진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흠뻑 젖었다.조유진은 여전히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하이힐은 그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다.조유진은 신고 있던 하이힐을 차버리고 철썩하고 흙탕물에 무릎 꿇었다.유승태는 자기 집 별장의 2층 베란다에서 아이스 샴페인을 마시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있었다.한걸음에 절 한 번씩, 이렇게 산 정상까지 절하면서 가야 했다.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돌계단에 조유진의 무릎, 발바닥, 손바닥, 이마는 전부 까졌다.하지만 유승태는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베란다의 흰색 난간을 잡고 연극을 보듯 말했다.“유진 씨, 절만 하고 사과를 안 하면 부처님께서 어떻게 알겠어요? 혹시 아직도 마음속으로 인정 안 하는 거 아니에요?”조유진은 일어나서 한 계단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그녀는 아무 감정이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6년 전에 배현수를 배신한 것이 잘못이었다.유승태는 웃으면서 손을 귓가에 대고 고개를 기울여 조롱하듯 말했다.“뭐라고요? 유진 씨, 크게 말해요! 안 들리잖아요. 부처님도 안 들리실 거예요!”“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를 3년 동안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더 높게 말해요!”“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조범의 말을 듣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반항한 것이 잘못이었다.“머리를 너무 살짝 숙이는 거 아니에요? 부처님이 어떻게 유진 씨의 성의를 느끼겠어요?”조유진의 목구멍이 뜨거워 났다.그녀는 일어나서 힘껏 무릎을 꿇었다.“잘못했습니다!”그녀는 잘못했다. 배현수와 사랑에 빠진 것이... 잘못이었다.이마가 돌계단에 힘껏 닿았다.빨간 피가 빗물에 섞여 연한 붉은 색을 띠었고 재빨리 빗물에 씻겨 나갔다.계단 몇 개를 올랐고 절을 몇 번 했는지, 이마의 피가 빗물과 함께 줄줄 흘러내려 조유진의 시야를 막았다.하얀 실루엣이 계단에서 흔들거렸다...일어나서 무릎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소용 있나?”무겁고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에 조유진은 등이 한껏 뻣뻣해졌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눈물자국과 얼룩을 닦아내려고 애썼지만 이미 손바닥이 더러워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없었다.조유진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먼지보다 못하다고 느껴졌고, 배현수는 신 같이 높은 존재 같았다.비바람 속에서 엄숙한 기운의 검은 우산이 그녀의 작은 세상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조유진은 무릎을 꿇고 있고 배현수는 서 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릎을 꿇고 있던 조유진은 완전히 기절했다.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에 조유진은 튼실한 팔이 예전처럼 자신을 들어 안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 남자 품의 온도...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서주시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강이찬은 불안한 마음에 스위트룸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배현수가 의식을 잃은 조유진을 안고 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유진이는 어때? 장 선생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배현수의 개인 주치의인 장서원은 이미 로열 스위트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수는 조유진을 안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발로 문을 걷어찼다.문은 “달칵”하고 닫혔다.강이찬은 문밖에 남겨져 어리둥절해 있었다.마치 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조유진을 걱정해 주어도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래서 그는 문밖에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로얄 스위트룸 안에서.조유진의 몸은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장서원은 조유진의 몸을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비를 맞고 이마까지 벗겨졌네요. 지금 열이 39도라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드릴 테니 바로 먹이시면 됩니다. 오늘 밤에 땀을 빼면 괜찮아질 것 같네요. 몸에 상처들은 약을 발라야 하는데 제가 할까요? 아니면...”“나가 있어요.”의사는 그의 말뜻
“조유진, 난 신 의사가 아니야.”배현수는 그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있는 그 창백한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그의 등에 기대어 있는 조유진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현수 오빠잖아요... 잠깐만 안고 있을게요...”조유진은 어떻게 그를 착각할 수 있겠는가?그는 배현수다. 그녀가 6년 동안 그토록 사랑하면서 또 잊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조유진은 착각할 수 없다.잊을 수도 없다.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니까.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렸을 때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다면 나중에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첫사랑만큼은 사랑하지 못해서 평생 첫사랑을 못 잊는다.조유진은 너무 추웠지만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그를 힘껏 껴안고 그의 몸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배현수는 그녀를 밀어낼 수 없었다.배현수는 눈을 감고 돌아서서 큰 손으로 그녀의 희고 가는 목덜미를 잡고 침대에 짓누르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왔다.그는 검고 차가운 두 눈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린 다음 머리를 숙여 그녀의 창백한 입술을 훔쳤다... 혀끝의 약을 그녀의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약이 녹자 쓴 맛이 느껴졌다... 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입맞춤은 여전히 진행되었고 두 사람의 입술은 멈출 줄 모른 채 점점 더 격해졌다.배현수의 움직임은 부드럽지 않았다. 조유진은 정신이 혼미하고 아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큰 손이 다가와 다시 그녀를 짓눌렀다.배현수의 큰 손은 그녀의 부드럽고 가는 허리를 잡고 마치 부러뜨릴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신준우도 이렇게 널 만졌었어?”조유진은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아니면 배현수가 왜 이렇게 그녀를 만지겠는가?조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배현수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이 허망한 꿈속에서 더 많은 온기를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꿈이라고 생각한 조유진은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그녀는 배현수의 어깨를 잡고 아주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배현수는 손
“난 안 믿어! 그리고 형이 현수 오빠한테 약혼할 여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현수 오빠가 오늘 밤 서주에서 조유진을 보살피고 있으면 약혼할 여자는 괜찮대?”“현수는 송인아한테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할 뿐이야. 너 현수 어떤 앤지 몰라? 걔가 뭐 하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먼저 설명할 애니?”강이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래... 오빠, 나 졸려서 먼저 끊을게.”“일찍 자. 내가 내일 대 제주시에 돌아가면 현수랑 애들 불러서 네 환영식 해줄게.”“좋아!”...전화를 끊은 후 강이진은 불을 껐지만 잠이 안 와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얼마 전에 강이진은 배현수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송인아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싫어도 조유진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조유진 그 여자는 너무 나쁜 사람이다.다른 누구든지 배현수와 결혼해도 되지만 조유진만은 안 된다.조유진은 현수 오빠를 교도소에 보낸 사람이기도 하고 하마터면 그를 죽게 만들 뻔했다. 조유진이 바로 모든 일의 화근이다!강이진은 송인아의 연락처를 찾고 전화를 걸었다.“송인아 씨 맞나요? 저는 강이찬의 동생 강이진이예요.”“이진 씨군요. 무슨 일 있나요?”“송인아 씨가 뒤늦게 알고 기분 나빠할까 봐 알려주는 건데 현수 오빠 지금 서주에 있어요. 지금 호텔에서 조유진을 돌보고 있는데, 혹시 조유진이 누군지 알아요?”또 조유진 그 여자다!송인아는 이를 악물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 씨 알려줘서 고마워요. 호텔 주소를 보내줄 수 있어요?”강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예상대로 되고 있다....서주시에서 하루 내내 큰 비가 내렸다.도시 전체가 빗물에 씻겨 깨끗해지고 맑아졌다. 햇빛 한줄기가 로열 스위트룸에 새어 들어와 침대를 비추었다.조유진이 몸을 뒤척이자 온몸의 뼈가 부러진 듯 아팠다.그녀는 손을 들어 눈 부신 빛을 가리고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었다.“깼어?”송인아는 침대 머리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