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찬이 잠깐 뜸 들이더니 이윽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지금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우리 이미 약혼했잖아요. 당연히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난 예전에 누구에게도 청혼한 적 없어요. 나 거절할 거예요?”심미경인 침을 꼴깍 삼키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은 심미경이랑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조유진의 대역과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이 말을 꺼낸 이상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강이찬은 바라만 볼 뿐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갑자기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말했다. “늦었어요. 얼른 자요. 내일 아침 또 출근해야 하잖아요.”뒤의 심미경이 따라오든 말든 그는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선택적으로 도피하는 듯이.심미경은 거실에 서 있다 끝내 서러움에 소리 내 울었다. 어쩐지 그의 여동생 강이진이 계속 그녀를 아니꼽게 보고 단지 운이 좋을 뿐이라고, 얼굴이 아니면 자기 오빠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니.원래 강이진이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야 그 진짜 의미를 알았다. 강이진의 말뜻은 그녀의 얼굴이 조유진과 닮아서 강이찬이 마음에 들어 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단지 조유진의 덕을 본 것이었다....성남 공항.조유진이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이 땅을 밟았을 때 마음속으로 흥분을 참지 못했다. 처음으로 책 속에서 말한 고양에 돌아간 느낌이 무엇인지 느꼈다. 이리저리 떠돌던 마음이 소속지를 찾은 듯 드디어 착륙했다. 검은색 벤틀리가 그녀 앞에 섰다.내린 창문을 통해 보니 엄창민이었다. “타. 아버지가 데리러 오라고 했어.”엄창민이 차에서 내려 조유진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 조유진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창민 오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사실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일 년 사이에 그녀는 엄 어르신, 엄창민과 자주 연락했다. 연
조유진은 한번의 도전만에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첫 노래 영상으로 50만 팬이 생겼다. 그 후, 하루가 멀다고 영상을 올렸는데 모두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노래를 한 영상이었다.지금은 이미 500만 팬을 가졌다. “아버지가 그냥 해본 말이야. 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조유진이 담담히 웃었다.“비록 말하는 사람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 마음이 있잖아요. 엄 어르신이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보답해야죠.”엄창민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조유진처럼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걸 싫어했다. “맞다. 이번 귀국하고 다른 계획있어? 인터넷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엔터테인먼트랑 계약할 생각 없어?”“계약이요?”조유진이 현재 회사가 없어 인터넷의 영상 계정도 아무 회사에 속하지 않았다. 엄창민이 제시했다. “응.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만약 음반 회사랑 계약하면 더 잘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아직 결정 못 했어요. 그런데 돌아왔으니 일단 나중에 생각해 보죠.”“그래도 좋아. 금방 돌아왔으니 당분간 쉬어. 성남 돌아볼래? 성남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 다 못 가봤지? 내일 같이 돌아줄까?”“내일 아마 시간 없을 것 같아요. 내일 아침 대제주시에 가는 티켓을 샀어요.”엄창민이 멈칫했다. “혹시... 배현수 만나러요?”다시 배현수 이름을 들었을 때 조유진의 심장이 여전히 격하게 떨렸다. 그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그 사람을 왜 찾아요, 재결합하게요? 이번에 돌아온 것은 엄마 기일이어서 온 거예요. 돌아가서 제사 지내려고요, 제사 끝나고 성남으로 돌아올 거예요. 몰래 갔다 돌아올 테니 들키지 않을 거예요.”그리고 배현수의 눈에는 조유진은 이미 죽은 지 오래다. 엄창민이 물었다. “같이 가줄까요? 만약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나면 제가 도와줄 수 있잖아요.”“창민 오빠, 안 바빠요?” 조유진의 물음에 엄창민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그는 얼른 다시 대답했다. “요즘 안 바
엄씨 사택.도 집사가 이미 주방에 요리를 한 상 차리라고 분부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엄 어르신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후 문 앞에 걸어가 밖을 쳐다봤다. 옆의 도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환희 아가씨 몇 분 후면 도착할 거예요.”“명월이는? 연락해서 재촉해봤어?”“명월 아가씨가 저녁에 야근한다고 시간이 없대요. 먼저 드시라고 했어요.”엄준은 탄식했다. “얘도 참, 가끔 너무 진취적인 것도 좋지 않을 때가 있어.”말하고 있는데 검은색 벤틀리가 정원으로 들어왔다.엄창민과 조유진이 차에서 내렸다. 조유진은 한눈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엄준을 봤다. 그녀는 엄준의 앞에 가서 눈시울을 붉혔다. “엄 어르신, 제 수익 30%를 보답하러 왔어요.”엄 어르신이 잠시 멈추더니 이윽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조유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수익 30%.”저녁을 먹은 후, 엄준은 조유진을 서재로 불러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얘기했다. 조유진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이건?”“제가 인터넷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통해 팬을 조금 얻었어요. 이건 제가 광고를 받아 번 돈이에요. 비록 엄 어르신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이겠지만 그때 말했잖아요. 수익의 30%를 보답하기로.”엄 어르신은 조유진을 가리키며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고집 있는 아이네.”“받으세요. 아니면 제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비밀번호는 1 6개예요.”조유진의 단호한 태도에 그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 받을게요.”조유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금방 돌아와서 앞으로 뭐할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자기 사업을 잘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뭐든지. 앞으로 예전처럼 피폐하게 살지 않을 거예요.”“그 생각 괜찮네요. 아직 어리니 도전해 봐요. 예전에 대제주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조유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죽어도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선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만나게 되어있다. 빠르든 늦든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면 내일 대제주시에 가서 어머니 제사 말고 아이도 볼 생각인가요?”“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엄준은 그녀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급하지 않아요. 어떤 일은 생각이 끝나지 않으면 만나더라도 장면을 혼잡하게 만들 거예요. 아니면 기분 조절이 끝나 평온한 마음으로 배현수를 만날 수 있을 때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게 어때요. 비록 배현수를 몇 번 보지 못했지만 그가 책임감 있는 좋은 아빠인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선유가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자책하지 말아요.”조유진이 잠시 멍해졌다. “엄 어르신. 어떻게...”“까먹었어요? 성행 그룹과 SY가 이미 장기 협업을 약속했어요. 얼마 전 SY에 업무 미팅을 갔을 때 미팅 끝나도 배현수가 사무실에 들렀다 가라고 했어요. 계속 날 부탁해 성남에서 당신을 찾아달라고 했어요. 소식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당연히 대충 넘겼어요. 다섯시 쯤까지 얘기했을 때 비서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어요. 예전에 당신과 배현수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말한 적이 없어서 친척 집 아이인 줄 알고 조금 어리둥절했어요.”“그런데 물어보니 딸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이 바빠서 자주 옆에 데리고 다닌대요. 그래야 많이 함께할 수 있다고.”“내가 아이를 계속 옆에 데리고 있으면 인연을 찾는 데 방해되지 않는지 물었는데 인연은 필요 없다고 했어요. 앞으로 연애,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아이를 옆에 데리고 있으면 마침 인연을 막아줄 수 있다고 했어요.”“선유도 밝아 보였어요. 당신이 떠나있는 동안 부녀가 그래도 순탄하게 지낸 것 같아요.”그는 눈을 내리깔고 복잡한 감정을 숨겼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담담히 말했다. “그는 늘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어요. 좋은 아빠예요. 선유가 그와 있으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엄 어르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내가 말한 이유는 이 일들로 감
“학교 가기 싫어”의 문자를 보고 조유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얼른 답장했다. [아직 인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콘서트를 못 해. 만약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꼭 티켓을 선물로 줄게.]조유진의 카카오톡 이름은 조햇살이다. 조범의 성씨를 계속 쓰고 싶지 않아 파벌이 다른 ‘조’씨로 바꿨다. 그가 인터넷에서 노래하는 계정도 이름이 조햇살이다.단지, 줄곧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년 전, 미국에서 치료할 때 선유가 너무 보고 싶은데 배현수가 눈치챌까 봐 전화할 엄두가 안 났다. 머리를 쥐어짜다 낯선 사람의 신분으로 선유에게 다가갔다. 그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녀는 늘 선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미 인터넷에서 얼마 정도 인지도가 있었다. 그녀가 추가하니 예상 밖으로 선유가 바로 통과했다. 더 의외로 선유가 그녀의 노래를 자주 듣고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그녀의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와 아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주 문자를 했다. 사실 사람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랑 다르고 또 어떤 창법은 가성을 써야 해서 동일 인물인지 들어내기 어려웠다. 선유도 단지 조금 비슷하다는 것을 들어냈다. 배현수가 조햇살을 알더라도, 목소리를 듣더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선유의 답장이 왔다.[아아아아! 햇살 언니 노래 듣기 너무 좋아! 왜 아직도 유명해지지 않은 거야! 얼른 유명해져!]조유진은 머리를 쥐어뜯는 듯한 문자 내용에 아이의 귀여운 표정이 상상되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넌 어때? 요즘 숙제 잘하고 있어?][음... 꼭 말해야 해? 그 숙제들 이미 다 할 줄 알아. 제목만 봐도 너무 간단해 보여서 안 했더니 선생님이 아빠한테 전화했어.]말끝에 “공포스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아빠가 뭐라 안 했어?][당연하지. 아빠가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한 발자국씩
두 시간 후, 대제주시에 착륙했다. 성행 그룹은 대제주이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지사 책임자가 기사를 마중 보냈다. 그런데 이번은 개인적인 일정이라 엄창민은 차만 빌렸다. 엄창민이 직접 운전해서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남산 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조유진이 말했다.“창민 오빠, 혼자 올라갈게요. 차에서 기다려요.”“알겠어. 일 있으면 전화해.”조유진이 안정희 무덤 앞에 도착해 갖고 온 데이지꽃을 묘비 앞에 놓았다. “엄마, 저 살아 돌아왔어요. 원래 엄마 따라가려고 했는데 명줄이 길어서 못 죽었어요.”“비록 가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지금 약을 먹고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엄마, 조범과 조영훈 모두 감옥에 갔어요. 조범은 무기징역에 처했어요. 엄마랑 그사람이 어쨌든 부부 사이였는데 엄마가 있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모르겠어요. 난 그를 미워하는 것 같지 않아요. 용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오늘 상황까지 온건 모두 조범이 만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미워할 힘이 없어요.”조유진은 안정희의 묘비 앞에서 한참 동안 말했다. 그녀가 떠날 준비를 할 때, 고개를 들자 안정희 옆의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묘비의 사진 속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묘비 위에 선명한 빨간 글자가 보였다. “사랑하는 아내의 묘, 조유진.”날인, 남편 배현수.“...”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배현수가 그녀에게 유품을 넣어주고 또 안정희의 옆에 안치까지 해 주다니.조유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을 때, 멀리서 익숙하고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몸매가 우람하고 기품 있었다. 배현수...조유진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손에 노란 장미를 들고 이곳으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그녀는 안정희 묘비 앞의 데이지꽃을 들고 뒤쪽의 묘비 뒤에 숨었다. 여기에 녹화가 잘 되어 소나무로 가득했다. 또 여름이라 소나무가 푸릇푸릇했다. 그녀는 나무 뒤에 숨어 그가 자기 묘비 앞
그녀는 한숨 돌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창민 오빠, 제때 와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어요.”비록 거리를 두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의 뒷모습만 봤는데 일 년 동안 애써 회복한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들은 서로 상처를 줬고 서로의 마음속에 큰 흉터를 남겼다. 아무리 강철 심장이라고 해도 다시 만났을때...조유진은 여전히 온몸이 떨렸다. 잠시였지만 사지가 차가워지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엄창민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폐병이 아직 다 안 나아 안색이 안 좋아. 병원에 가 볼래?”그녀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그저 너무 긴장했어요.”“가자. 배현수 그 사람이 의심이 많아서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되니까.”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창민을 따라 하산했다. 차에 도착해서야 졸이던 마음이 안정됐다. 엄창민이 물었다. “오늘 오후 성남에 돌아갈 거야? 돌아가면 지금 항공티켓 예약할게.”지금 그녀의 상태는 도저히 배현수를 만나기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제주시에 온 김에 선유를 보고싶었다...한참 침묵 후.엄창민이 대충 이해했다. “아이가 보고 싶은 거지?”“네, 그런데 배현수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엄창민은 그의 어려움과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만나려면 배현수를 간과할 수 없다. 똑똑한 엄창민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아이를 훔쳐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유진이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창민 오빠, 만약 급히 성남에 돌아가야 한다면 먼저 돌아가요. 전 대제주시에서 며칠 더 있다 진정되면 선유를 보러 갈 거예요.”“지금 이런 모습이면 내가 당연히 마음이 안 놓이잖아. 나도 남을게. 어차피 그룹 지사가 여기에 있잖아. 마침 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대제주시에서 며칠 있어도 괜찮아.”엄창민이 반얀트리 호텔을 예약했다.호텔로 가는 차 안, 엄창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머뭇거렸다. “그... 배현수랑 결혼했었어?”“아니요. 전 그사람의 아내
“찾아, 꼭 찾아.”배현수의 긴 손가락이 자료를 꼭 쥐었고 검은 눈동자가 ‘조햇살’ 세글자에 떨어졌다. 도, 도.우연일까?그는 한 번도 쓰레기 쇼츠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조햇살이 그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을 불러일으켜 조햇살이 있는 동영상 어플을 다운받았다.조햇살의 계정을 검색하니 오백만 명의 팬, 이름있는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게 그녀가 올린 영상은 모두 검은 화면이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니 화면 없이 노랫소리만 있었다. 청아한 목소리가 고막을 녹였다. 예전에 조유진이 노래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많이 닮았다. 세상에 진짜 이렇게 비슷한 두 목소리가 있을까?만약 우연이 아니라며...남자의 동공이 더 어두워졌다. 오랫동안 고요하던 심장이 조그마한 소식 때문에 다시 살아나 힘차게 뛰었다. 그는 갑자기 남초윤이 엔터 쪽에서 일하는 게 생각났다. 파파라치는 이런 소식에 유난히 밝았다. 그는 남초윤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배현수 씨?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선유에게 무슨 일 있어요?”평소 선유에 관한 일이 아니면 배현수는 남초윤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선유를 자기 딸처럼 생각했고 같은 여자라 소통하기도 편했다. 배현수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다. 남초윤은 육지율의 아내여서 친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친구 아내를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햇살에 관한 소식이 너무 알고 싶었다. “선유와 상관없어요. 조햇살이라고 알아요?”“네? 조햇살이요?”처음에 남초윤은 어리둥절했다.“배 대표님, 언제부터 연예계 소문에 관심 있었어요? 조햇살에 대해 샅샅이 뒤졌는데 정보를 하나도 못 찾았어요. 배 대표님 그녀에게 관심 있어요? SY도 그녀와 계약하고 싶은 건가요?”“조햇살의 목소리가 조유진과 많이 닮았어요.”“...”남초윤이 몇 초 침묵했다.닮았다고?조금 닮긴 했는데, 아니겠지?그녀는 조유진이 살아있길 바랐지만 조햇살과 조유진은 도저히 연관 지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