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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작가: 남희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08 19:00:00
엄씨 사택.

도 집사가 이미 주방에 요리를 한 상 차리라고 분부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엄 어르신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후 문 앞에 걸어가 밖을 쳐다봤다.

옆의 도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환희 아가씨 몇 분 후면 도착할 거예요.”

“명월이는? 연락해서 재촉해봤어?”

“명월 아가씨가 저녁에 야근한다고 시간이 없대요. 먼저 드시라고 했어요.”

엄준은 탄식했다.

“얘도 참, 가끔 너무 진취적인 것도 좋지 않을 때가 있어.”

말하고 있는데 검은색 벤틀리가 정원으로 들어왔다.

엄창민과 조유진이 차에서 내렸다.

조유진은 한눈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엄준을 봤다.

그녀는 엄준의 앞에 가서 눈시울을 붉혔다.

“엄 어르신, 제 수익 30%를 보답하러 왔어요.”

엄 어르신이 잠시 멈추더니 이윽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조유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수익 30%.”

저녁을 먹은 후, 엄준은 조유진을 서재로 불러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얘기했다.

조유진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제가 인터넷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통해 팬을 조금 얻었어요. 이건 제가 광고를 받아 번 돈이에요. 비록 엄 어르신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이겠지만 그때 말했잖아요. 수익의 30%를 보답하기로.”

엄 어르신은 조유진을 가리키며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고집 있는 아이네.”

“받으세요. 아니면 제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비밀번호는 1 6개예요.”

조유진의 단호한 태도에 그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 받을게요.”

조유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금방 돌아와서 앞으로 뭐할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자기 사업을 잘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뭐든지. 앞으로 예전처럼 피폐하게 살지 않을 거예요.”

“그 생각 괜찮네요. 아직 어리니 도전해 봐요. 예전에 대제주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조유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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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22화

    “학교 가기 싫어”의 문자를 보고 조유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얼른 답장했다. [아직 인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콘서트를 못 해. 만약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꼭 티켓을 선물로 줄게.]조유진의 카카오톡 이름은 조햇살이다. 조범의 성씨를 계속 쓰고 싶지 않아 파벌이 다른 ‘조’씨로 바꿨다. 그가 인터넷에서 노래하는 계정도 이름이 조햇살이다.단지, 줄곧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년 전, 미국에서 치료할 때 선유가 너무 보고 싶은데 배현수가 눈치챌까 봐 전화할 엄두가 안 났다. 머리를 쥐어짜다 낯선 사람의 신분으로 선유에게 다가갔다. 그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녀는 늘 선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미 인터넷에서 얼마 정도 인지도가 있었다. 그녀가 추가하니 예상 밖으로 선유가 바로 통과했다. 더 의외로 선유가 그녀의 노래를 자주 듣고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그녀의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와 아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주 문자를 했다. 사실 사람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랑 다르고 또 어떤 창법은 가성을 써야 해서 동일 인물인지 들어내기 어려웠다. 선유도 단지 조금 비슷하다는 것을 들어냈다. 배현수가 조햇살을 알더라도, 목소리를 듣더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선유의 답장이 왔다.[아아아아! 햇살 언니 노래 듣기 너무 좋아! 왜 아직도 유명해지지 않은 거야! 얼른 유명해져!]조유진은 머리를 쥐어뜯는 듯한 문자 내용에 아이의 귀여운 표정이 상상되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넌 어때? 요즘 숙제 잘하고 있어?][음... 꼭 말해야 해? 그 숙제들 이미 다 할 줄 알아. 제목만 봐도 너무 간단해 보여서 안 했더니 선생님이 아빠한테 전화했어.]말끝에 “공포스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아빠가 뭐라 안 했어?][당연하지. 아빠가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한 발자국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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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23화

    두 시간 후, 대제주시에 착륙했다. 성행 그룹은 대제주이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지사 책임자가 기사를 마중 보냈다. 그런데 이번은 개인적인 일정이라 엄창민은 차만 빌렸다. 엄창민이 직접 운전해서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남산 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조유진이 말했다.“창민 오빠, 혼자 올라갈게요. 차에서 기다려요.”“알겠어. 일 있으면 전화해.”조유진이 안정희 무덤 앞에 도착해 갖고 온 데이지꽃을 묘비 앞에 놓았다. “엄마, 저 살아 돌아왔어요. 원래 엄마 따라가려고 했는데 명줄이 길어서 못 죽었어요.”“비록 가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지금 약을 먹고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엄마, 조범과 조영훈 모두 감옥에 갔어요. 조범은 무기징역에 처했어요. 엄마랑 그사람이 어쨌든 부부 사이였는데 엄마가 있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모르겠어요. 난 그를 미워하는 것 같지 않아요. 용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오늘 상황까지 온건 모두 조범이 만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미워할 힘이 없어요.”조유진은 안정희의 묘비 앞에서 한참 동안 말했다. 그녀가 떠날 준비를 할 때, 고개를 들자 안정희 옆의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묘비의 사진 속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묘비 위에 선명한 빨간 글자가 보였다. “사랑하는 아내의 묘, 조유진.”날인, 남편 배현수.“...”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배현수가 그녀에게 유품을 넣어주고 또 안정희의 옆에 안치까지 해 주다니.조유진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을 때, 멀리서 익숙하고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몸매가 우람하고 기품 있었다. 배현수...조유진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손에 노란 장미를 들고 이곳으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그녀는 안정희 묘비 앞의 데이지꽃을 들고 뒤쪽의 묘비 뒤에 숨었다. 여기에 녹화가 잘 되어 소나무로 가득했다. 또 여름이라 소나무가 푸릇푸릇했다. 그녀는 나무 뒤에 숨어 그가 자기 묘비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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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24화

    그녀는 한숨 돌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창민 오빠, 제때 와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어요.”비록 거리를 두고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의 뒷모습만 봤는데 일 년 동안 애써 회복한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들은 서로 상처를 줬고 서로의 마음속에 큰 흉터를 남겼다. 아무리 강철 심장이라고 해도 다시 만났을때...조유진은 여전히 온몸이 떨렸다. 잠시였지만 사지가 차가워지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엄창민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폐병이 아직 다 안 나아 안색이 안 좋아. 병원에 가 볼래?”그녀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그저 너무 긴장했어요.”“가자. 배현수 그 사람이 의심이 많아서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되니까.”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창민을 따라 하산했다. 차에 도착해서야 졸이던 마음이 안정됐다. 엄창민이 물었다. “오늘 오후 성남에 돌아갈 거야? 돌아가면 지금 항공티켓 예약할게.”지금 그녀의 상태는 도저히 배현수를 만나기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제주시에 온 김에 선유를 보고싶었다...한참 침묵 후.엄창민이 대충 이해했다. “아이가 보고 싶은 거지?”“네, 그런데 배현수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엄창민은 그의 어려움과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만나려면 배현수를 간과할 수 없다. 똑똑한 엄창민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아이를 훔쳐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유진이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창민 오빠, 만약 급히 성남에 돌아가야 한다면 먼저 돌아가요. 전 대제주시에서 며칠 더 있다 진정되면 선유를 보러 갈 거예요.”“지금 이런 모습이면 내가 당연히 마음이 안 놓이잖아. 나도 남을게. 어차피 그룹 지사가 여기에 있잖아. 마침 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대제주시에서 며칠 있어도 괜찮아.”엄창민이 반얀트리 호텔을 예약했다.호텔로 가는 차 안, 엄창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머뭇거렸다. “그... 배현수랑 결혼했었어?”“아니요. 전 그사람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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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25화

    “찾아, 꼭 찾아.”배현수의 긴 손가락이 자료를 꼭 쥐었고 검은 눈동자가 ‘조햇살’ 세글자에 떨어졌다. 도, 도.우연일까?그는 한 번도 쓰레기 쇼츠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조햇살이 그의 마음속 마지막 희망을 불러일으켜 조햇살이 있는 동영상 어플을 다운받았다.조햇살의 계정을 검색하니 오백만 명의 팬, 이름있는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게 그녀가 올린 영상은 모두 검은 화면이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니 화면 없이 노랫소리만 있었다. 청아한 목소리가 고막을 녹였다. 예전에 조유진이 노래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너무 많이 닮았다. 세상에 진짜 이렇게 비슷한 두 목소리가 있을까?만약 우연이 아니라며...남자의 동공이 더 어두워졌다. 오랫동안 고요하던 심장이 조그마한 소식 때문에 다시 살아나 힘차게 뛰었다. 그는 갑자기 남초윤이 엔터 쪽에서 일하는 게 생각났다. 파파라치는 이런 소식에 유난히 밝았다. 그는 남초윤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배현수 씨?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선유에게 무슨 일 있어요?”평소 선유에 관한 일이 아니면 배현수는 남초윤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선유를 자기 딸처럼 생각했고 같은 여자라 소통하기도 편했다. 배현수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다. 남초윤은 육지율의 아내여서 친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친구 아내를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햇살에 관한 소식이 너무 알고 싶었다. “선유와 상관없어요. 조햇살이라고 알아요?”“네? 조햇살이요?”처음에 남초윤은 어리둥절했다.“배 대표님, 언제부터 연예계 소문에 관심 있었어요? 조햇살에 대해 샅샅이 뒤졌는데 정보를 하나도 못 찾았어요. 배 대표님 그녀에게 관심 있어요? SY도 그녀와 계약하고 싶은 건가요?”“조햇살의 목소리가 조유진과 많이 닮았어요.”“...”남초윤이 몇 초 침묵했다.닮았다고?조금 닮긴 했는데, 아니겠지?그녀는 조유진이 살아있길 바랐지만 조햇살과 조유진은 도저히 연관 지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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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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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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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에서 누가 너 괴롭히진 않았어?” 배선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응, 나 괴롭히는 사람 없어. 할아버지가 우리 학교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셔서 선생님들도 항상 나한테 잘해주시고 많이 관심 해주셨어. 그래서 나도 함부로 장난칠 수가 없어. 혹시 선생님이 할아버지한테 이르실까 봐.” 배현수는 이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선유는 작은 악동처럼 말이 많았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배현수의 말에도 자주 대꾸를 하니, 만약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벌써부터 떠벌렸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남을 괴롭히는 쪽에 더 가까웠다. 성남에서 엄준은 배선유를 엄청나게 아끼며 키웠고, 그래서인지 아이는 주눅이 들지 않고 활발하게 자랐다.조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다행이네. 우리 선유가 공부를 게을리할 걱정은 없겠어.” 배현수는 딸을 겁주듯 말했다. “너 공부 안 하고 일찍 연애라도 시작하면, 널 대제주에 데려와서 24시간 동안 지켜볼 거야.” 배선유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건 너무 심해요! 나 혹시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배현수는 코웃음을 치며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말했다. “공부 안 하면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잠시 후, 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가까워졌다. 배선유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친구가 그린 결혼사진 두 장을 영상 속으로 건네받았다. “선유야! 너랑 지우의 결혼사진 내가 그려놨어! 한 번 봐봐!” 배선유가 물었다. “한 장에 얼마야?” “너니까 공짜로 해줄게! 대신 다음번엔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어?” “생각해볼게!” “...” 이 속도로라면 그들 부부는 도대체 몇 명의 사위를 맞이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편, 스타라이트 매거진에서.남초윤이 사이트 편집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의 책은 예상대로 플랫폼에서 삭제되었고 이달 원고료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5화

    [합법적 부부] 함께 올라온 사진엔 결혼반지를 낀 두 손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가자마자 마치 깊은 바다에 떨어진 폭탄처럼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반응했다. 육지율: [8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자랑할 수 있네!] 송하진: [어! 전 두 사람 목숨 구해준 은인이에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사람이 어떻게 혼인신고까지 했겠어요? 당장 절 주빈으로 식사 대접해요!] 남초윤: [아아아아! 유진이를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끌어들이다니! 대표님 너무하세요!] 엄창민: [내 여동생한테 잘해요. 혹시라도 괴롭히면 내 주먹이 용서 못 해요!] 엄명월: [형부! 이렇게 좋은 일에 저희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이찬: [축하해, 결국 원하는 대로 됐네.] 심미경: [백년해로하세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서정호: [대표님, 일 다 끝냈으면 빨리 돌아오세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서 엄청 화내고 있어요. 저 더는 못 버틸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와! 아빠랑 엄마가 드디어 결혼했네요! 헤헷, 아빠, 나도 오늘 결혼했어요!] 배현수는 배선유의 댓글을 보고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유진이 운전하며 그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선유가 결혼했다는데.” “뭐라고요?” 조유진은 깜짝 놀라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고 급히 배선유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배선유는 학교에 있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학교라 분위기가 자유로워 아이들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배선유는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었다. “엄마, 아빠! 나 사진 보고 싶어!” 조유진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물었다. “선유야, 아까 결혼했다고 했잖아. 누구랑 결혼한 거야?” “우리 반 한지우랑! 엄마, 나 오늘 엄청 많은 축의금을 받았어! 내가 다 적어 놨어!”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4화

    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갈게요.” 그가 환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 한 번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서정호가 산성 별장에서 두 벌의 정장과 결혼 서류를 준비해왔다. 조유진은 오랜만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도 고데기로 말았다. 그녀는 하얀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사진에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녀는 한동안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았는데 하이힐을 신고 배현수 앞에 서니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어색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나 어때요?” “아름다워. 넌 언제나 아름다워.” 배현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조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옆에 있던 넥타이를 집어 들고 배현수에게 매어주었다. 배현수는 그녀의 손길에 고개를 숙이며 협조했다. 조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더 복잡하고 정중한 ‘엘드리지 매듭’으로 넥타이를 맸는데 배현수는 평소에 간단한 윈저 매듭만 했었다. “이 매듭은 좀 생소하네.” 조유진은 넥타이를 다 매고 나서 그의 셔츠와 정장 재킷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이게 엘드리지 매듭이라고 해요. 중요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방식이죠. 어때요, 괜찮아요?” “멋져. 하지만 여보, 우리 서둘러야 해. 조금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웃으며 농담하듯 이야기하던 배현수는 조유진의 외투를 챙겨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고, 그녀를 한 손으로 감싸 병실을 몰래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마치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그들이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병실에 회진을 왔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는 ‘무관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서정호를 보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갔죠? 튜브까지 다 뽑다니, 누가 뽑았습니까?” 서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환자 본인이 뽑았습니다.” “도대체 어디 간 겁니까? 팔을 정말 망가지게 할 작정인가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3화

    배현수의 가슴이 떨렸다. 그는 조유진과 이마를 맞대며 낮게 속삭였다. “그때 난 네 옆에 있진 않았지만 네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울었어?” “현수 씨 생각이 났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펐거든요. 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웠죠. 그래서 울었어요.” 지금 이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잃어버렸다가 다시 되찾은 느낌이었다. 조유진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이나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감동과 감사함 때문이었다. 운명이 그들을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끝내 묶어 놓았고, 그들 사이에선 이제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깊은 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배현수는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끼워 넣으며 손을 꼭 맞잡았다. 순간 그들의 손바닥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아, 넌 한 번도 날 잃은 적 없어. 우리가 몇 번을 떨어져도,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더라도 난 결국 널 찾아내서 꼭 안고 말해줄 거야. 사랑한다고. 오직 너만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유진은 배현수의 유일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조유진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현수 씨,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럼.” 그의 대답은 8년 전과 똑같았다. 짧지만 확고했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유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목에 걸린 달콤한 연녹색 비취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나으면 우리 같이 아주머니를 위한 좋은 묘지를 고르러 가요. 그분을 위한 의관묘라도 만들어 드리는 게 어때요?” “아직도 ‘아주머니’라고 불러?” 조유진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말투를 바꿨다. 배현수는 그녀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풍수 좋은 곳을 따로 고를 필요는 없어. 어머니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2화

    육지율은 그 필명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 “이 자식! 기억났어! 이 녀석이 책에서 날 모욕하지 않았나? 내 명성을 망가뜨렸잖아?” 남초윤은 급하게 말했다. “잘못 본 거 아니에요? 비엘 작가가 주인공을 모욕할 리가 없어요! 그러면 밥숟가락 들고 욕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나를 ‘수’로 묘사한 게 모욕이 아니고 뭐예요? 왜 항상 배현수가 공이냐고?” 남초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였다.남초윤은 그가 진짜 작가를 고소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변명하듯 말했다. “다음번엔 지율 씨가 공이고, 배 대표님이 수가 될 수도 있잖아요. 원래 BL 소설에서는 공수 구분이 모호해요. 겉보기에 수 같아도 사실은 공일 수도 있다고요!” 조유진은 살짝 의문을 제기했다. “난 현수 씨가 수 같지는 않았는데. 만약 현수 씨가 진짜 수라면 캐릭터 붕괴지. 차라리 육 변호사님이 수인 게 더 어울려. 자유롭고, 매력적이고, 다정하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육지율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며 조유진에게 따졌다. “아니, 조유진. 내가 약해 보이는 수 같은 느낌을 준다고?” “...” 배현수는 차갑게 말했다. “유진이가 쓴 것도 아닌데 왜 화내? 그럴 시간 있으면 작가나 고소해.” 남초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냥 재미로 쓴 거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작가를 고소하면 너무 쪼잔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육지율은 이성을 잃고 이를 악물었다. “쪼잔해 보이든 말든, 그 책을 하차할 거예요!” 자신이 소설 속에서 수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것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조유진은 객관적으로 말했다. “사실 책 내용은 나쁘지 않아요. 꽤 재미있고 독자도 많아요.” “독자가 몇 명인데?”“몇만 명 정도?” “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수로 상상했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1화

    병실에서 조유진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도 손가락이 배현수의 손에 살짝 얽혀 있었는데 다정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진은 완전히 남자 친구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원 생활이 지루하다고 하다니.육지율이 댓글을 남겼다. “뭐야, 입원했어? 혹시 가정 폭력이라도 당한 거야?” 댓글을 남기고 나서 육지율은 차에 시동을 걸며 남초윤에게 말했다. “과일 바구니 좀 사서 병문안이나 가요. 친구가 입원했어요.” “친구? 설마 배 대표님이세요? 어디 아파요?” 육지율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진짜 아플 수도 있고 그냥 꾀병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른다. 꾀병일지도....병원에서는 조금 전 장은숙이 산성 별장에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죽 같은 유동식만 먹어야 했다. 배현수는 오른손을 쓸 수 없었기에 조유진이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그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가자 배현수는 뜨겁다고 투덜댔다. 조유진이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말했다. “이제 적당히 식었어요.” 배현수는 그제야 죽을 한 입 삼켰다. 그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장난스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아기로 됐네? 밥도 혼자 못 먹고, 조유진이 널 너무 오냐오냐한 거 아냐?” 조유진이 놀라서 뒤돌아보니, 육지율과 남초윤이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설명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오른손은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거든요.” 그러자 육지율은 다짜고짜 그의 오른쪽 어깨를 툭 쳤다. “진짜야?” 배현수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미친놈아!” 조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변호사님, 진짜로 다쳤다니까요! 어깨에 구멍이 났다고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60화

    그녀를 겨우 한 번 데리러 온 김에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아예 차를 사서 해결하려고 하다니, 정말 육지율 다운 방식이었다.이 4S 매장에서 파는 차들은 모두 포르쉐였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천억 원대였다. 남초윤은 이미 남씨 집안이 육지율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기에, 그가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다.남초윤은 차분히 말했다. “앞으로는 출퇴근 길에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굳이 차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차 한 대 선물한다고 귀찮다는 딱지가 붙어요? 이런 확산적 사고방식은 참 대단하네.”“....”정말 그런 게 아니란 말인가?평소에도 성격이 불 같았던 육지율은 차를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녀를 달래는 상황이 우스웠는지 어이없어 웃었다. 둘 중 누가 더 성격이 나쁜지 모를 일이었다.영업 직원은 남초윤을 육지율이 외부 애인으로 오해했고, 이 큰 거래가 깨질까 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변호사님께서 차를 사주시는 건 출퇴근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요?”남초윤은 더 이상 그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갚을 수 없는 빚이 너무 많았고 계속해서 더 쓴다면 두 아이를 낳아야 겨우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율은 그 여느 때처럼 행동했다. 그는 VIP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빨리 골라요. 차 안 사면 집에 못 돌아가요.”남초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여자 영업 직원이 다가와 다양한 모델을 소개할 때, 그저 듣기만 했다.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말도 아주 달콤하게 했다. “변호사님은 저희 매장의 단골이세요. 그런데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변호사님이 정말로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비싼 차를 고르시면 아마 더 기뻐하실 거예요.”역시, 판매왕이었다.감정적 가치를 제공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남초윤은 그저 외부의

  • 언젠가 다시 만나요   제959화

    남초윤은 결혼 상태를 한 번도 업데이트한 적이 없었다. 동료들 눈에는 여전히 미혼으로 보였다.처음 그녀와 육지율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온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사실 모두 육지율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아무도 남초윤처럼 작고 평범한 존재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육지율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의 침대 사진이 언론이나 남재원에게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육지율이라는 유명한 바람둥이가 ‘함정'에 빠져 순진한 여자와 관계를 맺은 후, 마지못해 결혼했다는 소문만 믿고 있었다.육지율이 연예계 인물이 아닌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육지율이 ‘좋은 집안의 아들’ 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녀는 어디에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그의 곁에 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남초윤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었다.동료들은 그저 그녀가 조금 집안 배경이 있는 부유한 여자인 줄로만 알았고 육지율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육지율의 아내라면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그들과 같이 일하며 고생할 일은 없을 테니까. 설령 과거에 파파라치 일을 했더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시집갔다면 육씨 집안이 그녀를 계속 그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비록 세상은 모두 직업의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상류 사회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체면과 명예가 그들의 신분과 존엄을 상징했다. 파파라치라는 직업은 육씨 집안에게 있어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이었으니, 육지율과 강란희가 그녀에게 좀 더 체면 있고 유망한 직업들을 제안했지만 남초윤은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을 보낸 끝에 동료들은 하나둘씩 퇴근하고 남초윤만 남았다. 한 시간이 흐른 뒤 남초윤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녀는 통화 기록을 훑어보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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