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심미경이 술을 권하기 전까지 줄곧 말하지 않았다. “배 대표님, 한잔하시지요.”배현수는 살짝 눈을 들었다. 맑은 검은 눈동자가 냉정하게 그의 옷차림을 훑더니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 옷차림, 어울리지 않아요.”젓가락을 쥐고 있는 강이찬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이유를 모르는 심미경이 물었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건가요?”배현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 숙여 선유에게 음식을 집어줬다. 심미경은 무안하게 술잔을 들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절반쯤 먹었는데 배현수는 입에 술을 대지 않았다. 그는 옆의 아이에게 물었다.“배불렀어?”선유가 만족의 트림을 하더니 턱을 끄덕였다. “네. 배불러요.”“수박 한 조각 가지고 가자.”수박을 좋아하는 선유는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수박 한 조각 집었다. 배현수가 일어나며 말했다. “선유가 졸려 하네. 먼저 데리고 가야겠어. 천천히 먹어.”배현수와 선유가 차량 근처까지 걸어갔을 때, 강이찬이 쫓아왔다. 배현수는 선유에게 당부했다. “먼저 차에 타. 아빠는 강 삼촌이랑 이야기 몇 마디하고 갈게.”“네.”선유는 얌전히 차에 탄 후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강이찬이 말했다.“현수야, 네가 생각하는 거 아니야. 심미경은...”“내가 생각한 게 아니면 왜 굳이 쫓아 나와서 해명해?”“난...”“심미경은 심미경이고, 조유진은 조유진이야. 헷갈리지 않았으면 해.”강이찬이 한숨을 쉬었다. “심미경은 단지 우연히 옷 스타일이 조유진과 비슷할 뿐이야. 내가 말했었지, 조유진에게 마음 없다고.”배현수는 강이찬의 해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을 움찔거렸다. “만약 창업에 도움 필요하면 말해. 그리고 SY에 돌아올 생각이 있어도 말해.”“현수야...”“들어가. 다들 기다리겠다.”“나랑 심미경 결혼식 날에 올 거야?”“상황 봐서. 지금 결혼하는 장면 못 봐. 너도 알잖아, 나 부럽고 질투 날걸.”그의 목소리는 담담했
블루레일 아파트 안.심미경이 강이찬을 따라 집에 들어가자마자 강이찬 현관에 눌렀다. 오늘 저녁은 대리를 불러 집에 왔다. 배현수가 떠난 후, 강이찬이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 이때, 감정을 이미 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심미경의 치마자락을 들춘 후 그녀의 허리를 짓눌렀다. 심미경이 놀라서 뒤돌아보려 했다. “이찬 씨...”“말하지 마요.”입을 열면 그녀와 닮지 않았다. 조유진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다. 음이 날카롭지 않고 시냇물 같았는데 방송과 전공이어서 표준어가 매우 정확했다. 심미경은 남쪽에서 나고 자랐다. 비록 대제주시에서 2년 일했지만 목소리가 부드럽고 달콤했다. 조유진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 삼 개월 전, 심미경이 강이찬이 창업한 회사의 프런트 면접을 봤다. 그날 묶음 머리에 흰 치마를 입고 발에는 컨버스 하이를 신었다. 얼굴에는 옅은 화장을 했다. 면접 볼 때 긴장해서 표현이 좋지 않았는데 왜인지 통과했다. 그리고 어느 날 회사에서 컵라면을 먹다 회사 사장 강이찬을 만났다. 강이찬은 그녀에게 영양소가 없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그녀를 데리고 외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이렇게 오고 가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오늘까지도 심미경은 강이찬이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한 이유를 몰랐다. 그녀는 평범한 대학을 졸업했고 학력과 집안 모두 평범했다. 그런데 강이찬은 국내 최고급 학교를 졸업하고 예전엔 큰 회사 임원이었다가 지금은 창업한 사장이었다. 둘은 신분 차이가 커 외부 사람이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강이찬은 다정하고 돈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잘생기기까지 했다. 그의 구애에 심미경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강이찬을 잡게 된다면 앞으론 더 이상 프런트 걸이 아니다. 그녀는 곧바로 사모님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는데 이것은 많은 사람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찬 씨, 방으로 가는 게 어때요?”그녀는 뒤돌아 그를 안고 키스하려고 했는데 남자에게 다시 제압당
그는 등 돌리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 “허튼 생각하지 말고 자요. 남초윤 그사람은 지율이가 버릇 들여서 말할 때 필터링이 안 돼요. 신경 쓰지 말아요.”심미경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늘 식사 자리에서 이미 의심이 들었다.강이찬이 잠든 후 심미경이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갔다.방금 현관에서 강이찬이 급히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려다 정장 외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의 정장은 핸드메이드여서 아주 비쌌다. 심미경이 걸어가 외투를 주워 걸어두려고 했는데 검은색 지갑이 정장 외투에서 떨어졌다.검은색 지갑 안에는 누군가에 의해 잘린 듯한 사진이 들어있었는데 사진 중의 남자는 강이찬이었다. 여자는... 미모가 수려하고 하얀 치아를 내놓고 환히 웃고 있었다. 비록 젊었지만 미간에 생긴 잔주름이 더 매혹적이었다. 순수하면서도 섹시했는데 너무 예뻤다. 그녀가... 조유진?심미경은 자기 외모가 나쁘지 않지만 이 정도에 강이찬이 한눈에 반하고 심지어 사귄지 3개월도 안 돼 결혼하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그래서 심미경은 줄곧 의아했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운이 좋아서 신데렐라 동화 같은 일을 만났다고 했다.그녀도 운이 좋아서 만났다고 자기를 속였는데 오늘 강이찬이 그녀에게 반한 원인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녀와 조유진의 눈매가 닮았다. 그런데 그녀도 자기의 외모가 조유진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강이찬이 자꾸 옷을 선물하는 이유도 알았다. 한번은 그녀가 산 옷을 입고 함께 나가려고 했는데 강이찬이 갈아입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끝내, 그녀는 할 수 없이 그가 산 옷을 입었다. 그제야 그의 표정이 좋아졌다. 이제야 모든 걸 이해했다...그 옷을 입어야만 강이찬이 그녀한테서 조유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단지 대역일 뿐이었다. 남초윤이라는 사람이 오늘 그녀에게 번호를 남겼다. 그녀는 베란다에 가서 번호를 눌렀다. “남초윤 씨, 심미경이에요.
강이찬이 잠깐 뜸 들이더니 이윽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지금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우리 이미 약혼했잖아요. 당연히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난 예전에 누구에게도 청혼한 적 없어요. 나 거절할 거예요?”심미경인 침을 꼴깍 삼키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은 심미경이랑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조유진의 대역과 결혼하고 싶은 거예요?”“...”이 말을 꺼낸 이상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분위기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강이찬은 바라만 볼 뿐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갑자기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말했다. “늦었어요. 얼른 자요. 내일 아침 또 출근해야 하잖아요.”뒤의 심미경이 따라오든 말든 그는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선택적으로 도피하는 듯이.심미경은 거실에 서 있다 끝내 서러움에 소리 내 울었다. 어쩐지 그의 여동생 강이진이 계속 그녀를 아니꼽게 보고 단지 운이 좋을 뿐이라고, 얼굴이 아니면 자기 오빠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니.원래 강이진이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야 그 진짜 의미를 알았다. 강이진의 말뜻은 그녀의 얼굴이 조유진과 닮아서 강이찬이 마음에 들어 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단지 조유진의 덕을 본 것이었다....성남 공항.조유진이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이 땅을 밟았을 때 마음속으로 흥분을 참지 못했다. 처음으로 책 속에서 말한 고양에 돌아간 느낌이 무엇인지 느꼈다. 이리저리 떠돌던 마음이 소속지를 찾은 듯 드디어 착륙했다. 검은색 벤틀리가 그녀 앞에 섰다.내린 창문을 통해 보니 엄창민이었다. “타. 아버지가 데리러 오라고 했어.”엄창민이 차에서 내려 조유진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었다. 조유진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창민 오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사실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일 년 사이에 그녀는 엄 어르신, 엄창민과 자주 연락했다. 연
조유진은 한번의 도전만에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첫 노래 영상으로 50만 팬이 생겼다. 그 후, 하루가 멀다고 영상을 올렸는데 모두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노래를 한 영상이었다.지금은 이미 500만 팬을 가졌다. “아버지가 그냥 해본 말이야. 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조유진이 담담히 웃었다.“비록 말하는 사람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 마음이 있잖아요. 엄 어르신이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보답해야죠.”엄창민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조유진처럼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걸 싫어했다. “맞다. 이번 귀국하고 다른 계획있어? 인터넷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엔터테인먼트랑 계약할 생각 없어?”“계약이요?”조유진이 현재 회사가 없어 인터넷의 영상 계정도 아무 회사에 속하지 않았다. 엄창민이 제시했다. “응.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만약 음반 회사랑 계약하면 더 잘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줄 거야.”“아직 결정 못 했어요. 그런데 돌아왔으니 일단 나중에 생각해 보죠.”“그래도 좋아. 금방 돌아왔으니 당분간 쉬어. 성남 돌아볼래? 성남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 다 못 가봤지? 내일 같이 돌아줄까?”“내일 아마 시간 없을 것 같아요. 내일 아침 대제주시에 가는 티켓을 샀어요.”엄창민이 멈칫했다. “혹시... 배현수 만나러요?”다시 배현수 이름을 들었을 때 조유진의 심장이 여전히 격하게 떨렸다. 그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그 사람을 왜 찾아요, 재결합하게요? 이번에 돌아온 것은 엄마 기일이어서 온 거예요. 돌아가서 제사 지내려고요, 제사 끝나고 성남으로 돌아올 거예요. 몰래 갔다 돌아올 테니 들키지 않을 거예요.”그리고 배현수의 눈에는 조유진은 이미 죽은 지 오래다. 엄창민이 물었다. “같이 가줄까요? 만약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나면 제가 도와줄 수 있잖아요.”“창민 오빠, 안 바빠요?” 조유진의 물음에 엄창민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그는 얼른 다시 대답했다. “요즘 안 바
엄씨 사택.도 집사가 이미 주방에 요리를 한 상 차리라고 분부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엄 어르신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후 문 앞에 걸어가 밖을 쳐다봤다. 옆의 도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환희 아가씨 몇 분 후면 도착할 거예요.”“명월이는? 연락해서 재촉해봤어?”“명월 아가씨가 저녁에 야근한다고 시간이 없대요. 먼저 드시라고 했어요.”엄준은 탄식했다. “얘도 참, 가끔 너무 진취적인 것도 좋지 않을 때가 있어.”말하고 있는데 검은색 벤틀리가 정원으로 들어왔다.엄창민과 조유진이 차에서 내렸다. 조유진은 한눈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엄준을 봤다. 그녀는 엄준의 앞에 가서 눈시울을 붉혔다. “엄 어르신, 제 수익 30%를 보답하러 왔어요.”엄 어르신이 잠시 멈추더니 이윽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조유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수익 30%.”저녁을 먹은 후, 엄준은 조유진을 서재로 불러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얘기했다. 조유진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이건?”“제가 인터넷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통해 팬을 조금 얻었어요. 이건 제가 광고를 받아 번 돈이에요. 비록 엄 어르신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이겠지만 그때 말했잖아요. 수익의 30%를 보답하기로.”엄 어르신은 조유진을 가리키며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고집 있는 아이네.”“받으세요. 아니면 제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비밀번호는 1 6개예요.”조유진의 단호한 태도에 그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 받을게요.”조유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금방 돌아와서 앞으로 뭐할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자기 사업을 잘 발전시킬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게 뭐든지. 앞으로 예전처럼 피폐하게 살지 않을 거예요.”“그 생각 괜찮네요. 아직 어리니 도전해 봐요. 예전에 대제주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조유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죽어도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선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만나게 되어있다. 빠르든 늦든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면 내일 대제주시에 가서 어머니 제사 말고 아이도 볼 생각인가요?”“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엄준은 그녀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급하지 않아요. 어떤 일은 생각이 끝나지 않으면 만나더라도 장면을 혼잡하게 만들 거예요. 아니면 기분 조절이 끝나 평온한 마음으로 배현수를 만날 수 있을 때 아이를 만나러 가는 게 어때요. 비록 배현수를 몇 번 보지 못했지만 그가 책임감 있는 좋은 아빠인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선유가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자책하지 말아요.”조유진이 잠시 멍해졌다. “엄 어르신. 어떻게...”“까먹었어요? 성행 그룹과 SY가 이미 장기 협업을 약속했어요. 얼마 전 SY에 업무 미팅을 갔을 때 미팅 끝나도 배현수가 사무실에 들렀다 가라고 했어요. 계속 날 부탁해 성남에서 당신을 찾아달라고 했어요. 소식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당연히 대충 넘겼어요. 다섯시 쯤까지 얘기했을 때 비서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어요. 예전에 당신과 배현수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말한 적이 없어서 친척 집 아이인 줄 알고 조금 어리둥절했어요.”“그런데 물어보니 딸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이 바빠서 자주 옆에 데리고 다닌대요. 그래야 많이 함께할 수 있다고.”“내가 아이를 계속 옆에 데리고 있으면 인연을 찾는 데 방해되지 않는지 물었는데 인연은 필요 없다고 했어요. 앞으로 연애,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아이를 옆에 데리고 있으면 마침 인연을 막아줄 수 있다고 했어요.”“선유도 밝아 보였어요. 당신이 떠나있는 동안 부녀가 그래도 순탄하게 지낸 것 같아요.”그는 눈을 내리깔고 복잡한 감정을 숨겼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담담히 말했다. “그는 늘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어요. 좋은 아빠예요. 선유가 그와 있으면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엄 어르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내가 말한 이유는 이 일들로 감
“학교 가기 싫어”의 문자를 보고 조유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얼른 답장했다. [아직 인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콘서트를 못 해. 만약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꼭 티켓을 선물로 줄게.]조유진의 카카오톡 이름은 조햇살이다. 조범의 성씨를 계속 쓰고 싶지 않아 파벌이 다른 ‘조’씨로 바꿨다. 그가 인터넷에서 노래하는 계정도 이름이 조햇살이다.단지, 줄곧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년 전, 미국에서 치료할 때 선유가 너무 보고 싶은데 배현수가 눈치챌까 봐 전화할 엄두가 안 났다. 머리를 쥐어짜다 낯선 사람의 신분으로 선유에게 다가갔다. 그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녀는 늘 선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이미 인터넷에서 얼마 정도 인지도가 있었다. 그녀가 추가하니 예상 밖으로 선유가 바로 통과했다. 더 의외로 선유가 그녀의 노래를 자주 듣고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그녀의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와 아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주 문자를 했다. 사실 사람이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랑 다르고 또 어떤 창법은 가성을 써야 해서 동일 인물인지 들어내기 어려웠다. 선유도 단지 조금 비슷하다는 것을 들어냈다. 배현수가 조햇살을 알더라도, 목소리를 듣더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선유의 답장이 왔다.[아아아아! 햇살 언니 노래 듣기 너무 좋아! 왜 아직도 유명해지지 않은 거야! 얼른 유명해져!]조유진은 머리를 쥐어뜯는 듯한 문자 내용에 아이의 귀여운 표정이 상상되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넌 어때? 요즘 숙제 잘하고 있어?][음... 꼭 말해야 해? 그 숙제들 이미 다 할 줄 알아. 제목만 봐도 너무 간단해 보여서 안 했더니 선생님이 아빠한테 전화했어.]말끝에 “공포스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아빠가 뭐라 안 했어?][당연하지. 아빠가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한 발자국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