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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뭐라고? 아버지가 조유진에게 엄환희의 신분으로 비자를 발급하라 했다고? 조유진이 뭔데! 그 여자는 아버지가 길 가다 주운 고양이잖아!”

이 일을 알게 된 엄명월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그 해에 그녀가 엄준을 따라 복지원을 나올 때도 엄준이 그녀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엄명월.

명월은 휘영청 밝은 달을 뜻한다. 그리고 달이 많은 별들을 품고 있다는 뜻도 있었다.

당시 그녀는 이 이름을 매우 좋아했다.

엄준의 수양딸이 된 후, 더 이상 복지관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엄명월이 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하지만 이 이름이 아무리 많은 별을 품고 있다고 해도 절대 엄환희라는 이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엄환희는 엄준의 친딸이다.

‘환’자를 붙인 것은 아버지가 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딸 인생의 평안과 기쁨이고 항상 웃고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엄명월은 전화기 너머의 비서에게 말했다.

“조유진이 대체 어디서 온 거예요? 아버지 말로는 예전에 SY그룹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설마 SY그룹에서 보낸 스파이는 아니겠죠? 가서 뒷조사 좀 해주세요. 만약 진짜로 상대방이 보낸 비즈니스 스파이라면 그 여자에게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줘야죠.”

조유진에게 어떤 목적이 있든 엄명월은 그녀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

일주일 후, 미국으로 가는 비자가 발급되었다.

엄준은 서류봉투를 조유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 미국으로 가는 신분증과 비자 서류들이 들어 있어요.”

조유진은 그 묵직한 서류봉투를 받으며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감격’이라는 두 글자 외에 도저히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조유진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쉰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했다.

“엄 어르신, 어르신은 제 은인이에요. 저의 친아버지도 이렇게까지 저를 따뜻하게 대한 적이 없어요.”

그녀는 난생처음으로 부성애를 느꼈다. 우습게도 혈연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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