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른 아침.엄준은 도 집사를 데리고 조유진을 보러 왔다.“이분은 도 집사예요. 엄 씨 사택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도 집사를 찾으세요.”“도 집사 아저씨, 안녕하세요.”도 집사는 병상의 조유진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감탄했다.“어르신, 이 아가씨는 그때 당시의 사모님과 정말 비슷하네요.”그러자 엄준이 웃으며 대답했다.“내 말이 맞지? 유진 씨는 나와 인연이 깊다니까. 도 집사, 내가 사라고 한 새 휴대전화는?”도 집사는 새 휴대폰를 조유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아가씨, 이건 어르신이 유진 씨를 위해 사라고 한 새 휴대전화입니다. 안에 SIM 카드도 다 넣어 놨어요.”조유진은 감히 손을 내밀지 못했다.“어르신, 저는...”“받아요, 그저 새 핸드폰일 뿐이에요. 병원에 혼자 있으니, 우리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기도 불편하고. 핸드폰이 있으면 우리도 유진 씨와 연락하기 편해서 그래요.”조유진은 이미 충분히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에 더 이상 그들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건네는 휴대폰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엄 어르신, 고마워요.”“근데 아가씨는 왜 아직도 어르신이라고 부르나요. 어제 어르신이 수양딸로 삼기로 했잖아요.”엄준은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조유진을 바라보았다.조유진은 도저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야 겨우 한마디 했다.“아버지.”순간 엄준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개했다.하지만 그녀의 병을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유진 씨, 미국에 가는 비자는 제가 사람을 보내서 신청하게 했는데 발급기관에서 신분을 증명할 만한 서류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혹시 신분증 같은 건 있나요?”“아니요, 바다에 뛰어들 때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있었어요.”엄준과 도 집사는 서로 얼굴을 한 번 마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눈앞에 있는 젊은 아가씨가 죽을 결심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엄준이 입을 열었다.“사실 다른 서류라면 돈 좀 들
“뭐라고? 아버지가 조유진에게 엄환희의 신분으로 비자를 발급하라 했다고? 조유진이 뭔데! 그 여자는 아버지가 길 가다 주운 고양이잖아!”이 일을 알게 된 엄명월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그 해에 그녀가 엄준을 따라 복지원을 나올 때도 엄준이 그녀의 이름을 지어주었다.엄명월.명월은 휘영청 밝은 달을 뜻한다. 그리고 달이 많은 별들을 품고 있다는 뜻도 있었다.당시 그녀는 이 이름을 매우 좋아했다.엄준의 수양딸이 된 후, 더 이상 복지관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엄명월이 된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하지만 이 이름이 아무리 많은 별을 품고 있다고 해도 절대 엄환희라는 이름과는 비교할 수 없다.엄환희는 엄준의 친딸이다.‘환’자를 붙인 것은 아버지가 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딸 인생의 평안과 기쁨이고 항상 웃고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엄명월은 전화기 너머의 비서에게 말했다.“조유진이 대체 어디서 온 거예요? 아버지 말로는 예전에 SY그룹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설마 SY그룹에서 보낸 스파이는 아니겠죠? 가서 뒷조사 좀 해주세요. 만약 진짜로 상대방이 보낸 비즈니스 스파이라면 그 여자에게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줘야죠.”조유진에게 어떤 목적이 있든 엄명월은 그녀가 모든 것을 다 차지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일주일 후, 미국으로 가는 비자가 발급되었다.엄준은 서류봉투를 조유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여기에 미국으로 가는 신분증과 비자 서류들이 들어 있어요.”조유진은 그 묵직한 서류봉투를 받으며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감격’이라는 두 글자 외에 도저히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조유진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쉰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했다.“엄 어르신, 어르신은 제 은인이에요. 저의 친아버지도 이렇게까지 저를 따뜻하게 대한 적이 없어요.”그녀는 난생처음으로 부성애를 느꼈다. 우습게도 혈연관계가
“어르신, 저 꼭 살아서 돌아올게요. 걱정하지 마세요.”엄준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꼭 살아야 했다. 엄준이 병실을 막 나올 때 갑자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창민이 건 전화다. “아버지, SY그룹에서 저희 회사에 왔는데 배현수 대표가 직접 왔어요. 지금 우리 건물 1번 회의실에서 계약서를 체결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알았어, 금방 갈게.”...성행 그룹의 회의실.배현수는 창가에 서 있었고 떡 벌어진 어깨는 남다른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곧바로 엄준과 엄창민 모두 회의실에 도착했다.“배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엄준이 앞으로 걸어가며 배현수와 악수를 했다.모든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한 시간 후, 성행 그룹과 SY그룹은 공급 협력계약서를 성공적으로 체결했다.이번에 배현수는 성남에 올 때 서정호 비서만 대동하고 왔다. 엄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배 대표가 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 성남까지 오실 줄은 몰랐어요.”“이번에 성남에 온 이유는 사업 때문만이 아니에요. 굳이 숨길 필요도 없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성남에 온 김에 성행 그룹과 계약서까지 체결하는 거예요. 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래서 엄 어르신의 도움이 필요해요.”“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배 대표도 어려운 일을 이 노인네가 할 수 있을까요?”엄준은 배현수에 대해 예전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다. SY그룹, 이 회사는 배현수가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설립한 회사로서 이제 막 창립 6주년이다.하지만 그사이 창업자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3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출소 후, 그는 딱 3년이라는 시간 안에 SY 그룹을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막강한 재단을 갖춘 큰 회사로 키워냈다. 그의 과거는 마치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위험한 것 같지만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배현수의 일 처리는 한 치의 허점도 없었고 모든 결단이 칼같이 확실하고 정확했다. 비즈
이틀 후, 조유진은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출발하기 전날 밤, 엄준이 또 그녀를 보러 병원으로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준이 사진 한 장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유진 씨, 이 사진 속의 아가씨가 당신 맞나요?”사진에는 배현수와 눈이 내리는 날 눈싸움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절대 자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아가씨는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조유진은 도저히 반박할 수 없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엄 어르신, 어르신이 어떻게 이 사진을... 가지고 있으세요?”“그래서 당신은 정말로 배현수 대표의 아내인가요?”아내?조유진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에게 어떻게 그런 자격이 있습니까? 저와 그 사람은 진작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그럼 배현수 대표와 어떤 관계인가요?”“대학 시절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그냥 전 여자 친구일 뿐이에요.”전 여자 친구일 뿐인데 배현수가 굳이 성남까지 찾아와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을 만큼 사람 찾는 거에 올인하려 할까? 엄준은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행동 하나 표정 하나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파악했다. 배현수 얘기가 나오자 조유진의 얼굴은 확연히 달라졌다.그녀는 분명히 숨기는 일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엄준도 억지로 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배현수 씨는 성남에 있어요. 우리 그룹과 계약서를 체결하러 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조유진 씨를 찾으러 온 거래요.”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진 씨가 어디 있는지 말하지 않았어요. 전에 배현수를 모른다고 한 것도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물론 유진 씨가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지는 않지만 유진 씨 결정을 존중할게요. 저도 배현수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기에 쉽게 그에게 유진 씨에 대해 얘기할 수 없어요.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미국으로 출발하면
성남은 남방의 도시로 대제주시만큼 번화하다. 그리고 밤에도 곳곳마다 가로등과 상가의 불이 환하게 켜져 먼 곳까지 훤히 보였다.창가에 선 조유진은 환한 불빛에 도심까지 한눈에 보였다.지구같이 생긴 랜드마크 건물이 바로 반도호텔이다.그렇게 그녀는 오랫동안 그곳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내일 아침 일찍, 조유진은 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미국에 치료받으러 가야 한다.앞으로 배현수와는 산과 바다를 사이에 둔 채 두 번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녀는 말없이 창문을 닫은 후 커튼을 쳤다.이제 더 이상 조유진으로 살지 않기로 했으니 앞으로 조유진과 관련된 모든 과거도 같이 봉인해야 했다....반도 호텔 안.서정호가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왔다.“배 대표님, 제가 음식 몇 개 주문해 드렸어요. 좀 이따 호텔 직원이 가져다줄 겁니다.”배현수는 손에 든 사진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조유진 소식은 새로 확인된 게 있어?”서정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직... 없어요. 배 대표님, 우리가 엄 어르신께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하지만 서정호 역시 현재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저 배현수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조유진이 바다에 뛰어들어 실종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녀의 생존 확률은 매우 낮다.사실 그들은 조유진이 죽었다는 사실을 진작에 받아들였다. 조유진의 절친 남초윤마저도 배현수더러 이제는 장례를 치르자고 재촉했다. 하지만 배현수는 조유진이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에서도 오직 배현수만 모든 정신을 다 쏟아부으며 그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배현수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서정호가 하던 말을 계속했다.“배 대표님, 저희가 성남에 며칠째 있으니... 대제주시에서 자꾸 전화가 오네요. 내일 아침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대제주시로 다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사실 그는 직접 말하고 싶었다. 조유진은 이미 죽었고 시간을 허비해서 사람을 찾아도 그저 스스로 잠
이튿날 아침, 성남에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성남 공항 안,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엄 어르신과 도 집사가 직접 조유진을 공항 로비까지 데려다줬다. “조유진 씨, 조심히 가요.”“메이오 클리닉에 무사히 도착하면 전화해요.”조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 어르신, 도 아저씨, 건강 잘 챙기세요.”엄 어르신이 손을 흔들었다.“늦었어요. 들어가요.”조유진이 항공권과 여권을 들고 국제 탑승구로 걸어갔다.한편, 조유진이 금방 들어갔을 때.배현수와 서정호도 공항 로비에 도착했다. 다만 그들은 국내 탑승구로 가서 대제주시에 갈 예정이었다.공항 휴게실에 들어가기 전, 조유진은 한번 뒤돌아봤다. 24년 동안 국내에서 생활하다 갑자기 떠나려니 마음속에 조금의 불안함과 실망감이 있었다. 앞날은 멀고 생사를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이렇게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그녀는 아쉬움에 마지막으로 뒤돌아봤다. 이와 동시에, VIP 휴게실로 들어가려던 배현수가 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눈길을 돌려 바라봤다.거의 같은 순간, 조유진이 뒤돌아 국제 탑승구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인파가 넘쳐흐르고, 수많은 사람의 그림자가 뒤엉켰다. 이윽고 서로 인파 속에 파묻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배현수는 공항 왼쪽으로 가고 조유진은 공항 오른쪽으로 갔다. 서로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비행기가 이륙하기 전.비즈니스석에 앉은 배현우가 낡은 검은색 핸드폰을 열었다. 갤러리를 열자 모두 조유진 사진이었다. 두 사람이 연애할 때, 그녀는 늘 그의 전화로 셀카 찍기를 좋아했다. 그들이 같이 찍은 사진도 엄청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시간은 그가 일에 몰두하고 그녀가 옆에 앉아 그의 전화로 몰래 그들이 함께한 수많은 순간을 찍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시간이 되어 배현수는 전화를 껐다. 그는 부처님을 믿지 않았지만 한 번쯤 부처님을 믿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싶었다. 그도 그녀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데 방해되
배현수가 성남에서 산성 별장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저녁 10시였다.별장에는 작은 무드등만 켜져 있었다. 갑자기 작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그의 허벅지를 꼭 껴안았다. “선유?”그는 손을 뻗어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유가 시무룩해서 입을 열었다. “아빠, 아빠도 안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 아빠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엄마도 그렇게 말했는데 날 버렸잖아요. 아빠, 아빠는 엄마처럼 안 좋은 생각하면 안돼요.”아이는 작은 얼굴을 들어 그를 애타게 바라봤다. 배현수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아빠... 안 좋은 생각 한 적 없어.”“거짓말, 엄마가 떠난 후 매일 밤 엄마가 꼈던 반지를 보며 멍때렸잖아요. 가끔 거실 소파에서 밤새 말 한마디 없이 앉아있기도 하고. 아빠, 엄마랑 같이 가지 마요. 무서워요.”아이의 작은 두 손은 그의 정장 바지를 꼭 잡고 있었다. 마치 손을 놓으면 아빠가 떠날 것처럼. 배현수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줬다. “아빠가 약속할게. 언제가 곁에 있을 거야.”이것은 조유진의 유언이었다. 아무리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선유를 잘 키울 것이다. “엄마는 떠났고 다시는 안 돌아오는 거 맞죠?”선유의 머루알 같은 눈동자가 배현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이가 비록 어리지만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매번 초윤이 이모가 올 때마다 눈빛이 비통했다. 예전에 이모한테 엄마에게 연락해달라고 하면 바로 전화했었는데 지금은 화제전환만 할 뿐이다. 배현우는 몸을 숙여 아이와 눈을 맞췄다. 투박하고 따뜻한 큰 손이 말랑한 작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는 손을 뻗어 아이를 안고 작은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선유야 무서워하지 마.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아빠, 앞으로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 꼭 잘 있어야 해요. 아빠한텐 내가 있잖아요.”배현수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대답했다. “응, 알았어.”그날 밤, 배현수는 선유를 안고 아기방으로 갔고 이
“아빠, 오늘 저녁은 강 삼촌이 사주는 거예요?”“응, 강 삼촌이 결혼 준비 중이야. 여자 친구랑 같이 우리를 만나러 올 거야.”일 년 전, 배현수가 한번 화낸 것 때문에 강이찬이 강이진을 데리고 SY 그룹을 떠났다. 일 년간, 그들 사이에 연락이 많지 않았다. 모두 육지율이 가운데서 소식을 전했다. 강이진은 성격이 간사하고 제멋대로지만 강이찬은 항상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잘못된 일을 한 적이 없다. SY가 오늘과 같은 날이 있게 된 것도 강이찬 덕분이 크다. 그룹의 주식 분할도 강이찬의 몫이 줄곧 있었다. 배현수는 그의 주식을 회수하지 않았다. 선유는 작은 입을 움찔거리며 물었다. “그... 강이진 이모도 있는 건 아니죠? 그 이모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만나면 참지 못하고 싸워요.”“없어. 오늘 강 삼촌이 나만 불렀어. 그리고 육 삼촌이랑 초윤이 이모가 올거야.”“너무 좋아요. 육 삼촌이랑 이모 안 본 지 오래됐어요.”금방 룸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배현수는 육지율의 목소리를 들었다. 룸 안, 육지율이 강이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고 있었다. “이찬아, 현수가 그때는 단지 화가 나서 강이진이 꺼지길 바란 거야. 네가 맞서서 뜻대로 안 되니 당연히 너한테 화내서 같이 꺼지라고 한 거지. 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나... 안 돌아가고 싶어. 지율아, 너도 내 성격 알잖아. 난 사람과 대립하는 걸 안좋아하는 거. 만약 계속 SY에 있으면 너희랑 의견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어. 그런데 난 일 때문에 형제랑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그리고 지금 SY는 충분히 강대해져서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아. 내가 있든 없든 SY는 잘 될 거야.”육지율은 또 몇 마디 타일렀다. “우리 셋이 대학교 때부터 전우 같은 사이였는데. 진짜 형제를 버리고 혼자 창업할거야?”“내가 언제 너희를 버렸어? 오늘 같이 밥 먹자고 불렀잖아. 내가 창업해서 성공하면 너희들을 주주로 영입할게.”말하고 있는데 배현수가 선유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