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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밤이 된 성남은 곳곳이 번화한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대제주시는 북쪽에, 성남은 남쪽에, 이렇게 남과 북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조유진은 병실 창가에 서서 창문을 열어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

불과 한 달만에 대제주시에서 발생한 일들은 마치 전생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큰 트라우마를 겪고 나면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왜 잊히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이 기억이 나는 걸까?

그녀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손을 들어 허전한 목을 만졌다.

조유진은 원래 이곳에 은반지가 있는 은목걸이를 항상 하고 다녔다.

엄창민이 보온병을 들고 병실에 들어갔을 때 가녀린 그림자가 창가에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주먹을 쥔 손을 입 앞에 갖다 대며 가볍게 기침했다.

“조유진 씨, 이건 아버지가 보내라고 한 음식이에요. 엄 씨 사택의 주방에서 만들었는데 입맛에 맞는지 한 번 드셔보세요.”

조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고마워요. 괜히 저 때문에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게 했네요. 저 대신 어르신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저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나중에... 나중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꼭 최선을 다해 갚도록 할게요.”

“메이오 클리닉은 의료기술이 아주 잘 되어 있으니 유진 씨에게도 분명 나중이 있을 겁니다.”

그는 조유진에게 한 마디 위로를 건넸다.

조유진은 풍성한 음식들을 보고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전했다.

“다들 고마워요. 덕분에 저에게도 나중이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어요”

점점 빨개지는 그녀의 눈시울을 보고 있자니 엄창민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가녀린 아가씨가 바다에 뛰어들기까지 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엄창민은 참하고 됨됨이가 있는 사람이라 사적인 일을 절대 쉽게 묻지 않는다.

“엄 어르신에게서 들었는데 유진 씨가 예전에 SY그룹에서 일했다면서요? 혹시 SY 그룹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을까요?”

그 말에 그녀의 동공이 끊임없이 흔들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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