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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기복부 첫 장에는 ‘배’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이게 다른 사람이 우연히 쓴 글자라면 뒷장으로 넘겼을 때는 선유라는 두 글자가 기복부 전체를 채웠다.

이 세상에 이와 같은 우연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현공민도 기복부를 보고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제가 잘못 가져왔네요. 이 기복부는 이미 다 쓰여 있네요. 새것으로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현공민이 다시 가져가려고 할 때 배현수는 손으로 그것을 꽉 잡으며 물었다.

“이 기복부를 쓴 사람이 조유진 씨 맞습니까?”

현공민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기복부를 쓴 사람을 아십니까?”

“네, 이것은 틀림없이 그녀가 쓴 거예요.”

현공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게 이 사람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저도 그 아가씨에 대해 인상이 깊어요. 아가씨가 산에 올라온 날도 오늘처럼 날이 어둑어둑해진 후였어요. 그녀가 세상을 포기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제가 몇 마디 타일렀었죠. 그러자 아가씨가 오랫동안 이곳에서 기복부를 쓰더라고요. 혹시 이 기복부에 쓴 ‘배’자가 당신 성씨인가요?”

배현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글자가 쓰인 종이 위에 손을 갖다댔다.

현공민이 낮은 소리로 위로하듯 입을 열었다.

“아가씨가 얼굴이 선하니 모든 일도 반드시 잘 풀릴 겁니다. 젊은 친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천천히 기다려 보세요.”

배현수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그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스님의 덕담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현공민은 새 기복부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조유진의 기복부를 들고 중얼거리던 배현수가 현공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글씨를 좀 더 보게 해주세요.”

“그래요... 여기서 보고 계세요.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현공민이 자리를 떠나고 작은 방에 배현수 한 사람만 앉아 있었다.

그는 한 페이지 가득 채운 ‘배’라는 글자를 보면 볼수록 가슴이 메여져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장마다 있는 자신의 이름과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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