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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가 사무실을 나서자 남초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께서 유진이 장례식은 언제 치른대요?”

“안 한답니다.”

“뭐라고요?”

전화에서 남초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지율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현수는 지금 이미 미친놈이나 다름없어요. 유진이의 죽음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거든요. 현수는 유진이가 죽지 않았는데 장례식을 왜 하냐고 하던데요?”

“...”

남초윤은 말이 없었다. 그래도 화가 났다.

“대표님은 유진이 가는 길조차도 편히 못 가게 할 거래요? 장례식을 치르지 않으면, 무덤도 못 만들고 유진이는 평생 외롭게 살아왔는데 갈 때마저도 쓸쓸하게 허공에서 떠다녀야겠어요?”

“나도 현수가 나쁜 생각 할까 봐 무서워요. 지금 현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아요. 하지만 현수가 평온해질수록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겠죠.”

요 며칠 남초윤은 계속해서 조유진의 꿈을 꾸었다.

조선유가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슬퍼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

배현수가 산성 별장에 도착한 건 밤 열 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아직 잠에 들지 않은 선유는 치마 두 벌을 골라 몸에 갖다 대며 말했다.

“아빠, 내가 내일 엄마 만나러 갈 때 어떤 치마를 입으면 좋을까요? ”

조선유의 손에는 레몬색 노란 치마와 하얀색 치마가 들려져 있었다.

배현수는 선유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노란색 치마가 좋겠어.”

“좋아요. 아마도 내일은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먹을 텐데 하얀색을 입으면 쉽게 더러워지겠죠. 아빠, 아빠도 내일 저희랑 함께 갈 거죠?”

배현수는 잠깐 망설이고는 대답했다.

“선유야, 엄마가 내일 시간이 안 된대.”

“하지만 엄마가 저랑 약속했어요! 저를 데리고 원숭이 보러 동물원에 간댔어요!”

“엄마가 새로운 직장에 가서 요즘은 엄청 바쁠 거야. 윗분들께서 엄마더러 야근하래.”

배현수의 얼굴에는 특별한 감정선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평소에도 있을 법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조선유는 아직 어려 어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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