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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그날 밤, 조유진은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오랫동안 영정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린 선유 역시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선유는 매우 졸린 듯했지만 눈을 부릅뜨며 참고 있었다.

잠이 들면 어머니가 당장이라도 외할머니를 따라 하늘나라로 가버릴 것 같았다.

...

일 층, 검은색 마이바흐 차 안.

차 안에 앉아 있는 배현수는 차 안 서랍에 있던 오래된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 폰은 커플 휴대전화기이다.

검은색이 배현수 것이고 흰색은 조유진의 것이다.

두 개의 휴대전화 번호도 일련번호이다.

이 휴대전화 번호는 3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감옥에서 나온 후, 배현수는 저도 모르게 전화 요금을 내고 번호를 남겼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이렇게 한 이유도 몰랐다.

머리로는 이런 행동이 헛된 것임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조유진에게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을 거라고 그녀에 대한 감정은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녀에게 복수하든, 아니면 깔끔하게 모든 것을 놓아주든 모두 자신이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도록 미워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조유진이라는 존재는 이미 자신의 피와 살이 되어 마음속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유진을 잊는다는 것은 피와 살이 떨어지는 아픔이었고 뼈를 부러뜨려도 근육이 남아 있는 것과 같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배현수는 서랍에서 꺼낸 휴대전화를 켰다.

화면이 밝아졌고 휴대전화 배경화면은 조용히 잠든 조유진의 얼굴이었다.

음성 메시지 함의 첫 번째 음성을 클릭하는 순간 조유진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밤 일찍 돌아오면 안 돼? 제육볶음 해줘!”

“남자친구님. 나 맵고 뜨거운 마라탕이 먹고 싶어.”

“현수 오빠, 현수 오빠, 이번 주에 인형 뽑으러 가자! 오빠가 잘하잖아. 나 한 무더기 뽑아줘!”

“배현수... 보고 싶어... 어디야? 빨리 데리러 와. 나 모기에게 물려 죽을 것 같아...”

“나 장학금 받았어. 배현수, 당신 여자친구 대단하지? 오늘 저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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