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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유진아... 많이 슬픈 거 알아. 그러니까 울고 싶으면 얼마든지 울어.”

남초윤은 지나치게 평온한 조유진의 얼굴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그녀의 눈에서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외로움과 좌절로 시들어 있다.

사람은 죽기 전에 몸에서 쇠퇴한 기운을 내뿜는다고 했다.

지금 조유진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 또한 무서운 죽음인 것 같았다.

남초윤은 그녀를 도와 문을 열었고 조유진은 유골함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유골함을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남초윤에게 물었다.

“초윤아, 마땅한 묫자리 좀 알아봐 줄래? 내일 아침 일찍 유골함을 묻으려 해.”

이 말을 하는 조유진은 매우 냉정했고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내뱉으며 내일 일에 대해 조리 있게 설명했다.

남초윤은 그런 조유진의 모습에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대답했다.

“응. 알았어. 바로 확인해 볼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남초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남산 묫자리 좀 알아봐 달라고 했어. 그곳이 풍수지리도 좋고 여기와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어때?”

“좋아. 나도 남산 묫자리가 좋다고 들었어.”

남초윤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고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유진이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다고 생각했다.

남초윤은 조유진을 와락 껴안으며 외쳤다.

“유진아! 그냥 울어.”

조유진은 가족이 별로 없다. 정확히 말해 이 세상에서 안정희와 어린 선유 두 사람밖에 없다.

조범은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이라 그저 명목상의 아버지에 불과했다.

이제 안정희가 조유진 곁을 떠났으니 목숨 반을 잃은은 것과 다름없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침착한 이유는 진짜 큰일이 날까 봐 걱정되어서다.

“유진아. 네가 매우 힘들다는 거 아니까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돼. 어머니는 떠나셨지만 너에게는 선유가 있잖아. 그리고 나도 있고.”

조유진은 생기가 없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 맞아. 선유가 있었지... 선유는 이미 현수 씨에게 보냈으니 현수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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