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가 맞춘 건 아니지?”임유환의 반응을 본 윤세아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럴 리가요...”임유환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둘러댔다.“그럼 내가 잘못 들은 거겠네. 바닥은 차니까 거기서 자면 감기 들까 봐 그랬어.”윤세아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차피 곧 결혼하면 다 한 집안사람인데, 남자가 좀 밀고 나가고 그래야지.”“과일은 여기 두고 나갈게. 나는 이제 방해 안 할게.”“그리고 서우 아빠가 요즘 감기 걸려서 밤에 추워하거든. 이 이불은 내가 가져갈게.”말을 마친 윤세아는 이불을 빼가며 최서우에게 눈짓했다.그에 최서우는 바로 얼굴이 빨개졌지만 임유환은 아직도 바닥에서 자려는 걸 들킬뻔했다는 생각에 이 상황이 어색해져 최서우의 얼굴은 미처 보지 못했다.그리고 윤세아가 나가자 임유환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아주머니 귀가 엄청 밝으시네요. 이불도 가져가셨으니 어떡해요. 아까 설마 들키진 않았겠죠?”“안 들켰을 거예요.”“유환 씨, 오늘은 그냥 침대에서 같이 자요. 엄마가 갑자기 들어올까 봐 무서워요.”최서우도 할 수 없이 같이 자자고 말을 하긴 했지만 임유환과 같은 침대에 누울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그래서 말을 하면서도 눈빛이 흔들렸고 시선은 줄곧 아래를 향해 있었다.“그래야죠.”윤세아만 잘 속이자는 게 임유환의 목적이었는데 아까 일로 윤세아에게 의심을 심어주었으니 또 떨어져 자다가 밤에 갑자기 들어와 들키기라도 하면 정말 지금까지 한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는 것이었다.“네.”최서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전에는 임유환을 도발도 하고 유혹했던 최서우였지만 막상 이렇게 판이 깔리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숭 떠는 여자처럼 앉아있기만 했다.그리고 3년 전 사건 이후로 남자 손도 한 번 못 잡아본 최서우였기에 이런 쪽으로는 경험도 없었다.경험이 없는 건 임유환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도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어색하게 만 굴리고 있었다.
“샤워요?”샤워라는 단어 하나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르익었고 임유환은 침을 삼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움직이는 임유환의 울대를 보던 최서우가 그의 오해를 풀어주려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내 말은 더우면 씻고 오라는 뜻이었어요. 계속 더우면 힘드니까...”“아, 알겠어요.”그제야 최서우의 뜻을 이해한 임유환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 씻으면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 그냥 잠옷만 입어야 할 판이었다.“그냥 이 옷 입고 있을게요.”그 상태로 잠옷을 입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임유환이 최서우를 향해 말하니 최서우도 단번에 임유환의 뜻을 알아차렸다.“그... 그냥 갈아입어요. 엄마가 좀 있다 세탁기 돌리실 거에요.”“어...”그제야 윤세아라는 큰 관문이 남았음을 인지한 임유환이 알겠다고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나 먼저 씻을게요.”“네.”최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환이 수건과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5분쯤 지나자 찬물로 샤워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임유환이 잠옷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던 최서우는 얇은 잠옷 너머로 단단한 가슴팍의 근육들이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에 귀까지 빨개지며 다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그, 나 다 씻었어요.”“그럼... 내가 씻을게요.”말하는 임유환도 어색했고 듣고 있던 최서우도 이 상황이 숨 막혔기에 서둘러 잠옷을 들고 욕실로 달려들어 갔다.펑.“후...”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임유환은 조금 긴장을 풀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밤을 최서우와 함께 한 침대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어색해지는 것 같았다.이제 8시 좀 넘은 시간이니 씻고 바로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잠옷 차림의 남녀가 온밤 불을 켜고 있는 것도 이상했고 그리고 여기서 제일 문제는 바람이 스치는 아래의 그것이었다.이런 상황일 줄 알았다면 아까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빠져나가는 것인데 모든 것은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그때 욕실에서는
“속... 속옷이요?”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면 되뇔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형체에 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네.”최서우는 그런 임유환을 보며 흔들리는 눈동자를 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너무 긴장해서 급하게 들어오다가 놓쳐버린 것 같은데 평소라면 그저 잠옷을 입고 나가서 가져왔을 테지만 지금은 이 방에 임유환이라는 존재가 더 있었다.그러니 속이 다 비치는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어... 어디 있어요?”부탁을 받은 임유환은 할 수 없이 속옷의 위치를 물었다.“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에요.”“가... 가져다줄게요.”얼굴이 빨개진 채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그녀의 지시대로 제일 밑에 위치한 서랍을 열었다.그러자 순식간에 흰색, 핑크색, 검은색의 수많은 속옷들이 임유환의 시야에 들어왔다.속옷은 처음 만져보는 임유환은 코끝부터 뜨거워 나는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집어 들고는 몸을 옆으로 하고 최서우에게 건네주었다.틈 사이로 혹시나 최서우를 보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몸을 트는 임유환의 매너 있는 행동에 최서우는 다시 한번 그에게 흔들렸다.그런데 임유환이 건네준 속옷을 본 순간 최서우는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며 그것을 빼앗듯이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다급히 욕실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후...”속옷 하나 건넨 게 무슨 큰 일라고 임유환은 등에 땀이 흐르는 것도 모자라 안도의 숨까지 내쉬었다.그리고는 열을 식히려 아주머니가 놓고 간 수박을 입에 욱여넣었다.차가운 그 느낌에 긴장이 조금 가시자 임유환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그렇게 2, 3분쯤 지났을까, 욕실 문이 다시 열렸고 이번에는 최서우가 베이지색 잠옷을 입은 채로 걸어 나왔다.길게 뻗은 하얀 다리에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임유환은 자연스레 제일 눈에 띄는 그 가슴에 집중하게 되었다.글래머러스한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긴장했어요 유환 씨?”임유환의 당황한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최서우가 일부러 그의 귓가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왜요, 내가 지금 좀 많이 섹시한가?”갑자기 귀속을 파고드는 열기에 임유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순간적으로 숨을 참아버렸다.그리고 바라본 최서우의 장난스러운 얼굴에 임유환도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난처해하며 말했다.“서우 씨, 자꾸 장난치지 말고요. 바람이 차니까 조심해요 감기 걸리지 않게.”“재미없어.”제 말에 넘어오지 않는 임유환에 흥미가 떨어진 최서우가 화장대로 향하더니 드라이기를 집어 들었다.“후...”그제야 벗어났다는 생각에 임유환이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어떨 때는 요조숙녀처럼 부끄러워하다가 또 어떨 때는 지금처럼 저돌적으로 다가오고, 임유환은 최서우의 진짜 성격이 뭔지 헷갈렸다.아까 행동에 넘어갔을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윤서린이 없었다면 임유환도 그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가 되었겠지.임유환은 몰랐겠지만 최서우가 이렇게 도발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다 임유환을 믿어서였다.다른 남자 앞이었으면 제 몸을 조금이라도 보여줄까 봐 꽁꽁 싸매고 나왔겠지만 상대가 임유환이었으니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이다.귓가에 한참 동안 들리는 드라이기 소리에 마음이 좀 가라앉은 임유환이 다시 고개를 들어 최서우를 바라봤다.안 볼 때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을 한 번 보니 심장이 다시 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잠옷 아래로 드러난 선명한 S라인, 얇은 등허리 아래로 이어지는 봉긋한 엉덩이까지 남자의 본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몸매에 임유환은 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본능적인 이끌림에 자꾸만 최서우에게 시선이 갔고 그럴 때면 한 가닥 남은 이성이 임유환의 고개를 떨궜다.그 모든 것을 거울을 통해 보고 있던 최서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요?”“누가 보고는 싶은데 볼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아서요.”최서우가 당황하는 임유환을 도발하듯 말했다.“누... 누가요?”“나 다 봤어요.
“서우 씨, 우리 다른 얘기 해요...”최서우의 시선을 받아내던 임유환은 못 버티겠는지 다급히 화제를 돌리려 했다.그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또다시 최서우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세상 못 하는 게 없어 보이던 사람이 꼭 사랑이나 감정 앞에서만 한없이 작아지는 게 신기했다.최서우는 이 순정남을 바로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물었다.“유환 씨, 설마 아직 안 해본 거에요?”“뭐를요?”호기심에 찬 최서우의 눈빛에 임유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정말 모르는 듯한 얼굴에 최서우는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로 했다.“여자랑 안 해봤냐고요.”또 한 번 제 귓가에 속삭여오는 최서우와 그녀가 내뱉은 말에 놀란 임유환이 침을 삼키다 사레까지 들려버렸다.“반응 보니까 안 해봤나 보네요.”“그만, 그만 해요!”“좀 정상적인 얘기 하면 안 돼요?”해맑게 웃는 최서우를 향해 임유환이 손을 들며 말을 막았다.이 이야기를 계속했다가는 제 본능을 더는 참아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이건 정상적인 얘기가 아닌가요?”“아니죠, 이게 어딜 봐서 정상이에요?”빨간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습에 임유환이 최서우를 흘기며 말을 돌렸다.“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지만 아주머니가 다음에 또 물어보면 그땐 어떡할 거에요?”“내가 계속 여기서 지낼 순 없잖아요. 대책을 세워야죠.”임유환이 먼저 말을 꺼내니 최서우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우고는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유환 씨는 무슨 좋은 방법 있어요?”“아니요...”임유환도 좋은 수가 없어서 최서우에게 물은 것이었다.“나도 방법은 없는데.”“됐어요, 그때 가면 다 방법이 있겠죠.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그래요. 그런데 오늘 일도 있었으니 조효동이 다시 서우 씨를 찾아오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최서우의 생각을 모르던 임유환은 조효동을 쫓아낸 것으로 제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했다.“얼굴이 철판보다 더 두꺼운 놈인데, 또 모르죠.”조효동 얘기를 하니 최서우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다음
최서우의 당돌한 질문에 임유환은 침을 삼켰고 머리가 아찔해졌다.“뭐 하자는 거에요 지금.”“몰라서 물어요? 하룻밤만 유환 씨 아내 해준다고요 내가.”최서우는 눈을 깜빡이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장난 그만 해요.”임유환은 헛웃음을 짓고는 끊어져 가는 제 이성을 잡고자 다급히 최서우를 밀어냈다.안 그래도 속옷을 안 입고 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갔다가는 그것이 반응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뭐야, 유환 씨 이 정도로 선비였어요?”임유환에 의해 밀려난 최서우는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전혀 실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혹시...”“혹시 뭐요?”다시 열리는 최서우의 입에서 나올 말이 좋은 말은 아닐 거라서 임유환은 괜히 눈썹을 꿈틀거렸다.“혹시, 안되는 건 아니죠?”“하하!”어이없는 최서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던 임유환은 이내 최서우를 흘겨봤다.“아이, 장난이에요.”조금 화난 듯 보이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아니, 나같이 이쁜 여자가 먼저 달려드는데 계속 침착하니까 해본 말이죠.”최서우는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넘기며 매혹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최서우가 일부러 저를 자극하기 위해 그런다는 걸 아는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최서우 씨, 자꾸 이러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지도 몰라요.”“상관없어요.”임유환의 노려보는 시선에도 최서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임유환은 절대 아무 짓도 못할 사람이니까, 그럴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까 그 좋은 기회를 그렇게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하, 그만 해요.”저를 완전히 꿰뚫어 보는 최서우에 다른 수가 없어진 임유환은 그냥 그만하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그럴 줄 알았어요.”제 예상에 꼭 들어맞는 행동에 최서우가 웃으며 임유환을 바라봤다.“명주가 유환 씨한테 호감을 가진 이유가 있었네요. 나도 유환 씨가 궁금해져요 점점.”“조 중령님이 저한테 호감이 있다고요?”“아, 그쪽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고요.”말실수를 한 최서우는 다급히 해명했다.
“서우 씨, 얼굴은 왜 빨개졌어요?”임유환이 갑자기 달아오른 최서우의 얼굴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그게,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엄마가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최서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며 서둘러 문을 열었다.역시나 문에 귀를 대고 엿듣던 윤세아는 갑자기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너 진짜! 깜짝 놀랐잖아!”그 놀란 상황에서도 임유환이 들을까 조심하며 목소리를 낮추는 건 잊지 않았다.“엄만 여기서 뭐 해?”최서우는 문을 닫으며 엄마를 향해 물었다.“네가 잘하고 있나 걱정돼서 그러지.”“그래도 여기서 엿듣는 건 아니지!”“너 나 좀 따라와.”윤세아는 다시 최서우를 주방으로 데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하라는 거 했어?”“그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최서우는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냥 알겠다고 넘길 생각이었지 진짜로 그런 걸 할 마음은 없었는데 문 앞에서 엿듣기까지 하는 엄마에 최서우도 머리가 아파져 왔다.“엄마 말 들어. 어쩜 이런 일에 너보다 내가 더 급해 하니?”“엄마가 왜 급한데?”“네가 자꾸 부끄러워하니까.”“엄마가 문 앞에서 엿듣는 게 나는 더 부끄러워. 아까 그 소리 유환 씨도 같이 들었단 말이야!”“그래? 그럼 방에 가서 들을게.”“그냥 좀 안 들으면 안 돼?”“내가 네 생각을 모를 줄 알아? 내가 감시 안 하면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그러는 거지 너?”“알겠다고! 할게, 하면 되잖아.”“진작 그럴 것이지. 얼른 가. 유환 씨 기다리겠다.”“알았다고...”최서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방에 들어온 최서우가 처음으로 한 일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서우 씨,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최서우가 돌아오자 임유환은 의아한 듯 물었다.“그냥... 우리 사이 어떤지 물어보셨어요.”“아주머니가 엄청 신경 쓰시나 봐요.”“네, 그렇죠.”임유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최서우의 한숨이었다.“왜 갑자기 한숨 쉬는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임유환은 제 귀를 의심하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이런 짓까지 할 줄 몰랐는데 작아졌다 커지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영혼까지 털려버린 듯 몇 초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벽에 붙어 그 소리를 듣던 윤세아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벽에 딱 달라붙었던 몸을 떼어냈다.이 정도면 임유환과 최서우의 관계가 확실해진 건 물론이고 잘하면 오늘 밤 손자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윤세아는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임유환의 표정은 그와 정반대였다.지금 최서우의 행동을 보니 아까 불을 끄고 귀까지 막으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하지만 그 소리들은 귀를 막아도 조금씩은 들렸기에 임유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귀를 타고 흘러들어온 소리들이 머릿속을 제멋대로 헤집어 놓고 혼을 쏙 빼놓고 있는 이 상황에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리고 고요한 방안에 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최서우는 남자의 본능으로 잔뜩 달궈진 임유환의 두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 눈빛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최서우는 당장 신음을 멈추고 임유환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뭐 하는 것에요! 눈 감으라고 했잖아요!”“아직 준비를 다 못한 거예요.”임유환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소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안 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임유환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던 최서우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엄마를 속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근데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낸 거예요?”임유환은 궁금한 건 못 참겠는지 부끄러워하는 최서우를 보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다 엄마 때문이죠.”“아주머니요?”“아 됐어요. 이미 잘 속였으니까 이제 다 끝났어요.”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아까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그리고 더는 생각도 하지 말아요!”“그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