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속옷이요?”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면 되뇔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형체에 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네.”최서우는 그런 임유환을 보며 흔들리는 눈동자를 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너무 긴장해서 급하게 들어오다가 놓쳐버린 것 같은데 평소라면 그저 잠옷을 입고 나가서 가져왔을 테지만 지금은 이 방에 임유환이라는 존재가 더 있었다.그러니 속이 다 비치는 잠옷 차림으로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어... 어디 있어요?”부탁을 받은 임유환은 할 수 없이 속옷의 위치를 물었다.“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에요.”“가... 가져다줄게요.”얼굴이 빨개진 채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그녀의 지시대로 제일 밑에 위치한 서랍을 열었다.그러자 순식간에 흰색, 핑크색, 검은색의 수많은 속옷들이 임유환의 시야에 들어왔다.속옷은 처음 만져보는 임유환은 코끝부터 뜨거워 나는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검은색 레이스 속옷을 집어 들고는 몸을 옆으로 하고 최서우에게 건네주었다.틈 사이로 혹시나 최서우를 보기라도 할까 봐 일부러 몸을 트는 임유환의 매너 있는 행동에 최서우는 다시 한번 그에게 흔들렸다.그런데 임유환이 건네준 속옷을 본 순간 최서우는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며 그것을 빼앗듯이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다급히 욕실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후...”속옷 하나 건넨 게 무슨 큰 일라고 임유환은 등에 땀이 흐르는 것도 모자라 안도의 숨까지 내쉬었다.그리고는 열을 식히려 아주머니가 놓고 간 수박을 입에 욱여넣었다.차가운 그 느낌에 긴장이 조금 가시자 임유환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그렇게 2, 3분쯤 지났을까, 욕실 문이 다시 열렸고 이번에는 최서우가 베이지색 잠옷을 입은 채로 걸어 나왔다.길게 뻗은 하얀 다리에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임유환은 자연스레 제일 눈에 띄는 그 가슴에 집중하게 되었다.글래머러스한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긴장했어요 유환 씨?”임유환의 당황한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한 최서우가 일부러 그의 귓가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왜요, 내가 지금 좀 많이 섹시한가?”갑자기 귀속을 파고드는 열기에 임유환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순간적으로 숨을 참아버렸다.그리고 바라본 최서우의 장난스러운 얼굴에 임유환도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난처해하며 말했다.“서우 씨, 자꾸 장난치지 말고요. 바람이 차니까 조심해요 감기 걸리지 않게.”“재미없어.”제 말에 넘어오지 않는 임유환에 흥미가 떨어진 최서우가 화장대로 향하더니 드라이기를 집어 들었다.“후...”그제야 벗어났다는 생각에 임유환이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어떨 때는 요조숙녀처럼 부끄러워하다가 또 어떨 때는 지금처럼 저돌적으로 다가오고, 임유환은 최서우의 진짜 성격이 뭔지 헷갈렸다.아까 행동에 넘어갔을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윤서린이 없었다면 임유환도 그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가 되었겠지.임유환은 몰랐겠지만 최서우가 이렇게 도발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다 임유환을 믿어서였다.다른 남자 앞이었으면 제 몸을 조금이라도 보여줄까 봐 꽁꽁 싸매고 나왔겠지만 상대가 임유환이었으니 그런 경계가 사라진 것이다.귓가에 한참 동안 들리는 드라이기 소리에 마음이 좀 가라앉은 임유환이 다시 고개를 들어 최서우를 바라봤다.안 볼 때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을 한 번 보니 심장이 다시 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잠옷 아래로 드러난 선명한 S라인, 얇은 등허리 아래로 이어지는 봉긋한 엉덩이까지 남자의 본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몸매에 임유환은 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본능적인 이끌림에 자꾸만 최서우에게 시선이 갔고 그럴 때면 한 가닥 남은 이성이 임유환의 고개를 떨궜다.그 모든 것을 거울을 통해 보고 있던 최서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요?”“누가 보고는 싶은데 볼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아서요.”최서우가 당황하는 임유환을 도발하듯 말했다.“누... 누가요?”“나 다 봤어요.
“서우 씨, 우리 다른 얘기 해요...”최서우의 시선을 받아내던 임유환은 못 버티겠는지 다급히 화제를 돌리려 했다.그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또다시 최서우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세상 못 하는 게 없어 보이던 사람이 꼭 사랑이나 감정 앞에서만 한없이 작아지는 게 신기했다.최서우는 이 순정남을 바로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물었다.“유환 씨, 설마 아직 안 해본 거에요?”“뭐를요?”호기심에 찬 최서우의 눈빛에 임유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정말 모르는 듯한 얼굴에 최서우는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로 했다.“여자랑 안 해봤냐고요.”또 한 번 제 귓가에 속삭여오는 최서우와 그녀가 내뱉은 말에 놀란 임유환이 침을 삼키다 사레까지 들려버렸다.“반응 보니까 안 해봤나 보네요.”“그만, 그만 해요!”“좀 정상적인 얘기 하면 안 돼요?”해맑게 웃는 최서우를 향해 임유환이 손을 들며 말을 막았다.이 이야기를 계속했다가는 제 본능을 더는 참아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이건 정상적인 얘기가 아닌가요?”“아니죠, 이게 어딜 봐서 정상이에요?”빨간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모습에 임유환이 최서우를 흘기며 말을 돌렸다.“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가지만 아주머니가 다음에 또 물어보면 그땐 어떡할 거에요?”“내가 계속 여기서 지낼 순 없잖아요. 대책을 세워야죠.”임유환이 먼저 말을 꺼내니 최서우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우고는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유환 씨는 무슨 좋은 방법 있어요?”“아니요...”임유환도 좋은 수가 없어서 최서우에게 물은 것이었다.“나도 방법은 없는데.”“됐어요, 그때 가면 다 방법이 있겠죠.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그래요. 그런데 오늘 일도 있었으니 조효동이 다시 서우 씨를 찾아오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최서우의 생각을 모르던 임유환은 조효동을 쫓아낸 것으로 제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했다.“얼굴이 철판보다 더 두꺼운 놈인데, 또 모르죠.”조효동 얘기를 하니 최서우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다음
최서우의 당돌한 질문에 임유환은 침을 삼켰고 머리가 아찔해졌다.“뭐 하자는 거에요 지금.”“몰라서 물어요? 하룻밤만 유환 씨 아내 해준다고요 내가.”최서우는 눈을 깜빡이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장난 그만 해요.”임유환은 헛웃음을 짓고는 끊어져 가는 제 이성을 잡고자 다급히 최서우를 밀어냈다.안 그래도 속옷을 안 입고 있는데 여기서 조금만 더 갔다가는 그것이 반응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뭐야, 유환 씨 이 정도로 선비였어요?”임유환에 의해 밀려난 최서우는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전혀 실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혹시...”“혹시 뭐요?”다시 열리는 최서우의 입에서 나올 말이 좋은 말은 아닐 거라서 임유환은 괜히 눈썹을 꿈틀거렸다.“혹시, 안되는 건 아니죠?”“하하!”어이없는 최서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던 임유환은 이내 최서우를 흘겨봤다.“아이, 장난이에요.”조금 화난 듯 보이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아니, 나같이 이쁜 여자가 먼저 달려드는데 계속 침착하니까 해본 말이죠.”최서우는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넘기며 매혹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최서우가 일부러 저를 자극하기 위해 그런다는 걸 아는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최서우 씨, 자꾸 이러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지도 몰라요.”“상관없어요.”임유환의 노려보는 시선에도 최서우는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임유환은 절대 아무 짓도 못할 사람이니까, 그럴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까 그 좋은 기회를 그렇게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하, 그만 해요.”저를 완전히 꿰뚫어 보는 최서우에 다른 수가 없어진 임유환은 그냥 그만하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그럴 줄 알았어요.”제 예상에 꼭 들어맞는 행동에 최서우가 웃으며 임유환을 바라봤다.“명주가 유환 씨한테 호감을 가진 이유가 있었네요. 나도 유환 씨가 궁금해져요 점점.”“조 중령님이 저한테 호감이 있다고요?”“아, 그쪽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고요.”말실수를 한 최서우는 다급히 해명했다.
“서우 씨, 얼굴은 왜 빨개졌어요?”임유환이 갑자기 달아오른 최서우의 얼굴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그게,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엄마가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최서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며 서둘러 문을 열었다.역시나 문에 귀를 대고 엿듣던 윤세아는 갑자기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너 진짜! 깜짝 놀랐잖아!”그 놀란 상황에서도 임유환이 들을까 조심하며 목소리를 낮추는 건 잊지 않았다.“엄만 여기서 뭐 해?”최서우는 문을 닫으며 엄마를 향해 물었다.“네가 잘하고 있나 걱정돼서 그러지.”“그래도 여기서 엿듣는 건 아니지!”“너 나 좀 따라와.”윤세아는 다시 최서우를 주방으로 데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하라는 거 했어?”“그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최서우는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냥 알겠다고 넘길 생각이었지 진짜로 그런 걸 할 마음은 없었는데 문 앞에서 엿듣기까지 하는 엄마에 최서우도 머리가 아파져 왔다.“엄마 말 들어. 어쩜 이런 일에 너보다 내가 더 급해 하니?”“엄마가 왜 급한데?”“네가 자꾸 부끄러워하니까.”“엄마가 문 앞에서 엿듣는 게 나는 더 부끄러워. 아까 그 소리 유환 씨도 같이 들었단 말이야!”“그래? 그럼 방에 가서 들을게.”“그냥 좀 안 들으면 안 돼?”“내가 네 생각을 모를 줄 알아? 내가 감시 안 하면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그러는 거지 너?”“알겠다고! 할게, 하면 되잖아.”“진작 그럴 것이지. 얼른 가. 유환 씨 기다리겠다.”“알았다고...”최서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방에 들어온 최서우가 처음으로 한 일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서우 씨,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최서우가 돌아오자 임유환은 의아한 듯 물었다.“그냥... 우리 사이 어떤지 물어보셨어요.”“아주머니가 엄청 신경 쓰시나 봐요.”“네, 그렇죠.”임유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최서우의 한숨이었다.“왜 갑자기 한숨 쉬는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임유환은 제 귀를 의심하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이런 짓까지 할 줄 몰랐는데 작아졌다 커지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영혼까지 털려버린 듯 몇 초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벽에 붙어 그 소리를 듣던 윤세아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벽에 딱 달라붙었던 몸을 떼어냈다.이 정도면 임유환과 최서우의 관계가 확실해진 건 물론이고 잘하면 오늘 밤 손자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윤세아는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임유환의 표정은 그와 정반대였다.지금 최서우의 행동을 보니 아까 불을 끄고 귀까지 막으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하지만 그 소리들은 귀를 막아도 조금씩은 들렸기에 임유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귀를 타고 흘러들어온 소리들이 머릿속을 제멋대로 헤집어 놓고 혼을 쏙 빼놓고 있는 이 상황에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리고 고요한 방안에 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최서우는 남자의 본능으로 잔뜩 달궈진 임유환의 두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 눈빛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최서우는 당장 신음을 멈추고 임유환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뭐 하는 것에요! 눈 감으라고 했잖아요!”“아직 준비를 다 못한 거예요.”임유환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소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안 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임유환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던 최서우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엄마를 속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근데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낸 거예요?”임유환은 궁금한 건 못 참겠는지 부끄러워하는 최서우를 보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다 엄마 때문이죠.”“아주머니요?”“아 됐어요. 이미 잘 속였으니까 이제 다 끝났어요.”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아까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그리고 더는 생각도 하지 말아요!”“그게 가
어떻게 스트레칭을 하다가 거기를 만질 수 있는지 최서우도 의아했지만 일단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부터 뗐다.하지만 제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곳의 흥분에 최서우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부끄러움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불을 이미 다 꺼서 망정이지 불이 켜져 있었다면 그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을 것이다.한편 임유환은 고통을 참으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짓눌렸기에 그 고통이 만만치 않았다.“미안해요, 유환 씨...”그에 최서우는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임유환에게 사과했다.“괜... 괜찮아요...”“근데 아무 감각도 없는 사람은 아니었네요.”아픔을 참느라 입가가 떨리는 임유환을 향해 최서우가 또 부끄러워하며 의도가 다분한 말을 내뱉었다.“설마 내가 진짜 아무 감각도 없겠어요?”임유환은 건강한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최서우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나는 유환 씨가 안 되는 줄...”“뭐가 안돼요?”최서우가 말을 하다 말자 이상함을 느낀 임유환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안... 서는 줄 알았어요.”“하하...”최서우도 말을 마치고 멋쩍은 듯 웃자 임유환도 역시나 헛소리를 하는 최서우에 어이없는 웃음을 뱉으며 말했다.“서우 씨, 나도 남자예요.”처음에는 말하기도 귀찮았던 임유환이었지만 이제는 오해를 빨리 풀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해명을 했다.“근데 아까는 왜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최서우는 아까 제가 유혹을 할 때 성인 군자처럼 꼿꼿하게 앉아있던 임유환을 떠올리며 물었다.아까 그 모습은 정말 성욕이라곤 없는, 어딘가 문제 있는 남자같이 보였다.“그건 서우 씨가 나한테 장난치는 걸 아니까 가만있은 거죠.”불이 꺼져있어 어두웠지만 최서우는 임유환이 저를 노려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최서우는 임유환을 향해 혀를 내밀며 말했다.“미안해요, 아까 참느라 힘들었겠어요.”“됐어요.”“히히.”임유환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자 최서우는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유환 씨 진짜 정직
“그... 그냥 물은 거죠.”눈빛이 흔들리는 최서우를 본 임유환이 무언가를 알아챈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서우 씨 설마 내가 조 중령님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예요?”“당연히 아니죠...”사실 최서우가 말하고 싶었던 건 조명주가 임유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지만 그러다가 조명주가 알게 되면 화를 내며 자신과 절교를 할까 봐 망설였던 것이다.조명주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제 친구의 마음을 모른 척하고만 있을 수 없어 말하려 했는데 임유환이 조명주에게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말을 하기도 뭐 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임유환이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최서우의 실루엣을 보며 말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명주처럼 좋은 사람은 남자들이라면 다 좋아할 줄 알았죠.”“하하...”최서우가 다시 떠보듯 말하자 임유환의 입꼬리가 옅게 떨려왔다.“왜요, 유환 씨는 명주가 싫은가 봐요?”“그건 아닌데.”“친구로서 조명주 씨는 의리 있고 엄청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여자친구로는 좀...”“여자친구로 어때서요? 우리 명주 작전 지역에서 이쁘다고 소문났어요! 그리고 몸매는 또 얼마나 좋은데요.”최서우는 흥분해서 제 친구의 역성을 들기 바빴다.다른 남자 같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여잔데 임유환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몸매가 문제가 아니라요, 조 중령님 성격을 당해낼 남자가 있을까요?”전에 저를 향해 바로 총을 겨눴었던 조명주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걱정하는 게 이거였어요?”“이 정도 이유로도 충분하지 않아요?”고작 그 정도 이유로 조명주를 거절하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러자 임유환이 의아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유환 씨가 좀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혹시 알아요? 사귀게 되면 뭐 다정한 면도 보게 될지?”최서우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자 임유환은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어요.”“전에 총 겨눌 때부터 나는 무서웠어요.”“아 진짜 그렇게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