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 씨, 얼굴은 왜 빨개졌어요?”임유환이 갑자기 달아오른 최서우의 얼굴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그게, 나 좀 나갔다 올게요. 엄마가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최서우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며 서둘러 문을 열었다.역시나 문에 귀를 대고 엿듣던 윤세아는 갑자기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너 진짜! 깜짝 놀랐잖아!”그 놀란 상황에서도 임유환이 들을까 조심하며 목소리를 낮추는 건 잊지 않았다.“엄만 여기서 뭐 해?”최서우는 문을 닫으며 엄마를 향해 물었다.“네가 잘하고 있나 걱정돼서 그러지.”“그래도 여기서 엿듣는 건 아니지!”“너 나 좀 따라와.”윤세아는 다시 최서우를 주방으로 데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하라는 거 했어?”“그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최서우는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그냥 알겠다고 넘길 생각이었지 진짜로 그런 걸 할 마음은 없었는데 문 앞에서 엿듣기까지 하는 엄마에 최서우도 머리가 아파져 왔다.“엄마 말 들어. 어쩜 이런 일에 너보다 내가 더 급해 하니?”“엄마가 왜 급한데?”“네가 자꾸 부끄러워하니까.”“엄마가 문 앞에서 엿듣는 게 나는 더 부끄러워. 아까 그 소리 유환 씨도 같이 들었단 말이야!”“그래? 그럼 방에 가서 들을게.”“그냥 좀 안 들으면 안 돼?”“내가 네 생각을 모를 줄 알아? 내가 감시 안 하면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그러는 거지 너?”“알겠다고! 할게, 하면 되잖아.”“진작 그럴 것이지. 얼른 가. 유환 씨 기다리겠다.”“알았다고...”최서우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방에 들어온 최서우가 처음으로 한 일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서우 씨,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최서우가 돌아오자 임유환은 의아한 듯 물었다.“그냥... 우리 사이 어떤지 물어보셨어요.”“아주머니가 엄청 신경 쓰시나 봐요.”“네, 그렇죠.”임유환은 웃으며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최서우의 한숨이었다.“왜 갑자기 한숨 쉬는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임유환은 제 귀를 의심하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이런 짓까지 할 줄 몰랐는데 작아졌다 커지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영혼까지 털려버린 듯 몇 초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벽에 붙어 그 소리를 듣던 윤세아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벽에 딱 달라붙었던 몸을 떼어냈다.이 정도면 임유환과 최서우의 관계가 확실해진 건 물론이고 잘하면 오늘 밤 손자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윤세아는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임유환의 표정은 그와 정반대였다.지금 최서우의 행동을 보니 아까 불을 끄고 귀까지 막으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하지만 그 소리들은 귀를 막아도 조금씩은 들렸기에 임유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귀를 타고 흘러들어온 소리들이 머릿속을 제멋대로 헤집어 놓고 혼을 쏙 빼놓고 있는 이 상황에 임유환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리고 고요한 방안에 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최서우는 남자의 본능으로 잔뜩 달궈진 임유환의 두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 눈빛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최서우는 당장 신음을 멈추고 임유환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뭐 하는 것에요! 눈 감으라고 했잖아요!”“아직 준비를 다 못한 거예요.”임유환은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소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안 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임유환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던 최서우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엄마를 속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근데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낸 거예요?”임유환은 궁금한 건 못 참겠는지 부끄러워하는 최서우를 보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다 엄마 때문이죠.”“아주머니요?”“아 됐어요. 이미 잘 속였으니까 이제 다 끝났어요.”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이 빨개진 채 말했다.“아까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그리고 더는 생각도 하지 말아요!”“그게 가
어떻게 스트레칭을 하다가 거기를 만질 수 있는지 최서우도 의아했지만 일단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부터 뗐다.하지만 제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곳의 흥분에 최서우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부끄러움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불을 이미 다 꺼서 망정이지 불이 켜져 있었다면 그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을 것이다.한편 임유환은 고통을 참으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짓눌렸기에 그 고통이 만만치 않았다.“미안해요, 유환 씨...”그에 최서우는 어찌할 줄을 몰라하며 임유환에게 사과했다.“괜... 괜찮아요...”“근데 아무 감각도 없는 사람은 아니었네요.”아픔을 참느라 입가가 떨리는 임유환을 향해 최서우가 또 부끄러워하며 의도가 다분한 말을 내뱉었다.“설마 내가 진짜 아무 감각도 없겠어요?”임유환은 건강한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최서우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나는 유환 씨가 안 되는 줄...”“뭐가 안돼요?”최서우가 말을 하다 말자 이상함을 느낀 임유환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안... 서는 줄 알았어요.”“하하...”최서우도 말을 마치고 멋쩍은 듯 웃자 임유환도 역시나 헛소리를 하는 최서우에 어이없는 웃음을 뱉으며 말했다.“서우 씨, 나도 남자예요.”처음에는 말하기도 귀찮았던 임유환이었지만 이제는 오해를 빨리 풀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해명을 했다.“근데 아까는 왜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최서우는 아까 제가 유혹을 할 때 성인 군자처럼 꼿꼿하게 앉아있던 임유환을 떠올리며 물었다.아까 그 모습은 정말 성욕이라곤 없는, 어딘가 문제 있는 남자같이 보였다.“그건 서우 씨가 나한테 장난치는 걸 아니까 가만있은 거죠.”불이 꺼져있어 어두웠지만 최서우는 임유환이 저를 노려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최서우는 임유환을 향해 혀를 내밀며 말했다.“미안해요, 아까 참느라 힘들었겠어요.”“됐어요.”“히히.”임유환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젓자 최서우는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유환 씨 진짜 정직
“그... 그냥 물은 거죠.”눈빛이 흔들리는 최서우를 본 임유환이 무언가를 알아챈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서우 씨 설마 내가 조 중령님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예요?”“당연히 아니죠...”사실 최서우가 말하고 싶었던 건 조명주가 임유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지만 그러다가 조명주가 알게 되면 화를 내며 자신과 절교를 할까 봐 망설였던 것이다.조명주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제 친구의 마음을 모른 척하고만 있을 수 없어 말하려 했는데 임유환이 조명주에게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말을 하기도 뭐 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임유환이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최서우의 실루엣을 보며 말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명주처럼 좋은 사람은 남자들이라면 다 좋아할 줄 알았죠.”“하하...”최서우가 다시 떠보듯 말하자 임유환의 입꼬리가 옅게 떨려왔다.“왜요, 유환 씨는 명주가 싫은가 봐요?”“그건 아닌데.”“친구로서 조명주 씨는 의리 있고 엄청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여자친구로는 좀...”“여자친구로 어때서요? 우리 명주 작전 지역에서 이쁘다고 소문났어요! 그리고 몸매는 또 얼마나 좋은데요.”최서우는 흥분해서 제 친구의 역성을 들기 바빴다.다른 남자 같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여잔데 임유환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몸매가 문제가 아니라요, 조 중령님 성격을 당해낼 남자가 있을까요?”전에 저를 향해 바로 총을 겨눴었던 조명주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걱정하는 게 이거였어요?”“이 정도 이유로도 충분하지 않아요?”고작 그 정도 이유로 조명주를 거절하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러자 임유환이 의아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유환 씨가 좀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혹시 알아요? 사귀게 되면 뭐 다정한 면도 보게 될지?”최서우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자 임유환은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어요.”“전에 총 겨눌 때부터 나는 무서웠어요.”“아 진짜 그렇게 안
임유환은 서인아의 결혼식이 7일 남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이어지는 침묵에 최서우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설마 진짜 서인아 씨 짝사랑해요? 그래서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 건 못 보겠어요?”그래도 대답이 없자 최서우는 제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역시 남자들은 다 그런 차도녀를 좋아하는 거 맞잖아요!”“나도 차가워질 거에요 이제, 아니다. 나 원래 그런 스타일이었는데.”혼자 떠들고 있는 최서우에도 임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났어요?”“아이, 뭐 이런 걸로 화를 내고 그래요? 내가 그냥 아무렇게나 말한 건데. 알겠어요, 유환 씨는 서인아 씨 짝사랑한 적 없어요. 내가 사과할게요, 미안해요.”최서우는 임유환이 화가 난 줄 알고 바로 꼬리를 내리며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어두운 방 천장을 응시했다.“유환 씨?”최서우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임유환을 팔을 찔러보며 조심스럽게 불렀다.“나 괜찮아요.”“어머!”조용하다가 갑자기 입을 여는 임유환에 깜짝 놀란 최서우가 말했다.“아니, 왜 갑자기 말해요! 놀랐잖아요!”최서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아까 일은 미안해요. 아무렇게나 말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요.”“네.”“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네.”임유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지만 이상함을 느낀 최서우가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서인아 씨 결혼식엔 갈 거예요?”“안 가요.”“그래요... 근데 둘 사이에 진짜 무슨 일 있었어요?”국제 파크에서 결혼사진을 보았을 때도, 오늘 결혼식 얘기를 꺼냈을 때도 이상하리만치 가라앉는 분위기에 최서우는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늦었으니까 얼른 자요.”“알려주면 안 돼요? 나한테만 좀만 알려줘요.”임유환이 대답 없이 누우려 하자 최서우가 또 애교를 부려왔다.“유환 씨, 알려줘요...”최서우의 애교가 계속되자 임유환은 등을 돌려 누웠다.“에이, 됐어요! 나도 안 궁금해요
“읍!”순식간에 입술이 물린 최서우는 두 눈을 크게 떴다.임유환이 정말로 입을 맞출 줄은 몰랐는데 인제 와서 후회된 최서우가 그를 밀어내려 발버둥 치며 작은 손으로 단단한 가슴팍을 쳐보았지만 이미 본능에 잡아먹힌 이성이었기에 임유환은 그런 최서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최서우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일부러 싫은 척하는 것 같은 모습에 임유환의 신경이 더 곤두섰다.임유환은 최서우의 손목을 잡아 누르고 제 손을 잠옷 치마 아래로 집어넣었다.살갗에 닿아오는 손길에 최서우의 온몸이 달아오르며 그녀의 발버둥도 점점 더 심해졌다.하지만 임유환에게 잡힌 손을 빼내기엔 한없이 미약한 몸부림이었다.최서우는 자신이 마치 바다에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 갇힌 쪽배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가슴의 두근거림과 함께 임유환과 알고 지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병원에서의 첫 만남 이후로 강준석에게서 벗어나게 도와줬던 일, 그리고 오늘 조효동을 쫓아 내준 일까지 임유환에게 받은 도움이 참 많았다.최서우도 물론 임유환이 남자친구인 척해주는 것뿐이란 걸 알고 있었고 또 여자친구도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들을 일일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두 손이 제멋대로 임유환을 잡았다.그리고 임유환의 입맞춤에 똑같이 뜨거운 대답을 해주었다.최서우의 대답을 들은 임유환의 눈은 더 뜨거워지며 둘은 더 깊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그때 베개 옆에 놓아두었던 임유환의 핸드폰이 울려왔다.그 소리에 깜짝 놀란 임유환을 몸을 떨었고 최서우 역시 잔뜩 긴장하며 둘은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최서우가 빨개진 얼굴을 아래로 숙이자 순간 이성을 되찾은 임유환도 살짝 어색해졌다. 하마터면 최서우와 그런 짓을 할뻔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그때 임유환의 생각을 끊는 벨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 밤에 대체 누가 전화를 하는지 임유환은 속으로 욕을 하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그런데 발신자가 흑제인 것을 보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
“네, 주인님!”“알아보는 대로 보고해.”임유환의 분노를 느낀 흑제가 가슴을 졸이며 대답하자 임유환은 다시 한번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제 어머니의 죽음에 여러 가문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지어진 차가운 표정 탓에 임유환 주위에는 한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그들이 왜 손을 잡고 어머니를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제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는 꼭 해야 했다.흑제의 조사만 끝나면 그 사실이 비로소 드러나고 그들도 마땅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그... 유환 씨, 괜찮아요?”그때 귓가에 들리는 최서우의 긴장한 듯한 목소리에 임유환은 정신을 차리고 최서우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도 얼굴에 드러난 긴장과 걱정은 한 눈에 보였다.“미안해요, 많이 놀랐어요?”임유환은 한숨을 쉬며 사과를 전했다.아까 너무 흥분해서 최서우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소리를 질렀으니 많이 놀랐을 것 같았다.“괜찮아요. 나는 그냥... 유환 씨한테 무슨 일이 있나 해서요.”처음으로 임유환에게서 분노와 냉혹함을 보아낸 최서우였기에 조심스레 물었다.최서우가 알던 임유환은 아무 일도 마음에 담아둘 것 같지 않았고 또 감정 변화도 크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서 저 정도 반응이 나올 정도면 엄청 큰일인 것 같았다.“괜찮아요. 그냥 옛날 일 때문에 그런 거예요.”“내가 도울 건 없어요?”임유환이 저를 걱정시키기 싫어 둘러대는 걸 아는 최서우는 더 캐묻지는 않고 그냥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물었다.“내가 알아서 하면 돼요. 고마워요 서우 씨.”임유환은 저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최서우의 마음은 알지만 그녀가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건 원치 않았기에 정중하게 거절했다.“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요.”“네.”최서우도 제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더 말하지 않았다.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임유환이 다시 최서우와 눈을 맞춰왔다.또 한 번 맞물린 시선에 아까 일이 떠오른 최서우는 얼른 고개를 숙여버렸다.전화를 받기
“내 병이요?”처음에는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최서우도 이내 그 병이 가리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뜨거워 났다.“아... 아니요.”“아니라고요?”“네.”최서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임유환의 의아한 눈빛도 못 본 척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까 스킨십할 때는 왜 괜찮았어요?”어둠 속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의심 가득한 얼굴에 최서우는 조금 찔렸지만 제 그런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해명했다.“아까는 특수상황이었잖아요. 갑자기 키스하고 또... 그러는데 내가 반응할 시간이 있었겠어요?”말이 계속될수록 최서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귀 뒤쪽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해명하려고 시작한 말인데 말을 할수록 어색해지는 분위기 탓이었다.“어...”그 해명에 임유환도 입꼬리가 떨려오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요.”최서우는 토라진 척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하하...”아까의 일은 제 잘못이 훨씬 더 컸기에 최서우의 말에 임유환은 그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상대가 아무리 자극을 해와도 그런 쪽으로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여자한테 달려드는 건 아니었는데 아까는 잠깐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말해요, 어떻게 보상할 거예요?”“그게...”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어떻게 보상하면 좋을지를 몰라서였다.여자의 순결과 관련된 문제이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최서우도 물론 임유환에게 보상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라 그냥 반응이 궁금해서 던진 말이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말이 없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저릿했다.임유환은 정말 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괜찮아요, 진짜 책임지란 말 안 해요. 내가 먼저 잘못한 일인데요 뭐.”“어...”어딘가 실망한 듯 보이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이러니까 제가 마치 여자랑 잠자리만 하고 내빼는 쓰레기처럼 느껴졌다.“그런 뜻이 아니에요.”“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