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냥 물은 거죠.”눈빛이 흔들리는 최서우를 본 임유환이 무언가를 알아챈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서우 씨 설마 내가 조 중령님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예요?”“당연히 아니죠...”사실 최서우가 말하고 싶었던 건 조명주가 임유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지만 그러다가 조명주가 알게 되면 화를 내며 자신과 절교를 할까 봐 망설였던 것이다.조명주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제 친구의 마음을 모른 척하고만 있을 수 없어 말하려 했는데 임유환이 조명주에게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말을 하기도 뭐 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임유환이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최서우의 실루엣을 보며 말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명주처럼 좋은 사람은 남자들이라면 다 좋아할 줄 알았죠.”“하하...”최서우가 다시 떠보듯 말하자 임유환의 입꼬리가 옅게 떨려왔다.“왜요, 유환 씨는 명주가 싫은가 봐요?”“그건 아닌데.”“친구로서 조명주 씨는 의리 있고 엄청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여자친구로는 좀...”“여자친구로 어때서요? 우리 명주 작전 지역에서 이쁘다고 소문났어요! 그리고 몸매는 또 얼마나 좋은데요.”최서우는 흥분해서 제 친구의 역성을 들기 바빴다.다른 남자 같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여잔데 임유환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몸매가 문제가 아니라요, 조 중령님 성격을 당해낼 남자가 있을까요?”전에 저를 향해 바로 총을 겨눴었던 조명주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걱정하는 게 이거였어요?”“이 정도 이유로도 충분하지 않아요?”고작 그 정도 이유로 조명주를 거절하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러자 임유환이 의아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유환 씨가 좀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혹시 알아요? 사귀게 되면 뭐 다정한 면도 보게 될지?”최서우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자 임유환은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됐어요.”“전에 총 겨눌 때부터 나는 무서웠어요.”“아 진짜 그렇게 안
임유환은 서인아의 결혼식이 7일 남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이어지는 침묵에 최서우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설마 진짜 서인아 씨 짝사랑해요? 그래서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 건 못 보겠어요?”그래도 대답이 없자 최서우는 제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역시 남자들은 다 그런 차도녀를 좋아하는 거 맞잖아요!”“나도 차가워질 거에요 이제, 아니다. 나 원래 그런 스타일이었는데.”혼자 떠들고 있는 최서우에도 임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났어요?”“아이, 뭐 이런 걸로 화를 내고 그래요? 내가 그냥 아무렇게나 말한 건데. 알겠어요, 유환 씨는 서인아 씨 짝사랑한 적 없어요. 내가 사과할게요, 미안해요.”최서우는 임유환이 화가 난 줄 알고 바로 꼬리를 내리며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어두운 방 천장을 응시했다.“유환 씨?”최서우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임유환을 팔을 찔러보며 조심스럽게 불렀다.“나 괜찮아요.”“어머!”조용하다가 갑자기 입을 여는 임유환에 깜짝 놀란 최서우가 말했다.“아니, 왜 갑자기 말해요! 놀랐잖아요!”최서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아까 일은 미안해요. 아무렇게나 말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마요.”“네.”“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네.”임유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지만 이상함을 느낀 최서우가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서인아 씨 결혼식엔 갈 거예요?”“안 가요.”“그래요... 근데 둘 사이에 진짜 무슨 일 있었어요?”국제 파크에서 결혼사진을 보았을 때도, 오늘 결혼식 얘기를 꺼냈을 때도 이상하리만치 가라앉는 분위기에 최서우는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늦었으니까 얼른 자요.”“알려주면 안 돼요? 나한테만 좀만 알려줘요.”임유환이 대답 없이 누우려 하자 최서우가 또 애교를 부려왔다.“유환 씨, 알려줘요...”최서우의 애교가 계속되자 임유환은 등을 돌려 누웠다.“에이, 됐어요! 나도 안 궁금해요
“읍!”순식간에 입술이 물린 최서우는 두 눈을 크게 떴다.임유환이 정말로 입을 맞출 줄은 몰랐는데 인제 와서 후회된 최서우가 그를 밀어내려 발버둥 치며 작은 손으로 단단한 가슴팍을 쳐보았지만 이미 본능에 잡아먹힌 이성이었기에 임유환은 그런 최서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최서우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일부러 싫은 척하는 것 같은 모습에 임유환의 신경이 더 곤두섰다.임유환은 최서우의 손목을 잡아 누르고 제 손을 잠옷 치마 아래로 집어넣었다.살갗에 닿아오는 손길에 최서우의 온몸이 달아오르며 그녀의 발버둥도 점점 더 심해졌다.하지만 임유환에게 잡힌 손을 빼내기엔 한없이 미약한 몸부림이었다.최서우는 자신이 마치 바다에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 갇힌 쪽배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가슴의 두근거림과 함께 임유환과 알고 지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병원에서의 첫 만남 이후로 강준석에게서 벗어나게 도와줬던 일, 그리고 오늘 조효동을 쫓아 내준 일까지 임유환에게 받은 도움이 참 많았다.최서우도 물론 임유환이 남자친구인 척해주는 것뿐이란 걸 알고 있었고 또 여자친구도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들을 일일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두 손이 제멋대로 임유환을 잡았다.그리고 임유환의 입맞춤에 똑같이 뜨거운 대답을 해주었다.최서우의 대답을 들은 임유환의 눈은 더 뜨거워지며 둘은 더 깊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그때 베개 옆에 놓아두었던 임유환의 핸드폰이 울려왔다.그 소리에 깜짝 놀란 임유환을 몸을 떨었고 최서우 역시 잔뜩 긴장하며 둘은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최서우가 빨개진 얼굴을 아래로 숙이자 순간 이성을 되찾은 임유환도 살짝 어색해졌다. 하마터면 최서우와 그런 짓을 할뻔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그때 임유환의 생각을 끊는 벨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 밤에 대체 누가 전화를 하는지 임유환은 속으로 욕을 하고는 핸드폰을 확인했다.그런데 발신자가 흑제인 것을 보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
“네, 주인님!”“알아보는 대로 보고해.”임유환의 분노를 느낀 흑제가 가슴을 졸이며 대답하자 임유환은 다시 한번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제 어머니의 죽음에 여러 가문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지어진 차가운 표정 탓에 임유환 주위에는 한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그들이 왜 손을 잡고 어머니를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제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는 꼭 해야 했다.흑제의 조사만 끝나면 그 사실이 비로소 드러나고 그들도 마땅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그... 유환 씨, 괜찮아요?”그때 귓가에 들리는 최서우의 긴장한 듯한 목소리에 임유환은 정신을 차리고 최서우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도 얼굴에 드러난 긴장과 걱정은 한 눈에 보였다.“미안해요, 많이 놀랐어요?”임유환은 한숨을 쉬며 사과를 전했다.아까 너무 흥분해서 최서우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소리를 질렀으니 많이 놀랐을 것 같았다.“괜찮아요. 나는 그냥... 유환 씨한테 무슨 일이 있나 해서요.”처음으로 임유환에게서 분노와 냉혹함을 보아낸 최서우였기에 조심스레 물었다.최서우가 알던 임유환은 아무 일도 마음에 담아둘 것 같지 않았고 또 감정 변화도 크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서 저 정도 반응이 나올 정도면 엄청 큰일인 것 같았다.“괜찮아요. 그냥 옛날 일 때문에 그런 거예요.”“내가 도울 건 없어요?”임유환이 저를 걱정시키기 싫어 둘러대는 걸 아는 최서우는 더 캐묻지는 않고 그냥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물었다.“내가 알아서 하면 돼요. 고마워요 서우 씨.”임유환은 저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최서우의 마음은 알지만 그녀가 이런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건 원치 않았기에 정중하게 거절했다.“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요.”“네.”최서우도 제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더 말하지 않았다.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임유환이 다시 최서우와 눈을 맞춰왔다.또 한 번 맞물린 시선에 아까 일이 떠오른 최서우는 얼른 고개를 숙여버렸다.전화를 받기
“내 병이요?”처음에는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최서우도 이내 그 병이 가리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뜨거워 났다.“아... 아니요.”“아니라고요?”“네.”최서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임유환의 의아한 눈빛도 못 본 척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까 스킨십할 때는 왜 괜찮았어요?”어둠 속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의심 가득한 얼굴에 최서우는 조금 찔렸지만 제 그런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해명했다.“아까는 특수상황이었잖아요. 갑자기 키스하고 또... 그러는데 내가 반응할 시간이 있었겠어요?”말이 계속될수록 최서우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귀 뒤쪽은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해명하려고 시작한 말인데 말을 할수록 어색해지는 분위기 탓이었다.“어...”그 해명에 임유환도 입꼬리가 떨려오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요.”최서우는 토라진 척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하하...”아까의 일은 제 잘못이 훨씬 더 컸기에 최서우의 말에 임유환은 그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상대가 아무리 자극을 해와도 그런 쪽으로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여자한테 달려드는 건 아니었는데 아까는 잠깐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말해요, 어떻게 보상할 거예요?”“그게...”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어떻게 보상하면 좋을지를 몰라서였다.여자의 순결과 관련된 문제이니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최서우도 물론 임유환에게 보상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라 그냥 반응이 궁금해서 던진 말이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말이 없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저릿했다.임유환은 정말 저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괜찮아요, 진짜 책임지란 말 안 해요. 내가 먼저 잘못한 일인데요 뭐.”“어...”어딘가 실망한 듯 보이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이러니까 제가 마치 여자랑 잠자리만 하고 내빼는 쓰레기처럼 느껴졌다.“그런 뜻이 아니에요.”“그럼
매번 당돌한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연신 기침을 해댔다.하지만 임유환은 그 말들이 장난임을 알고 있었다.둘의 첫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남자를 싫어하는 여자가 다른 여자랑 남자친구를 공유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이성과의 스킨십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은 사람이었기에 임유환은 웃으며 말했다.“왜 자꾸 장난쳐요.”임유환은 최서우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확신하고 헛웃음을 뱉으며 말했다.“에이, 들켰네요.”최서우는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며 제 얇은 허리선을 드러냈다.“양심 없는 남자들 좋은 노릇만 하긴 싫거든요 나도.”“하하.”아까 행동을 생각하니 저도 최서우가 일컫는 양심 없는 남자에 포함되는 것 같아 임유환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때 윤서린이 보낸 문자에 의해 임유환의 핸드폰이 울렸다.[유환 씨, 자요?][안 자, 무슨 일 있어 서린아?][아니요, 그냥 유환 씨 보고 싶어서요. 요즘 시간 있어요?][응, 있어.][그럼... 내가 내일 유환 씨 보러 가도 돼요?][아냐, 내가 너 보러 갈게!]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최서우의 집이었기에 괜스레 찔린 임유환이 다급히 답장했다.다른 여자와 한방에서 이러고 있다는 걸 알면 아무리 윤서린이라도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알겠어요, 그럼 올 때 연락해요. 나 먼저 준비하고 있을게요. 유환 씨 오면 우리 데이트해요.][그래.][그럼 내일 봐요, 잘 자요 유환 씨.][잘자.]두 글자를 찍어 보낸 임유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윤서린이 먼저 저를 찾지 않아도 어차피 내일 윤서린에게로 갈 생각이었다.흑제의 조사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하루라도 더 윤서린과 함께하고 싶었다.“여자친구예요?”그때 최서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임유환의 생각을 멈추었다.“어떻게 알았어요?”“입꼬리가 아주 하늘로 솟을 것 같은데 어떻게 모르겠어요?”임유환이 당황한 얼굴로 묻자 최서우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네?”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있던 임유
그렇게 길었던 밤이 지나고 밝아온 아침 일찍 임유환은 자연스레 눈을 떴다.“아, 어제 너무 잘 잤다.”이어서 최서우도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얇은 허리선을 또다시 드러냈다.최서우의 표정으로 보아 잠을 아주 잘 잔 것 같았다.그와 상반되게 울상을 짓고 있는 임유환은 자신의 앞에 드러난 예쁜 몸매에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왜 그래요, 유환 씨? 힘이 하나도 없어 보여요.”최서우는 섹시한 빨간 입술로 예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임유환은 왜 그러는지 뻔히 다 알면서 일부러 묻는 최서우에 눈을 흘기고는 대답도 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화났어요?”최서우는 더 짙은 웃음을 지으며 따라 들어왔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대답 없이 칫솔을 들어 이를 닦기 시작했다.조금 있다 윤서린을 만나러 가야 하니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유환 씨도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 됐어요, 어제는 장난 한번 쳐본 거예요. 유환 씨가 나 도와준 게 얼만데 내가 설마 은혜를 원수로 갚겠어요?”“진짜요?”누구 하나 홀릴 듯 웃으며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이 눈썹을 꿈틀거렸다.“당연하죠.”최서우는 빨간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그러니까 마음 놓고 기분 좋게 여자친구 만나러 가요.”“어...”최서우의 눈 속에 가득한 웃음에 임유환은 도무지 그 말이 진짠지 가짠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 나 못 믿는 거예요?”“아니에요, 믿어요!”그에 최서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묻자 임유환은 그 마음이 변하기라도 할까 봐 얼른 대답했다.“진작 그랬어야죠.”최서우도 웃으며 임유환을 밀고는 세면대에서 이를 닦기 시작했다.둘이 한 세면대를 쓰는 게 이상했던 임유환이 최서우를 보았지만 최서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이를 닦았기에 임유환도 고개를 숙이고 계속해서 세수를 했다.아무래도 둘이 한 세면대를 쓰는 건 이상한데 또 콕 집어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연인 사이에서나 할 법한 일인데 그걸 최서우와 하고 있으니 이상한 것 같다.세안을 마친 둘은 윤세아가 직접
“에이, 설마요.”최서우의 생각을 모르고 있던 임유환은 들키게 되면 자신의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눈빛이 흔들렸다.“나도 모르죠. 됐어요, 그런 건 그때 가서 생각해요. 아무튼 유환 씨 아직 나 한 번 도와줘야 해요.”머리가 혼란스러웠던 최서우는 눈을 감았다 뜨며 하늘을 올려다봤다.“어...”그 일을 잊지 않고 언급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잠시 벙쪄있었다.“왜요, 싫어요?”“그럴 리가요!”입술을 내미는 최서우에 다급하게 부정을 하던 임유환은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 게 아니라 며칠 뒤면 나는 S 시에 없어요.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잠시 어디 좀 갔다 와야 하거든요.”“연경에요?”“네.”“서인아 씨 만나러 가는 거예요?”“아니요.”“그럼 어젯밤 일 때문이겠네요?”고개를 젓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긴장한 채 물었다.어젯밤 통화로 언뜻 들었듯이 임유환의 아버지와 관련된 엄청난 일이 있는 것 같았다.“네.”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임유환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다.“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최서우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어차피 자신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게 이런 당부의 말뿐이었다.“알겠어요, 고마워요.”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는 임유환에 최서우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뭘 나한테 고마워해요, 난 아무 도움도 못 되는데.”“근데 연경에는 언제 가는 거예요?”“그건 아직 정해지진 않았는데, 곧 갈 것 같아요.”“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최서우는 혹시 임유환이 떠나기 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다시 물었다.“일주일 뒤로 생각하고 있어요.”“그럼 서인아 씨 결혼식이 있을 때네요?”“네.”“알겠어요.”잘 맞지 않는 시간에 최서우는 조금 실망한 듯 대답했다.“내가 아직 더 도울 일이 있는 거예요?”“아니요... 아, 서인아 씨랑 진짜 무슨 사이에요?”갑자기 화제를 돌리는 최서우에 임유환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