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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천억, 정말로 천억이었다.

최서우의 핸드폰에 정확히 찍힌 숫자 천억에 조효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그냥 허세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천억을 입금하니 조효동은 임유환의 신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천억이라는 액수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사람이면 그 신분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어쩌면 정말 흑제 어르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가짜라고!”

조효동은 일단은 현실을 부정하며 이를 악물었다.

“네가 서우랑 짜고 일을 꾸민 거지. 이 메시지가 진짜 일 리 없어.”

조효동 본인도 돈 많은 아줌마와 결혼하고 그 아줌마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 덕분에 운 좋게 재산을 상속받아 이사장이 된 것인데 보통 사람은 백 년을 노력해도 가지기 어려운 재산을 임유환이 그 어린 나이에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조효동이 인정할 리가 없었다.

“조효동, 그만해!”

조효동을 혐오하는 눈빛을 한 번도 감춘 적이 없던 최서우가 이젠 정말 못 봐주겠다는 듯 소리쳤다.

“서우야, 네가 나 싫어하는 건 이해해. 그래도 이런 식으로 아주머니 속이는 건 아니지.”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저런 차림으로 다닐 리가 없잖아? 사람이 그렇게 겸손한 게 말이 돼?”

조효동은 제 눈에 보이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며 말했다.

만약 제게 그 정도의 재산이 있었다면, 제가 그 정도로 신분이 높았다면 온 세상이 다 알게 떠들고 다녔을 텐데 임유환이 겸손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너랑 유환 씨가 다른 이유야. 넌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알지?”

최서우의 혐오 가득한 눈에 조효동이 다시 윤세아를 보며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겨댔다.

“아주머니, 임유환과 서우가 짜고 지금 둘이 연기하는 거예요,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조효동, 언제까지 여기 눌러붙어 있을 거야!”

윤세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최서우가 조효동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입금 내역이 이렇게 눈에 보이는 데도 거짓말이라는 소리가 나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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