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우!’“그자와의 충돌... 진작 생각했어야 했어...”“모셔와!’정기하는 진시우를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였다. 정기하에게 진시우는 마왕과도 같은 존재이다.특히 진시우의 현재 실력은 정기하를 크게 넘어섰고, 신익상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다. 신익상회는 진시우에게 겁을 먹은 듯 그들에게 스스로 버티라고 하면서 상회 쪽에서 여력이 생기면 돕겠다고 했다.정말 웃기는 말이다.진시우는 원래 큰 싸움을 겪을 줄 알았는데, 상대방이 이렇게 예의 바르게 그를 들여보낼 줄은 몰랐다.진시우가 정씨 가문 로비에 왔을 때, 정기해는 이미 사람들을 모두 불러들였다.정기해, 정기강, 정기하 3형제는 정씨 가문의 책임자로서 그들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그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정기해는 허세를 부리지 못하고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진 선생!”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정씨 가문 주인이시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의를 차리시는데요.”정기해가 말했다.“신익상회 도움도 없이 우리 만으로 진 선생 지금의 실력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옛말에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 준걸이라고 했는데, 저 정기해는 정세를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진시우는 더욱 의아해했지만 두세 마디 말에 속지 않았다.“정씨 가문이 이미 신익상회와 결별한 건가요?”정기해는 쓴웃음을 지었다.“신익상회가 진 선생님 때문에 밤새 동강에서 쫓겨났는데, 진 선생이 생각하길 그 사람들이 아직 우리 정씨 가문의 생사를 관심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그 말을 듣고 진시우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그렇나요? 그럼 지금 정씨 가문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겠네요?”정기해는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이내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 선생, 그동안 비록 우리가 잘못한 곳은 있으나 죽을 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나요?”“노여움을 푸시고 우리 가문 살려주세요.”진시우는 손을 흔들어 말을 끊었다.“내가 왜 당신들을
정씨 가문을 떠날 때, 진시우는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반면 정기해 삼형제는 진시우에게 털린 듯 지친 표정으로 허탈하게 앉아 있었다.“형님, 이대로 괜찮은가요?”“그래요 형님, 이런 선택은 앞으로 생사가 진시우의 손에 잡혀 있다는 건데 더는 우리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정기해가 씁쓸하게 말했다.“다른 방법이 없잖나, 패배를 인정할 때는 인정해야 해, 이대로 버텨서는 우리만 죽게 생겨.”이 말에 정기하, 정기강 모두 침묵하며 속으로 틀린 선택이 아니기를 빌었다. 아니면 정씨 가문도 묘씨 가문처럼 운강에서 제명당하게 될 것이다....동해, 신익상회.화가 난 김익이 손에 들고 있던 컵을 세게 깨뜨렸다.“쓸모없는 것들! 역시 정기해 그들한테 기대를 줘서는 안 돼요! 그렇게 쉽게 진시우에게 항복하다니.”김익 옆자리에서 고수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시우 실력이 워낙 강해 정씨 가문 항복도 예상했다마는... 이렇게 쉽게 항복할 줄은 저도 몰랐네요.”그들은 가장 먼저 소식을 받았다.현재 정씨 가문은 거의 진시우의 주머니 속 물건이다. 진시우가 원한다면 정씨 가문은 언제든지 진씨로 바꿀 수 있다.김익 그들로서는 운강에서 그들의 한쪽 눈을 도려낸 셈이다.원래 정씨 가문이 진시우에 항복하였더라도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면 정씨 가문을 통해 운강시 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진시우에 의해 정씨 가문이 통째로 먹힌 이상 더는 정씨 가문을 찾을 수 없었다.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운강시에 대해 진시우가 더 많이 장악할수록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점점 적어질 것이다.그럼 운강에서 무슨 일이 생겼더라도 그들은 아마 2, 3일 후에야 정확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안 돼요, 이대로 진시우에게 정씨 가문을 먹힐 수는 없어요.”김익의 달갑지 않는 말투다. 그리고 회장님을 찾아가 회장님을 나서게 하려고 하였다.고수혁이 다급히 김익을 가로막았다.“회장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동강에서의 우리 패
‘이런 훌륭한 남자는 내 생엔 만날 수 없어.’“이제 공손 가문, 정씨 가문 모두 우리 XP그룹의 주주가 됐네요. 그리고 아까 말한 묘아연도 그렇고요.”“따지고 보면 운강에서 우리 맞설 수 있는 건 XS그룹뿐이예요!”교이설은 크게 기뻐하였다. 비록 교이설의 공로는 크지 않지만 실제 회사를 관리하고 있고, 또 회장이라서 큰 지분을 갖고 있다.진시우가 이사회에 일에 개입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성과이다.진시우가 말했다.“XS그룹 만만치 않으니 너무 기뻐는 하지 마세요. 장씨 아저씨도 웬만하면 XS그룹을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어요.”XS그룹은 많은 매장과 쇼핑몰, 그리고 다양한 생활가구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것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XS그룹을 먹으려다 경제사슬이 무너지면 장이경도 힘들어질 것이다.어떻게 하든 상관없지만 경제 질서가 무너지게 해서는 안 된다.XS그룹을 먹는 동시 경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다.이런 것에 서툰 진시우는 인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상업에 관한 것은 그래도 전문가가 나서야 했다.교이설은 진시우에게 마음을 놓으라고 말하며 완전한 확신이 있기 전에 XS그룹과 강경하게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실업 쪽도 업무를 시작하여 XS그룹 지분을 손에 넣겠다고 하였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XP그룹의 실업경제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잘 경영하면 XS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다.하지만 설홍강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방법을 찾아 그들의 발걸음을 막을 것이다.게다가 진시우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설홍강 배후에 외국 자본이 있다는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진시우가 가장 꺼리는 부분이다.진시우는 교이설과 함께 오후 3시가 넘도록 같이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한 통에 두 사람 모두 멍해졌다....XS그룹.설홍강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맞은편에 있는 젊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이 젊은 남자는 하얀 얼굴에 짧은 곱슬머리의 금발 머리, 푸른 눈에서 희미함과 도도함이 반짝이고
그레이서는 분노에 찬 설홍강을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발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설 선생, 저를 위해 회사 자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지금부터 당신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고 당신 지분을 제외한 모든 지분을 저한테 넘겨야 할 것입니다.”“그리고 진시우를 상대하는 일은 제가 대신하겠습니다.”그레이서는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었다.“설 선생, 이것은 조직의 결정이니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설마 조직을 거역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겠지요?”설홍강은 속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대하의 국민으로서 외국 무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력에서 진정으로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설홍강의 칠색천국 직속 최고 상사가 대하 사람이지만 이번 건에서 설홍강도 그레이서가 나타나서 알게 되었다.XS그룹은 설홍강이 심혈을 퍼부어 키운 회사이다.이제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내줘야 했다.만약 진시우의 손에 넘어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반항심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졌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레이서에게 넘기게 되면 이태까지 그레이서를 위해 일했다는 셈이다.설홍강은 씁쓸함과 슬픔을 접고 다가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차갑게 밖으로 걸어나갔다.상황을 보고 그레이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원래 설홍강이 있던 자리에 가서 힘껏 내려앉았다.“시선이 괜찮은데, 비록 대하는 싫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곳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 돼.”그레이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레이서는 의자를 돌려 바깥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았다.“도련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동그란 안경을 쓴 키가 크고 마른 노집사가 공손히 주의를 주었다.그레이서가 웃었다.“알아요, 그냥 느낀 바가 있어서요!”“할아버지께서 대하에 오셔서 사진을 남겨두었는데 그때 대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든요.”“불과 30년 사이에 대하 변화가 너무 크네요. 브라이언 집사님, 대하에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십니까?”“이 말이 오늘의 대하와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정말 믿기지 않았다.장이경이 말했다.“새 회장은 그레이서라는 사람인데 오늘 저녁 나랑 식사하기로 했어.”“먼저 말하는데 만약 그레이서가 당신네 XP그룹보다 더 많이 준다면...”장이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진시우는 이미 그의 뜻을 이해했다.XS그룹은 다양한 혜택으로 계속 지원되며 XP그룹을 누르려고 할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억압은 장이경 그들이 아닌 XS그룹에서 온 것이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중간에서 타협할 뿐 대놓고 XP 그룹 편에 설 수가 없다.성주인 장이경도 모든 일을 정할 수는 없다. 아니면 감당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진시우가 말했다.“네 아저씨 어려움 저도 알아요. 기회를 봐서 이 그레이서와 만나 어떤 성격인지 알아보겠습니다.”장이경이 말했다.“나도 도울게.”진시우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전화를 끊은 후 교이설은 여전히 놀란 상태였다.“XS그룹, 이렇게 황제가 바뀌었다고요?”“이상할 것 없어요.”진시우는 이 그레이서가 칠색천국에서 보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이런 사람이 XS그룹을 짧은 시간 내에 접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설홍강이 정말 이대로 모든 것을 넘기는 건가?’이때 하경해의 전화가 걸려왔다.“하경해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하경해의 불만에 담긴 말투이다.“쓸모 있을 땐 날 경해라고 부르고, 지금 별 쓸모가 없으니까 이젠 아가씨라고 불러요”“...”진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경해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밤 펜션에서 특별한 손님이 오셨어요.”“누구요?”“해외에서 온 그레이서라는 손님인데, XS그룹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들 얘기를 들어보니 XS그룹을 인수하려는 것 같아요.”진시우가 놀랬다.‘이런 우연이? 그레이서 저녁 식사 자리가 운정산장은 아니겠지?’“제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잘 대접하세요. 오늘 저녁 그 자리에 아마 장성주도 같이 있을 겁니다.”하경해가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저녁, 운정산장.식사 시간이 다가오
진시우는 생각보다 일찍 운정산장에 도착했다. 하경해 진시우가 온다는 것을 알고 당연히 가장 먼저 마중을 나갔다.“이 그레이서가 누구길래 직접 오셨습니까?”하경해는 진시우가 바깥 상황을 잘 몰라 뒤통수를 맞을까 봐 그냥 상황보고한 것뿐이다. 진시우가 말했다.“XS그룹 사람이예요.”하경해가 생각에 잠겼다.“어쩐지... XS그룹이 그자의 손에 들어갔다 했더니, 저도 불리한 상황이 될까 봐 연락을 한 겁니다.”“이번에 신세를 졌네요. 고마워요!”진시우는 웃으며 하경해를 따라 들어갔다.진시우는 혼자라서 운선정에 들어갈 필요 없기에 하경해는 진시우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다들 운정산장 식사를 하러 오는 이유가 자신의 인맥과시이기 때문에 하경해도 여기서 계속 진시우를 접대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산장의 책임자인 하경해를 모셔올 수 있는지 여부는 사실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나타내는 것이다.하경해는 모든 자리에 다 나설 수 없지만 어떤 사람들은 신분과 지위가 확실히 충분하기 때문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사장님, 운선정 손님이 도착했습니다.”한 반장이 호출기를 통해 하경해에게 연락했다.하경해는 그 말을 듣고 즉시 대답했다.“바로 가서 주방장에게 재료를 준비하라고 알리세요.”하경해는 메이크업을 다시 정리했다. 적당한 메이크업으로 하경해는 자신의 장점을 모두 드러냈고, 애틋함이 담긴 두 눈은 그녀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이런 미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빠져들 것이다.하지만 지금 하경해 몸값이 보통이 아니라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다.프런트 데스크에 온 하경해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자 곧 정중한 웃음을 띠고 걸어갔다.“안녕하세요, 혹시 그레이서 님의 친구세요?”남자가 돌아섰다.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본 후 하경해는 멍해졌다.“오랜만이야.”남자는 티 나지 않게 하경해를 훑어보고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하경해의 웃음이 굳어졌다. 그러나 순간에 회복되었다.“그래 오랜만이야.”하경해는 여기 이 남자가 자기 첫사랑일 거라고는 생각지
멋대로 말하는 기덕윤을 하경해는 어쩔 수 없이 상대해야 했다.기덕윤을 방으로 데려간 뒤 하경해는 바로 물러났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정말 역겨워.”하경해는 불쾌한 듯이 옆방 화장실로 가서 손을 세게 씻었다.“예전에는 왜 몰랐지, 이렇게 느끼한데.”하경해가 한숨을 쉬었다. 기덕윤에 비하면 진시우는 그야말로 선인이다.운선정 내.기덕윤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기덕윤도 그레이서를 따라 국내로 돌아왔다.이전에는 하경해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하경해를 보고 나서 평온했던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졌다.하경해가 너무 예뻐진 것이다. 한 동작, 한 웃음 사이에 담긴 매력, 정말 인간 절색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외국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봐서 기덕윤은 하경해가 여전히 처녀 몸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고, 하경해를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더욱 들끓게 하였다.다만 하경해 그런 담담함과 소외감은 기덕윤을 더없이 불쾌하게 했다.그리고 나서 기덕윤은 그레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레이서 님, 운정산장 책임자인 하경해가 제 첫사랑입니다.”“다시 만나고 싶은데 저한테 도움을 줄 수 있나요?”그레이서가 바로 동의하였다.“괜찮은데, 재결합이라니.”“네.”그레이서가 바로 말했다.“사랑하는 여자한테 구애하는 건 우리 나라에서도 아주 당연한 일이지!”“하고 싶으면 해, 내가 모든 것을 지원해 줄게!”기덕윤이 말했다.“근데 제 이 첫사랑이 현지에서 백이 좀 있어서요...”그레이서의 상관없다는 말투이다.“운강시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네 뒤에 있는데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기덕윤이 그레이서를 위해 돈을 많이 벌어드린 탓으로 그레이서도 기덕윤을 마음에 들어 하였다.그래서 기덕윤의 배후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그레이서의 보증이 있은 후 기덕윤도 마음이 놓였다.“그럼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통화를 끊은 후 기덕윤 표정에도 의기양양한 기색이 역력했다.기덕윤은 룸을 나가 종업원을 불러다가 웃
하경해를 찾지 못한 기덕윤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일부러 날 피해?”기덕윤이 냉소하였다.“피할 수 있으면 피해 보던가.”기덕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다. 소란을 피울 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하경해를 보고 진시우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왜 독사에게 쫓기는 것 같은 얼굴이죠? 무슨 일이에요?”“그냥 짜증난 일을 당해서요.”하경해가 자리에 편안하게 앉았다.진시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소한 문제는 하경해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경해는 그레이서가 온 후에야 가보려고 하였다.떠나기 전 하경해가 가볍게 물었다.“저기... 그레이서 쪽에서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날 도와줄 수 있을까요?”진시우는 멍하니 있다가 손을 흔들었다.“그래요.”하경해는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태연하게 걸어나갔다.진시우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중얼거렸다.“스트레스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설마 그레이서한테 잠자리 요청이라도 받았나?”이 생각에 진시우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대하와 외국인의 여자보는 기준이 다를 것인데 설마...?’“하경해가 도움을 청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으니 일단 신념을 켜고 지켜봐야겠어.”...하경해는 진시우가 신념을 퍼뜨려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아니면 더욱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운선정 내.하경해는 손님이 다 온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기덕윤하고 외국인 두 명뿐이었다.“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여사님.”하경해를 향하는 그레이서 눈에는 그리 탐나는 기색이 없었다. 그레이서 눈에 하경해는 괜찮은 동양 미인지만 그가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하경해는 마지못해 웃음을 자아냈다.“그레이서 선생님 안녕하세요.”그레이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사님, 여긴 제 비서 기덕윤입니다.”“예전에 알고 지낸 사이인데다 여자친구였다면서요?”하경해 눈빛이 어두워졌다.“오래 전 일입니다.”그레이서는 눈치를 채고 기덕윤에게 다른 언어로 말했다.“그쪽
진시우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나씨 가문이 뭐가 부족해서 나랑 뺏아요?”“나한테 부탁해요.”나침어는 평온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한테 부탁하면 사람을 놓아줄게요.”진시우는 어이없어하며 짜증스럽게 손을 휘둘렀다.“강설 씨, 이 사람들 내보내세요!”강설은 진시우를 흘겨보았다. ‘내가 시중드는 하인이야?’하지만 강설도 따지기가 귀찮아서 곧장 일어나 말했다.“나침어 씨, 가시죠.”“그래요.”나침어는 매우 평온하였다. 그리고 부한식과 함께 기씨 가문을 떠났다.진시우는 불쾌하게 욕했다.“귀찮아!”강설은 담담하게 말했다.“장무사 조장 레벨의 사람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부조장 정도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한식 같은 사람은 서남 이곳을 지켜야 하니까요.”“나침어는 그런 사람을 절대 내주지 않을 거예요. ‘진’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앞으로 큰 일을 하려고 힘을 모으는 거 맞죠?”“그런데 장무사 조장은 취임할 때 이미 꼬리표가 붙어버렸으니 부조장 레벨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진시우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런 거였어? 그럼 운교영을 데려가야겠네.”“설마 윤교영까지 거절하지는 않겠지. 안 내주면 나문후를 찾아갈 거야.”강설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나문후 이름이 나오면 그 무게는 달라진다.손성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약원을 재정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출발하기 전, 그는 손지연을 진시우에게 맡기며, 그녀를 동해시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았다.어차피 서남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고, 이제 동해에서 근무할 때가 된 것 같았다.취임서가 내려온 지 오래됐지만 진시우는 아직까지 장무사에 가지 않았다. ‘아마 동해 장무사 쪽에서 불만이 있을 지도 몰라.’강설의 제안에 따라 그는 부한식에게 운교영을 데려가겠다고 했다.부한식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곧바로 승낙했다.하지만 운교영은 인수인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동해로 떠날 것이다
손성현 그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이건 서문성을 처리할 권한을 그들에게 넘기는 건가?’손지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당연히 피의 대가로 갚게 해야죠! 장영 장로가 죽었잖아요! 이 복수를 안 해요?”태상 장로를 언급하자 진약원의 사람들도 얼굴이 변했다. 각자의 눈에 강한 증오가 가득했다.서문성은 이미 생사를 도외시하여 어떤 눈빛이나 태도에도 항상 태연했다.하지만 손성현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진 선생님이 정하시죠.”“장영 장로를 죽인 건 이공유이에요. 이공유가 죽었으니 복수는 끝난 거죠.”대장로인 위하 등은 손성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손성현은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마치 이 일이 그렇게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상당히 독재적인 모습으로 비춰졌어도 말이다.진시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서문성의 생사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서문성은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손성현이나 진시우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다.손성현은 의아한 표정의 진약원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갔다.손지연은 이해할 수 없어서 아버지를 붙잡았다.“아빠, 왜 서문성을 죽여하고 하지 않아요? 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손성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하면 진 선생과 우리의 관계가 끊어져 버려.”“원한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아니야.”“진 선생님이 우리의 복수를 도와줬으니 우리는 감사해야 하지만 우리도 걔한테 뭔가를 준 걸 기억해야 해.”“진 선생님이 서문성을 살리려고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강력하게 서문성의 피의 대가를 요구하면 길이 좁아져.”손지연은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다.“진시우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너무 걱정하는 거예요!”“하하하, 그럴 수도 있어.” 손성현은 딸과 논쟁하지 않기로 했다.오랫동안 진약원을 다스리고 있는 만큼 손성현 눈에는 더 많은 것이 보였다....“어떻게 나한테 고마움을 표할 건데?” 진시우는 서문성을 바라보며 말했
부한식은 상황을 보며 말했다. “나침어 씨, 그럼 우리는...”나침어는 약간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 “근처에서 호텔을 찾아서 잠시 머물러요!”...송천수의 부상은 심각했다. 이공유의 한 검이었으니까.모두가 진시우처럼 내력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하지만 그 어떤 상처도 진시우의 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우는 송천수의 부상을 80% 치료했다. 나머지 20%는 그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남겨두었다.송씨 가문의 형제들은 진시우에게 완전히 감복하며, 감히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송천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시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르신, 이제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송천수는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그게 뭐라고, 그만 놀리세요.”오늘의 경험은 송천수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예전 같았다면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시우와 이공유의 실력을 본 뒤 그는 어떤 허명도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었다.실력이야말로 개인의 근본이다.실력이 있다면 혼자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고, 한 사람만으로도 대가문이 될 수 있다.진시우 같은 사람은 혼자서도 최고 가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송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진시우가 몇 번 툭 치면 끝나는 힘이다.진시우는 말했다. “저는 기씨 가문에 가서 후속 처리 좀 하고 곧 남성을 떠날 거예요. 송씨 가문은 고족의 문을 지켜줘야 합니다.”송천수는 놀란 눈빛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 선생님, 선생님과 고족은...”진시우는 대답했다. “저는 고족의 대호법이 되었어요.”“헉-”송천수는 숨을 들이키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고족을 잘 지킬게요.”‘외가 대호법이라니, 고족에서 무슨 일을 해야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거야...’진시우가 기씨 가문에 돌아오니 기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마당에 무릎 꿇고 있었다.
“서문성의 목숨을 최대한 지켜주길 바래.”이공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부 경맥을 거슬러 흐르는 검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이공유의 동공이 움츠러들고 머리가 기울어지며 숨을 거두었다.진시우는 이공유를 막지 않았다. 착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오늘 수살술이 없었다면 방금 이공유의 검에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공유가 쓰러진 후, 이번 정상대회의 소란은 완전히 끝났다. 진시우의 강력함을 목격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은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연단 위에서 서문성은 멍하니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알고 있었다. 이공유는 그의 유일한 의지였는데 이공유가 죽었으니 그의 목숨도 진시우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진시우는 서문성을 지나 손지연 옆으로 가서 그녀를 풀어주었다.“진시우!”손지연은 그의 품에 뛰어들어 울기 시작했다.진시우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 네 아버지는 괜찮아.”손지연은 억울한 눈빛으로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정말?”“응.”진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서문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만났네.”서문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처참하게 졌어.”“패배를 인정하면 사람들을 데리고 기씨 가문으로 가.”진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군성을 쳐다보았다. 기군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시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진시우는 그를 보지 않고 서문성에게 말했다. “이공유의 부탁을 받았으니 너에게 살 기회는 줄게.”“하지만 너의 생사는 진약원 사람들이 정할 거야. 우선 기씨 가문으로 가, 나도 곧 따라갈거니까.”서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진시우는 손지연을 위로하며 같이 기씨 가문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나침어 앞에 섰다.나침어의 표정은 담담했고, 아무런 의외의 기색이 없었다. 진시우는 그녀의 긴장을 터뜨리지 않고 부한식에게 시선을 돌렸다.“조장님, 나침어 씨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데 보고만 있었
물론 이런 저항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외부 사람들은 수살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순간적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수증기가 모여들며 거대한 수증기 검을 형성했다.‘웅’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수증기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곧바로 이공유를 향해 내리쳤다.‘푹’ 소리가 나더니 수만 갈래의 수증기가 이공유의 몸을 스쳐 지나갔고, 마치 수없이 많은 검날이 그의 몸을 관통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공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이공유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피바다 속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헉― 헉―이공유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기침을 했다. 그는 몸을 간신히 가누며 몸체를 이루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생각지도 못했어. 오랜 세월 검도를 연마해왔지만 결국 젊은 후배에게 패하다니.”파괴력을 말하자면 그는 분명 진시우를 훨씬 능가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진시우가 수살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방금 그 검격으로 이미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진시우는 수살술 상태를 해제하지 않고, 이공유와의 거리를 유지했다.이공유는 통천자로서 실력이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와 함부로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좋은 승부였습니다.”진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는 곧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공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가지 부탁이 있어.”이공유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진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굳이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는데요.”이공유는 말했다.“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제공할게.”“그래요?”진시우는 살짝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그 정보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겠군요.”“내가 가진 이 정보는 네가 천인을 넘어 전설적인 무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천인을 넘어서는 존재를 무왕
“큰일이야!”무문 도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러나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이공유의 검이 이미 진시우의 몸을 관통했으니 이제 더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나침어도 얼어붙은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시우!”나침어는 깜짝 놀라 외쳤다. 이 순간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장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나침어 씨, 진정하세요!”다행히 부한식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급히 나침어를 붙잡았다.나침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부 조장님,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사람을 구해야죠!”부한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나침어가 진시우한테 완전 마음을 주었네.’“잘 보세요. 진시우는 멀쩡해요.”나침어는 순간 멈칫하며 진시우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분명히 검에 의해 관통되어 있었다.촤라락!그 순간, 진시우의 몸이 갑자기 물로 변하며 수많은 물줄기로 흩어졌다. 그 물줄기들은 다시 모여 사람 형태로 되돌아갔다.나침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이게 무슨 법술이에요?”부한식도 놀랐다. ‘몸을 액체로 바꿀 수 있다니, 너무 대단한 법술인데!’무대 아래의 관객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이런 능력은 그들 모두가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눈이 번쩍 뜨이는 날이 되었고, 새로운 경험을 쌓은 날이었다.‘이제 나가면 자랑거리 하나가 생겼어.’이공유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진시우를 다시 보았다.“이런 법술도 있었군...”이공유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액체로 변신할 수 있다면 그의 모든 검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이공유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던 그 순간, 진시우가 갑자기 사라졌다. 동시에 이공유의 주변에서 무수한 검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쿵!수많은 검의 그림자가 떠오르며 이공유를 완전히 감싸기 시작했다.슈슉슉!물로 변한 침들이 폭우처럼 이공유
“오늘의 승패와 상관없이 난 너를 인정해.”나침어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얼굴이 굳어졌다.‘진시우 이 나쁜 자식!’‘좋은 마음으로 구하려고 했는데, 가문의 권세를 빌어 부한식에 이용해서까지 널 구하려고 했는데, 날 이렇게 대하냐?!’‘내가 대체 뭘 위해서 멀리 교토에서 이 남쪽 변두리까지 온 건데.’‘나씨 가문의 아가씨인 내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하지만 진시우는 나침어의 생각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내 내력과 횡련 이게 전부가 아니예요.”진시우의 몸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알고 있어.”이공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 진기를 쓸 줄 알지. 근데 너의 진기는 여전히 신경에 머물러 있지... 뭐라고?!”그가 말하는 도중,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육지... 선인?!”이공유는 진시우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나 얼마 전에 막 그 경계를 돌파했어요.”아래에서 나침어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부한식의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육지, 육지 선인?! 인간계 선인?!’무문 도장은 자신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진짜 대단해! 이럴 줄은 몰랐어! 네가 신해경을 돌파했었구나!”“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이 있었던 거야! 신해경이라면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지!”이공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기세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렸다.“내가 너를 과소평가했어.”이공유는 낮게 말했다. “네가 인간계 선인이 되었을 줄은 몰랐어. 그건 진정한 선인의 경지야, 완전히 변화한 존재지.”“받아요!”진시우는 공중에 손가락을 튕기며 진기 광선을 발사했다.이공유는 손을 들어 검을 휘두르며 그 광선을 부셨다.쉭!진시우는 빛처럼 이공유의 뒤로 빠르게 이동했다.“잡았다.”이공유는 뒤로 검을 휘둘렀다.그러나 진시우는 두 손가락으로 이공유와 그의 검을 함께 튕겨냈다.“내 장풍을 받으세요!”진시우의 손바닥에서 무한한 화염 진기를 폭발하였다. 이공
진시우는 칼 태원를 들고 즉시 절천팔도를 펼쳐 하늘을 가르며 내려쳤다.“오? 도법? 네가 도법도 쓸 줄 안다고?”이공유는 약간 놀랐지만 자신의 강력한 수련으로 진시우를 계속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보아하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는 것 같은데!”이공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네 믿음을 완전히 부숴버리겠어!”쾅!진시우의 첫 번째 칼은 그의 검에 의해 무정하게 산산조각났다.진시우는 쏟아지는 검세에 온몸이 찢어질 것만 같은 압박을 느꼈고,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에 몸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후-곧이어 그는 절천팔도의 두 번째 칼인 ‘패천’을 휘둘렀다.천하를 제압하는 한 칼이었다.“음?”이공유는 방금 그 칼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도세를 느꼈다. 그의 눈에는 더 큰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이 녀석, 대단하군!”이공유는 칭찬하며 말했다.“너의 도법이 절대 간단치 않아. 혹시 전설 속의 절천팔도? 이런 도법을 익힐 수 있다니, 너도 하늘이 내린 재능이구나!”진시우는 대답하지 않고 패천을 휘둘렀다.이 한 칼을 휘두르며 그의 내력도 거의 바닥났다.도강은 빛을 뿌리며 진시우의 전신 내공을 담아 하늘을 거슬러 이공유를 향해 내려쳤다.이공유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내력을 움직였다. 그는 천지의 대세와 어울려 순간적으로 자신과 천지가 하나가 되었다.이공유도 찬란한 검을 휘둘렀다.거대한 굉음이 하늘을 가득 울리며 수많은 빛의 파편들이 별똥별처럼 흩어졌다. 검압과 도강이 함께 휘몰아쳤다.무자들은 뒤집혀 나가 떨어졌고, 천인 이상의 무자만이 간신히 몸을 세울 수 있었다.부한식은 충격을 받으며 말했다.“진시우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해졌단 말인가...”나침어 역시 놀랐다. 이제 진시우의 실력이라면 동해 장무사의 조장이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할아버지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진시우의 기운이 떨어졌어!”갑자기 부한식의 한마디가 나침어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
“그렇다면 ‘폭혈단’을 더하죠.” 나침어는 이 순간 냉혹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오직 이익을 저울질하는 차가운 계산만 남아 있었다.부한식은 잠시 멈칫했다. 폭혈단에 각성단을 더하면 이공유도 이길 희망이 있다.“알겠습니다.”부한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나침어는 링을 바라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장님이 이 두 약을 복용하신 대가로 그쪽 가문이 향후 세 대의 번창을 약속하죠.”부한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망설임이 완전히 사라졌다.“나씨 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이공유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금강공... 이 횡련 법문에 대해선 나도 자주 들었어.”“오늘 이렇게 보니 소문보다 훨씬 더 기묘한 것 같군. 진시우, 네 운이 좋았어. 금강공을 이 정도까지 수련하다니.”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운이 좋은 건 맞아요. 금강공은 마치 나를 위한 하늘의 선물 같거든요.”“수련하는 동안 어려움이나 장애물 거의 없었어요.”진시우의 말은 약간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사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아무리 금강공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만큼 순조롭게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군부자, 천강진인이 수십 년을 수련했어도 진시우가 두 달 만에 도달한 경지에 미치지 못했다.어떤 법문이든 사람을 가리는 법이다.“횡련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그저 껍질만 두꺼워지는 거라면 아무 소용없어.”이공유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동시에 그의 검이 진시우에게로 날아들었다.검날이 진시우의 어깨를 베자 그 엄청난 힘에 링의 절반이 부서졌다.진시우의 어깨 소매는 검기의 폭풍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졌다.진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링이 조금 거추장스럽지 않아요?”이공유도 웃으며 답했다. “그런 것 같군.”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주고받고 나서 진시우가 주먹을 내질렀고,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