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벌써 매니저 지위까지 올라간 거면 대단한 거였다.진시우는 슬쩍 웃어보이고는 말을 계속했다."그럼 비지니스맨으로서 제 궁금증 하나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데..."비록 진시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지는 몰랐지만 엽봉은 통쾌하게 답했다."네, 뭐든 물어 보세요.""천성에서 자선사업을 주도하는 목적이 뭐죠?""...?"자... 자선사업? 불우이웃 돕기, 뭐 이런거??엽봉은 또한번 멍해져서 말없이 가만이 있었다. 사실 진시우의 말에 벙쩌져있는건 엽봉뿐이 아니였다. 임아름도 마찬가지로 할말을 잃고 진시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게 지금 무슨 말이죠?"진시우는 차분하게 얘기했다."LS그룹이 어디 큰 회사도 아니고, 난 천성에서 어떻게 이런 회사에 흥취를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이런 방대한 천성이 우리 LS에 투자하는게 당연히 돈을 퍼주는거나 다름없는거죠. 그래서 자선사업이라는 겁니다.""우리 모두 솔직히 터놓고 말합시다. 도대체 원하는게 뭐죠? LS그룹한테서 가져가고 싶은게 뭐냐 이 말입니다. 혹은 운양시에서 얻고 싶은 거라도 있나보죠?"임아름은 그말에 내심 놀라하며 앞에 있는 진시우와 엽봉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였다. 특히 그녀는 진시우한테 더 눈길이 갔다. 그가 알던 진시우는 의술에 대해서나 조금 알뿐 비지니스는 일절 모르는 멍텅구리였었다. 그러던 그가 지금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거에 깜짝 놀랄 따름이다."그건 우리 천성의 안목이 따로 있는 거죠. 우리 천성이 투자한 회사가 한두개도 아니고, 정 그러면 직접 조사해보던가요! 다 그만히 이유가 있으니 그러는 겁니다." "게다가 소규모의 회사일수록 저희들의 도움하에..."진시우는 피식 하더니 엽봉이 말을 끊어버렸다."저기 보이시죠? 출입문입니다. 가세요."엽봉은 그말에 두눈이 휘둥그래져서 진시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이윽고 책상을 힘껏 내리치면서 외쳤다."아니... 보자보자 하니깐 물어보는대로 다 대답해주었는데 지금 이게 무슨 경우지?! 임 대표, 이게 지금 무
엽봉은 진시우가 자신을 상대로 손을 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감히 그에게 손을 댄다는 그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다.서울 태문세도 그가 천성자본에서 온 것을 듣고 잘 모시고 접대하였는데 말이다. ‘천성자본’이라는 타이틀로 교토, 동해 외의 그 어떤 도시에서도 감히 쉽게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하여 이 교토 천성자본에서 온 젊은이는 이번 서울 여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이런 배경을 갖고 자부심이 충만해 있는 상황에서 맞은 뺨이라 더욱 분노가 치밀고 굴욕적이었다.“아…… 감히 날 때려? 이 자식, 죽으려고 환장한 거네!”매서운 눈빛으로 얼굴을 붉히며 테이블을 차서 엎어뜨렸다. 엽봉도 수행한 자가 분명하다.하지만 실력이 떨어져 그냥 내공을 조금 모은 것에 불과하다.이 정도면 진시우는 한 손가락으로도 엽봉을 처리할 수 있다.테이블은 임아름을 향해 날아갔고 그녀는 테이블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 꼼짝하지 못했다.내경 무자의 내공 때문에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만약 임아름이 이에 반응할 수 있다면 최소 외경 초급 무자이다.비록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못하였지만 본능적으로 공포는 여전히 표현되었다.진시우는 한걸음 앞으로 나가 다섯손가락을 벌리고 한손바닥으로 날아오는 테이블을 받은 후 한손으로 테이블을 머리위로 던졌다.임아름은 진시우가 한 손으로 4명의 청년이여야 움직일 수 있었던 테이블을 한 손으로 받드는 것을 보고 경악하여 바라만 보고 있었다.“자, 돌려줄게.”냉랭한 표정으로 가볍게 던진 테이블은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엽봉은 주먹으로 날아오는 테이블을 막았다.펑!테이블이 박살나며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엽봉, 그 충격이 실로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의 온몸에 있는 근맥이 모두 경련을 일으켰다.“아…….”엽봉은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리고 땅에서 떨었다.진양은 담담한 얼굴로 소리쳤다.“양 팀장님, 들어오세요!”이희주의 통지를 받고 일찍
“그런데 방금전의 일에 대해 아마도 천성자본이 좌시하지 않을 거야!”“천성자본의 투자가 왜 전국에 널렸는지 알아? 그건 그들에게 한 번 찍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회사나 팀을 자기 손에 넣기 때문이야.” “천성자본을 거절한 회사가 우리가 처음은 아니야, 마지막도 아닐 거고. 오늘 니가 엽봉에게 손댄 것 때문에 더이상 천성자본은 투자할 생각이 없을 거야.”진시우가 눈썹을 치켜세우고 말했다.“그들은 회사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 나를 노리고 온 거야.”“너를?” 임아름은 웃기지도 않는 듯 손을 저었다.“야, 됐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팀장, 얼른 자리로 돌아가.” 진시우는 그녀가 믿지 않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왜 천성자본이 그를 노리는지는 모른다. “너……, 그리고 오늘 저녁 집에 와서 밥 먹어…… 우리 엄마가 맨날 얘기해.”진시우가 문을 열 때 임아름이 말했다.“아주머니가?” 진시우의 마음이 살짝 동요했다. 마침 그도 백설아한테 물어볼 것이 있었다. 진시우는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알았어.”임아름은 진시우가 떠난 후 한 숨을 내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앉아 있었지만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도 천성자본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지금은 그냥 닥치는 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프로젝트 부서.천동을 포함한 몇 명 팀원들은 이제 곧 구미시에 가서 크게 한 건 해볼 것을 생각하고 매우 흥분했다.진시우는 그들의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아직 퇴근까지는 시간이 남아 천동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 김종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진시우가 빠르게 전화를 받으며.“무슨 일이세요.”김종명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말한 그 교토 사람, 아마 더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진시우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는 김종명에게 그 사람을 치료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럼 제가 지금 바로 교토로 떠날까요?” 진시우가 물었다
멍해진 임아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내 생일?”진시우는 갸우뚱하며 되물었다.“왜? 곧 니 생일 아니야? 우리의 혼인신고서는 가짜지만 설마 출생일 정보도 가짜인 건 아니겠지?”그가 가지고 있는 가짜 혼인신고서, 그 안에 임아름의 생년월일도 있다. 생일이 아니었다면 다이아몬드구슬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비록 부부, 혼인신고 모두 가짜지만 임씨 집안 어른들은 그들이 진짜 부부인줄로 알고 있다.만약 임아름 생일에 아무 이벤트도 없다면 아마 의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임아름은 이제가 그 말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게 주민등록증 번호에는 양력 생일이고 실제로는 음력 생일을 지낸다고 말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진시우의 마음을 생각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여전히 도도한 척하며 말했다.“그래, 애썼어. 니가 이런 것도 챙겨줄 줄을 정말 몰랐다. 뭐……, 니 정성을 봐서 받아줄게.” 진시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괜찮아, 싫으면 버려도 되. 나도 원래 너희 할아버지가 우리 관계를 눈치 챌 까봐 준비 한 거야.”“…….”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임아름…….하지만 임아름은 화가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화를 억누르며 건성으로 답하고는 아무 말없이 별장으로 들어갔다.진시우는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부잣집 아씨 비유 맞추기 참 어렵네……. 역시 우리 연희가 최고야, 말도 잘 듣고…….” 혼잣말하며 그도 들어갔다. 이때 진싱우를 본 임호군은 친손자를 본 것 마냥 기뻐하며 얼른 손짓했다.“시우야! 얼른 와서 나랑 바둑이나 한 판 두자. 심심해 죽겠어!”진시우는 선물 가방을 옆 테이블에 놓고 웃으며 걸어갔다.“할아버지 친구분들과 함께 계시죠, 왜 혼자 계세요?”“말도 마. 다 바둑 둘 줄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른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은 너 밖에 없구나!”진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할아버지 그 말씀인즉 제가 제일 편하단 말씀이시죠?” “하하하, 글쎄다…….”임호군도 진시우가 자기에게 져
진시우는 아래층 주방으로 갔다.백설아는 온화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왜?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진시우는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어머니, 혹시 동해 백씨에 대해 아세요?” 주방 테이블을 닦고 있던 백설아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다시 웃으며 답했다.“알긴 하지…… 근데 왜?”백설아의 표정에서 진시우는 확신을 가졌다. 역시 동해 백씨와 관련되는 인물이다.“어제 구미에서 교토 조씨네 사람을 만났는데, 할아버지를 노리던 사람들이 그쪽 사람들인 거 같아요.”“그 사람들 입에서 교토 다른 한 세력이 임씨 가문 누군가의 혼인으로 인해 할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아름이는 아닐테고…… 할머니도 돌아가신지 오래 되셨으니…… 그러면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은 어머니와 아버지일 뿐이더라구요…….”침묵하는 백설아, 그녀는 이미 테이블을 수십번도 닦았다.“동해 백씨…… 우리 집 맞아.”백설아는 숨기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미 절연한지 오래 됐어. 내가 니 장인을 만났을 때 니 장인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였어. 그래서 우리 아버지도 결혼을 반대하셨지.”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 임호군이 아니라 지금의 LS그룹을 가진 임호군이라도 백씨 가문의 눈에는 보잘것없었을 것이다. 재벌가 따님이 가난한 집에 시집가는 것은 그 어느 부모도 용납할 수 없을 테니까.“난 비록 백씨 가문 사람이지만 정략결혼을 거부했어. 우리 어머니도 정략결혼의 희생양이라 나 또한 같은 처지가 되고 싶지는 않았거든.”“그때 나는 다른 도시에 공부하고 있었는데 우리 어머니가 사고로 위중하다 하기에 집으로 돌아갔고, 내 모습을 보기위해 마지막까지 버틴 어머니는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만약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평생 함께 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버리더라고 그 사람과 같이 있으라고…….” “정략결혼으로 인해 한 평생 후회하고, 슬퍼하고, 또 한 평생 마음 아파했으니까…….”진시우는 그제야 왜 백설아가 자신
진시우는 조금 놀랐다. 백설아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예리하고 총명했다.역시 백 씨 가문의 아가씨는 남다르다. 진시우가 만났던 여자 중에서 백설아만큼 예리한 사람은 이시연밖에 없다.소라엘도 능력이 뛰어나지만 이시연보다는 관찰력이 부족하다.“어머니, 감사합니다.” 진시우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백설아도 웃으며 대답했다.“시우야, 별거도 아닌데 고마워할 필요 없어.”진시우가 말했다.“어머니는 동해 백씨 출신인데 왜 교토 명문가 에게 찍혔나요?”“다 임운하 때문이지.”백설아가 대답했다.진시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음, 내가 임운하랑 사귈 때, 교토에서 온 예쁜 여자가 있었는데, 미친 듯이 임운하를 짝사랑하고는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말하면서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는 임운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교토 명문의 아가씨는 임운하를 좋아한다나 뭐라나…… 당시엔 참 이해 안갔었어.”아버님이 젊었을 때는 매력이 넘치셨나보네요?”사실 진시우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한 명은 교토 명문 출신이고, 한 명은 동해 백씨 출신인데, 이 두 사람 둘 다 임운하를 좋아하다니.’ 백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우리 남편이 매력이 넘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당시에 그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임운하랑 당장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거든. 내가 보기에는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아 보였어.”“그 여자는 우리 남편이랑 만난 적도 없었는데…… 어디서 임운하에 대해 들었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너무 이상하잖아.”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복권 당첨된 것보다 더 말이 안 되네요. 혹시 그 여자가 교토 어느 가문 출신인지 아세요?”백설아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그 여자가 엽씨였던 것 같은데…… 교토 엽씨인가?”‘엽씨?’진시우는 오늘 갑자기 LS그룹에 온 그 엽봉이 생각났다.‘아, 그렇구나.’진시우는 깨달았다.‘그런데 엽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왜 임아름을 찾지 않고 나를 찾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는 바로 버릴 거야…… 내가 이딴 싸구려를 절대 좋아할 리가 없어.”“흥, 이것 봐, 딱 봐도 싸구려 물건이야!”임아름은 새하얀 손을 내밀어 쇼핑백을 허벅지에 올렸다.지그시 실눈을 만들며 그녀는 선물 상자를 열었다.……불빛 아래에서, 정밀하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구슬이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처럼 보였다. “후”임아름은 중독된 것처럼 이 다이아몬드 구슬에 넋을 잃었다.그녀의 하얗고 예쁜 볼이 살짝 빨개지며 더욱 예뻐 보였다.끼익-문 여는 소리가 났다.임아름은 깜짝 놀라서 손에 있는 다이아몬드 구슬을 놓쳐버렸다.“아…… 내 다이아몬드…….”임아름은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다이아몬드 구슬을 찾았다.마침 이때 진시우는 문을 열고 땅바닥에 누워 두 손으로 다이아몬드 구슬을 꼭 안고 있는 임아름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뭐 하는 거지?”진시우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걸었다.임아름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이를 악물고 원망하는 듯 소리 질렀다.“나가! 어서 빨리 나가!”“어.”임아름의 체면을 구기면 안 되니까 진시우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잠시 후 방 안에 있던 임아름이 차갑게 말했다.“자, 이제 들어와.”진시우는 그제야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방안에는 어두운 노란색 전조등만 켜져 있을 뿐 쇼핑백은 이미 사라졌다.임아름은 담담하게 말했다.“어서 자자.”“어.”진시우는 바닥에 이불을 깔려고 했다.임아름이 말했다.“우리 엄마가 요즘에 또 의심병이 도졌으니까 침대에 올라와서 자.”“어…… 그래.”임아름은 진시우의 말투를 듣고 조금 화가 났다.‘이 자식아, 나랑 같은 침대에서 자기 싫어?’‘쳇, 됐어! 다이아몬드 줬으니 한 번 봐준다!’임아름은 불쾌한 듯 불을 끄고 진시우를 등지고 잠을 잤다.다음날.진시우는 휴가를 내고 약만당에 왔다.그는 조연희에게 줄 다이아몬드 구슬을 회사에 두고 가져오지 않았다.조연희 생일 때 그녀에게 주려고 했는데……
진시우가 약만당에 들어갔다. 조연희는 그를 보자마자 기뻐하여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조연희는 흰색 간호사복을 입고 머리를 묶었다.그녀의 작은 얼굴과 볼륨 있는 몸매는 간호사복을 입어도 예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진시우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카운터 뒤의 의자에 앉았다.“할 일 없어서 심심해?”조연희가 대답했다.“할 일이 없으면 더 좋죠.”“어…… 그렇지 하하……. 네 말이 맞네!”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조연희는 그의 옆에 앉았다.두 사람이 매우 가깝게 앉자 조연희의 얼굴은 앵두처럼 빨개졌다. “요즘에 계속 구미시에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저한테 오빠 방해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화가 난 듯 말했다.“우리 이렇게 가까운 사이인데……, 오빠에게 연락하지 말라니 너무하잖아요!”진시우는 조중헌이 조연희에게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진시우는 웃으면서 말했다.“앞으로 연락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 할아버지가 괜한 걱정을 하시네…….”“좋아요!”조연희는 몰래 입구의 조중헌을 흘겨본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우리 할아버지가 요즘 기분이 별로인 거 같아 보이는데, 아무리 여쭤봐도 왜 그러시는지 안 알려 줘요.”“기회가 있으면 오빠가 가서 여쭤봐 줄 수 있어요? 저도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봐요.”진시우는 잠시 멍하다가 음신으로 조중헌을 살펴보고 조금 놀랐다. 조중헌은 확실히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듯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이 생기셨나? 말씀을 안 하시는 것 보니 조연희에게 알려줘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그래, 나중에 내가 여쭤 볼 게.”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김종명의 메시지를 받았고 진시우는 그에게 약만당의 위치를 보냈다.“연희야, 이따 날 좀 도와줘.”조연희는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오빠를 도와주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죠!”“그런 말 하면 안 되지, 할아버지
진시우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나씨 가문이 뭐가 부족해서 나랑 뺏아요?”“나한테 부탁해요.”나침어는 평온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나한테 부탁하면 사람을 놓아줄게요.”진시우는 어이없어하며 짜증스럽게 손을 휘둘렀다.“강설 씨, 이 사람들 내보내세요!”강설은 진시우를 흘겨보았다. ‘내가 시중드는 하인이야?’하지만 강설도 따지기가 귀찮아서 곧장 일어나 말했다.“나침어 씨, 가시죠.”“그래요.”나침어는 매우 평온하였다. 그리고 부한식과 함께 기씨 가문을 떠났다.진시우는 불쾌하게 욕했다.“귀찮아!”강설은 담담하게 말했다.“장무사 조장 레벨의 사람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부조장 정도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한식 같은 사람은 서남 이곳을 지켜야 하니까요.”“나침어는 그런 사람을 절대 내주지 않을 거예요. ‘진’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앞으로 큰 일을 하려고 힘을 모으는 거 맞죠?”“그런데 장무사 조장은 취임할 때 이미 꼬리표가 붙어버렸으니 부조장 레벨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진시우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런 거였어? 그럼 운교영을 데려가야겠네.”“설마 윤교영까지 거절하지는 않겠지. 안 내주면 나문후를 찾아갈 거야.”강설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나문후 이름이 나오면 그 무게는 달라진다.손성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약원을 재정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출발하기 전, 그는 손지연을 진시우에게 맡기며, 그녀를 동해시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았다.어차피 서남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었고, 이제 동해에서 근무할 때가 된 것 같았다.취임서가 내려온 지 오래됐지만 진시우는 아직까지 장무사에 가지 않았다. ‘아마 동해 장무사 쪽에서 불만이 있을 지도 몰라.’강설의 제안에 따라 그는 부한식에게 운교영을 데려가겠다고 했다.부한식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곧바로 승낙했다.하지만 운교영은 인수인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동해로 떠날 것이다
손성현 그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이건 서문성을 처리할 권한을 그들에게 넘기는 건가?’손지연은 화가 나서 말했다.“당연히 피의 대가로 갚게 해야죠! 장영 장로가 죽었잖아요! 이 복수를 안 해요?”태상 장로를 언급하자 진약원의 사람들도 얼굴이 변했다. 각자의 눈에 강한 증오가 가득했다.서문성은 이미 생사를 도외시하여 어떤 눈빛이나 태도에도 항상 태연했다.하지만 손성현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진 선생님이 정하시죠.”“장영 장로를 죽인 건 이공유이에요. 이공유가 죽었으니 복수는 끝난 거죠.”대장로인 위하 등은 손성현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손성현은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마치 이 일이 그렇게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상당히 독재적인 모습으로 비춰졌어도 말이다.진시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서문성의 생사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서문성은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손성현이나 진시우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다.손성현은 의아한 표정의 진약원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갔다.손지연은 이해할 수 없어서 아버지를 붙잡았다.“아빠, 왜 서문성을 죽여하고 하지 않아요? 진시우는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손성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하면 진 선생과 우리의 관계가 끊어져 버려.”“원한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좋지 않은 일이 아니야.”“진 선생님이 우리의 복수를 도와줬으니 우리는 감사해야 하지만 우리도 걔한테 뭔가를 준 걸 기억해야 해.”“진 선생님이 서문성을 살리려고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강력하게 서문성의 피의 대가를 요구하면 길이 좁아져.”손지연은 찡그린 표정으로 말했다.“진시우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너무 걱정하는 거예요!”“하하하, 그럴 수도 있어.” 손성현은 딸과 논쟁하지 않기로 했다.오랫동안 진약원을 다스리고 있는 만큼 손성현 눈에는 더 많은 것이 보였다....“어떻게 나한테 고마움을 표할 건데?” 진시우는 서문성을 바라보며 말했
부한식은 상황을 보며 말했다. “나침어 씨, 그럼 우리는...”나침어는 약간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 “근처에서 호텔을 찾아서 잠시 머물러요!”...송천수의 부상은 심각했다. 이공유의 한 검이었으니까.모두가 진시우처럼 내력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하지만 그 어떤 상처도 진시우의 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우는 송천수의 부상을 80% 치료했다. 나머지 20%는 그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남겨두었다.송씨 가문의 형제들은 진시우에게 완전히 감복하며, 감히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송천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시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르신, 이제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네요. 축하합니다.”송천수는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그게 뭐라고, 그만 놀리세요.”오늘의 경험은 송천수의 마음가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예전 같았다면 남성 제일 세력의 주인이 되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시우와 이공유의 실력을 본 뒤 그는 어떤 허명도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었다.실력이야말로 개인의 근본이다.실력이 있다면 혼자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고, 한 사람만으로도 대가문이 될 수 있다.진시우 같은 사람은 혼자서도 최고 가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송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진시우가 몇 번 툭 치면 끝나는 힘이다.진시우는 말했다. “저는 기씨 가문에 가서 후속 처리 좀 하고 곧 남성을 떠날 거예요. 송씨 가문은 고족의 문을 지켜줘야 합니다.”송천수는 놀란 눈빛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 선생님, 선생님과 고족은...”진시우는 대답했다. “저는 고족의 대호법이 되었어요.”“헉-”송천수는 숨을 들이키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고족을 잘 지킬게요.”‘외가 대호법이라니, 고족에서 무슨 일을 해야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거야...’진시우가 기씨 가문에 돌아오니 기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마당에 무릎 꿇고 있었다.
“서문성의 목숨을 최대한 지켜주길 바래.”이공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부 경맥을 거슬러 흐르는 검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이공유의 동공이 움츠러들고 머리가 기울어지며 숨을 거두었다.진시우는 이공유를 막지 않았다. 착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오늘 수살술이 없었다면 방금 이공유의 검에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공유가 쓰러진 후, 이번 정상대회의 소란은 완전히 끝났다. 진시우의 강력함을 목격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은 경외심으로 가득 찼다.연단 위에서 서문성은 멍하니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알고 있었다. 이공유는 그의 유일한 의지였는데 이공유가 죽었으니 그의 목숨도 진시우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진시우는 서문성을 지나 손지연 옆으로 가서 그녀를 풀어주었다.“진시우!”손지연은 그의 품에 뛰어들어 울기 시작했다.진시우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 네 아버지는 괜찮아.”손지연은 억울한 눈빛으로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정말?”“응.”진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서문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만났네.”서문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처참하게 졌어.”“패배를 인정하면 사람들을 데리고 기씨 가문으로 가.”진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군성을 쳐다보았다. 기군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시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진시우는 그를 보지 않고 서문성에게 말했다. “이공유의 부탁을 받았으니 너에게 살 기회는 줄게.”“하지만 너의 생사는 진약원 사람들이 정할 거야. 우선 기씨 가문으로 가, 나도 곧 따라갈거니까.”서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진시우는 손지연을 위로하며 같이 기씨 가문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나침어 앞에 섰다.나침어의 표정은 담담했고, 아무런 의외의 기색이 없었다. 진시우는 그녀의 긴장을 터뜨리지 않고 부한식에게 시선을 돌렸다.“조장님, 나침어 씨가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데 보고만 있었
물론 이런 저항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외부 사람들은 수살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순간적으로 하늘과 땅 사이의 수증기가 모여들며 거대한 수증기 검을 형성했다.‘웅’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수증기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곧바로 이공유를 향해 내리쳤다.‘푹’ 소리가 나더니 수만 갈래의 수증기가 이공유의 몸을 스쳐 지나갔고, 마치 수없이 많은 검날이 그의 몸을 관통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공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이공유는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내리꽂혔다. 그리고 피바다 속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헉― 헉―이공유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기침을 했다. 그는 몸을 간신히 가누며 몸체를 이루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생각지도 못했어. 오랜 세월 검도를 연마해왔지만 결국 젊은 후배에게 패하다니.”파괴력을 말하자면 그는 분명 진시우를 훨씬 능가할 수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진시우가 수살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방금 그 검격으로 이미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진시우는 수살술 상태를 해제하지 않고, 이공유와의 거리를 유지했다.이공유는 통천자로서 실력이 강력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와 함부로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좋은 승부였습니다.”진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는 곧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이공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가지 부탁이 있어.”이공유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진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굳이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는데요.”이공유는 말했다.“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정보를 제공할게.”“그래요?”진시우는 살짝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그 정보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겠군요.”“내가 가진 이 정보는 네가 천인을 넘어 전설적인 무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천인을 넘어서는 존재를 무왕
“큰일이야!”무문 도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러나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이공유의 검이 이미 진시우의 몸을 관통했으니 이제 더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나침어도 얼어붙은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변화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시우!”나침어는 깜짝 놀라 외쳤다. 이 순간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장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나침어 씨, 진정하세요!”다행히 부한식은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급히 나침어를 붙잡았다.나침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부 조장님,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사람을 구해야죠!”부한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나침어가 진시우한테 완전 마음을 주었네.’“잘 보세요. 진시우는 멀쩡해요.”나침어는 순간 멈칫하며 진시우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분명히 검에 의해 관통되어 있었다.촤라락!그 순간, 진시우의 몸이 갑자기 물로 변하며 수많은 물줄기로 흩어졌다. 그 물줄기들은 다시 모여 사람 형태로 되돌아갔다.나침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이게 무슨 법술이에요?”부한식도 놀랐다. ‘몸을 액체로 바꿀 수 있다니, 너무 대단한 법술인데!’무대 아래의 관객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이런 능력은 그들 모두가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눈이 번쩍 뜨이는 날이 되었고, 새로운 경험을 쌓은 날이었다.‘이제 나가면 자랑거리 하나가 생겼어.’이공유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진시우를 다시 보았다.“이런 법술도 있었군...”이공유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액체로 변신할 수 있다면 그의 모든 검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이공유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던 그 순간, 진시우가 갑자기 사라졌다. 동시에 이공유의 주변에서 무수한 검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쿵!수많은 검의 그림자가 떠오르며 이공유를 완전히 감싸기 시작했다.슈슉슉!물로 변한 침들이 폭우처럼 이공유
“오늘의 승패와 상관없이 난 너를 인정해.”나침어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에 얼굴이 굳어졌다.‘진시우 이 나쁜 자식!’‘좋은 마음으로 구하려고 했는데, 가문의 권세를 빌어 부한식에 이용해서까지 널 구하려고 했는데, 날 이렇게 대하냐?!’‘내가 대체 뭘 위해서 멀리 교토에서 이 남쪽 변두리까지 온 건데.’‘나씨 가문의 아가씨인 내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하지만 진시우는 나침어의 생각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내 내력과 횡련 이게 전부가 아니예요.”진시우의 몸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알고 있어.”이공유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 진기를 쓸 줄 알지. 근데 너의 진기는 여전히 신경에 머물러 있지... 뭐라고?!”그가 말하는 도중,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육지... 선인?!”이공유는 진시우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나 얼마 전에 막 그 경계를 돌파했어요.”아래에서 나침어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부한식의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육지, 육지 선인?! 인간계 선인?!’무문 도장은 자신의 살을 꼬집으며 중얼거렸다.“진짜 대단해! 이럴 줄은 몰랐어! 네가 신해경을 돌파했었구나!”“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이 있었던 거야! 신해경이라면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지!”이공유는 진지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며, 기세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렸다.“내가 너를 과소평가했어.”이공유는 낮게 말했다. “네가 인간계 선인이 되었을 줄은 몰랐어. 그건 진정한 선인의 경지야, 완전히 변화한 존재지.”“받아요!”진시우는 공중에 손가락을 튕기며 진기 광선을 발사했다.이공유는 손을 들어 검을 휘두르며 그 광선을 부셨다.쉭!진시우는 빛처럼 이공유의 뒤로 빠르게 이동했다.“잡았다.”이공유는 뒤로 검을 휘둘렀다.그러나 진시우는 두 손가락으로 이공유와 그의 검을 함께 튕겨냈다.“내 장풍을 받으세요!”진시우의 손바닥에서 무한한 화염 진기를 폭발하였다. 이공
진시우는 칼 태원를 들고 즉시 절천팔도를 펼쳐 하늘을 가르며 내려쳤다.“오? 도법? 네가 도법도 쓸 줄 안다고?”이공유는 약간 놀랐지만 자신의 강력한 수련으로 진시우를 계속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보아하니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는 것 같은데!”이공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네 믿음을 완전히 부숴버리겠어!”쾅!진시우의 첫 번째 칼은 그의 검에 의해 무정하게 산산조각났다.진시우는 쏟아지는 검세에 온몸이 찢어질 것만 같은 압박을 느꼈고,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에 몸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후-곧이어 그는 절천팔도의 두 번째 칼인 ‘패천’을 휘둘렀다.천하를 제압하는 한 칼이었다.“음?”이공유는 방금 그 칼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도세를 느꼈다. 그의 눈에는 더 큰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이 녀석, 대단하군!”이공유는 칭찬하며 말했다.“너의 도법이 절대 간단치 않아. 혹시 전설 속의 절천팔도? 이런 도법을 익힐 수 있다니, 너도 하늘이 내린 재능이구나!”진시우는 대답하지 않고 패천을 휘둘렀다.이 한 칼을 휘두르며 그의 내력도 거의 바닥났다.도강은 빛을 뿌리며 진시우의 전신 내공을 담아 하늘을 거슬러 이공유를 향해 내려쳤다.이공유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내력을 움직였다. 그는 천지의 대세와 어울려 순간적으로 자신과 천지가 하나가 되었다.이공유도 찬란한 검을 휘둘렀다.거대한 굉음이 하늘을 가득 울리며 수많은 빛의 파편들이 별똥별처럼 흩어졌다. 검압과 도강이 함께 휘몰아쳤다.무자들은 뒤집혀 나가 떨어졌고, 천인 이상의 무자만이 간신히 몸을 세울 수 있었다.부한식은 충격을 받으며 말했다.“진시우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해졌단 말인가...”나침어 역시 놀랐다. 이제 진시우의 실력이라면 동해 장무사의 조장이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할아버지는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진시우의 기운이 떨어졌어!”갑자기 부한식의 한마디가 나침어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
“그렇다면 ‘폭혈단’을 더하죠.” 나침어는 이 순간 냉혹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오직 이익을 저울질하는 차가운 계산만 남아 있었다.부한식은 잠시 멈칫했다. 폭혈단에 각성단을 더하면 이공유도 이길 희망이 있다.“알겠습니다.”부한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나침어는 링을 바라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장님이 이 두 약을 복용하신 대가로 그쪽 가문이 향후 세 대의 번창을 약속하죠.”부한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망설임이 완전히 사라졌다.“나씨 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이공유는 진시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금강공... 이 횡련 법문에 대해선 나도 자주 들었어.”“오늘 이렇게 보니 소문보다 훨씬 더 기묘한 것 같군. 진시우, 네 운이 좋았어. 금강공을 이 정도까지 수련하다니.”진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운이 좋은 건 맞아요. 금강공은 마치 나를 위한 하늘의 선물 같거든요.”“수련하는 동안 어려움이나 장애물 거의 없었어요.”진시우의 말은 약간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사실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아무리 금강공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만큼 순조롭게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군부자, 천강진인이 수십 년을 수련했어도 진시우가 두 달 만에 도달한 경지에 미치지 못했다.어떤 법문이든 사람을 가리는 법이다.“횡련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그저 껍질만 두꺼워지는 거라면 아무 소용없어.”이공유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동시에 그의 검이 진시우에게로 날아들었다.검날이 진시우의 어깨를 베자 그 엄청난 힘에 링의 절반이 부서졌다.진시우의 어깨 소매는 검기의 폭풍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졌다.진시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링이 조금 거추장스럽지 않아요?”이공유도 웃으며 답했다. “그런 것 같군.”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주고받고 나서 진시우가 주먹을 내질렀고,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