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윤문호는 복부가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바로 기운바다가 찢어지는 소리였다.내공이 폐기되었다.‘이 염 씨라는 자식이 어떻게?’윤문호는 버럭 화를 냈다.고대 무술 능력자 등급은 그가 출신을 제외하고 가장 큰 버팀목이다.그는 무려 천강종 대장로 윤씨 가문의 도련님이기에 고귀한 출신을 지니고 지위가 뛰어나다.‘고대 무술 능력자의 등급이 없으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지낼 수 있겠는가?’윤문호가 화를 내려고 하자 두 번째 장풍이 그의 말을 가로질렀다.퍽.이번 소리는 이전과 매우 흡사했다.다른 점이라면 소리가 더 길어 보인다는 것이다.들어보면...성기가 찢어지는 소리였다.윤문호는 바짓가랑이가 갑자기 시원해진 걸 눈치챘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두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바짓가랑이가 허전해졌다.더 이상 그것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곧이어 심한 통증이 휘몰아쳤다.그는 고통에 겨워 얼굴이 일그러졌다.염무현이 오른손을 놓자 윤문호는 ‘털썩’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그는 아픈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바지에 손을 넣었다.결국 피를 빼낸 것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없어!’‘완전히 없어졌어!’“개새끼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윤문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함을 질렀다.수많은 관녀들을 갖고 놀며 이 일을 즐겼던 윤 도련님은 철저히 내시가 되었다.염무현은 차갑게 말했다.“아프면 치료해야 하고 그 병을 없애기 위해서는 뿌리까지 뽑아 근원을 없애야지.”뿌리를 뽑으면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이는 윤문호가 소정아와 유시인을 건드린 대가로 치러야 할 일이다.“너...”윤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머리가 갸우뚱 움직이더니 기절했다.“윤 도련님이 무너졌어.”“이 염 씨 너무 몰아붙인 거 아냐? 천강종의 복수가 두렵지 않은가?”“먼저 사숙을 죽이고 도덕용까지 죽이더니 이젠 윤 도련님까지 망가뜨렸어. 이 원수는 죽어도 화해할 수 없는 그런 거야.”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염무현을 입에
염무현은 유시인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가요, 우리.”“네!”유시인이 대답했다.소정아는 염무현의 팔을 덥석 끌어안으며 기뻐서 말했다. “사형, 어디 가서 좋은 거 먹을까요? 축하하는 셈으로요. 버거도 먹고 싶고 보신탕도 먹고 싶어요.”염무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그렇게 두 사람은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 아래서 웃으며 떠나갔다.유시인은 쓰러져 있는 윤문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속으로는 더없이 고소해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녀석은 철두철미한 내시가 되었다.앞으로는 인사불성일 것이다. 즉, 자신과 그의 약혼은 완전히 깨진 셈이다.“무현 씨, 정아야, 같이 가요!”유시인이 황급히 쫓아갔다....천강종 대 장로 윤박의 집의 마당에는 식구들과 하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로 북적였다.방안에서 이따금 비명이 터져 나왔다.모르는 사람은 윤 씨네 집에서 돼지라도 잡는 줄 알 것이다. 침실에는 짙은 소독제 냄새가 가득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침대 옆에 서서 속수무책이었다.윤문호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는데 하얀 시트는 그의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왜 멍하니 있어? 빨리 내 아들 치료해.”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몸집이 큰 중년 한 명이 화가 나서 이글이글한 눈빛이었다.그가 바로 이 집 주인 윤박이다.윤문호는 윤박의 유일한 아들은 아니지만 그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다.그리고 그를 후계자로 삼아서 여러 해 동안 정성껏 키웠다.지금 자기 아들이 완전히 망가졌다. 윤박은 몹시 안타까웠다. “윤박 씨, 저희도 그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제일 앞에 서 있던 의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의 아래 부위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치료할 수 없어요.”그러자 윤박은 화가 나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다들 업계 최고 전문가라고 했잖아? 누가 내 아들을 고치면 내가 진료비의 열 배를 주겠어!”의
“윤 장로님, 도련님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준비해서 찾아왔습니다!”아름다운 비단 상자를 손에 든 유진강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범인에 대한 원한도 배어 있는 표정이었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이번 일은 우리 유씨 가문의 책임이 있으므로 쉴 새 없이 찾아왔습니다.”원래도 화가 나 있었던 윤박은 이 말을 듣고 울화통이 터졌다.찰싹. 윤박은 힘차게 팔을 휘둘러 유진강의 뺨을 때렸다.또랑또랑한 따귀 소리와 함께 유진강은 제자리에서 날아갔다.보배처럼 여기던 비단 상자는 날아가 버렸다. 유진강은 공중에서 격렬하게 구르며 무려 십여 미터나 날아갔다.그리고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세게 내리쳐졌다.유진강이 바닥에 굴러떨어지면서 누런 흙먼지를 일으켰다.벽에는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군데군데 나 있는 구덩이가 움푹 파였다. 그만큼 윤박이 때린 뺨이 무겁다는 얘기다.푸!가까스로 두 손으로 바닥을 딛고 상체를 올린 유진강은 피를 내뿜었다.“왜…왜요?”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호의로 도련님을 뵈러 왔고, 그것도 값진 물건을 가지고 왔는데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뺨을 맞았으니 말이다. “그걸 또 물어봐? !”윤박은 호통을 쳤다. “네가 문호에게 전화하지 않았으면 문호가 질투할 리가 없었겠지. 그러면 안성시에 가지도 않았겠지! 문호가 지금 이 모양이니 된 것에 너희 유씨 집안은 당연히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거야!”유진강이 입이 가벼워 말이 새나간 탓으로 이런 일이 생긴 건 맞다.윤문호는 통제 욕이 강한 사람이라 자신은 술을 마시고 밤낮으로 놀 수 있지만 약혼녀인 유시인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땅히 여자의 역할과 도리를 갖추며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아직 결혼하지 않은데다 유시인이 처음부터 여장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았더라면 윤문호는 그녀가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윤문호는 유시인이 염 씨라는 젊은 남자와 가깝게 지낸다는 말을 듣고 이
윤박은 기뻐해 하며 물었다. “너희 유씨 가문이 염라대왕을 찾을 수 있어?”윤박도 염라대왕에 대해 들은 바가 있는 모양이다.“우리는 염라대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그 어떤 곤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옛말이 있잖아요?”유진강이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믿어요. 정성이 지극하면 덜 위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요!”윤박의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유진강은 절뚝거리며 걸어오며 바닥에 떨어진 비단 상자를 주었다.“그게 네가 방금 말한 값진 물건이야?”윤박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강은 서둘러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장식의 비수가 들어 있었다.햇빛 아래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윤박은 천강종의 대장으로서 영락없는 고대 무술 능력자이다. 그래서 병기에 천성적으로 민감하다.그는 한눈에 이것이 평범한 비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탐욕스러운 눈빛이 역력했다.그의 눈빛을 본 유진강은 더욱 자신이 생겼다.윤박은 그에게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윤문호를 찾아가 보라고 초대했다.침실에서 유진강은 침을 튀기면서 말을 했다. “죽음의 단도라는 것을 들어보셨어요?”“설마 [신의 세계]에서 루진 도인의 법기말이야?”윤박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는데 윤문호는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류진 도인이 누군지 그는 몰랐다. 배움이 부족하고 무식하였다. “윤 장로는 참으로 박학다식한 분이시네요. 정말 존경합니다.”유진강은 아첨을 한 뒤 말했다. “죽음의 단도는 후대 사람이 모방한 것이지만 20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희귀한 고급 법기를 재능이 없는 제가 우연히 얻게 되었습니다. 보물을 좋은 주인을 만나야죠.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손에서는 이 값진 것을 잘 쓰지 못할 것이에요. 그래서 큰마음 먹고 도련님께 드리는 겁니다. 사죄하는 성의를 보이고 싶습니다.”윤문호는 무식하지만 이것이 2천 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법기라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빨리 줘봐!”윤문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침실 안의 짙은 피비린내가 소독약 냄새를 덮었다.침대 위, 바닥, 그리고 벽까지 온통 핏자국이 있었다. 이는 대동맥이 베여 피가 뿜어져 나온 결과였다.피바다에 쓰러져 있는 윤문호는 필사적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도움을 청했다.피가 목구멍을 막아 사레가 들린 그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가 문 앞에 가기도 전에 이미 과다 출혈로 의식을 잃었다.몇 분이 지나 그가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었을 때, 그는 이미 숨져 죽었다. 집사는 CCTV를 통해 윤문호가 비수를 다루다 경동맥을 벤 사실을 알게 됐다.화면 속 윤문호은 매우 이상했다.갑자기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이유 없이 비수를 들어 목에 댔다.그리고는 갑자기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2, 3초가 지나서야 윤문호가 벌떡 일어났는데 이미 늦었다.화면 속 아들의 무기력한 표정을 보며 윤박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럴 수가? 이럴 리가 없잖아?”당황한 유진강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설명하였다. “이 보물이 제 손에 들어온 지 거의 2년이 다 돼가는데 이렇게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뭔가 잘못됐어요. 윤 장로님, 많은 분이 이 보물을 감정해 주셨어요. 정말 문제없습니다. 저를 믿어주세요!”그는 자기가 아끼는 귀한 선물을 준 것이다. 이것으로 윤 씨네 부자의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근데 윤문호가 이 보물로 인해 죽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진강은 자기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발버둥 쳤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는 끝장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귀한 법기는 무슨, 그냥 목숨을 잃게 하는 사악한 무기잖아!”윤박은 그 자리에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호통을 쳤다. “이 개자식, 내 아들을 내시로 만들고 죽이기까지 해? 내가 너를 죽일 거야!”유진강은 급히 해명했다. “억울합니다. 정말 저랑 상관없어요. 내일에 CCTV를 다시 봅시다. 다시 보면 분명히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부랴부랴 해명했다…”“보긴 개뿔!”윤박은 유진강의 정수리에 대고 세게 한 번 쳤다.찰칵!맑
유시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 아빠의 전화였다.“아빠!”유시인은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뭐라고요?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윤문호도 죽었다고요…윤씨 가문이 유씨 가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고요, 왜요?”“…”“알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전해주세요.”전화를 끊고 유시인이 말했다. “유진강이 조작된 죽음의 단도를 윤 씨 가문에게 주었는데 그 단도로 인해 윤문호가 죽었어요. 유진강은 격분한 윤박의 명령으로 그 자리에서 사살당했어요.”전혀 놀라지 않은 염무현은 덤덤하게 말했다. “이상할 거 없어요. 그것은 원래 사악한 칼이니까요. 유진강이 이렇게 오래 산 것도 행운이에요.”새 주인 윤문호에 비하면 유진강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여간 행운이 아니다.소정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윤문호가 죽으면 시인 언니와 윤씨 집안의 약혼은 완전히 깨진 셈이죠?”“그렇게 간단할 리가!”유시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윤박이 우리 유씨 가문더러 모든 책임을 지라고 했어. 우리 집은 벼락같은 복수를 앞두고 있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애초에 유씨 가문이 혼인을 통해 천강종에게 세력을 빌리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불순한 것이었어. 지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누구도 탓하지 못해.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대가를 치러야 해.”그녀의 이런 패기와 도량은 사회경험이 없는 소정아로 하여금 존경심을 금치 못하게 했다.염무현도 칭찬을 하고픈 기색을 보였다.그리고 유시인은 계속해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무현 씨, 저희 아버지께서 무현 님이랑 영상통화를 하고 싶어 하세요. 전의 일에 대해서 말이에요.”유시인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둘째 삼촌은 항상 무현 님께 예의를 차리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무현 님의 말을 마이동풍으로 흘려버려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됐죠. 아버지가 삼촌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해요.”유시인은 조금 전 전화를 하면서 아버지 유진해에게 디테일한
염무현의 허락을 받은 유시인은 영상통화 화면을 벽걸이 스크린에 띄웠다.화면으로부터 유진해의 모습이 보였다.건방지게 행동하는 유진강에 비하면 유진해는 겸손하고 단정한 사람의 대명사다.회색의 안경을 쓴 유진해는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전혀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꾼 같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았다. “무현 님, 죽은 내 동생 유진강을 대신해 그동안 한 일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드립니다.”유진해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성의를 보였다.“아저씨, 별말씀을요.”염무현은 더없이 너그러운 모습이었다. “저와 시인 씨는 파트너여서 서로를 믿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간질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의 콜라보는 변함이 없어요. 전의 일들은 그냥 없던 일로 하죠.”유진해는 고맙다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역시 무현 님께서는 너그러우시네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이는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니었어요. 유씨 가문이 당신 같은 사람과 파트너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협력이 순조롭기를 빌죠. 그럼 들어가세요.”통화를 마친 유진해는 한숨을 내쉬었다.옆에서 밍크코트를 입은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염무현이라는 사람,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할 필요가 있나요? 그리고 우리 딸도 그래요. 그 사람한테 홀린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그렇게 일편단심이라니까요?”그러자 그녀는 눈썹을 추어올리며 말했다. “시인이 설마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안 돼요. 우리 유씨 가문은 그 정도로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인시에서 명망이 있는 재벌가에요! 딸을 꼭 우리와 비슷한 집안에 시집보내야 해요. 보통 사람한테 시집을 보내서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돼요.”유진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식하기는. 보통 사람이라니, 어떤 보통 사람이 천강종
“신의님,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여자 때문에 포기할 자리가 아닙니다. 신의님만 원하시면 모델이고 배우고, 설사 한 나라의 공주라고 해도 다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서해 교도소,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거물만 가두기로 유명한 특별한 교도소이다.철창 앞에서 한 노인은 한참 젊은이에게 연신 굽신대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노인은 상업계의 선두 주자인 전태웅이었다. 그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단호하고 매정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글쎄 염무현을 위해 아무 죄명이나 쓰고 복역하러 왔다.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상황이다.전태웅의 뒤로 교도소 내의 모든 교도관과 죄수들이 줄을 지어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염무현을 붙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죄수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제패했다.염라대왕. 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여 붙여진 염무현의 별명이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검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목숨을 살리는 메스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앗아가는 비수이다. 어쩌면 생사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평화로운 세상에서 그는 생의 신이 될 것이고, 전란의 불꽃이 튀는 세상에서 그는 사의 신이 될 것이다.“하아, 당신은 몰라요...”철창 앞에서 염무현은 우뚝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그의 아내 양희지의 모습 말이다.4년 전의 결혼식장에서 양희지는 흑심을 품고 신부 대기실에 쳐들어간 변태 때문에 험한 일을 당할 뻔했다. 다행히 처남이 술병으로 변태의 머리를 내리친 덕분에 그녀는 무사할 수 있었다.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염무현은 처남 대신 교도소에 들어갔다. 지난 4년 동안 비웃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혼자 버텨내야 했을 양희지를 떠올리면, 아무리 신으로 숭배받는 그라고 해도 가슴이 답답한 것이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희지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만큼 우리가 나누는 감정도 소중하죠. 명예와 권력같이 세속적인 것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