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말씀 좀 해보세요. 제가 할아버지보다도 더 늦게 알았잖아요. 제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절 죽이게 놔두면 안 되죠. 저는 할아버지의 친 외손녀이고 아직 젊잖아요... 제가 죽는 걸 그저 지켜볼 건가요?”소천학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염무현을 향해 말했다.“염무현 씨. 박가인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목숨을 살려주실 수 없겠습니까?”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저 자는 당신이 죽길 원했는데 당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다고요?”소천학은 다시 한번 숨을 내쉬었다.“아이고. 박가인은 아직 어려서 철이 들지 않았어요. 물론 저도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박천호가 죽었으니 누구도 나쁜 본보기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저 아이가 잘못을 고쳐 꼭 새사람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박가인은 다급하게 말했다.“맞아요. 잘못을 고칠 것을 맹세해요! 앞으로 외할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소정아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에요. 정아가 저를 괴롭히는 건 상관없어요.”소천학도 신경 안 쓰는데 염무현은 당연히 더 무슨 말을 하기 귀찮았다.염무현은 고개를 까딱까딱 끄덕였다.소천학은 은혜에 감사하며 말했다.“염무현 씨 감사합니다.”그리고 어르신은 앞으로 나서서 박가인의 밧줄을 풀어줬다.박가인의 눈빛에서는 득의양양한 느낌이었다.그녀는 그저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결코 외할아버지의 은혜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염무현은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입을 열었다.“제가 언제 용서하겠다고 했나요. 죽을죄는 면했지만 다른 죄는 없단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박가인은 곧 다시 긴장해서 소천학의 뒤에 숨었다.“염무현 씨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소천학도 덩달아 긴장했다.염무현은 바닥에 있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아직 끝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어떻게 외부인과 설명하겠습니까?”소천학은 당황하더니 당연히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손녀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고 표정은 흉악했다. 거기다가 손에 비수를 들고 있고 혼비백산인 모습을 본 소천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게 아직도 자신이 기억하는 그 얌전하고 영리한 소녀인가?냉혈하고 무자비했으며 악랄하게 손을 쓰는 아이가 무엇보다 마음씨가 더 악독했다.짧은 시간 안에 박가인은 두 가지 대안을 생각해 냈는데 모두 빈틈이 없이 완벽했다.이제 고작 몇 살인가?도대체 누가 그녀를 가르쳤길래.소천학은 급격히 마음이 흔들렸다. 바로 전에까지 염무현에게 무조건 박가인을 잘 가르치겠다는 보장을 내렸는데 말이다.지금 이 순간 그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이런 사람을 정말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염무현 씨. 이렇게 하면 괜찮을까요?”박가인은 미소를 지으며 더욱 환심을 사는 말투로 말했다.안타깝게도 지금 그녀의 모습은 웃는 게 웃지 않는 것보다 더 보기 흉했다.염무현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여다보고는 발길을 돌렸다.박가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소천학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나무라는 말투로 말했다.“박가인. 너는 어찌 이리도 모질게 굴 수 있느냐? 너의 죄가 죽을죄도 아닌데 저 사람은 죽었어야 하는 거야?”박가인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손을 꼭 잡고 큰소리로 반박했다.“저 사람이 죽지 않으면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외할아버지께서도 모르시겠습니까. 설마 그 나이 먹고 모르시겠나요. 제가 그를 죽인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죠. 소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체면을 모두 지켰으니 밖에 나가서 함부로 입을 놀려 양가의 체면이 깎이지 않도록 말입니다.”소천학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도 당사자인데 나가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냐? 그리고 네 말대로라면 우린 모두 죽어야 했어.”박가인도 화를 냈다.“방금 염무현이 한 그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나를 쉽게 놓아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일부러 휴대전화를 꺼냈다는 게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요? 방금의 일을 틀림없이 이미
밤이 되니 부기가 가까스로 가라앉았다.결국 친아버지 여구준의 따귀에 맞아 오전보다 더 심하게 다쳤다.이유는 백초당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진 데다가 치유단이 잘 팔리기 때문이었다.여씨 가문이 거액을 들여 만든 회춘단은 쓰레기로 인식되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이것이 너희들이 우리에게 꼭 돈을 벌겠다고 약속한 프로젝트야?”여구준은 아직 한을 풀지 못한 듯 달려들어 따귀를 몇 대 더 때렸다.여정수는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놀란 얼굴이었다.“너의 그 못난 꼴을 좀 봐라. 나 여구준 한 평생 뛰어난 명성을 유지해 온 사람인데 어떻게 너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낳았는지.”여신하는 구시렁거렸다.“정말 못났군.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손자가 있을 수 있는지. 동업자들이 다 비웃는다고!”여정수는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애초에 프로젝트를 세울 때 당신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여정수가 여씨 가문의 재간둥이라는 걸 남들이 혹여 모를까 봐 당시 두 사람은 여정수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문제가 생기니 바로 나무란다.‘프로젝트는 당신 둘이 허가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나 혼자 책임지라고 할 수 있어?’물론 이 말을 그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 감히 말하지 못한다.그렇지 않으면 또 부자에게 매를 맞기 뻔하다.“훔치려 해도 중요한 걸 못 훔치면서. 그렇게 능력이 있는데 왜 치유단 조제법은 훔치지 않았대?”여신하가 구시렁거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여정수가 팀을 구성하여 회춘단을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여정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고 도둑질을 자진해서 까발렸다.여구준은 크게 외쳤다.“그러니까 정말 좋은 약은 훔치지도 못하고 쓰레기를 훔쳐 보배로 삼다니. 우리 가족이 모두 너 때문에 말려들었어. 만약 네가 치유단 조제법을 훔쳤다면 여씨 가문이 어떻게 업계 전체의 비웃음을 살 수 있었겠느냐?”여정수 더 억울했다.‘당신들이 불평스럽다면 자기 절로 훔치러 가던지.’“마씨 가문의 일은 네
이간질하여 선동했다.여정수 도련님은 다른 능력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아주 훌륭했다.마씨 가문과 염무현이 싸움을 걸게 하고 정신없이 싸워서 자신이 마건승의 시야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했다.어부지리를 얻을 기회가 또 있을지도 모른다.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바꿀 수도 있었다.이 말을 들은 마건승은 당연히 화가 치밀었다.“네 말이 맞아. 염 씨가 내 딸을 다치게 했으니 배상해야 해.”며칠 동안 마인영의 부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뒷걱정이 없어지자 마건승도 자연스레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그러니까요. 만약 당신이 치유단의 조제법을 얻는다면 마씨 가문은 용국의 제약업을 쉽게 제패할 수 있을 것입니다.”여정수는 계속 불을 붙였다.“해외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되겠죠.”마건승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약품이 국내외에서 잘 팔리는 환상을 품기 시작했다.무릇 무술 능력자라면 본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작은 안성 하나로는 세계 무관의 제왕이 되려는 그의 야망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여정수.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해?”하지만 마건승은 젊은이 앞에서 속마음을 드러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그는 분명 이미 마음이 들끓고 있는데도 일부러 화를 내며 말했다.“네 속셈을 접어라. 말 돌리지 말고.”“일주일만 시간을 줄 테니 돈이 안 들어오면 내가 직접 백초당으로 뛰어 들어가 네 머리를 쥐어짜겠다!”여정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마건승 쪽에서 이미 전화를 끊었다.그는 재촉하여 당부했다. "집사님. 즉시 염무현을 찾아가서 얌전히 치유단 조제법을 내놓으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씨 가문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죽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소씨 가문에서.소천학은 염무현과 함께 돌아왔다. 어르신은 기분이 좀 가라앉은 것 같다.일찍 돌아오는 길에 소명아에게 전화를 걸어 즉시 박씨 가문으로 돌아가 남편과 시동생의 장례식을 치르라고 했다.그는 정말 딸을 얼굴을 어떻게 마주할지 무서웠다.박천호는 죽어도 죄가 없는데 박가인은?‘너
‘누가 보면 마건승 본인인 줄 알겠어.’‘이런 겉치레는 너무 크지 않느냐?’“내가 오늘 온 것은 치유단 조제법 때문이야.”집사는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우리 마 사장이 순순히 조제법만 내주면 전에 우리 아가씨를 다치게 한 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셨다.”“젊은이. 마씨 가문이 자진해서 너에게 계단을 내려준 것은 너의 체면이고 평생 쌓은 복이야. 알겠느냐?”“알아야 할 은혜를 알고도 갚을 줄 알아야지. 빨리 조제법을 내놓지 않느냐!”그가 보기에 자신이 마씨 가문의 이름을 올리기만 하면 이 일은 성사된 셈이라고 생각했다.안성에서 누가 감히 마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겠는가?마씨 가문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도망갈 수 없다.게다가 이번에는 마건승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밑도 끝도 없는 외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본고장의 명성 있는 어른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가족 모두가 죽고 내일 태양을 볼 수 없었다.“한꺼번에 일소한다고?”염무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언제 마건승 본인이 와서 할 건가?”그러자 집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표정이 극도로 나빠졌다.“젊은이. 내가 충고하는데 생각 좀 하고 말해. 우리 마 사장은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규칙이 있어. 너무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물건을 내놓아라. 방금 너의 태도를 보면 이미 나와 마씨 가문에 대해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소천학은 철저히 화가 났다.“너 이 x발...”욕설과 동시에 그는 나서서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을 혼내주려고 한다.‘우리 소씨 가문은 너 같은 작은 집사가 행패를 부릴 차례가 아니다.’“오. 그래?”염무현은 손을 들어 소천학을 막으며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집사는 손가락을 들어 땅을 가리켰다.“복잡하지도 않아. 무릎 꿇고 열 번 사과해. 당신이 젊고 철이 없는 것을 봐서라도 마음이 넓은 나는 용서해 줄 수 있어.”염무현은 차갑게 말했다.“그럼 넌 진짜 말하기 쉽
“쌤통이다.”소천학은 욕을 퍼부었다.가뜩이나 그는 사위 일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집사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염무현이 먼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도 이 건방진 놈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할아버지. 방금 어머니께서 묻더군요. 제물을 가지고 큰고모 쪽으로 가실래요?”소정아가 물었다.그러자 소천학이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안 가.”“네?”소정아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다.‘할아버지는 큰고모부를 매우 중요시하지 않았었나? 지금 그는 죽고 자식과 안해만 남았으니 친정에서 마땅히 뒷일을 도와야 맞는 게 아닌가.’“내가 안 가니까 너희도 못 가.”소천학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어조로 말했다.‘태도를 바꾸는 무자비한 그가 자격이 있는가?’‘나는 그 형제의 파렴치한 행위를 대중 앞에서 폭로하지 않았으니 이미 크나큰 은덕이다.’소천학 등의 상처는 치유단을 먹어도 지금은 여전히 은은하게 아팠다.귀염둥이 손녀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그는 계속 이를 악물고 버텼다.‘내가 그들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려 해도 어림도 없다.’“그럼 큰고모와 박가인쪽에서는 의견이 있진 않겠죠?”소정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할아버지는 원래 정과 예절을 중시했다.가깝지 않은 친척이나 친구라도 경조사가 있으면 찾아가서 도와준다.‘오늘은 왜 이러시지?’‘자기 집 사위 차례인데 안 가다니.’‘고모의 그 가벼운 입이 여기저기서 소씨 가문 사람들이 철이 없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은가?’“박가인 어떻게 말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에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소천학은 정색했다.소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다 알겠네요.”...마씨 가문에서.“괘씸한 것!”마건승은 화가 나서 찻잔을 내던지며 얼굴에 온통 분노가 가득했고 입으로는 으르렁거렸다.“이 얄미운 염무현. 나는 호의로 그에게 다리를 만들어준 건데! 인정하지 않으면 몰라도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정말 무법천지다.”시골뜨기이고 외지인인데 감히 마씨
하지만 마성운은 여자 친구와 함께 돌아오겠다고 했다.듣자 하니 그의 여자 친구는 고귀한 출신으로 제의 재벌 집 막내 공주라고 한다.마건승이 듣자마자 당연히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짜고짜 딸 마인영을 억지로 끌고 왔다.성의와 여성에 대한 배려를 위해 마건승은 특별히 운전기사를 일찍 출발시키기도 했다.두 사람 뒤에는 마건승이 얼마 전에 산 한정판 롤스로이스가 있는데 평소에는 몰기도 아까워했다.결국 마인영은 그와 함께 공항 정문에서 세 시간 넘게 머물렀다.바로 그때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걸어왔다.남자는 기골이 장대하고 용모가 당당하며 온몸에 기세가 충만하여 마치 함께 힘을 모아 출발하려는 창과 같다.패기가 밖으로 드러나고 칼끝이 날카로운 느낌이었다.보통 사람들은 감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그가 바로 철검문의 수제자인 마씨 가문의 큰 도련님 마성운이다.옆에 있는 백의의 여인은 늘씬한 키에 꽃 같은 미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기세도 범상치 않았다.그녀 앞에서 마인영은 순식간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그 두 사람은 정말 완벽한 한 쌍이었다.“아들아, 여기 있다.”마건승은 눈이 번쩍 뜨이더니 급히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학수고대하다가 끝내 아들을 기다려왔다.“아버지. 오는 길이 좀 지체돼서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마성운이 사과했다.마건승은 황급히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우리가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이렇게 위선적인 말을 듣자 마인영은 어이가 없어 눈을 치켜떴다.마성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지, 인영아. 소개해 줄게요. 이분은 제 여자 친구 장운희예요. 제원 사람입니다.”“성은 장 씨이고 이름에 구름 운자도 있구나.”그러자 마건승은 얼굴색이 밝아지며 급히 물었다.“설마 제원의 재벌 장씨 가문인가?”“맞아요. 운희는 장씨 가문의 큰 딸이죠.”마성운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장운희는 예의가 바른 아이였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영아, 안녕?”“그래그래. 역
“이런 우연이 있나? 개명된 것 아니야?”마성운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런 특이한 이름이 중복될 확률은 높지 않죠.”장운희는 자신의 판단을 굳게 믿고 마건승을 향해 물었다.“마 아저씨. 이 염무현은 어디서 온 사람입니까?”“남쪽 어느 작은 곳이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마건승은 씁쓸한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맞다. 서해!”“맞아. 바로 그 이름이야. 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장운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서해의 염무현이 내 동생을 잔인하게 죽였어. 그리고 내 사촌 동생 김준영도 그의 손에 죽었어. 지금까지 우리 엄마, 아빠, 고모 모두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을 흘리셔. 얼마 전 우리 집에서 일손을 보내 염무현의 종적을 찾으러 서해에 갔는데 안성에 숨어 있었다니!”장운희는 바로 백발 소년 장운택의 누나이다.지금 원수의 이름을 듣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그럼 이 염무현은 죽어도 싸다.”마건승은 이를 갈며 말했다.“저자는 우리 인영이를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마씨 가문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안성의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었어.”“염무현이 어디 있어요? 당장 죽여버리러 가겠어요.”장운희는 노기등등했다.마성운은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운희야. 조급해 하지 말고 먼저 상황을 파악한 후에 다시 얘기하자.”마건승은 아들이 이렇게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흐뭇해하면서 말했다.“성운의 말이 옳다. 이 일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해.”“죽인 원수는 하늘에 사무치는데 무슨 의논을 하겠습니까?”장운희가 조급해한다.마건승은 설명했다.“운희 씨, 그리고 성운아. 치유단에 대해 모두 얘기 들어봤지?”장운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안성 사람들이 만든 거라고 하던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제원 쪽에서도 뺏느라 난리가 아닙니다.”마성운도 대답했다.“어제 출관해서 후배들에게서 이 얘기를 들었어요. 이게 염무현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마건승은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