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여정수는 어리둥절해 했다.그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소천학은 쉬지 않고 말했다. “그놈은 분명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어르신이 왜 마음에 들어 하는지 모르겠네.”“분명히 네 덕분에 마씨 가문이 스스로 찾아와 몸을 낮추고 무릎 꿇고 사과한 것인데 말이야!”“어르신과 다른 사람들은 다 염무현 그 자식이 마씨 가문을 제압한 줄 알고 있어. 속은 줄도 모르고 말이야.”“염무현 이 개자식 낯가죽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이 큰 공도 감히 욕심부린다고?”여정수는 멍해서 입을 벌리고 물었다. “마씨네가 사과하러 와서 무릎까지 꿇었다고요?”소명우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니까? 마씨 사장님과 인영 아가씨는 정말 너무 예의를 차렸어.”“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할 필요 없이 그냥 전화 한 통으로 오해만 풀면 되는데 말이야.”“왜, 넌 몰랐어?”여정수는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마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지위는 사실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마건승은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며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고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며 세력을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힌다. 이것들은 모두 마건승이 잘하는 일이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도 양심을 뒤로한 채 피해자를 마구 괴롭혔다.마인영 생일 파티에서 소정아에게 누명을 씌우고 중상을 입히게 한 것은 아버지를 보고 따라 배운 것인 게 틀림없다.이 일로부터 마건승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근데 그런 사람이 뜻밖에도 딸을 데리고 소씨 가문에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할 줄이야, 이는 정말 불가사의했다. “이…이런 건 별로 체면이 서지 않는 얘기니 사장님이 말씀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여정수는 어설픈 이유를 찾아 말했다.하필이면 소명우는 또 그의 말을 믿고 공감하며 말했다. “하긴, 무릎을 꿇었다는 걸 누구한테 말하고 싶겠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인데 말이야.”“내가 말했었지, 정우 너는 어리지만 여씨 집안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라고!”여정수는 일부러 겸손한
백초당의 전문성에 대해 소명우는 항상 안심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소씨 가문이 지금까지 백초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을 리 없다.안타깝게도 이 주식들은 어르신 소천학이 가지고 있어서 소명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이쯤 되면 투자나 지분은 받지 않겠지?”여정수는 일부러 어려운 척하며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남이 아니잖아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몰래 해드리죠.”“진짜? 그럼 아저씨야 정말 고맙지!”소명우는 기뻐했다.그는 궁지에 몰려 길이 없는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출구가 있을 줄 몰랐다. 소명우는 자기가 집에서 쫓겨나면 초라한 상갓집 개로 되는 게 아니라 꼭 무언가를 해내서 성적으로 그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요즘 무슨 일을 하는데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여정수의 목적은 또 돈이다.“특히 신세나 인정은 갚기 어려우니 돈이 빠질 수 없어요... 아저씨, 제 말 이해하시죠?”여정수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릴 때부터 집안사람들을 보고 자라 밀당을 아주 잘한다.“물론이지!”소명우는 자신이 들어갈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원하게 말했다. “일단 4억을 너에게 경비로 쓰도록 줄게.”“일이 성사되면 아저씨가 더 보태줄게. 절대 너를 푸대접하지 않을게!”여정수는 순간 웃음꽃이 활짝 피어서 말했다. “아저씨의 이 말씀만으로도 꼭 백초당 신약 개발의 파트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평소 같았으면 여정수는 4억을 돈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상황이 다르다. 4억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그에게 도움이 되는 돈이다.몰래 해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새로운 약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여정수여서 소명우와 같이 하는 것은 그의 말 한마디에 불과하다.조금의 힘도 들이지 않고 2억을 벌었다. 이 전화를 정말 치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여정수는 은근히 기뻐했다.“참, 개발한다는 약 이름이 뭐야?”소명우가 물었다.여정수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회천단이에요.”소명우는 아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
“사형께서 새로운 약을 대량으로 만들었는데 고대 무술 능력자들의 각종 부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이에요.”소정아는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 샘플을 꺼내 할아버지께 보여주었다.“백초당 여씨 가문은 눈이 멀어서 이 보물을 쓰레기 취급했어요.”소정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리고 마씨네한테도 그래요. 제가 좋은 뜻으로 그들과 파트너로 되려고 했는데, 마인영이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웠어요.”소천학은 알약을 받아 코 밑에 가져다 냄새를 맡았다.그러더니 어르신께서 깜짝 놀랐다. “이거 회천단이잖아!”소천학이 크게 말했다.소정아는 눈이 동그래서 물었다. “할아버지, 회천단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이 이름은 그녀의 스승 여지윤이 지은 것이다.약의 처방을 훔친 여씨 가문의 큰댁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른다.소천학이 설명했다. “나의 아버지, 바로 너의 증조할아버지께서 젊었을 때 처방서 한 장을 받아 연구한 적이 있어. 회천단이라는 이름은 전조 시대부터 나왔는데 성공한 사람이 없어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소정아는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군요, 전 사형이 지은 이름인 줄 알았어요.”그리고 소정아가 바로 말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 이것은 사형이 직접 만드신 회천단보다 더 좋은 치유단이에요.”소천학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염라대왕은 의술에 능해 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는 미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런 알약을 만드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소정아는 여정수가 처방을 훔쳐 회천단을 많이 만들어 팔려고 하는 일도 말했다.“여신하와 여구준 부자가 금덩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야.”소천학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집안은 돈구멍에 빠지지 않으면 서로 속이고 심술을 부리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여지윤이 대표한 작은댁의 권력을 없애고 그들을 밀어내기 위해 혈육의 정을 무시하고 얼마나 안 좋은 일을 했다고. 그들이 치유단이 회천단보다 낫다는 것을
이것은 정말 뜻밖의 기쁨이었다. 그는 염무현에게 거절당할 각오가 돼 있었다.심지어 거절을 당하고 어떻게 할지도 그는 다 생각해 놓았다.“물론 원래부터 정아한테 맡기려고 했어요.”염무현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는 어르신께서도 함께하신다고 하시니 더 든든하네요.”아무래도 소정아는 나이가 어려서 생각이 아직 미숙하고 경험이 적다.이렇게 큰일을 전부 그녀에게 맡기면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염무현은 유시인이 있는 유씨 가문과 협력하려고 했다.유시인의 파워풀한 성격과 넓은 안목, 그리고 막강한 인맥에 소정아의 프로패션널이 더해지면 두 사람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소정아의 뒤에 있는 소씨 가문이든 여지윤이 대표하는 여씨 가문의 작은댁이든 모두 협력 관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지금 소천학이 먼저 같이하자고 하는 것에 염무현은 당연히 두 손을 다 들고 찬성이다. “잘됐네요!”소천학은 너무 기뻐서 얼른 일어나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뭐 좀 가져올게요.”말을 마치자 그는 신이 나서 뛰어나가 바로 옆에 있는 서재로 달려갔다.염무현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사매를 바라보았다.“저도 모르겠어요.”소정아는 양손을 벌리며 말했다. 조금 지나서 소천학이 비주얼이 옛날다운 약상자를 들고 신나게 뛰어왔다.“이것은 소씨 가문의 조상님이 남긴 것이에요.”소천학이 약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고대 서적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중 대부분은 심하게 누렇게 변해 천 년 전의 물건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았다.심지어 죽간도 몇 권 있었는데 이것은 더욱 오래된 것인 게 틀림없다. 소천학이 말했다. “우리 소씨 가문의 조상들은 대대로 의술을 행했는데 중의로 유명했고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의약 가문이에요. 그리고 전조 시대 때 기회가 딱 맞아떨어진 셈으로 소씨 가문이 의학을 그만했어요. 그 대신에 종군하여 큰 공을 세워 다행히 황실에 의해 벼슬을 받았다. 그 후로 소씨 가문은 귀족 신분을 갖게 되었고, 자연히
“물론 모든 것은 무현 님의 뜻대로 해야죠.”소천학은 당연히 의견이 없다. 여기에 합류할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큰 영광이다.염라대왕과 엮일 수 있다면 아무리 까다로운 조건이라도 다 들어줄 것이다. 손녀 소정아와 연무현의 선후배 사이만으로는 불안했다. 연무현이 소정아를 많이 신경 쓰고 그녀를 위해 매번 나서도 따지고 보면 이것은 소씨 가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소천학의 허황한 환상은 더욱 현실적이지 못했다. 계획만 했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그들 시대 사람들과 같이 감정을 대하지 않는다. 오늘은 서로 좋아 죽을 것 같다가도 내일에 헤어져 연락을 끊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연무현과 엮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 더 중요한 것은 소천학이 자기의 자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소씨 가문이 지금 제약업계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백초당의 주식뿐이다. 소천학이 가주로 되기 전에 여씨 가문과 주식 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소씨 가문은 배당만 할 뿐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계약이었다.까놓고 말해서 권력의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회사 일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만약 스스로 양보하지 않았다면 서씨 가문은 이 정도의 주식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제약 산업의 인맥이든 시장 점유율이든 소씨 가문은 치유단의 출시와 홍보를 지원하기에 아직 부족하다.염무현은 휴대전화를 들고 연홍도에게 전화를 걸었다.“연 사장님, 유시인에게 전화 좀 부탁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전화기 너머로 연홍도가 말했다. “무현 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연홍도도 소천학과 마찬가지로 염무현에 대한 존경심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곽씨 가문의 딸 연희주는 염무현의 수제자이다. 그것도 첫 제자이다.두 가문은 더없이 각별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아버지인 연홍도는 동년배 사이같이 염무현과 사귈 엄두를 못 냈다. 염무현이 매번 그에게 예의 바르게 대한다고 해도 연홍도는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염라대왕
이어 바깥쪽 의자 한 바퀴에는 유시인을 비롯한 3대 엘리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더 낮은 지위의 족속들은 집에 들어갈 자격도 없이 문밖의 마당에 서서 들어야 했다.4명의 어르신이 번갈아 가며 발언했는데 나머지는 모두 조용히 경청했다.한 명의 비서 같은 젊은 여성이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유시인에게 다가와 휴대전화를 건넸다.유시인은 ‘서해 연홍도’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보낸 위챗을 보았다. 「무현 님께서 너와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주라고 하셨어.」 눈을 부릅뜬 유시인은 이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너무 좋아!”순간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특히 앞에 앉은 둘째 삼촌 유진강과 아버지 유진해는 노여움 외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두 사람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들의 기억으로 유시인은 어려서부터 철이 든 아이였다.좋은 가정교육 아래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유시인은 크면서 더욱 교양이 있고 사리에 밝았다. 게다가 똑똑해서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가 이런 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버릇없는 일을 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유진강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진 데다 얼굴에 멍까지 선명해 마치 얻어맞은 듯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몰려오자 유시인은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삼촌, 큰아버지, 그리고 형제자매 여러분, 방금 좋은 소식을 듣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유시인은 다급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말했다. “제가 질서를 무너뜨렸으니 벌을 내려주세요.”네 명의 어르신이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비록 규칙과 질서를 깨뜨리는 것은 허락할 수 없는 일이지만 후배들에게는 그래도 너그러운 편이다. 그중 한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시인이 너는 항상 침착하고 점잖아서 많은 자매 중에서 뛰어났어. 남자아이들과 비교해도 조금도 모자라지 않아. 무슨 일이길래 아까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궁금
“더 디테일하게 말해봐.”네 명의 어르신이 두 눈을 반짝이며 유시인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아직 얘기가 안 돼서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몰라요.”유시인이 말했다. “얘기가 다 끝나면 할아버지들께 알려드리겠습니다.”이런 이유 외에 유시인의 또 다른 뜻은 분명했다.비밀을 지키는 것이다. 유씨 가문이 의약업 진출에 실패한 것은 비밀 누설의 탓이 크다.상대는 상황을 알게 된 후 즉시 그들을 막으려는 준비에 착수했다.적은 어둠 속에 있고 그들은 밝은 곳에 있다. 적들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각종 음모와 함정이 끊임없이 나타났다.이로 인해 유씨 가문은 큰 손실을 보았고 초기 투자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그중에는 안성시 마씨 가문, 박씨 가문과 같은 오래된 약재 기업이 있다.그들은 유씨 가문을 호시탐탐 노리며 줄곧 유씨 가문을 제일 큰 적으로 대했다.그들과 같은 호랑이 입에서 먹이를 빼앗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인이 말이 맞아. 모든 일에 너무 성급해서는 안 돼.”“그래 맞아. 너무 급해 하면 오히려 잘 되지 못해.”“기초부터 튼튼히 닦아야 무너지지 않아.”다른 세 어르신도 모두 찬성했다.이 상황을 보고 유시인은 담이 커져서 요구했다. “중요한 일이니 먼저 자리를 떠나게 허락해주세요. 다른 문제가 나오지 않게 빨리 이 일을 해결하도록 말이에요.”다들 눈을 부릅떴다. 가족 보고대회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들 많은 일을 미루고 온 것이다. 근데 자기의 일 때문에 대회에서 빠지겠다니, 네 분의 어르신이 허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씨 가문이 수년 동안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규칙을 따랐기 때문이다.규칙이 없으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여기서는 규칙이 하늘보다 크다. “가봐.”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셨다.모든 사람이 놀라서 멍해졌다. 다른 세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
“안성시로 가주세요. 빨리요!”그녀는 운전 기사에게 분부를 내리며 말했다.기사는 놀라 하였다. 유시인의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그녀가 이렇게 다급한 모습은 처음이었다.그의 기억 속 유시인은 언제나 침착하고 여유로운 성격이었다.이건 너무 이상했다. 사실 유시인도 이상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현 님이 왜 안성시에 계시지?”방금 연홍도에게 연락해서 바로 공항으로 가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서해시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염무현이 만나자고 한 장소는 바로 그녀가 있는 안성시였다. …서해시 연남 묘지에서 양희지는 평범한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그녀가 마주한 묘비에는 '양준우'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사진도 붙어 있었다.무덤 앞에 꽃다발이 몇 송이 놓여 있는데 찬바람에 소슬해 보였다.오늘이 바로 양준우의 제삿날이다..방금 서아란과 양문수가 이곳에서 오랫동안 울부짖었는데 양희지가 힘들게 설득해서야 갔다.“준우야, 누나가 약속할게. 절대 너의 죽음이 억울하게 두지 않을 거야!”안경을 벗은 양희지는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찬 눈을 드러냈다.“너의 죽음은 다 염무현의 탓이야!”양희지는 묘비 사진을 보면서 이를 갈며 말했다. “김씨 가문에서 연무현을 산산조각 내 복수하겠다고 약속했어.”묘비 밑에 있는 것이 유골함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관에 들어있었다면 아마 죽은 영혼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양준우가 죽은 이유는 김준휘를 대신해 육탄방어를 했기 때문이다. 김준휘가 먼저 양준우의 몸으로 연무현의 뺨을 막은 후, 그를 매트로 삼아 5층에서 바닥으로 내리쳤다.그렇지 않았다면 양준우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양희지를 포함한 세 식구 모두 양심을 저버리고 원수를 염무현으로 인정했다.사건이 일어난 후 김준휘가 서아란의 계좌에 20억을 보상금으로 송금했기 때문이다.그들 부부는 양준우가 건물에서 떨어지기 전에 이미 염무현에게 맞아 죽었다고 단언했다.그래서 범인은 염무현이어야 했다.그러니 김준희는 그들 아들의 시신을 빌려 목숨을 건진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