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하늘은 맑게 개었다.3일 연속 궂은비가 계속 내리더니, 마침내 날씨가 개었다.연남, 패밀리 호텔.“저더러 무현이 면접 데리고 가라고요? 제가 왜요?”우예원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염무현이 맹수라도 된 듯 피하기에 바빴다.오피스룩을 입은 그녀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재단된 작은 슈트 아래 하얀색 이너셔츠, 두 봉우리가 웅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록한 허리가 받쳐주니 꽤 매혹적이었다.아래는 짧은 스커트와 블랙 스타킹이 완벽 조화를 이루었고 하이힐을 신어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염무현은 4년 못 본 우예원이 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했을 줄은 몰랐다.영양실조가 조금 있긴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의 염무현이 있는 이상 손쉽게 고칠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우예원의 몸매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고, 전문 모델을 뺨치는 수준이 될 것이다.한 식구가 모여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정은선이 특별히 딸과 염무현의 입맛에 맞게 30분 전에 내려가 사 온 것이다.“넌 무현이 동생이야. 곧 동료가 될 텐데 면접에 데리고 가면 또 어때?”우현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현이 데리고 회사 분위기도 익히고 직원들과도 인사 시켜. 그리고 앞으로 출퇴근도 같이하도록 해.”우예원은 급해서 정은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엄마!”정은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집에서는 우현민의 말이 곧 법이었다.불만 가득한 우예원의 표정을 보며 염무현은 속으로 말했다.‘염라대왕이랑 함께 출근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 줄도 모르고! 네가 싫어하면 나도 불쾌하거든?’우예원은 김밥 하나를 집어 들고 힘껏 물며 불만을 터뜨렸다.“그리고 무현이가 출근해야 하는데 계속 친구 집에서 지내는 것도 좋지 않아.”우현민이 말했다.“예원아, 무현이 너희 집에서 지내게 해.”“안 돼요! 절대 안 돼요!”우예원이 황급히 말했다.방금 거절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지했다.함께 출근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
우예원은 자신이 입만 열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부모님과 계속 싸우는 것도 무의미해서 방향을 바꾸었다.“일단 면접에 합격하면 다시 얘기하죠.”“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 요즘 우리 회사 신입 직원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아서, 낙하산으로 들어오려던 사람들 전부 면접에서 떨어졌어요.”염무현이 면접에서 떨어져 돌아오게 되면, 우현민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 민망할 것이다. 자기가 추천한 사람이 자격 미달인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우예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도대체 왜 염무현을 아끼시는지, 그녀의 눈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우현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무현이는 분명 합격할 거야!”“무현아, 첫인상이 중요하다.”우현민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금 입고 있는 옷은 적합하지 않구나. 새 옷을 사러 갈 시간은 없으니 체형이 비슷한 내 옷을 입고 가거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셔츠가 몇 벌 있어.”염무현은 속으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감사해요, 역시 삼촌 생각이 깊으시다니까요.”10여 분 후, 우예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멀었어? 더 늦으면 지각이야. 아니면 나 먼저 간다?”“됐어!”염무현은 방에서 나왔다.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잘생긴 외모, 범상치 않은 분위기, 그야말로 직장 엘리트의 표본이었다!하지만 우예원은 그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비록 전과 다른 것을 발견했지만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옷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으면 뭐해. 속은 쓰레기인데!’“빨리 가자!”우예원은 화려한 뒷모습을 남긴 채 먼저 앞장서서 나갔다.염무현은 두 어르신을 향해 말했다.“그럼 저 가볼게요. 삼촌, 제 걱정 마시고 학교에 수업하러 가세요.”“그래, 가보거라.”우현민은 활짝 웃었다.아래층, 가로변.우예원은 스쿠터를 타고, 긴 다리를 90도로 구부려 땅을 짚고 말했다.“미안하지만, 교통 법규상 사람을 태울 수 없어.
“난 분명히 말했다? 혜리 그룹은 절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회사가 아니야. 우리 아빠가 미리 손을 써두었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바로 퇴출이야.”차가 혜리 빌딩 아래층에 주차되고, 우예원이 문을 열면서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미리 염무현에게 예방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염무현의 능력 한계로 회사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니 절대 다른 사람을 탓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남자들은 모두 자존심이 강했으니, 염무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만약 떨어진다면 다시 우현민을 찾아가 부탁하기 부끄러울 것이다.“그리고, 나랑 같이 왔다고 말하지 마! 인사팀은 6층에 있으니까 혼자 가고.”우예원은 긴 다리를 뻗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떠났다.염무현은 피식 웃었다. 당연히 계집애와 따지지 않았고 혼자 로비에 들어섰다.벽에 걸린 커다란 포스터는 바로 공혜리 본인의 사진이었다. 얼음장 같은 얼굴에 지적인 큰 눈망울을 자랑하고 있었다.아래에는 한 줄의 소개가 있었다.‘혜리 그룹 대표, 공혜리’“이런 우연이 다 있네?”염무현은 약간 복잡한 웃음을 지었다.사실 처음 우예원의 입에서 혜리 그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의심을 하긴 했었다.하지만 공혜리가 지금 SJ그룹의 수장인 것을 고려해 그저 이름만 같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만약 공혜리가 자신의 회사에 염무현이 지원한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염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6층에 올라갔고, 마주 오는 젊은 여직원에게 물었다.“죄송하지만, 인사팀이 어디죠?”“저쪽이요. 면접 보러 오셨어요?”여직원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잘생기고 예의 바른 남자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제가 인사팀 직원이에요. 절 따라오시면 돼요.”여직원은 열정적으로 앞장서서 걸었다.한편, 우예원이 있는 영업팀.“예원 여신님, 왔어요?”도명철은 마치 큰일이라도 한 듯 신비롭게 말했다.“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들어보니 그 녀석 백이 좀 있더라
같은 시각, 염무현은 이미 인사팀에 도착해 자신의 이력서를 건네주었다.면접관은 남자 2명, 여자 1명 모두 세 명이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인사팀 팀장 한석준이었고 왼쪽에는 그의 비서, 오른쪽에는 염무현을 데리고 온 여자가 앉아 있었다.염무현은 책상 위의 카드를 보고 그녀의 이름이 하지연이라는 것을 알았다.좌석 배치로 미루어 볼 때, 하지연의 직급은 비서보다 낮은 보통 사원일 것으로 짐작했다.한석준은 염무현을 쳐다보더니 눈가에 이상한 웃음이 번지고 표정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감방에서 4년이나 있다가 금방 풀려난 녀석을 골탕 먹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는 심지어 도명철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로 여러 번이나 인사를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또 이건 도명철이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그래, 오늘 내가 제대로 혼내주마!’“이름, 나이, 성별, 학력에 대해 말하고 1분 안에 자기소개하세요.”한석준은 이력서를 들고 명령하는 말투였다.말투는 차갑고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면접이 아니라 범죄자를 심문하는 격에 가까웠다.염무현은 그의 태도에 순간 기분이 나빴고 덤덤하게 말했다.“이력서에 모두 있는 내용인데 안 보시나 봐요?”감히 말대꾸를 하다니!혜리 그룹의 급여 수준과 복리후생이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면접 보러오는 지원자들은 저마다 공손했고, 면접관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전과자 주제, 성격은 또 고약하네!’인사팀 팀장으로서 한석준은 자신의 권위가 도발 당했다고 느껴 벌컥 화를 냈다.“탁!”이력서를 탁자 위에 내던진 한석준은 엄하게 소리쳤다.“묻는 말에나 답해. 너에게 질문할 권리 따위는 없어. 알겠어? 감옥에서 그렇게 오래 썩었으면서 이 정도 규칙도 못 배운 거야?”염무현의 눈이 매서워졌다.그의 이력서에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한석준이 이렇게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누군가 미리 알려줬을 것이다.한석준의 태도로 보아, 그는 지금 일부러
이 두 사람은 일부러 염무현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연은 한석준에게 너무했다는 눈짓을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지연은 또 비서를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그녀를 무시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당신, 확실해?”한석준은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이 건물 모든 공중화장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당신이 책임지고 월급은 50만 원이야.”“빨리 팀장님께 감사하다고 하지 못해요? 팀장님께서는 호의를 베풀어 당신을 회사에 남겨두는 거예요. 다른 회사였으면 전과자를 회사에 들이지도 않았어요!”비서가 큰 소리로 말했다.하지연은 두 사람이 너무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어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팀장님, 청소부는 외주가 책임지고 있어서 저희가 따로 사람을 뽑을 필요는 없잖아요.”전과가 있으면 또 어떤가?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리를 수 있다. 잘못을 알고 고치면 될 일인데, 이렇게 인신공격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한석준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끼었다.“넌 끼어들지 마. 인사부 팀장은 나야. 내가 알아서 해.”그는 이력서를 집어 들고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이름이 염무현? 그래서 화장실 청소할 거야, 말 거야? 명문대 졸업이면 뭐 대단한가? 현실을 직시해야지. 지금 조건으로는 이게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어.”염무현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랑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나랑 얘기 안 하면 누구랑 얘기할 건데?”한석준은 경멸하며 웃었다.“구원병이라도 부르려고? 널 소개한 그 이사? 솔직히 말하면, 회사에 자리 하나 없는 그 이사분은 회사 내부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없어.”“누구를 뽑는지는 전적으로 내 소관이야!”그를 소개한 이사의 입김이 도명철에 비해 약한 건 사실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의 미움을 사야 한다면, 한석준은 당연히 회사 일에 잘 참석하지 않는 이사를 선택할 것이다.염무현은 곧바로 공혜리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저는 지금 혜리 그룹
비서도 같이 질책했다.“상급이 어떻게 상급을 의심해요. 하지연 씨는 명문대 나와서 제일 기본인 위아래도 구분 못 하는 거예요? 한 팀장님 화나셨잖아요.”예전 같으면 하지연은 못하겠다고 나가버릴 텐데 집안 상황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생각하니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 직장은 그녀에게 너무나 소중했다.한편, 컬리넌 한 대가 길에서 속도를 높이며 질주해 왔다.“무현님이 왜 회사에 계시지?”공혜리는 어리둥절했고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기사를 재촉하는 수밖에 없었다.“조금만 더 빨리 가주세요.”“네…”기사는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 그도 아가씨가 이렇게 조급해하는 건 처음이었다. 평소에 보이던 냉철하고 스마트한 성격과는 완전 딴판이었다.몇 분 뒤,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누구야! 노크도 없이 들어와? 예의는 밥 말아 먹었어?”한석준이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연과 염무현 앞에서 으름장을 놓으려는 것이다.하지만 고개를 든 순간 표정이 삭 변했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한석준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굽신거리며 사과했다.“사장님, 오신 줄 몰랐습니다.”공혜리가 짙은 색 트렌치코트에 S라인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치마, 그리고 스타킹에 힐을 신고 들어왔다.정교한 메이크업이 강력한 아우를 뿜어내고 있었다.비서와 하지연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사장님 안녕하세요.”공혜리는 그들을 본 체도 하지 않고 바로 염무현에게 다가갔다.“공혜리 사장님이시죠. 귀사의 전화를 받고 면접을 보러 왔는데 인사 팀장이 저한테 화장실이나 닦으라고 하네요. 이게 SJ 그룹이 면접자를 대하는 태도인가요?”염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혜리를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공혜리는 총명한 사람이니 바로 알아챘다.그녀도 염무현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시선을 한석준과 기타 사람에게로 돌렸다. 그러더니 순간 표정이 음침해졌다.“한석준 씨, 인사팀을 당신에게 맡겼더니 이 따위로 관리하는 겁니까?”“인사팀장씩이나 되는 사람한테 청소 도우미
염무현의 요구를 들은 하지연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건 일자리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아예 자기를 모시고 살라는 거나 다름없었다.돈은 받고 일은 안 하면서 시간의 구애를 받고 싶지 않다니, 이런 일자리가 있으면 하지연도 갖고 싶었다.한석준과 비서는 더 말할 것 없었다. 염무현에 대한 경멸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기회를 잡고 공혜리에게 잘 보여 좋은 일자리를 얻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기회를 잡기는커녕 죽지 못해 안달 나 보였다.공혜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이런 무리한 요구를 동의할 사람도 아니었고 오히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지원자의 문제라는 게 밝혀지자 한석준도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하고는 용기가 생겨 큰 소리로 말했다.“사장님, 들으셨죠? 이게 사람이 할 소리예요?”“저 사람 그냥 난동 피우러 온 거예요. 더 시간 낭비할 거 없이 경비 불러올게요.”공혜리는 레이저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눈으로 화를 냈다.“닥쳐! 지금 면접관은 나야. 어디라고 끼어들어!”한석준은 화들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다른 요구 있나요?”공혜리가 다시 질문했다.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아까 한석준을 대하던 태도와는 천지 차이였다.한석준과 그 비서는 넋을 잃었다. 공혜리가 왜 전과자에게 이렇게 상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뭐 이쯤이면 됐어요. 앞으로 생각나면 더 말씀드릴게요.”염무현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이 말에 하지연도 답 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사실 하지연은 염무현에 대한 첫인상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사람이 부드럽고 젠틀한게 친해지기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정도로 주제도 모르고 나댈 줄은 몰랐다. 사장을 앞에 두고 헛소리를 치다니, 장난이라고 해도 실속 없고 진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어떤 사장이 이런 사원을 좋아하겠는가.하지만 이내 벌어진 광경은 세 사람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네, 앞으로 의견 있으면 언제든 제출해요. 최대한
“화장실 청소가 그렇게 체면이 서는 좋은 일자리면 한석준 씨가 하든지.”공혜리가 차가운 말투로 호통을 쳤다.하마터면 한석준 때문에 일을 그르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공혜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김범식에게 한석준을 없애버리라고 하고도 남을 공혜리였다.“네? 사장님, 농담하시는 거죠?”한석준이 넋을 잃은 채 되물었다.공혜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부로 한석준 씨는 인사팀 팀장에서 청소 도우미로 강직합니다. 하기 싫으면 나가요.”“그리고 둘은…”공혜리는 곱지 않은 눈빛으로 비서와 하지연을 쳐다봤다. 비서와 한석준이 한통속이 되어 염무현에게 뭐라 하는 걸 공혜리는 분명히 들었다. 공혜리는 둘이 한편이라고 생각했다.감히 염무현에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다 잘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염무현이 정의의 사도처럼 발언했다.“하지연 씨는 그래도 아주 공정했습니다. 보기 드문 좋은 사원이더라고요.”공혜리가 바로 염무현의 뜻을 알아챘다.“벌이 있으면 상도 있어야죠. 인재라면 아껴야죠. 당신이 한석준 씨 자리를 대신해 오늘부터 인사팀장입니다.”“제가요?”하지연이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입사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승진이라니 믿기지 않았다.SJ 그룹 같은 회사에서 정상적인 진급 규정으로 보면 일반 사원은 적어도 5년이 지나야 팀장으로 진급할 기회가 생긴다. 그것도 능력이 매우 뛰어나야만 가능한 일이었다.비서는 이런 파격적인 인사가 너무 부러워 얼른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팀장님, 축하드려요. 앞으로 제가 비서로 모실 테니 잘 부탁드려요. 걱정하지 마세요. 업무에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공혜리가 바로잡았다.“당신은 여전히 한석준 씨 비서입니다.”“하지만 한석준 씨는 화장실 청소하러 가라고 하지 않았나요?”비서가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공혜리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도와주러 가라는 겁니다. 화장실이 그렇게 많은데 혼자서 어떻게 다 청소하겠어요? 전에도 그렇게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