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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염무현의 요구를 들은 하지연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건 일자리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아예 자기를 모시고 살라는 거나 다름없었다.

돈은 받고 일은 안 하면서 시간의 구애를 받고 싶지 않다니, 이런 일자리가 있으면 하지연도 갖고 싶었다.

한석준과 비서는 더 말할 것 없었다. 염무현에 대한 경멸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기회를 잡고 공혜리에게 잘 보여 좋은 일자리를 얻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회를 잡기는커녕 죽지 못해 안달 나 보였다.

공혜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런 무리한 요구를 동의할 사람도 아니었고 오히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지원자의 문제라는 게 밝혀지자 한석준도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하고는 용기가 생겨 큰 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들으셨죠? 이게 사람이 할 소리예요?”

“저 사람 그냥 난동 피우러 온 거예요. 더 시간 낭비할 거 없이 경비 불러올게요.”

공혜리는 레이저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눈으로 화를 냈다.

“닥쳐! 지금 면접관은 나야. 어디라고 끼어들어!”

한석준은 화들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다른 요구 있나요?”

공혜리가 다시 질문했다.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아까 한석준을 대하던 태도와는 천지 차이였다.

한석준과 그 비서는 넋을 잃었다. 공혜리가 왜 전과자에게 이렇게 상냥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이쯤이면 됐어요. 앞으로 생각나면 더 말씀드릴게요.”

염무현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이 말에 하지연도 답 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사실 하지연은 염무현에 대한 첫인상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사람이 부드럽고 젠틀한게 친해지기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제도 모르고 나댈 줄은 몰랐다. 사장을 앞에 두고 헛소리를 치다니, 장난이라고 해도 실속 없고 진중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어떤 사장이 이런 사원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이내 벌어진 광경은 세 사람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네, 앞으로 의견 있으면 언제든 제출해요.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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