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매니저, 뭐 시비 걸려는 건 아닌데요. 공교롭게도 제게 그 자격이 있네요.”하지연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굳건하게 말했다.“오늘부로 제가 인사팀 팀장이거든요. 휴가 신청 정도는 통과시킬 자격이 되죠.”이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하지연, 입사한 지 일 년 남짓한 사원이자 인사팀에서 제일 존재감 없는 사람이 무슨 수로 팀장이 된 건지 의문이었다.근데 하지연이 인사팀 팀장이면 한석준은 어떻게 된 거지?“그걸 어떻게 믿어요? 지금 당장 한석준 찾아가서 확인할 거예요. 만약 당신이 거짓말한 거라면 후과는 감당해야 할 거예요.”도명철이 하지연을 째려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하지연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어 보였다. 지금 그녀의 뒤에는 사장인 공혜리가 있었기에 재벌 2세인 도명철도 두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마디 덧붙였다.“도 매니저님, 그럼 서두르세요. 안 그러면 못 만날 수도 있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도명철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상자를 안은 채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한석준을 막아섰다.“어떻게 된 거야? 여러 번 말했잖아. 왜 그 전과자 새끼 뽑은 거야? 그것도 영업팀으로 보내? 미친 거지? 감히 내 말을 개 짖는 소리로 생각해?”도명철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보자마자 지적했다.화풀이하는 데 집중하느라 한석준의 얼굴색이 어두운 건 발견하지 못했다. 한석준은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바로 반박했다.“도명철, 네가 무슨 낯으로 나를 찾아와. 너 때문에 나는 끝장났는데!”도명철이 멈칫했다. 한석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염무현 괴롭히라고 해서 그랬다가 공 사장님이 나한테 화장실 청소하러 가래. 이제 만족해?”“미친,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겠냐고! 그래서 그만뒀어.”한석준이 도명철을 밀쳐내더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휘청거리는 도명철을 뒤에서 나오던 우서준이 부축했다. 덕분에 도명철은 바닥에 넘어지는 험한 꼴을 면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는데도 도명철은 한석준의 활활 타
“내가 내려올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염무현이 물었다.그가 묻고 싶은 건 사실 공규석을 치료해 주러 가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거였다.공혜리가 웃으며 말했다.“하지연 씨가 전화 왔더라고요. 휴가 내고 가볼 환자가 있다고 해서요.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죠.”“총명하네요.”염무현이 차에 올랐다.공혜리도 따라서 차에 오르더니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공혜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무현님, 어떻게 우리 회사로 오게 됐어요?”“집에 어르신이 가라고 한 거라 딱히 방법이 없었어요. 그 세대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직장이 있어야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잖아요.”염무현이 설명했다.공혜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랬구나. 근데 왜 먼저 연락 안 했어요? 그럼 인사팀이랑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염무현이 출근하고 싶은 줄 미리 알았다면 SJ 그룹을 포장해서 줄 생각도 있었다.“나도 온 다음에야 알았어요.”염무현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혜리 씨가 내 상사네요. 사장님, 안녕하세요?”“무현님… 그러지 마세요. 정말 저 제명에 못 살아요. 제가 어찌 감히 무현님께 그런 소리를 듣겠어요.”공혜리는 염무현이 농담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염무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SJ 그룹 영업팀이라고 떴다.회사에서 온 전화니 염무현은 화면을 스크롤 해서 받았다.“여보세요?”“염무현 씨죠? 저는 당신 직속 상사입니다. 영업팀 팀장 우서준이라고 해요. 전달 사항이 있어요. 오늘 우리 부서 회식이 있는데 장소는 스카이 레스토랑, 시간은 6시 반. 최대한 빨리 출발하세요. 지각하지 말고요.”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전달 사항보다는 명령 같은데요?”“뭐 좋을 대로 이해해요.”우서준이 거만하게 말했다.염무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저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전화를 끊으려는데 우서준이 한발 빠르게 말했다.“염무현 씨,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우예원 씨 아버지가 관계를 찾아서 SJ 그룹으로 들어오게
“작은 삼촌,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공규성은 표정이 어두웠다. 기분 나쁘다는 티가 얼굴에서 확 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안 오면? 이 집을 너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형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너는 형님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 하고. 서해병원이 뭐가 어때서 다시 여기로 돌아와. 여기 조건이랑 서해병원이랑 어떻게 비겨? 돌아온 건 그렇다 치고 병원에 입원도 안 시키고 집에 데려온 건 또 뭐야?”“집에 데려와 놓고는 관리도 안 하고, 맨날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설치기나 하고. 바자회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사람들 웃음거리나 사게.”“결정했어. 오늘부터 형님 병과 공 씨 집안의 일체 사항은 다 내 동의를 거쳐야 해. 여자가 돼서 더 이상 끼어들 생각 하지 마.”공혜리가 순간 발끈했다.“아빠를 좀 봐봐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신의님을 모셔서 치료도 하는 중이고요. 멀지 않아 곧 훌훌 털고 일어나실 거예요.”“좋아지긴 무슨. 아직 혼수상태잖아. 신의는 개뿔. 사기당한 게 틀림없어. 그 신의 지금 어딨는데?”공규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시선을 염무현에게로 돌렸다.“설마 저자야?”공혜리가 얼른 소개했다.“이분이 염무현 신의님입니다. 3년 전에…”“젠장, 진짜 저 사람이야?”공규성은 눈을 부릅뜨며 공혜리의 말을 잘라먹었다.“사기꾼도 사기꾼다워야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신의로 둔갑해? 인생 다 살았어?”“이분은 내가 외국에서 데려온 전문가야. 지금은 세계 1위인 MS 병원 본부에서 일하고 계시고 첨단 의학 프로젝트를 여러 개 주도하고 있지. 업계의 뛰어난 인재가 틀림없어. 봐. 다들 잘 봐.”공규성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오늘 진짜 신의님을 모시게 되어서 기분이 좋거든? 그래서 봐주는 거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꺼져. 신의님이 우리 형님 진료하는 거 방해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괜찮습니다. 저는 치료할 때 그렇게 많은 걸 따지지 않아요. 누구든 옆에서 관람하면서 배울
“아는 척하긴, 헛소리하지 마요.”윌리엄 리는 염무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는 염무현의 충고를 무시한 채 오히려 염무현이 자기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공규성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분노에 찬 말투로 말했다.“저기요. 이 교수님이 선심 써서 옆에서 관람 학습할 수 있게 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요? 조금 있다 형님 깨어나면 내가 당신 혀부터 잘라버릴 거예요. 앞으로 세 치 혀로 더 설치지 못하게.”“작은삼촌, 무현님이야말로 아빠를 치료할 수 있어요. 믿어줘요.”공혜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공규성이 이를 경멸했다.“저자가? 딱 봐도 사기꾼이구먼. 기껏해야 촌에서 올라온 돌팔이야. 잔병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외국의 첨단 의료팀과 어떻게 비겨?”“형님 상태를 걱정해서 아무 의사나 찾았나 본데 삼촌도 이해해. 근데 계속 독단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돼.”“얼마 전에 이 교수가 이미 형님을 검사해 준 적 있어. 무조건 고칠 수 있다고 했고. 아까는 조수들 데리고 설비 가지러 간 거야. 반 시간만 더 늦게 왔어도 형님 이미 다 나았을걸.”윌리엄 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반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오 분이면 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 쓸데없는 물건부터 반드시 빼야 합니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군요.”공규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뽑아. 지금 당장!”“작은삼촌, 뽑았다가 문제 생기면 책임질 거예요?”공혜리가 조급하게 물었다.윌리엄 리가 패기 넘치게 말했다.“내가 책임집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 리는 이미 침 하나를 뽑아버렸다.“무슨 이따위 물건이 다 있지? 이것도 의료 기기라고 할 수 있나? 소독도 잘 안되어 있는 거 같은데 세균 덩어리인 게 틀림없어. 이런 걸 가지고 환자가 나을 리가 있나...”윌리엄 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했다.공규석의 안색이 정상에서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호흡도 짧고 가빠졌다. 입가와 콧구멍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삐삐--.기기 몇
공혜리는 태도가 견결했다.“작은삼촌 말이 맞아요. 저는 무현님만 믿어요.”“구제 불능이네. 정말 실망이야. 삼촌은 너 이렇게 막 나가는 거 더 이상 용납 못해. 형님 목숨 가지고 장난치게 놔둘 수는 없지. 여봐라! 공혜리 당장 끌어내.”공규성이 명령을 내렸다.공혜리도 순간 발끈하며 말했다.“어딜 감히! 김 팀장님, 작은삼촌 당장 끌어내요.”“알겠습니다. 아가씨.”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들어오더니 공규성이 반항하기도 전에 그를 벽 쪽으로 내몰고는 두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그를 제압했다.“형님, 이번엔 형님이 틀렸어요.”김범식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공규성이 내키지 않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미쳤어. 너희들 전부 다 미쳤어.”공혜리는 눈물이 글썽해서 염무현을 쳐다보며 불쌍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무현님...”“내가 뭐로 불리는지 기억하죠?”염무현이 오히려 되물었다.공혜리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여 무현님이 나오면 저승사자도 물러간다고 했죠.”염무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왔으니 저승사자가 와도 당신 아빠를 데려갈 수 없을 거예요.”“무현님, 감사합니다.”공혜리가 순간 울음을 그치고 웃었다.염무현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양쪽으로 펼쳤다. 은색의 영롱한 빛이 연신 반짝이더니 공규석의 얼굴에 몇십 개의 침이 생겨났다. 이 수법은 이라 불렸고 염라대왕의 여러 절묘한 의술 중 하나였다.사실 전에 놓은 9개의 침도 같은 작용이었다. 하지만 윌리엄 리가 설치는 바람에 어렵게 모은 혼력(魂力)이 다 사라졌다.흩어진 혼력을 다시 모으려면 한바탕 수고를 해야 했다.염무현에게 이는 일도 아니었지만 공규석에게는 매우 중요했다.다른 방법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공규석은 이미 저승사자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공규석의 까맣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공규성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이... 이럴
“형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공규성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직도 그는 이 모든 게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다.공규석이 손짓하자 김범식은 바로 공규성을 풀어줬다.“전에 무현님이 내 몸속에 독 벌레(蛊虫)가 있는 걸 발견했고 해독을 해주셨지. 오늘이 두 번째 치료였어. 나를 깨우기 위함이었지.”공규석이 설명했다.“그리고 3년 전에도 무현님이 나를 살려주셨어. 오늘 일까지 더하면 나를 두 번이나 살려주신 거야.”3년 전 공규성은 원수들에 의해 한 작은 집에 포위되어 있었다. 원수들이 방어를 뚫고 들어오려는데 공규석이 사람을 데리고 구원하러 왔지만 원수의 세력이 너무 강해 공규석은 중상을 입었다. 총상만 해도 4곳이었고 열댓 개의 서로 다른 깊이의 자상도 있었다.공규석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몸에 성한 데가 없었다. 거의 죽어가는데 공 씨 집안에 신세를 진 전태웅이 공규석에게 염무현을 소개해 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공규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근데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 이것도 내가 특별히 혜리한테 당부한 거야. 그래야 내게 독 벌레(蛊虫)를 놓은 내부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편하지.”공규석이 설명했다.공규성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분명히 가족인데 이 정도로 자기를 믿지 못한다니 말이다.그는 자기도 전혀 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리더십은 형님인 공규석보다 딸리고 아이큐는 조카인 공혜리보다 못하고 수완도 둘과 비기면 하수였지만 그것 외에 공규성은 다 잘한다고 여겼다.“작은삼촌, 삼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삼촌 주변에 있는 사람을 못 믿는 거예요.”공혜리가 덧붙였다.공규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누구야?”“공지철이요.”공혜리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공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보름전 인가 공지철이 아들 돌잔치를 했지.”“그건 저도 알아요. 첩 자식이라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싫다고 간단하게 저희 몇 명만 불렀잖아요.”공규성이 이를 떠올렸다.공혜리의 눈
공씨 가문의 두 형제는 경악했다.서씨 가문은 실력 면에서 공씨 가문보다 훨씬 뛰어났고 공씨 가문이 온 가문의 힘을 동원한다고 해도 서씨 가문을 이기기 힘들었다.설령 이긴다고 해도 상대방보다 피해가 더 큰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안하문인인 서경철에, 악명이 자자한 4대 천왕과 8대 금강 등 대단한 인물들이 전부 염무현에게 당했다.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사람들은 공씨 가문이 바른길로 들어서려는 것에 급급하여 서씨 가문에게 빠르게 발전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화근을 자초하는 일이었다.사실 공규석은 서경철을 제압하려고 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몰래 사람을 파견하여 서경철의 일을 망쳤으나 결국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서경철은 분명 막강한 라이벌이었고 공씨 가문이 제때 발을 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서경철이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의 디딤돌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위기가 해결되었다.“두 형님들, 일단 너무 놀라지 마시고 이놈들은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김범식이 윌리엄 리 등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짜 양놈은 이미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다 죽여버리고 적당한 데를 찾아서 묻어버리죠. 깔끔하게!”두 형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범식이 건의했다.“어차피 외국인들이라 아무도 이놈들의 생사에 관심이 없을 거예요.”한 비서가 겁을 먹고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부 윌리엄 리 이 빌어먹을 놈이 절 속인 탓이에요. 전 그저 이 사람들에게 고용 당한 것뿐이라고요!”“이 사람은 매사추세츠 분원의 평범한 의사일 뿐이에요. 의료사고 때문에 해고당했죠.”“다른 사람에게서 전기충격요법을 배웠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돈을 써서 자기 이력서를 조작하고 세상 곳곳에서 사기를 치고 다녔어요.”울컥 화가 치밀어오른 공규성은 윌리엄 리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그의 머리를 밟고 험악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아주 배짱이 두둑하네. 나까지 속인
스카이 레스토랑.서해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중 하나인 스카이 레스토랑은 수년 동안 미슐랭 3스타의 영예를 유지했으며 줄곧 현지 요식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다양한 전문적인 조명이 더해져서 화려하고 웅장하며 럭셔리해 보였다.높고 큰 고풍스러운 문, 추녀와 아치, 곳곳에 화려한 들보와 마룻대가 있었다.그리고 문 앞에는 여러 대의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손님들의 귀티 나는 옷차림을 보면 다들 신분이 범상치 않은 듯했다.염무현은 금빛 찬란한 문이 어딘가 익숙했다. 공규석이 준 블랙카드 뒷면에 스카이 레스토랑이 적혀 있던 게 떠올랐다.“염무현 씨?”놀라움이 역력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힐을 신은 하지연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달려왔다.외모만 따진다면 하지연은 공혜리와 우예원처럼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지연은 쾌활한 성격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가장 중요한 건 불의에 맞서 싸우는 대범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그녀의 좋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치마 아래로 길게 뻗은 두 다리와 청초한 얼굴을 보니 여신이라고 불려도 무색할 정도였다.“하 팀장님도 파티에 참석하러 오신 건가요?”염무현은 조금 놀라웠다. 영업팀 직원들의 회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연은 인사팀인데 왜 이곳에 있는 걸까?그리고 오전에 하지연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도명철에게 대들었다. 도명철의 쪼잔한 성격을 생각해 보면 절대 본인에게 밉보인 사람과는 절대 밥을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예원이가 제 후배거든요. 당시 면접을 책임졌던 사람이 저고, 며칠 전에 정규직 전환 절차를 도와준 사람도 저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더라고요.”“그렇군요, 하 팀장님.”염무현이 말했다.하지연의 눈동자에 티 나지 않게 알 수 없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 팀장님이라고 하니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는데요. 그냥 하지연 씨라고 불러주세요.”“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지금은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