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척하긴, 헛소리하지 마요.”윌리엄 리는 염무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는 염무현의 충고를 무시한 채 오히려 염무현이 자기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공규성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분노에 찬 말투로 말했다.“저기요. 이 교수님이 선심 써서 옆에서 관람 학습할 수 있게 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요? 조금 있다 형님 깨어나면 내가 당신 혀부터 잘라버릴 거예요. 앞으로 세 치 혀로 더 설치지 못하게.”“작은삼촌, 무현님이야말로 아빠를 치료할 수 있어요. 믿어줘요.”공혜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공규성이 이를 경멸했다.“저자가? 딱 봐도 사기꾼이구먼. 기껏해야 촌에서 올라온 돌팔이야. 잔병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외국의 첨단 의료팀과 어떻게 비겨?”“형님 상태를 걱정해서 아무 의사나 찾았나 본데 삼촌도 이해해. 근데 계속 독단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돼.”“얼마 전에 이 교수가 이미 형님을 검사해 준 적 있어. 무조건 고칠 수 있다고 했고. 아까는 조수들 데리고 설비 가지러 간 거야. 반 시간만 더 늦게 왔어도 형님 이미 다 나았을걸.”윌리엄 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반 시간도 필요 없습니다. 오 분이면 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 쓸데없는 물건부터 반드시 빼야 합니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군요.”공규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뽑아. 지금 당장!”“작은삼촌, 뽑았다가 문제 생기면 책임질 거예요?”공혜리가 조급하게 물었다.윌리엄 리가 패기 넘치게 말했다.“내가 책임집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 리는 이미 침 하나를 뽑아버렸다.“무슨 이따위 물건이 다 있지? 이것도 의료 기기라고 할 수 있나? 소독도 잘 안되어 있는 거 같은데 세균 덩어리인 게 틀림없어. 이런 걸 가지고 환자가 나을 리가 있나...”윌리엄 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황이 급변했다.공규석의 안색이 정상에서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호흡도 짧고 가빠졌다. 입가와 콧구멍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삐삐--.기기 몇
공혜리는 태도가 견결했다.“작은삼촌 말이 맞아요. 저는 무현님만 믿어요.”“구제 불능이네. 정말 실망이야. 삼촌은 너 이렇게 막 나가는 거 더 이상 용납 못해. 형님 목숨 가지고 장난치게 놔둘 수는 없지. 여봐라! 공혜리 당장 끌어내.”공규성이 명령을 내렸다.공혜리도 순간 발끈하며 말했다.“어딜 감히! 김 팀장님, 작은삼촌 당장 끌어내요.”“알겠습니다. 아가씨.”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가 들어오더니 공규성이 반항하기도 전에 그를 벽 쪽으로 내몰고는 두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그를 제압했다.“형님, 이번엔 형님이 틀렸어요.”김범식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공규성이 내키지 않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미쳤어. 너희들 전부 다 미쳤어.”공혜리는 눈물이 글썽해서 염무현을 쳐다보며 불쌍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무현님...”“내가 뭐로 불리는지 기억하죠?”염무현이 오히려 되물었다.공혜리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여 무현님이 나오면 저승사자도 물러간다고 했죠.”염무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왔으니 저승사자가 와도 당신 아빠를 데려갈 수 없을 거예요.”“무현님, 감사합니다.”공혜리가 순간 울음을 그치고 웃었다.염무현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양쪽으로 펼쳤다. 은색의 영롱한 빛이 연신 반짝이더니 공규석의 얼굴에 몇십 개의 침이 생겨났다. 이 수법은 이라 불렸고 염라대왕의 여러 절묘한 의술 중 하나였다.사실 전에 놓은 9개의 침도 같은 작용이었다. 하지만 윌리엄 리가 설치는 바람에 어렵게 모은 혼력(魂力)이 다 사라졌다.흩어진 혼력을 다시 모으려면 한바탕 수고를 해야 했다.염무현에게 이는 일도 아니었지만 공규석에게는 매우 중요했다.다른 방법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공규석은 이미 저승사자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공규석의 까맣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공규성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이... 이럴
“형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공규성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직도 그는 이 모든 게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다.공규석이 손짓하자 김범식은 바로 공규성을 풀어줬다.“전에 무현님이 내 몸속에 독 벌레(蛊虫)가 있는 걸 발견했고 해독을 해주셨지. 오늘이 두 번째 치료였어. 나를 깨우기 위함이었지.”공규석이 설명했다.“그리고 3년 전에도 무현님이 나를 살려주셨어. 오늘 일까지 더하면 나를 두 번이나 살려주신 거야.”3년 전 공규성은 원수들에 의해 한 작은 집에 포위되어 있었다. 원수들이 방어를 뚫고 들어오려는데 공규석이 사람을 데리고 구원하러 왔지만 원수의 세력이 너무 강해 공규석은 중상을 입었다. 총상만 해도 4곳이었고 열댓 개의 서로 다른 깊이의 자상도 있었다.공규석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몸에 성한 데가 없었다. 거의 죽어가는데 공 씨 집안에 신세를 진 전태웅이 공규석에게 염무현을 소개해 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공규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근데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 이것도 내가 특별히 혜리한테 당부한 거야. 그래야 내게 독 벌레(蛊虫)를 놓은 내부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편하지.”공규석이 설명했다.공규성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분명히 가족인데 이 정도로 자기를 믿지 못한다니 말이다.그는 자기도 전혀 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리더십은 형님인 공규석보다 딸리고 아이큐는 조카인 공혜리보다 못하고 수완도 둘과 비기면 하수였지만 그것 외에 공규성은 다 잘한다고 여겼다.“작은삼촌, 삼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삼촌 주변에 있는 사람을 못 믿는 거예요.”공혜리가 덧붙였다.공규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누구야?”“공지철이요.”공혜리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공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보름전 인가 공지철이 아들 돌잔치를 했지.”“그건 저도 알아요. 첩 자식이라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싫다고 간단하게 저희 몇 명만 불렀잖아요.”공규성이 이를 떠올렸다.공혜리의 눈
공씨 가문의 두 형제는 경악했다.서씨 가문은 실력 면에서 공씨 가문보다 훨씬 뛰어났고 공씨 가문이 온 가문의 힘을 동원한다고 해도 서씨 가문을 이기기 힘들었다.설령 이긴다고 해도 상대방보다 피해가 더 큰 참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안하문인인 서경철에, 악명이 자자한 4대 천왕과 8대 금강 등 대단한 인물들이 전부 염무현에게 당했다.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사람들은 공씨 가문이 바른길로 들어서려는 것에 급급하여 서씨 가문에게 빠르게 발전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화근을 자초하는 일이었다.사실 공규석은 서경철을 제압하려고 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몰래 사람을 파견하여 서경철의 일을 망쳤으나 결국엔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서경철은 분명 막강한 라이벌이었고 공씨 가문이 제때 발을 빼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서경철이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는 길의 디딤돌이 되었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위기가 해결되었다.“두 형님들, 일단 너무 놀라지 마시고 이놈들은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김범식이 윌리엄 리 등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짜 양놈은 이미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다 죽여버리고 적당한 데를 찾아서 묻어버리죠. 깔끔하게!”두 형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범식이 건의했다.“어차피 외국인들이라 아무도 이놈들의 생사에 관심이 없을 거예요.”한 비서가 겁을 먹고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부 윌리엄 리 이 빌어먹을 놈이 절 속인 탓이에요. 전 그저 이 사람들에게 고용 당한 것뿐이라고요!”“이 사람은 매사추세츠 분원의 평범한 의사일 뿐이에요. 의료사고 때문에 해고당했죠.”“다른 사람에게서 전기충격요법을 배웠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돈을 써서 자기 이력서를 조작하고 세상 곳곳에서 사기를 치고 다녔어요.”울컥 화가 치밀어오른 공규성은 윌리엄 리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그의 머리를 밟고 험악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아주 배짱이 두둑하네. 나까지 속인
스카이 레스토랑.서해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중 하나인 스카이 레스토랑은 수년 동안 미슐랭 3스타의 영예를 유지했으며 줄곧 현지 요식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다양한 전문적인 조명이 더해져서 화려하고 웅장하며 럭셔리해 보였다.높고 큰 고풍스러운 문, 추녀와 아치, 곳곳에 화려한 들보와 마룻대가 있었다.그리고 문 앞에는 여러 대의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손님들의 귀티 나는 옷차림을 보면 다들 신분이 범상치 않은 듯했다.염무현은 금빛 찬란한 문이 어딘가 익숙했다. 공규석이 준 블랙카드 뒷면에 스카이 레스토랑이 적혀 있던 게 떠올랐다.“염무현 씨?”놀라움이 역력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힐을 신은 하지연이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달려왔다.외모만 따진다면 하지연은 공혜리와 우예원처럼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지연은 쾌활한 성격에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가장 중요한 건 불의에 맞서 싸우는 대범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그녀의 좋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치마 아래로 길게 뻗은 두 다리와 청초한 얼굴을 보니 여신이라고 불려도 무색할 정도였다.“하 팀장님도 파티에 참석하러 오신 건가요?”염무현은 조금 놀라웠다. 영업팀 직원들의 회식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연은 인사팀인데 왜 이곳에 있는 걸까?그리고 오전에 하지연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도명철에게 대들었다. 도명철의 쪼잔한 성격을 생각해 보면 절대 본인에게 밉보인 사람과는 절대 밥을 같이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예원이가 제 후배거든요. 당시 면접을 책임졌던 사람이 저고, 며칠 전에 정규직 전환 절차를 도와준 사람도 저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더라고요.”“그렇군요, 하 팀장님.”염무현이 말했다.하지연의 눈동자에 티 나지 않게 알 수 없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 팀장님이라고 하니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는데요. 그냥 하지연 씨라고 불러주세요.”“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지금은 퇴근
직원들이 연신 놀란 소리를 내면서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우 팀장님, 대단하시네요. 우 팀장님은 영업팀 팀장이고 우 팀장님 여자 친구분은 본부의 엘리트 미녀라니, 정말 선남선녀네요.”“역시 좋은 직업과 좋은 여자는 다 남의 것이네요. 우리 같은 솔로들은 부러워 죽겠어요. 우리 부러워하라고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오연정 씨 정말 아름답고 피부도 정말 좋네요. 우 팀장님 정말 운이 좋으시네요.”쏟아지는 칭찬에 우서준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오연정은 우서준의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짙은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에서 넘치는 자신감이 보였다.이때 도명철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도명철이 말했다.“내가 아주 중요한 전화를 받아야 하니 넌 먼저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네!”우서준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문으로 향했다. 우서준은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동료들을 소개해 줬다.“저 미녀는 오늘의 주인공 우예원이야. 저쪽은 동료 임경훈 씨고, 이쪽은 새로 부임한 인사팀 팀장 하지연 씨야.”오연정은 우예원과 하지연을 향해서만 미소를 지어 보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리고 이쪽은 오늘 입사한 새로운 동료야. 아주 특별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남자지. 4년간 감옥에 있다가 이제 막 출소한 염무현 씨야.”우서준이 비아냥대며 말했다.오연정은 뜻밖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오는 길에 우서준이 이미 그녀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4년간 감옥에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경력이네!”오연정은 과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우서준은 일부러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게 왜?”“우리 같은 사람들은 평생 겪어보지 못할 일이잖아. 안 그래?”오연정이 되물었다.두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면서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사람들은 멸시와 조롱이 담긴 표정을 지으면서 오연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우예원은 곧바로 안색이 달라졌다. 그녀는 염무현이 싫었고 그와
“그쪽이 잘못 안 걸 거예요. 2층 매니저 유시혁이 예약을 해줬는데요? 믿기지 않는다면 그에게 물어봐요!”우서준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들어가지 못한다면 우서준은 크게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리고 도명철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그리고 여자 친구와 동료들 앞에서도 체면을 잃게 된다.남직원이 단호히 말했다.“손님께서 잘못 아신 것 같네요. 유시혁은 매니저가 아니라 창고 관리인입니다. 손님을 위해 예약할 수 있는 권력이 없어요.”“이곳은 회원제라서 회원 카드가 없고 예약도 하시지 않으셨다면 죄송하지만 안으로 모실 수 없습니다. 다른 귀한 손님들을 접대하는 것에 방해되지 않게 자리를 옮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축객령이 떨어졌다.우서준은 체면이 구겨졌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상대방을 손가락질하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회원제? 회원은 개뿔!”“그쪽 직원이 우리에게 예약해 주겠다고 약속해 줘서 이곳까지 온 건데, 이제 와서 예약이 안 됐다고 하다뇨? 지금 장난해요?”“다른 건 다 상관없고 지금 당장 우리에게 룸을 마련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 오늘 여기 아예 장사도 하지 못하게 해줄 테니까!”직원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 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경호팀, 여기 문 앞에서 누군가 소란을 부리고 있어요.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치고 있으니 얼른 와서 처리해 주세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방지게 굴던 우서준은 곧바로 겁을 먹었다.그는 평소에 도명철이 뒤를 바쳐줘서 그의 위세를 등에 업고 허세를 부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평소에 사람들은 그런 그를 아예 중시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신이 대단하다고 착각했다.까놓고 말하자면 강약약강의 사람이었다.뚱뚱한 남자 한 명이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옆문으로 달려왔다.“어떤 놈이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봐?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직원은 손을 들어 가리켰다.“엄 매니저님,
“뭐 하려는 거예요? 권세를 믿고 우리를 괴롭히려는 거예요?”우서준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용기를 내어 말했다.“내가 카드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들을 괴롭히는 게 뭐가 어때서?”뚱뚱한 남자는 음험하게 웃었다.“이번에 제대로 교훈을 안겨줘야 다음번에 또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않겠지.”“잠깐만요!”이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무현이 호주머니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낸 것이다.“이거면 될까요?”그는 우예원의 정규직 전환을 축하하기 위해, 또 하지연의 체면을 고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블랙 카드를 꺼내서 갈등을 완화하려 했다.그리고 혜리 그룹과 스카이 레스토랑이 모두 공씨 가문의 사업이니 굳이 이런 언짢은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그게 무슨 카드인데요? 가져와 봐요. 전 이런 카드 본 적이 없는데요!”뚱뚱한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우서준이 카드를 빼앗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네 가지 카드 아니었나요? 이 검은색은 뭐죠?”오연정이 비웃으며 말했다.“헤어디자이너가 준 할인 카드 아닐까?”뚱뚱한 남자는 그 카드를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짧은 두 다리로 빠르게 우서준의 앞으로 달려갔다.“어디 한번 보자고!”카드를 든 뚱뚱한 남자는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것은 가장 높은 레벨의 블랙 카드였다.이 카드가 있다면 공씨 가문 산하의 모든 산업에서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그리고 모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다.이런 블랙 카드를 지닌 사람은 서해시에서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공씨 가문에서 선물로 준 카드가 몇 장 없기 때문이다.이 카드의 주인이 된 사람은 틀림없이 아주 대단한 인물일 것이다.뚱뚱한 남자는 흥분한 얼굴로 염무현을 바라보았지만 염무현의 옷차림을 본 그는 곧바로 안색이 이상해졌다.염무현은 싸구려 옷들을 입고 있어서 직원들보다도 옷차림새가 못해 보였다.“이거 당신 카드야?”뚱뚱한 남자의 질문에 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뚱뚱한 남자는 미간을 구기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