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출혈로 죽는 건 둘째치고 내상 때문에 더는 맞서 싸울 기력이 없을 것이다.장문주는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이를 악물었다.“호락호락한 놈은 아닌가 보군, 내가 방심했어! 하지만 고작 이런 식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장문주는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다시 링 위에 안착했다.“이번에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장문주는 일그러진 얼굴로 순식간에 모든 기운을 최대치까지 끌어모았다.이내 주위에 강풍이 불어 닥치더니 옷깃이 펄럭이며 소리까지 났다.무시무시한 기운이 양 손바닥을 향해 빠르게 모여들었다.링 밖에서 공규석이 한발 나서면서 손가락질하더니 버럭 외쳤다.“당신은 염치도 없어? 격투전의 룰도 몰라? 링 밖으로 나가는 순간 패배라고! 지금 지켜보는 사람이 몇 명인데 어떻게 뻔뻔스럽게 다시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지? 대체 뭐 하자는 거야!”진경태도 화를 감추지 못했다.“장문주, 당장 링에서 기어 내려와! 무려 그랜드 마스터라는 사람이 룰조차 안중에도 없다니!”관중들도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김준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신우영 일행을 향해 눈짓했다.“두 분, 그게 무슨 말씀이죠? 장 마스터님이 방심한 탓에 염무현이 운 좋게 얻어 걸린 건데 실수로 링에서 미끄러졌다고 해서 패배라고 보기에는 무리이지 않나요?”“링 밖에 나가면 패배라니?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규칙을 정하는 거죠? 우린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장 마스터님께서 넓은 아량으로 상대방을 용서해 다시 링 위에 복귀해 준 것만으로도 격려받아 마땅한 일이며, 그와 동시에 염무현에게는 커다란 영광이죠.”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시비까지 전도했다.진경태와 공규석 둘이서 당연히 이렇게 많은 사람의 상대가 안 되었다.비록 논리를 따지기 위해 목청이 터질 정도였지만 상대방의 막무가내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김준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도전하기에는 아직 멀었거든?’그가 원하는 건
설령 염무현의 주먹 한 방에 장문주가 저 멀리 떨어져 나갈지언정 그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왜냐하면 장문주의 실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공격 태세를 취하자 모래바람이 휘날리다니.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얼마나 더 멋있는지 모른다.구경꾼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감탄과 경악이 섞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그동안 CG는 전부 가짜인 줄 알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허상에 불과한 게 사실이었다.제아무리 현실에 가까운 CG라고 해도 실제 상황의 0.01%도 안 되었고 어디까지나 가짜였다.김준휘는 더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염무현이 죽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니, 이렇게 통쾌할 수가!그는 문득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까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어 양희지에게 보냈더라면 좋았을 텐데.이제 와서 생각이 떠올라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링은 누르스름한 연기로 온통 뒤덮였고, 일그러진 얼굴이 흡사 악마를 연상케 하는 장문주가 모든 기운을 손바닥에 모아 냅다 후려쳤다.웅!이때, 한 줄기 황금빛이 번쩍였다.쿵!굉음과 함께 장문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격렬하게 떨리는 오른손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손바닥은 마치 강철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강철보다 더 단단할지도 모른다.왜냐하면 강철이라면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났을 텐데 눈앞의 금빛 방호막은 꿈쩍도 안 했기 때문이다.극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그는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이내 거대한 파워가 오른팔을 타고 체내에 흘려들었다.그러고 나서 다섯 손가락이 부러지더니 손바닥, 손목 그리고 팔까지 핏덩이로 변하는 광경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우두둑!심지어 팔이 떨어져 나갔는데도 파워는 약해지기는커녕 되레 기승을 부렸다.장문주는 오른쪽 어깨의 살덩이가 찢겨나가 훤히 드러난 갈비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순간 그는 절망에 빠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쪽짜리 시체가 흩날리는 핏덩이와 함께 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마침 김준휘의 발아래에 떨어졌다.
물론 가문 전체의 실력을 놓고 보면 막강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김준휘의 최강병기는 바로 장문주였다.하지만 이제 죽었으니 어떡하지?대체 누구한테 의지해야 하냐는 말이다.다들 후회막급했고, 진경태와 공규석을 바라보는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진씨 가문과 공씨 가문은 염무현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서해시의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킨 셈이다.아마도 앞으로는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김준휘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서해시를 정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인력과 물력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이제 곧 물거품이 되기 직전인데 당연히 제지해야 하지 않겠는가?“진경태와 공규석을 체포해!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예쁜 저 여자도.”김준휘는 목청을 돋우어 고래고래 외쳤다.주변에 매복하여 대기하던 몇십 명의 고수들이 즉시 명령에 따랐다.그는 인질을 붙잡아 강제로 염무현을 굴복하게 할 작정이었다.양희지의 말에 따르면 염무현이 정이 많은 사람인지라 항상 주변 사람을 일순위로 여긴다고 했다.따라서 인질만 확보하면 그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다.게다가 링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절대로 방해할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감히 자신에게 덤비는 사람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그제야 진경태와 공규석은 위험을 감지했고, 김범식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그들을 구해줄 입장이 안 되었다.일촉즉발의 순간 허공에 하얀색 기운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백희연을 중심으로 사면팔방 뻗어져 나갔다.그녀가 발로 바닥을 가볍게 굴렀는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펑!털썩!쿵!충격을 정통으로 받은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거꾸로 날아올라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이 광경은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대체 무슨 상황이지?방금 쓰러진 사람 중에서 마스터급 고수만 해도 몇 명인가?게다가 그 흰색 기운은 도대체 뭐란 말이지?그들뿐만 아니라 진경태와 공규석도 어리둥절했다.반면,
다른 능력은 몰라도 김준휘는 적반하장에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그럼 우리가 빠질게, 어때?”이내 선심 쓰는 척 꼬리를 내렸다.“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 즉 나도 못 봤던 거야. 서해시는 여전히 진씨 그리고 공씨 가문이 꽉 잡고 있고, 앞으로 얼씬거리지도 않을게.”그의 말에 끝나기 무섭게 신우영과 안정우 일행은 안색이 돌변했다.김씨 가문을 따라 호의호식할 거로 믿었는데 명성이 자자한 김가네 도련님이 이렇게 빨리 굴복할 줄이야!자신들의 미래와 전망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듣자 하니 지금 도망칠 기세이지 않은가?이번에 제대로 망신당한 꼴이었다.“가자.”김준휘가 이동하려고 다리를 움직이자 염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도 된다고 한 적이 없는데?”김준휘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버럭 외쳤다.“내가 이미 배려해줬잖아! 게다가 그동안 저지른 짓거리도 용서해줬는데 대체 뭘 원하는 거야?”“둘째 삼촌이랑 재회하게 해줄게.”염무현이 서늘하게 대답했다.김준휘는 겁을 먹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 날 죽이려고? 경고하는데 장문주를 이겼다고 해서 내가 안중에도 없다가 큰코다칠 줄 알아. 우리 가문에서 장문주 같은 사람은 개뿔도 아니거든? 김씨 일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처참한 죽임을 당할 테니까!”염무현이 피식 비웃었다.“김준영을 불구로 만들고 김민재를 죽였는데 털끝이 웬 말이지? 난 여태까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김준휘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염무현은 그를 가만두지 않을 작정인 듯싶었다.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이때, 누군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저기 봐! 뭐지?”어둠 속에서 희미한 실루엣이 빠르게 다가왔다.“세상에, 사람인 것 같은데...”“지금 날아다니는 건가? 설마 이게 바로 전설 속의 경공...?!”“저분 마 선생님 아닌가요? 마스터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요.”그를 발견한 김준휘는 반색을 했다.마범구가 나타났다!도움을 구
김준휘가 다시금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손가락질했다.“바로 이 자식이 죽였거든요? 이름은 염무현이라고 합니다.”마범구는 버럭 외쳤다.“진짜 네 놈이 죽였어?”염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무심하게 말했다.“네.”70세가 되는 마범구는 회색 무술복을 입고 있었다. 만약 노발대발하며 흉악하게 일그러진 표정만 아니었더라면 나름대로 기력이 정정한 노인처럼 보였을 것이다.“이놈이 간덩이가 부었나?”마범구는 두 눈을 부라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 마지막 제자는 물론 이제 애제자마저 죽이다니?!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려 두 사람의 원수를 갚아주마!”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서늘한 기운을 뿜어냈다.마범구의 주변에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더니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노여움에 이성을 잃은 마범구를 보자 김준휘는 그가 결코 염무현을 봐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날 죽인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에 가만히 있을 테니까 어디 한번 죽여보던가? 대체 누가 먼저 저세상으로 가는지 두고 보자고. 하하하.”염무현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마범구가 잽싸게 김준휘의 앞을 가로막았다.순간, 경기장에 강풍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람들이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링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는 마치 귀신들의 울부짖음처럼 등골이 오싹했다.다들 질세라 뒤로 물러서자 그제야 숨 막히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이게 바로 혼원문의 필살기 혼원기공인가요?”“마 선생님께서 직접 손을 쓴 이상 천지가 무너질지도 몰라요. 칠성각에 곧 큰 재앙이 닥치겠네요.”“우리까지 불똥이 튀는 건 아니겠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요. 여기는 너무 위험한 것 같으니 뒤로 물러서야겠어요.”곧 대전이라도 펼쳐질 듯 긴장감이 흘러넘쳤다.이때, 귀청이 울릴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무량... 천존.”사방에서 들려오는 음파가 천지를 뒤덮었다.마범구의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던 강풍이 순식간에 잠잠해지더니 현장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
“그게 뭐가 중요하지?”마범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두 명 다 내 애제자였는데, 염무현이라는 개 같은 놈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어.”태일 도사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엄청난 차이점이 있죠.”마범구는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말해 보거라.”만약 다른 내용이었다면 마범구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애제자 두 명에 관한 일인 이상 고인의 명복을 비는 차원에서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어볼 심산이었다.태일 도사가 정색하며 말했다.“허문정은 성격이 제멋대로에 건방지기 짝이 없고, 예의는 물론 입만 열면 욕을 달고 살죠. 그런 사람의 스승으로서 제자가 어떤 놈인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미 예견된 죽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마 사람이라면 다들 따귀라도 후려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을걸요? 그런데 무현 님이 대신 죽여줬으니 모두를 위해 봉사한 셈이죠. 그나마 내가 결벽증 때문에 당시 손이 더러워질까 봐 가만히 있어 그렇지, 허문정이 살아서 고성 옛 거리를 벗어났을 것 같아요? 이런 자식은 죽어도 싸요! 화근을 없앴으니 유죄는커녕 오히려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죠.”마범구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애송이 도사 주제에 감히 내 제자를 함부로 비난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태일 도사가 즉시 반박했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그래? 두고 봐!”마범구는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헛웃음이 났다.“설령 허문정에게 단점이 있다고 해도 스승인 내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지, 외부인으로서 왈가불가할 입장은 아니야! 심지어 목숨을 앗아가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지!”“제자 관리에 실패했으니 누군가 대신 가르쳐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죠.”태일 도사가 맞받아쳤다.마범구의 미소가 점점 더 흉측해졌다.“오늘 네 놈을 염무현과 함께 죽여주마. 둘이 손잡고 황천길로 떠나게 해줄게. 곧 죽게 될 사람인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어디 마음껏 나불대 보거라!”태일 도사는 여전히 꿈쩍도 안 하고 입을
양팔을 휘두르며 흔들자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는 동작과 함께 마범구의 기운이 극치로 도달하더니 태일 도사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무량천존!”태일 도사가 나지막이 읊조렸다.웅!이때, 기운이 모여들며 금색 빛이 번쩍였다.슉!수많은 금빛이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마범구의 공격을 뚫고 지나갔다.“도가의 계승자였어?”마범구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했고,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코딱지만 한 사원에 이런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 나이도 어린 애송이가 무시무시한 실력의 소유자이면서 왜 굳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드는 거지?”비록 마범구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지만, 상급자 마스터 이하의 고수들을 물리치기에는 식은 죽 먹기였다.그러나 눈앞의 젊은 도사는 주술만으로도 그의 공격을 타파했으니 결코 얕잡아볼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신성한 사원에서 이렇게 큰 소란을 피우는데 사원장으로 어찌 마냥 지켜만 보겠습니까?”태일 도사가 손을 들어 링을 가리켰다.“공정한 대결을 펼친다면 당연히 할 말이 없을 테지만, 심지어 우두머리 집회의 참가자도 아닌 마 선생이 갑자기 튀어나와 소란을 피운다면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요?”마범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애송이가 나이는 어린데 뭐가 이리 깐깐한지. 네 체면을 봐서라도 일단 염무현이라는 놈은 살려줄게. 하지만 제자를 죽인 원한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니 언젠간 죽여버릴 거야!”“그리고 너! 3일 뒤에 혼원문에 찾아와 네 운명을 받아들여. 아니면 모든 지인을 죽여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똑같이 체험하게 해 줄 테니까.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백희연이 염무현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늙은이가 노망났나? 내가 대신 죽여줘?”“괜찮아. 태일 도사의 체면은 나도 봐줘야 하니 3일 더 살게 내버려둬.”염무현이 태연하게 말했다.김준휘는 생각지도 못한 이변에 잽싸게 무릎 꿇고 마범구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마 선생님, 어떻게 저 자식을 그냥 봐줄 수 있죠? 물론 가는 사람을 막을 자격은 없지만, 저도
거물들은 하나같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평소에는 다들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며 다녔지만 지금은 초라한 몰골로 머리를 부여잡고 도망치기 바빴다.그러나 어디로 도망쳐야 한단 말인가?여기는 무려 서해시로서 그들이 판을 칠만 한 곳이 아니었다.김범식의 인솔하에 부하들은 무자비하게 거물을 일제히 체포했고, 감히 반항하거나 발악하는 자는 모두 호되게 당했다.신우영과 안정우를 포함한 일행은 피멍이 들 정도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야말로 쌤통이었다.김씨 가문에 복종했을뿐더러 진경태와 공규석을 해칠 계획까지 짰으니 이러한 수모를 당한 건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설령 공규석이 이 자리에서 처형하라고 해도 아쉬울 게 없었다.“공규석, 당신 너무한 거 아니야?”안정우가 목청 높이 말했다.“다들 그래도 명성이 자자한 거물들인데 우리를 이렇게 대하고도 보복이 두렵지 않아?”신우영도 질세라 맞장구쳤다.“서해시 세력 범위에 있다고 해서 눈에 뵈는 게 없어? 우린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언젠간 다시 마주치기에 십상인데 너무 몰인정하게 처리하지 말자고. 옛말에 체면을 지켜줘야 나중에 서로 좋게 만난다고 했잖아.”공규석이 싸늘하게 비웃었다.“마치 내가 배려해 주면 적대시하는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하네요? 당신들이 먼저 공격 태세를 취했다는 걸 벌써 까먹었어요?”진경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 오늘 모든 사람한테 서해시를 탐나는 자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본때를 보여주자고.”공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양아버지, 말씀만 하세요. 이 개자식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제 칼자루는 공규석이 쥐고 있으니 남은 사람은 도마 위의 생선과 다름없었다.거물들은 비록 겉으로 억울한 척 굴복하지 않은 듯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자존심과 우두머리로서 체면이 걸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패닉에 빠지고도 남았다.물론 다들 능구렁이가 따로 없는지라 하나같이 약삭빨라서 바로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우선 진경태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