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석이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만약 도움만 주신다면 거액을 기부할 테니 칠성각 자체를 사원의 성지로 만들어 줄게요. 이곳의 주인장으로 생명을 함부로 앗아가는 광경을 마냥 지켜볼 수는 없잖습니까! 사원장님께서 저희를 도와 이 난관을 극복하게 해주신다면 반드시 후한 사례를 올리겠습니다.”젊은 도사가 단 한 방에 마범구를 물리쳤으니 결코 호락호락 실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만약 그가 기꺼이 나선다면 진경태와 공규석을 말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태일 도사는 누가 봐도 거물들의 마지막 지푸라기였다.다들 남은 삶 동안 휠체어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태일 도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저한테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여기에 경기장을 설치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칠성각의 주인이 누구인지 떠올랐나요? 세상만사는 규칙에 따라야 하는 법이죠. 경기장 대결도 본인들이 룰을 정했으면서 번복하는 건 그렇다 쳐도 애먼 사람까지 끌어들일 작정인가요? 꿈도 참 야무지네요. 당신들이 무슨 일을 당하든 전 일절 관심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거물들은 절망에 빠졌다.“성인이라면 본인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져야죠.”진경태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규석아, 시작해.”공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때, 공중에 수많은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모두 멈춰!”우렁찬 외침은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었다.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눈앞에 인영이 불쑥 나타났다.검은색 제복을 입은 사내들의 가슴 앞에는 금색 명주실로 ‘무림’이라는 두 글자가 수 놓여 있었다.“무림 연맹이에요!”“무림 연맹에서 웬일이죠? 우두머리 집회랑 무림 연맹은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아요? 이 사람들도 연루가 되어 있나요?”“보아하니 진경태와 공규석을 노리고 온 곳 같은데 아니면 왜 애초에 멈추라고 했겠어요?”“흥미롭군요. 아까는 혼원문의 마범구가 찾아오더니 이제는 무림 연맹인가요? 서해시가 이처럼 주목받는 도시였나?”공규석은 의혹이
신우영과 안정우는 잔뜩 흥분했다. 염무현이 김씨 가문과 혼원문의 원수일 뿐만 아니라, 무림 연맹의 회원까지 죽였으니 말이다.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원수가 있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오만하게 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염무현이 죽기만 하면 진경태와 공규석은 뒷배를 잃게 된다. 모두 힘을 합쳐 김범식을 처리하는 날에는 손쉽게 상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이래서 젊은이는 오만하게 굴면 안 된다는 거야. 괜히 오만하게 굴었다가 죽는 날만 앞당겨질 테니까.’사람들은 일제히 염무현을 향해 걸어갔다. 손승현의 눈빛도 덩달아 예리해졌다.“그쪽이 염무현인가?”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다.”“그쪽이 크루즈에서 맹승준과 여도혁을 잔인하게 살해하여 바다에 던졌다는 거지?”손승현의 말투는 아주 처리했다.사실 손승현은 그저 맹승준을 크게 다치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살아있을 때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가 수영할 줄 몰라서 익사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물론 이제 와서 이런 디테일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염무현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인정한다면 지금 당장 항복하고 무림 연맹의 처벌을 받아들여.”“무림 연맹 따위가 감히 무슨 담으로 나한테 명령을 내리지? 더군다나 당신은 지부의 팀장이 아닌가?”“내가 만만해 보여? 당장 저 자식을 제압해!”손승현은 허리춤의 검을 빼 들었다. 예리한 칼날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무양... 천존!”익숙한 구호가 들려왔다. 태일 도사가 아직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신우영과 안정우를 거절하고 나서 분명히 몸을 돌렸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 그가 떠난 줄 알았다.사실 태일 도사는 그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떠난 척했을 뿐이다.“불청객 주제에 이곳에서 시끄럽게 구는 건 도에 어긋나는 것 같은데요.”태일 도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람들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태일 도사는 두 번째로 염무현의 편에 서
태일은 미간을 찌푸렸다.“확실해요?”“그럼요.”염무현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태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불러주세요.”이 장면을 보고 손승현은 오만한 표정으로 외쳤다.“자식, 그래도 책임감은 있네. 그렇다면 아프지 않게 죽여주도록 하겠어! 덤벼!”염무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당신과 같은 아무개는 나랑 겨룰 자격이 없어.”“뭐?”손승현은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불꽃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 봐.”원래도 없었던 염무현에 대한 호감은 만회가 불가능할 정도로 바닥 쳤다.“조금 전의 말은 없던 거로 하지. 넌 오늘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염무현은 그의 협박을 완전히 무시한 채 백희연을 향해 가볍게 말했다.“네가 처리해.”“왜?! 나 같은 미인한테 싸움질을 시키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지 않아?”“저 인간들이 날 왜 찾아왔을 것 같아?”염무현이 되물었다. 그러자 백희연은 곧장 대답했다.“맹 뭐시기 때문에 복수하러 왔다고 했잖아.”“내가 맹 뭐시기와 왜 싸우게 되었지?”염무현의 질문에 백희연은 크루즈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새기며 대답했다.“청교인 때문에 여도혁과 다툼이 있었고... 또 여우령 정기 때문에 맹 뭐시기랑 싸웠던 것 같은데...”염무현은 눈썹을 튕기며 말을 잘랐다.“그러니까 너 때문이라는 거네.”“쳇!”반박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 백희연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손승현을 향해 걸어갔다.“이건 무슨 뜻이지?”손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름다운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니 저도 모르게 시선이 흔들렸다.다른 사람들도 뽀얀 피부에 그림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를 바라봤다. 산들바람이 지나가며 치맛자락은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예쁘게 흩날렸다.가느다란 허리는 움직일 때마다 예쁘게 흔들렸다. 백희연은 마치 사람 마음을 홀리는 구미호라도 된 것처럼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그녀를 싫어하는 공규석도 지금은 그녀의 미모를 묵
“시끄러워 죽겠네!”백희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외쳤다.“다들 닥치지 못해?”사람들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미인은 정작 그들의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이다.그러나 미인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들도 당연히 미인을 탓하지 않았다. 백희연이 뭐라고 하든 그들의 화살은 염무현에게 향했다.그렇게 염무현은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싸우기 두려워 여자 뒤에 숨은 한심한 놈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손승현도 똑같이 생각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정의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여자를 때리지 않아. 그러니 이만 돌아가!”“멋있는 척하기는. 됐고, 난 주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그냥 한꺼번에 덤벼.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인내심이 바닥난 백희연은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녀의 길쭉한 손가락은 허공에서 예쁘게 움직였다.호의를 무시당한 손승현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난 이미 경고했어. 그래도 받...”펑!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장풍에 명치를 맞았다. 예상을 한참이나 초과한 힘이었다.눈을 크게 뜬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몸은 통제할 수 없이 뒤로 날아갔다. 아무리 허우적대도 중심을 잡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그는 나무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두 개의 나무는 품종이 같은 것은 물론이고 심은 날짜까지 같았다. 나무의 직경은 거의 두 척이나 되었다.왼쪽의 나무는 얼마 전 장문주가 부딪혀 쓰러뜨렸다.탁!오른쪽의 나무도 같은 방식으로 명을 다했다.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나무는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백희연이 장풍이 이런 힘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이... 이게 진짜 여자의 힘인가?’사람들은 살랑살랑 걸어서 등장하던 백희연의 모습을 떠올렸다.현장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맴돌았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다 들릴 정도의 정적이었다.“풉!”손승현은 피를 토해냈다. 몸은 조금 전의 기세를 잃은 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팀장님!”팀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와서 상황을 살
“젠장, 팀장님을 위해 복수해야 해!”“악독한 년은 불쌍해할 필요 없어!”“다들 공격 대형으로!”11명의 팀원은 화난 표정으로 백희연을 포위했다. 조금 전 그녀의 실력에 감탄하던 사람들은 한쪽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압도적인 인수 앞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남자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여자는 오죽하겠는가?“천극자미대진, 앞으로!”11명의 팀원은 일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면서 말이다.중간에 서 있는 백희연은 폭풍우의 파도 속에서 휘청거리는 쪽배와 같이 작아 보였다.“큰일 났어! 무림 연맹의 자미대진이다! 악인에게만 쓴다던 그 대진 말이야!”“어떻게... 여자한테 이럴 수가...”“예쁜 여자가 아쉽게 됐네.”이때 염무현만 덤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한 사람 빠진 천극자미대진이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천극자미대진에는 12명이 필요했다. 모두 맡은 위치가 있기에 12명이 모여야 최대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그러나 지금은 한 명이 모자랐다. 그것도 대진에서 가장 중요한 손승현 말이다. 그러니 대진의 위력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사실상 손승현이 있다고 해도, 12명이 전부 모였다고 해도, 백희연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청교의 여왕이 어찌 이런 저급한 수에 당하겠는가?이 순간 염무현은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교의 여왕을 부하로 둔 덕분에 잔챙이들은 전부 대신 처리하게 할 수 있었다.포위망이 좁혀짐에 따라 백희연은 활동 공간을 완전히 잃었다.“죽여라!”부팀장의 명령에 따라 팀원들은 살기를 뿜어냈다. 이제는 상대가 미인이라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오직 손승현 대신 복수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잘 왔네.”백희연은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그녀는 잔영을 남기며 팀원들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녔다.펑!타악!퍽!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팀원들은 하나둘씩 튕겨 나갔다. 마치 총탄처럼 말이다.푹!퍼억!11명의 팀원 중
또각... 또각...크리스탈 구두를 신은 백희연은 아름다운 자태로 걸었다. 그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사람들의 심장에 꽂혔다.그녀가 염무현의 앞에 가서 멈춰 선 다음에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껏 숨을 참고 있음을 발견했다. 심장도 잠깐 뛰지 않았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잘했어.”염무현은 피식 웃으며 짧게 칭찬했다. 그런데도 백희연은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당연하지! 주인이 맡긴 일인데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어?”그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미인이 염무현과 같은 사람에게 빠진 것이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신우영과 안정우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무림 연맹의 힘을 빌려 어떻게 해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상황은 또다시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났다.“이만했으면 됐으니 꺼져.”염무현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무림 연맹에 돌아가서 말 좀 전해줘. 내가 내일 직접 찾아갈 거라고.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맹승준이 무림 연맹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이런 조직은 내버려둘 수 없지.”팀원들은 그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그런데도 감히 반박할 사람은 없었다.겁에 질린 그들의 모습은 평소 오만한 집법팀 팀원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도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만 강했던 것이다.염무현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도사님, 무양천존이 무슨 뜻인가요?”그는 아주 진지하게 배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태일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무양이 아닌 무량천존입니다. 무량천존은 우리 도가의 구호인데 틀릴 리가 없습니다. 무현 님이 잘못 들었나 보지요... 큼큼, 그러고 보니 희연 님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칠성각에서 잠깐 수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매일 경구를 읽는 것만으로도 재난을 피할 수 있습니다.”태일은 아주 티가 나게 화제를 백희연에게 돌렸다. 원래도 도사를 좋아하지 않았던 백희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펄쩍 튀었다.
“네, 살펴 가세요.”태일은 끝까지 공손하게 두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눈빛은 약간 복잡해 보였다.진경태와 공규석은 눈빛 신호를 주고받았다. 공규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명령했다.“범식아, 시작하지!”김범식의 검 끝에는 은빛이 번뜩였다. 뒤늦게 발목이 잘려 나간 것을 발견한 안정우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악... 내 발!”김범식의 검 끝은 또 신우영을 조준했다. 그걸 보고 정진원이 황급히 말했다.“범식 형님! 경태 삼촌! 저희 다 같은 서해 사람인데,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앞으로는 두 분께 절대복종하도록 하겠습니다.”공규석은 피식 웃었다.“외지인이 서해를 노리는 건 그러려니 하겠어. 하지만 서해 사람인 자네가 외지인과 결합하며 서해를 노리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공규석은 김범식에게 눈치를 줬다. 김범석은 곧바로 알아차려 정진원의 목을 향해 검을 겨눴다.정진원의 머리는 그대로 떨어졌다. 눈도 감지 못한 채 말이다. 원래는 지연이라도 언급해서 목숨을 부지해 볼 생각이었지만, 그게 결국 수명만 단축했다.머리가 잘린 것에 비해 발목이 잘린 것은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었다.무대 위로 올라간 공규석은 큰 소리로 외쳤다.“오늘부로 서해에는 지하 세력이 존재할 수 없다! 당당히 하지 못할 장사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서해인이든 외지인이든 즉시 처단할 것이다!”구경꾼들은 박수갈채를 날렸다.공규석은 차가운 눈빛으로 거물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상. 반대 의견이 있나?”그들의 뒤에 있던 김범식과 부하들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누군가 반대한다면 바로 검을 휘두를 기세였다. 그런데 누가 감히 입을 열겠는가?더 큰 사업 기회를 노리고 온 거물들은 결국 도마 위에 올려진 고기가 되었다. 호성은 고통으로 얼굴이 전부 일그러진 상황에서도 또박또박 말했다.“형님의 말씀이 곧 법입니다. 당연히 따라야지요.”“법을 지키며 장사하는 것은 줄곧 저의 꿈이었습니다. 드디어 이루게 되었
“살펴 가세요, 마스터님!”김준휘는 공손한 표정으로 마범구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독기 서린 표정을 지었다.마범구가 떠나기 바쁘게 그는 군사의 멱살을 잡으며 물었다.“킬러 일은 어떻게 되었어?”깜짝 놀란 군사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지정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좋아! 지금 당장 시작해!”“네?”군사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마스터님이 3일 후에 염무현을 죽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굳이 저희가 손 쓸 필요 있을까요?”킬러의 의뢰비는 200만 원이었다. 군사는 이 돈을 아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난 기다리지 못해!”“하지만...”“하지만은 없어!”김준휘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내가 네 대가리야! 넌 내 명령을 따르기만 해. 알았어?”금방이라도 그를 삼켜버릴 것 같은 김준휘의 기세에 군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지시 내리겠습니다.”군사는 김준휘에 관해 아주 잘 알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 갑자기 폭발할지 모르는 사람이었다.만약 지금 싫은 소리를 했다가는 염무현을 죽이는 것도 그를 죽이는 것의 뒷전에 미뤄질 것이다....이튿날 아침.방에서 나온 염무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공기 속에는 아주 고소한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백희연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말했다.“주인님, 어디가?”그녀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염무현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볼 일이 있어.”“놀러 가는 거야? 나도 데려가!”백희연은 염무현과 팔짱을 끼며 따라붙었다. 몸이 완전히 밀착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염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놀러 가는 거 아니야. 진짜 볼 일이 있어서 시내에 가야 해. 어제 무림 연맹의 집법팀이 그런 식으로 찾아왔는데 당연히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지. 안 그러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그럼 싸우러 가는 거야?”“그런 셈이지.”염무현은 눈을 반짝이는 백희연에게서 팔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