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은 손마디가 아플 정도로 힘을 주어 염무현을 공격했지만 퇴마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말도 안 돼!”구영진은 눈이 휘둥그레서 경악한 말투로 말했다.“부동명왕의 최고 경지라니... 말도 안 돼. 이건 사부님도 해내지 못하는 건데.”‘가짜일 거야. 진짜일 리가 없어!’구영진은 신권문에서 유일하게 나한금강권경 완본을 접촉한 사람이었다.심지어 그의 사부인 마승태가 직접 가르쳐주었었다.비록 마승태가 이 년 전부터 세상 물정에 관해 묻지 않고 폐관하러 갔지만 구영진은 마승태의 부동명왕 실력이 눈 앞에 있는 염무현과 큰 차이가 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마승태라면 집법당 여섯 장로의 공격의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염무현처럼 태연자약해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나머지 사람들도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마스터 수준의 고수마저도 막아내기 힘들어하는 여섯 명의 대성 마스터의 연합 공격을 눈앞에 있는 젊은이가 이리도 쉽게 막아냈다는 게 차마 믿기지 않았다.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대외로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신권문 무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너 이 자식 감히 몰래 신권문의 절학 무술을 배워? 이렇게 되면 더더욱 널 살려둘 수 없지.”놀란 마음을 달래고 나니 구영진은 방금전의 화가 다시 치밀어올랐다.“봐주지 말고 저 자식을 그냥 죽여요. 신권문의 나한금강권경이 절대 외부인 손에 들어가서는 안 돼요!”지문호처럼 뒤에 숨겨진 원인을 전혀 찾으려 하지 않고 상대가 몰래 배웠다는 허술한 결론만 내리는 걸 보아서는 지문호의 사형인 게 분명했다.두 사람 다 보는 눈이 없는 게 뻔했다.염무현이 그들에게 준 기회가 또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렸다.그는 신권문 사람들이 자신이 부동명왕을 사용하면 즉시 잘못을 깨달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만한 자들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집법당 여섯 장로는 눈을 부릅뜨고 섬뜩한 기품을 풍기면서 동시에 함께 외쳤다.“녀석, 죽어!”염무현은 어쩔 수 없다
신권문 전체가 굳게 믿고 있었던 금강퇴마진이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장로가 발에 차이면서 파괴되었다.이보다 더 놀라운 건 염무현이 단단하기 그지없는 퇴마봉을 가볍게 부러뜨렸다는 것이다.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았더라면 퇴마봉이 종이로 만들어진 걸 줄 알고 오해했을 것이다.그러나 신권문 사람들은 퇴마봉이 초합금처럼 단단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금속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마저도 퇴마봉을 보고 고대 사람들의 금속 단조 기술을 탄복할 정도였다.현대 기술로 퇴마봉을 복제해 보려고 했었는데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집법당 장로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여섯 명인 원인도 금강퇴마봉이 여섯 개밖에 없어서였다.그러나 지금은 다섯 개가 되었다.“이... 이럴 수가.”구영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들도 대낮에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 서로 혀를 내둘렀다.그들의 경악한 시선하에 염무현은 장로들을 향해 연속 다섯 번이나 발길질을 했다. 다섯 장로는 힘없이 하나둘씩 뒤로 날려갔다.그들은 벽이나 땅에 부딪히면서 큰 웅덩이가 형성되었다.유일한 공통점은 큰 내상을 입었는지 끊임없이 피를 토한다는 것이다.“설마... 대마스터?”구영진은 눈이 휘둥그레서 침을 꼴깍 삼켰다.“말도 안 돼. 젊은 나이에...”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수련을 한 천재라고 할지라도 고작 스무여 살에 마스터 실력을 갖출 순 없을 것이다. 대마스터는 더더욱 말이 안 되었다.마스터랑 대마스터가 레벨이 하나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실력 차이는 엄청 컸다.마스터 실력을 갖춘 사람은 오래전부터 아주 드물었다.용국이 건립된 후로부터 지금까지 대마스터의 인원수는 열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게다가 전부 처음부터 이름을 날린 나이가 많은 무림 고수들이었다.그러나 눈앞에 있는 염무현의 실력이 대마스터에 달했다니.구영진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그가 알고 있던 것과 빗나갔다.서경운과 지문호가 염무현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구영진은 사이즈가 260쯤 되어 보이는 신발 바닥이 점점 자신을 향해 가까이 오는 걸 보았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발은 그의 이마와 부딪혔다.펑! 털썩!발에 차인 구영진은 십여 미터 너머에 있는 벽에 부딪히면서 우르르 무너지는 벽돌 밑에 깔렸다.얼마 후, 먼지투성이가 된 머리를 내밀고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킨 구영진은 놀랍게도 싸움이 이미 끝난 걸 발견했다.수백 명이 넘는 신권문 제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땅에 쓰러진 채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유일하게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염무현뿐이었다.“너 이 자식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아직 끝나지 않았어.”구영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넌 네가 한 행동의 대가를 호되게 치르게 될 거야. 지금까지 신권문과 등을 진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그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신호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발사했다.슉! 탕!화살 같은 신호가 구름층을 뚫고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붉은 불꽃이 공중에서 터졌다.“도움이라도 청하는 거야?”염무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구영진은 이빨을 드러내며 미친 듯이 웃어대며 말했다.“너 그래도 아는 건 좀 있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잖아. 잠시 후에 넌 상상치도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거야. 하하하!”바로 이때, 하늘에서 그림자 하나가 재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분노가 섞인 우레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신권문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내 제자들까지 상하게 만들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군.”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는 분노로 가득 찬 기색이 역력했다.“사부님, 드디어 오셨군요!”구영진은 마치 싸움에서 진 애가 어른을 찾아 대신 복수해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60이 넘은 사람으로서 창피함도 모르고 너무도 뻔뻔한 것 같았다.“원수가 찾아와서 우리 신권문이 백여 년 동안 쌓아온 성과와 명성을 망가뜨리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었어요. 얼른 저놈을 죽이고 서경운과 문호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구영진
마승태는 재빨리 염무현에게로 다가갔다.구영진과 다른 제자들은 어리석게도 마승태가 염무현을 죽이려고 손을 대려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마승태가 갑자기 허리를 굽히며 땅에 무릎을 꿇고 염무현에게 말했다.“무현 님이 오실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세요.”마승태는 두 손을 몸 앞에 공손히 모으고 염무현을 향해 절을 했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저분... 사부님 맞아? 가짜는 아니지?”“사부님이 왜 저 죄인에게 무릎을 꿇는 거야? 내 눈에 문제가 생긴 건가? 방금전 머리가 발에 차여서 환각이 생긴 걸 거야.”“가짜야, 다 가짜야. 난 못 믿겠어.”신권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서 차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마 선생님, 이렇게 큰절을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염무현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힐끗 보았다.마승태는 존중을 뜻하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염라대왕이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다니. 이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전에 옥의 신의 요청을 받고 염무현에게 무술을 가르쳐준 덕분에 사제지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흘 만에 선생님이 가르쳐준 무술을 다 배워내고 심지어 선생님을 이기는 학생은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선생님을 가르치는 건 더더욱 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그러나 염무현은 선생님의 부족한 점과 틀린 점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신권문에서 백여 년 동안 물려받아 오면서 자칫하면 영원히 소실될 수 있는 나한금강권경까지 복원해 냈었다.이런 강대한 학생 앞에서 선생님이라고 자칭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제일 중요한 건 염무현이 마승태의 고질병을 치료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수명도 20년을 더 연장해 주었다.그러지 않았더라면 마승태는 몇 개월 전에 세 번째 기일을 보냈을 것이다.무덤 주위에 사람 키만큼 큰 풀이 자라 바람 따라 흔들리기에는 아주 충족한 시간이었다.염무현은 학생이 아니라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제자들이 저지른 잘못을 사부님인 마승태가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미 오래전에 문파 책임자 자리를 내놓았다.마승태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는 사실 염라대왕의 용서를 받을 때까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감히 염무현의 말을 어길 엄두가 나지 않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염무현은 서경운이 몰래 어둠의 세계의 세력을 확장하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괴롭힌 사실과 지문호 사제가 한 짓들을 간단히 마승태에게 알려줬다.“이런 나쁜 자식들이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신권문의 치욕이 따로 없네.”마승태는 수치스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런 망신을 당하는 건 처음인지라 그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집법당의 여섯 장로도 부끄럽기 그지없었다.그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집법이라는 명의로 착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서경운과 지문호를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또 괴롭힘당한 본인이 찾아왔을 때 원수로 여기고 죽이려 했다니.자신들이 이 정도로 사람을 업신여기고 괴롭히는 뻔뻔한 사람이 될 줄이야 어떻게 알았으랴.마승태는 애써 창피함을 참고 염무현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꼭 무현 님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일 처리를 제대로 하겠습니다.”그리고 그는 이내 구영진을 쏘아보았다.가슴이 철렁한 구영진은 애써 변명했다.“사부님, 다 제 탓만은 아니잖아요. 저는 서경운이 그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것만 알 뿐이지 그가 한 짓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저는 제 제자를 위해 복수해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런 마음은 이해하시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잘못이 있는 건 맞는데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그 입 닥치지 못해!”마승태는 성큼성큼 걸어가 구영진의 뺨을 후려갈겼다.짝!마승태의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구영진은 윙윙 이명이 생기면서 심지어 이빨 세 개가 부러지면서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제자가 신권문을 믿고 사람들을 함부
“네, 이렇게 하죠.”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마승태는 그제야 시름을 놓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던 제자들도 시름을 놓았다.그런데 이내 마승태가 그들을 노려보면서 호통쳤다.“얼른 무현 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무현 님이 아량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은 이미 내 손에 죽었어. 너희 같은 건방진 것들이 신권문에 먹칠을 하게 계속 내버려두거든 내가 직접 손을 써서 처리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구나. 적어도 신권문이 백년 동안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망치지 않을 테니.”제자들은 마승태에게 호되게 혼나면서도 상처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참고 염무현을 향해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외쳤다.“무현 님,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떠나기 전에 한 마디만 남겼다.“알아서들 잘하세요.”마승태는 황급히 두 손을 모으고 그를 배웅했다.“조심히 가세요, 무현 님.”그는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다음에 또 오라니.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해.’이번 일은 제자들이 운이 좋아서 이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마승태의 체면을 봐주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신권문은 이미 회멸되었을 것이다....서해시, 메리어트 호텔.로얄 스위트 룸은 구석마다 럭셔리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신권문이 봉산 했다고? 왜?”김준휘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의외라는 듯 물었다.군사도 처음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놀라기 그지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명령이 갑작스레 내려오는 바람에 사람 시켜 조사해보려고 했을 땐 이미 봉산한 후였습니다. 그 누구도 드나들지 못한다고 하더군요.”김준휘는 미간을 점점 더 세게 찌푸렸다.“신권문을 앞장세워 염무현을 처리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이유 없이 봉산을 했다고?”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당시 금원 그룹이 서경철을 선택한 것도 그의 남동생 서경원이 신권문 수제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우현민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수업하는 건 일이지 쇼핑하는 거랑은 다르잖아.”“나도 힘들어서 쉬어야겠어. 우리 둘은 상관하지 말고 다 돌고 우리 둘 찾으러 오면 돼.”정은선도 우현민 곁에 앉으면서 말했다.사실 두 사람은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절약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우예원과 염무현에게 단둘이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요 며칠, 두 사람은 염무현이 이혼한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었다.우현민은 염무현이 자신의 친아들이 되는 모습을 꿈에서도 그렸다. 염무현이 두 사람의 노후 생활을 책임지겠다고는 했으나 어쨌든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였다.그러나 마침 염무현이 다시 싱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딸인 우예원과도 오해를 풀고 예전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두 사람 다 결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천생연분과 마찬가지였다.염무현이 우씨 집안 사위가 된다면 우현민은 자다가도 좋아 웃으며 깨어날 것이다.그래서 그는 항상 딸과 염무현이 단독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애를 썼다.함께 쇼핑하다 보면 애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우예원은 사실 더 돌고 싶었다. 세상에 쇼핑을 싫어하는 여자애가 존재하지 않다시피 그녀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방금전 두 사람 옷을 사주면서 자신의 옷은 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쇼핑을 끝내기는 너무 아쉬웠다.“무현아, 예원이를 잘 부탁해.”우현민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돌볼게요.”“당연히 널 믿지. 얼른 가 봐.”우현민은 끝내 참지 못하고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둘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우현민은 참지 못하고 정은선에게 말했다.“여보, 두 사람 잘 어울리지 않아요? 뭔가 딸을 시집보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그러니까요, 나도 그 생각이라니까요. 예원이가 나이만 어리지 않았더라면 그때 무현이가 양희지랑 결혼할 일도 없
“죄송합니다, 고객님.”여점장이 황급히 설명했다.“방금전 가지겠다고 하셨는데 결제하지 않고 그냥 가시기에 안 가지시려는 줄 알았어요.”목소리의 주인공은 섹시한 옷차림에 짙은 화장을 한 기생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여자였다.성형을 너무 많이 해서 턱이 삼각형처럼 각이 날 정도로 뾰족했다.그녀는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화장실 한 번 갔다 왔을 뿐인데 내가 언제 안 가지겠다고 했어요?”여점장은 웃으면서 사과했다.“제 탓입니다. 화 푸세요. 금방 벗으라고 할게요.”사실 여점장은 염무현과 우예원이 옷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직 이 가게의 옷을 구매할 만한 소비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염무현과 우예원이 너무 평범하게 입은 탓에 잘 생기고 이쁘고 기품이 좋다고 해도 외모는 외모일 뿐, 소비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염무현이 ‘옷도 이쁜데 이 옷을 입은 네가 더 이뻐’와 같은 칭찬하는 말을 대범하게 내뱉은 후에야 두 사람에 관한 인상을 바꾸었던 것이다.그녀는 돈 없는 사람들이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좋아하는 물건일지라도 본의 아니게 흠을 잡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구매할 능력이 되지 않지만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변명거리를 찾는 것과 같다.사실 염무현은 이미 카드를 꺼내 들고 결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우예원만 좋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었다.마침 옷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여점장이 거절할 리가 없었다.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꼭 구매할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두 고객 사이에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전자를 선택했다.“얼른 벗어요!”여점장은 명령조로 짜증스럽게 말했다.천만 원 하는 옷을 구매하겠다는 손님이 있는데 눈앞에 있는 두 남녀의 미움을 산들 어찌하겠는가.“저희가 안 가지겠다고 한 적이 있나요?”염무현이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여점장이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가진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까짓 체면을 지키겠다고 신용카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