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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염무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예원아, 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널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우예원의 마음이 훈훈해지더니 그동안 쌓아왔던 오해가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졌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되는 그녀는 인심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도명철의 존재로 인해 직원들이 그나마 예의를 갖추는 편이라 그 흔한 기싸움조차 별로 없었다.

비록 도명철의 고백을 받아준 적이 없지만 꽤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늘 있었다. 적어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재벌 2세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설령 애인 사이는 아니더라도 직장 동료 혹은 친구, 아니면 상사와 부하로서 적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도명철이 김준영에게 굴복하고 그녀를 순순히 내어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모든 게 거짓에 불과하다니!

도명철의 눈에는 오직 이익뿐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심마저 내팽개칠 수 있었다. 심지어 타인의 존엄을 짓밟고,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염무현은 참 단순한 편이다.

감히 그의 가족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돈이 많든 잘 나가든 막론하고 절대 안 봐주었다.

“응! 오빠!”

우예원은 염무현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점점 길게 늘어졌다.

...

우리병원, 수술실.

눈앞의 익숙한 광경을 바라보며 의사는 손에 메스를 든 채 쓴웃음만 지었다.

증상이 똑같은 환자가 또 나타나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한단 말인가?

최근 들어서 이런 적이 벌써 세 번째였다.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와 비슷한 케이스로서 심지어 데자뷔라고 하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번째 환자는 그나마 부상이 경미한 편이지만 갖은 노력에도 결국 살리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애초에 치료할 필요조차 없었다.

의사는 결국 메스를 내려놓고 수술실을 나섰다.

“선생님, 제 동생은 괜찮아요?”

김준휘가 재빨리 다가가 묻자 의사가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미 망가져서 껍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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