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목숨이냐?도명철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후자를 택했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제 3:7마저 사치가 되었고, 겨우 20%라는 초라한 수익만 그에게 떨어졌다.사실 처음에는 5:5로 가고 싶었지만, 도무지 거래가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양보했다.4:6으로 진행될 뻔한 사업이 결국에는 2:8로 변하다니? 그야말로 대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두 회사의 초기 협력 자금은 2조 원 이상으로 이익이 어마어마한 편이고, 향후 수익은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그런데 고작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수천억의 손실을 보다니!도명철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단지 영웅처럼 짠 나타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상대방이 마침 투자자일 줄이야!곧이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우서준을 노려보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저도 몰랐어요. 그동안 다른 사람과 소통했던 지라 준영 도련님이 서해시에 왔다고 얘기해준 적도 없었거든요.”이렇게 된 이상 큰 고객을 잃느니 차라리 덜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한 도명철은 현실에 타협하기로 했다.“그리고 저 여자도 내 거야!”김준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벌벌 떨고 있는 우예원을 가리켰다.겁을 잔뜩 먹은 우예원의 얼굴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고, 금세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오연정이 이를 보자 두 눈에 즐거움으로 가득했다.‘우예원, 누가 그렇게 고상한 척하라고 했어? 예쁘장한 외모와 도 매니저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목까지 빼앗아 가더니 아주 꼴좋네?’김준영은 아무리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런 남자에게 찍혔다는 건 제 발로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는 격이지 않은가?나중에 몸이 싹 망가지면 도명철의 관심은커녕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예원 씨, 이렇게 대단한 분이 마음에 드신다고 하는데 얼른 대답해.”오연정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우예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이내 다급히 도움을
“만약 준영 씨가 질린다고 하면 내가 다시 받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당당하게 말하는 도명철의 모습은 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오연정은 속으로 그를 경멸했다.단지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단 지른 게 뻔한데, 이런 말을 대체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바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준영에게 유린당한 우예원을 도명철이 케어해 줄 리가 없었다.젊고 예쁜 여자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시들시들해진 꽃을 선택할 이유가 뭐냐는 말이다.순간 우예원은 화가 발끈 났다.“그게 지금 사람이 할 소리인가요?”도명철은 고개를 번쩍 들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당신이 자초한 거야.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만약 일찌감치 나랑 사귀었으면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우예원, 똑똑히 들어.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로 착각하지 마. 오늘 네 의사 따위 필요 없으니까 무조건 복종해!”그러고 나서 태도를 바꿔 김준영에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준영 씨, 제가 책임지고 침대까지 데려갈 거라 걱정하지 마세요.”우예원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배터리가 다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이를 본 오연정과 다른 여자는 경찰에 신고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즉시 휴대폰을 숨겼다.“어차피 도망치기도 글렀는데 겁 없이 덤비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서 즐기는 게 좋지 않겠어?”오연정이 뻔뻔하게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솔직히 말하면 다들 기껏해야 회사 동료에 불과했다.심지어 상사조차 외면했는데 자신이 굳이 나서서 구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도명철, 그래도 눈치는 꽤 빠르네.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해.”김준영은 이내 오연정과 또 다른 예쁘장해 보이는 여자를 가리켰다.“너희 둘, 내 경호원들을 책임져. 나보다 부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고용인은 없을걸? 어떻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나만 즐기고, 나
“염무현!”그를 단번에 알아본 도명철은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더니 욕설부터 퍼부었다.“여기 왜 왔어?! 널 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고 당장 꺼져!”그동안 도명철은 아버지 도우순의 죽음을 염무현의 탓이라고 생각했다.지난번에 우서준이 염무현을 상대하기 위해 깡패를 찾았을 때도 사실 도명철의 지시였다.하지만 정작 염무현은 멀쩡했고, 깡패 수십 명이 반쯤 죽거나 다쳤으며 우서준이 되레 붙잡혔다.안 그래도 깡패를 고용하기 위해 돈을 꽤 많이 썼는데 우서준을 보석하려고 예기치 않은 지출까지 있었다.모두 합치면 결국 물거품이 되는 셈이었다.심지어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쪽팔리는 순간에 염무현이 갑자기 들이닥쳤으니 어찌 화가 안 나겠는가?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상황인데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자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병신 같은 새끼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살아가는지 몰라.”염무현이 되받아치자 도명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예원은 그 틈을 타서 김준영의 손을 뿌리치더니 염무현을 향해 뛰어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팔을 꽉 껴안았다.부들부들 떠는 여자의 몸이 느껴지자 김준영을 바라보는 염무현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졌다.마냥 우습기만 하던 김준영은 갑자기 마주친 서늘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고, 주변의 공기마저 차가워진 느낌이 들었다.이 얼마나 끔찍한 눈동자인가! 황급히 눈길을 피하고 나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외쳤다.“저 개자식은 누구지?”“감옥에서 막 출소한 범죄자예요. 고작 무술을 좀 배웠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죠.”도명철은 이참에 김준영을 앞세워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속셈인 듯싶었다.그러고는 엉큼하게 옆에서 불 난 집에 부채질했다.“감히 준영 씨가 찜한 여자를 빼앗으려고 하는데 이대로 참으실 거예요? 파트너로서 한 마디 드리자면
우지끈! 우두둑!비록 가벼운 충돌처럼 보였지만 성인 남자의 팔이 이처럼 쉽게 부러질 줄은 몰랐다.이내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면서 팔이 아래로 축 처지는 바람에 몸이 중심을 잃은 나머지 염무현이 있는 방향으로 넘어졌다.털썩! 털썩!연이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염무현은 손가락으로 두 남자의 관자놀이를 톡톡 건드렸다.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둘이 자발적으로 머리를 가져다 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순간 탁해진 눈동자가 빛을 점점 잃어갔다.쿵!두 눈을 시퍼렇게 뜬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헉! 사람을 죽였어!”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여자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틀어막았다.염무현이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제야 사람들은 방금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분명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괜히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오히려 염무현이 허풍 떠는 줄 알고 겁을 주기 위해 큰소리쳤다고 생각했다.“이 새끼가 간덩이가 부었나? 감히 내 부하를 죽여? 죽고 싶어 환장했어?”김준영은 음침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더니 염무현을 향해 찔렀다.탁!그러나 염무현은 단번에 발로 걷어찼다.이어서 김준영의 바짓가랑이에 또 한 번 발차기가 날아들었다.“악!”중심 부위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이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가랑이를 움켜쥐고 김준영 대신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는 뭐든지 뿌리부터 뽑으려는 염라대왕의 일관된 처리 방식이었다.김준영은 가랑이만 꼭 붙잡은 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몸은 새우처럼 웅크리고 고통을 참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극심한 통증에 끙끙거렸다. 심지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대체 간덩이가 얼마나 부은 거지?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바 매니저가 극진한 태도로 김준영을 대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심지어 도명철같은 도련님마저 고개
염무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예원아, 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널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우예원의 마음이 훈훈해지더니 그동안 쌓아왔던 오해가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졌다.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되는 그녀는 인심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회사에서는 도명철의 존재로 인해 직원들이 그나마 예의를 갖추는 편이라 그 흔한 기싸움조차 별로 없었다.비록 도명철의 고백을 받아준 적이 없지만 꽤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늘 있었다. 적어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재벌 2세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설령 애인 사이는 아니더라도 직장 동료 혹은 친구, 아니면 상사와 부하로서 적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도명철이 김준영에게 굴복하고 그녀를 순순히 내어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 모든 게 거짓에 불과하다니!도명철의 눈에는 오직 이익뿐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심마저 내팽개칠 수 있었다. 심지어 타인의 존엄을 짓밟고,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이에 비해 염무현은 참 단순한 편이다.감히 그의 가족에게 손을 대는 사람은 돈이 많든 잘 나가든 막론하고 절대 안 봐주었다.“응! 오빠!”우예원은 염무현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점점 길게 늘어졌다....우리병원, 수술실.눈앞의 익숙한 광경을 바라보며 의사는 손에 메스를 든 채 쓴웃음만 지었다.증상이 똑같은 환자가 또 나타나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한단 말인가?최근 들어서 이런 적이 벌써 세 번째였다.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와 비슷한 케이스로서 심지어 데자뷔라고 하도 과언이 아니었다.두 번째 환자는 그나마 부상이 경미한 편이지만 갖은 노력에도 결국 살리는 데 실패했다.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애초에 치료할 필요조차 없었다.의사는 결국 메스를 내려놓고 수술실을 나섰다.“선생님, 제 동생은 괜찮아요?”김준휘가 재빨리 다가가 묻자 의사가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이미 망가져서 껍데기만
“젠장!”김준휘는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내 일을 망친 사람이 그 자식이라니.”서해시에서 모두가 서경철을 필두로 한 서씨 가문이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체 실력을 제외하고 공씨 가문이 합법적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덕분이라고 여겼다.공씨 가문이 자발적으로 세력권을 포기했기에 서경철이 날름 채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그러나 실상은 서씨 가문이 거저 주워 먹어서 승승장구한 게 아니라 뒤에서 몰래 지원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김씨 가문이 바로 그 배후의 후원자였다.사실 그들은 몇 년 전부터 용국에 돌아가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김씨 가문의 최종 목적은 단순한 금의환향이 아니라 고향으로 복귀해 서해시의 왕이 되는 것이다.당시만 해도 서해시를 꽉 잡은 최대 세력은 공씨 가문인지라 그들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규석부터 무너뜨려야 했다.그리고 김준휘의 계획에 따라 공규석을 타깃으로 한 암살 작전이 시작되었다.즉 3년 전에 공규석이 여러 대형 병원에서 불치병을 판정받고 나중에 염무현 덕분에 기사회생했을 그 시기였다.당시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김준휘는 화가 나서 이만 바득바득 갈았다.다만 공규석이 앞으로 손을 씻는다는 소문을 듣고 마침 잘 됐다는 생각에 얼른 서경철을 도와 공씨 가문의 자리를 대신했다.물론 공씨 가문의 존재로 인해 서경철의 손발이 묶여 있는 건 사실이었다.서해시를 완전히 통일하려면 공규석의 죽음은 필수였다.이렇게 두 번째 암살 사건이 일어났다.독 벌레에 중독된 공규석이 자칫 저승사자를 따라갈 뻔했지만, 임무 완료를 코앞에 두고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두 번의 고배를 마신 김준휘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그리고 남도훈을 호송한다는 핑계로 서해시에 돌아왔다.정작 염무현 덕분에 공규석이 두 번이나 기사회생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그가 염무현을 뼛속까지 증오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고, 서씨 가문의 멸망은 서해시를 장악하려는 김씨 일가의 야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서씨 가문을 지원하기
김준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도련님, 진정하세요. 충동은 금물! 그럴수록 더 침착하셔야 합니다.”군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염무현이라는 놈이 단지 보여지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싶어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정체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결과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으세요?”김준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설마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거야?”“역시 현명하십니다. 단번에 알아맞히시다니!”군사는 때맞춰 아첨하며 말을 이어갔다.“유용한 내용은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어요. 개인사가 워낙 깔끔해서 감옥에 들어간 이후로는 거의 백지장에 가까웠죠.”“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김준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군사가 잽싸게 설명했다.“즉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죠.”“고작 범죄자 주제에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나?”김준휘는 염무현이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복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놈이 감옥에 있어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거야. 뭐라도 건지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군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어디서 그런 실력을 얻게 되었는지 간과하면 안 돼요.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염무현은 감옥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두 명의 대성 마스터 고대 무술 능력자가 힘을 합쳐도 눈 깜짝할 사이에 압살당하는 절대적인 강자로 거듭났죠. 일전의 4대 천왕과 8대 금강은 어때요? 너무 수상하게 죽지 않았나요? 분명 정상은 아니라고 봐요. 또 하나, 공규석과 진경태가 유난히 염무현을 챙겨주는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공씨 가문은 물론 진씨 가문과 미리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도련님께서 큰코다칠지도 몰라요.”아까만 해도 염무현을 얕잡아 보던 김준휘는 생각이 바뀐 듯 눈살을 찌푸렸다.“자네의 요점은?”“아직 제대로 알아보기 전에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리스크가 너무 클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고작 그런 녀석 하나 때문에 금원 그룹이 수
“바로 도원 그룹의 도명철이야.”하지연이 말했다.우예원은 황급히 염무현을 바라보며 그날 밤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도명철이 상도덕마저 없는 사람일 줄이야!어쨌거나 한때 같은 회사 매니저로서 영업팀의 사원을 모두 스카우트해 갔으니 정식으로 공 대표와 선전포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지연이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인사팀이 바빠지게 생겼어. 얼른 채용공고를 올려서 직원을 많이 뽑아야지. 아니면 영업팀 업무가 마비될지도 몰라.”급히 사람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한 부서를 이루는 상사와 부하 직원은 구조적이든 서로 간의 호흡이든 신입을 모집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리가 없었다.하지연도 골치가 아팠다.“무현 오빠, 이제 어떡해?”우예원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어찌 됐든 어젯밤 사건만 아니었다면 도명철도 영업팀 전체를 스카우트해 가는 일은 없었기에 두 사람에게 절대적인 책임이 있었다.“괜찮아, 내가 공 대표 찾아가서 설명할게.”염무현은 문제가 터지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다.이내 위층으로 올라가 공혜리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마중 나온 비서가 염무현을 발견하자 얼른 들어오라고 제스처를 취했다.왜냐하면 대표님이 언제 어디서든 염무현이 찾아오면 절대로 홀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손님 안 받는다고 얘기했잖아요.”공혜리는 속이 바질바질 타는 듯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석연고의 생산과 출시가 결정적인 순간에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영업팀이 단체 이직하는 사달이 터지자 미처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대표님, 염무현 씨가 왔어요.”비서가 조심조심 말했다.공혜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죄송해요, 무현 님이 온 줄도 모르고 그만...”염무현이 손을 휘휘 저으며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반드시 해명해야 할 일이 있는데, 영업팀 단체 이직에 관하여 내 탓이 크니까 이에 상응한 모든 피해는 내가 수습하도록 할게요.”공혜리가 후다닥 일어서자 과도한 움직임으로 인해 봉긋한 가슴이 리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