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예원처럼 연약한 여자가 젊은 남성의 손을 쉽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그녀가 저항할수록 상대방은 더 흥분해 했다.“얌전한 척하지 않아도 돼.”노란 머리는 파렴치한 말을 계속 내뱉었다.“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나랑 자보지 못해서 안달이 난 줄 알아? 내 눈에 든 걸 영광으로 생각하란 말이야. 나도 운이 좋긴 하지. 귀국하자마자 너 같은 절세 미녀를 만나고 말이야. 오늘 헛걸음을 하진 않겠네...으악!”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예원은 그의 가랑이를 발로 찼다.그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가랑이를 부여잡고 몸을 반쯤 웅크렸다.얼굴은 너무 아픈 나머지 일그러져버렸다“미친년이 너 오늘 내 손에 죽었어!”노란 머리가 이를 갈며 말했다.우예원이 기회를 틈타 달아나려고 할 때 검은 정장을 입은 두 경호원이 그녀를 막았다.“감히 우리 도련님을 상하게 만들고 도망가려고 해?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요?”노란 머리는 애써 몸을 일으키며 호통을 쳤다.“저 여자 잡아. 오늘 이 자리에서 다들 보는 앞에서 혼쭐 내주겠어.”카시트에 앉아있던 몇몇 동료들이 우예원 쪽에서 일이 생겼다는 걸 발견하고 소리쳤다.“큰일 났어요. 예원 씨가 괴롭힘당하는 거 같아요.”도명철은 앞장서서 술병을 들고 달려갔다.“그 손 놓지 못해? 겁도 없이 감히 내 사람 몸에 손을 대려고 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우서준과 다른 동료들도 그를 따라온 덕분에 그들은 인원수에서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너희들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왜? 영웅 행세라도 하려고?”노란 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고 겁도 없이 달려드는 거야? 쓸데없이 내 일에 참견하려 하지 말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같이 혼날 줄 알아.”“네가 누군데? 뭐해? 때려!”도명철이 괴롭힘당한 우예원 앞에서 자신을 뽐낼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그는 자신이 영웅처럼 다가와 그녀를 구해주면 그녀와의 거리도 더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감동 먹은 그녀가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노란 머리는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다급하게 꼬리를 내렸다.“그만! 내가 잘못했으니까 한 번만 용서해 줘.”“이제 와서 애원해봤자 이미 늦었어.”도명철은 자비 따위 없이 말했다.노란 머리의 애원이 점점 사라져갈 때쯤 우서준이 서둘러 다가와 도명철을 말렸다.“형님, 자칫 죽기라도 한다면 형님만 손해예요.”도명철은 그제야 멈추더니 혀를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자식,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오늘 맞아 죽었을 테니까. 앞으로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는 놈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각오해!”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다운 모습에 오연정을 포함한 여자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명철 씨 완전 터프하네. 여자친구는 얼마나 든든하겠어?”“예원아, 너무 부러워~”“뭘 망설이는 거야? 이렇게 남자답고 의지가 되는 사람을 어디 가서 또 만난다고. 이번에 놓치면 평생 후회하니까 얼른 사귀는 게 어때?”얼굴이 피범벅이 된 노란 머리는 똑같이 성한 곳이 없는 부하 두 명에게 부축을 당한 채 겨우 일어섰다.그리고 뒤로 슬금슬금 도망치는 와중에 경고까지 했다.“도망가지 말고 딱 기다려. 너희 오늘 죽었어!”“잽도 안 되는 주제에 감히 우리 도련님께 주둥이를 나불대? 거기 서!”조롱 섞인 웃음 속에서 세 사람은 허둥지둥 도망쳤다.도명철은 피식 비웃더니 이내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예원 씨, 괜찮아요?”“네.”우예원은 누가 봐도 놀란 모습이었다. 마치 겁을 먹은 토끼처럼 보호 본능을 일으켜 당장이라도 품에 끌어안고 달래주고 싶었다.“매니저님, 다들 고마워요. 아니면... 얼른 자리를 뜰까요? 아까 그 남자가 왠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던데...”우예원이 제안했다.도명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어차피 별 보잘것없는 놈이에요. 그래도 체면을 차리겠다고 센 척하는 거라 신경 안 써도 돼요.”“자, 다들 마셔! 고작 이런 해프닝 때문에 기분이나 상하지 말고.”금세 다시 흥이 오른 사람을 보자 우예원이 입을 닫았다.바에서 싸움
노란 머리의 이름은 김준영이고, 다름 아닌 김준휘의 남동생이다.일찍이 해외로 이민 간 일가족은 자리를 굳건히 잡았을뿐더러 사업도 확장하여 금원 그룹을 설립했다.그동안 용국의 경제는 무서운 추세로 발전했고, 각종 경제 지표가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여 유서 깊은 열강들을 훨씬 뛰어넘었다.이에 김씨 일가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타깃을 용국으로 돌렸다.그러나 아무런 연고지 없이 용국 상업계에 진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어찌 됐든 낯선 타향인 만큼 모든 면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마련이다.그러나 금의환향하는 김씨 가문은 케이스가 달랐고, 이번에 두 형제가 귀국함으로써 고향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게다가 둘은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김준휘는 국제 형사라는 신분으로 인맥 관리를 담당하고, 사업은 남동생 김준영에게 맡겼다.전에 도원 그룹과 협력을 논의했던 사람이 바로 김준영의 비서였고, 도씨 일가와 미리 접촉하여 향후 합작을 위해 든든한 기초를 닦았다.사실 김씨 일가는 오래전부터 서해시에서 물밑 작업을 했다.오늘 서해시 막 도착한 김준영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국내 유흥업이 해외 못지않고, 여자 손님의 비주얼도 꽤 괜찮다는 소문을 익히 들은지라 언젠간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다.아니나 다를까 바에 도착하자마자 우예원같은 절세미인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김준영은 해외에 있을 때 부잣집 도련님 신분을 믿고 어떤 여자든 손쉽게 유혹했고, 심지어 상대방이 먼저 대시할 때도 부지기수였다.그러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따라서 작업 따위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뜸 우예원에게 지나친 요구부터 제안한 것이다.“형님, 저놈이 또 두 명만 데리고 왔네요. 다만 이번에는 싸움을 꽤 하는 사람처럼 보여요.”우서준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도명철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콧방귀를 뀌었다.“그게 뭐? 아무리 싸움을 잘해봤자 둘이서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지?“이 새끼가! 너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우서준은 충신답게 대뜸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이분은 무려 도원 그룹의 대표 도명철 씨라고!”유시후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당신들 눈이 멀었어? 금원 그룹 둘째 도련님 김준영 씨도 몰라 뵈는 거야?”“뭐?”그 자리에서 넋을 잃은 도명철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다른 사람의 표정도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왜냐하면 도명철이 저녁 내내 금원 그룹을 입에 달고 살았고, 호쾌한 투자자 이미지를 한껏 뽐냈기 때문이다.그런데 금원 그룹 둘째 도련님이 떡하니 나타나다니? 그야말로 서프라이즈가 따로 없었다.도명철은 진짜 ‘쩐주’에게 손을 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금원 그룹의 김준영 씨라고...?”이내 조심조심 물었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신거리며 꼬리를 내렸다.“그래!”유시후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손에 든 술병을 황급히 내려놓은 도명철이 허겁지겁 달려가 말했다.“오해입니다. 아니, 제 식구도 몰라뵙다니...”“오해는 개뿔!”김준영의 오른쪽에 서 있던 남자가 따귀를 때리자 뺨을 세게 얻어맞은 도명철은 저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쿵!테이블 두 개가 연속 박살 났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를 토하는 그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다른 사람은 겁을 먹은 나머지 아연실색하며 찍소리도 못 냈다.“아까 나한테 손을 댄 사람은 팔부터 하나씩 부러뜨려.”김준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우서준 일행은 화들짝 놀라 서둘러 용서를 빌었다.“도련님, 제발 진정하세요. 진짜 오해입니다. 저희는 도원 그룹 직원인데 앞으로 도련님의 파트너로서... 아악!”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가 칼로 왼쪽 팔을 잘라버리는 바람에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고대 무술 능력자가 일반인을 다루는 건 식은 죽 먹기와 다름없었다.게다가 김준영에게 손을 댔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남자라면 무조건 팔 하나를 부러뜨렸다.곧이어 팔을 부여잡고 골골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이를 본
돈이냐, 목숨이냐?도명철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후자를 택했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제 3:7마저 사치가 되었고, 겨우 20%라는 초라한 수익만 그에게 떨어졌다.사실 처음에는 5:5로 가고 싶었지만, 도무지 거래가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양보했다.4:6으로 진행될 뻔한 사업이 결국에는 2:8로 변하다니? 그야말로 대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두 회사의 초기 협력 자금은 2조 원 이상으로 이익이 어마어마한 편이고, 향후 수익은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그런데 고작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수천억의 손실을 보다니!도명철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단지 영웅처럼 짠 나타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용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상대방이 마침 투자자일 줄이야!곧이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우서준을 노려보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저도 몰랐어요. 그동안 다른 사람과 소통했던 지라 준영 도련님이 서해시에 왔다고 얘기해준 적도 없었거든요.”이렇게 된 이상 큰 고객을 잃느니 차라리 덜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한 도명철은 현실에 타협하기로 했다.“그리고 저 여자도 내 거야!”김준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벌벌 떨고 있는 우예원을 가리켰다.겁을 잔뜩 먹은 우예원의 얼굴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고, 금세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옆에 있던 오연정이 이를 보자 두 눈에 즐거움으로 가득했다.‘우예원, 누가 그렇게 고상한 척하라고 했어? 예쁘장한 외모와 도 매니저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목까지 빼앗아 가더니 아주 꼴좋네?’김준영은 아무리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런 남자에게 찍혔다는 건 제 발로 호랑이 소굴에 들어가는 격이지 않은가?나중에 몸이 싹 망가지면 도명철의 관심은커녕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예원 씨, 이렇게 대단한 분이 마음에 드신다고 하는데 얼른 대답해.”오연정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우예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이내 다급히 도움을
“만약 준영 씨가 질린다고 하면 내가 다시 받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당당하게 말하는 도명철의 모습은 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오연정은 속으로 그를 경멸했다.단지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단 지른 게 뻔한데, 이런 말을 대체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바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준영에게 유린당한 우예원을 도명철이 케어해 줄 리가 없었다.젊고 예쁜 여자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시들시들해진 꽃을 선택할 이유가 뭐냐는 말이다.순간 우예원은 화가 발끈 났다.“그게 지금 사람이 할 소리인가요?”도명철은 고개를 번쩍 들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당신이 자초한 거야.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만약 일찌감치 나랑 사귀었으면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우예원, 똑똑히 들어.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로 착각하지 마. 오늘 네 의사 따위 필요 없으니까 무조건 복종해!”그러고 나서 태도를 바꿔 김준영에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준영 씨, 제가 책임지고 침대까지 데려갈 거라 걱정하지 마세요.”우예원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배터리가 다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이를 본 오연정과 다른 여자는 경찰에 신고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듯 즉시 휴대폰을 숨겼다.“어차피 도망치기도 글렀는데 겁 없이 덤비는 것보다 납작 엎드려서 즐기는 게 좋지 않겠어?”오연정이 뻔뻔하게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솔직히 말하면 다들 기껏해야 회사 동료에 불과했다.심지어 상사조차 외면했는데 자신이 굳이 나서서 구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도명철, 그래도 눈치는 꽤 빠르네.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해.”김준영은 이내 오연정과 또 다른 예쁘장해 보이는 여자를 가리켰다.“너희 둘, 내 경호원들을 책임져. 나보다 부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고용인은 없을걸? 어떻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나만 즐기고, 나
“염무현!”그를 단번에 알아본 도명철은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더니 욕설부터 퍼부었다.“여기 왜 왔어?! 널 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고 당장 꺼져!”그동안 도명철은 아버지 도우순의 죽음을 염무현의 탓이라고 생각했다.지난번에 우서준이 염무현을 상대하기 위해 깡패를 찾았을 때도 사실 도명철의 지시였다.하지만 정작 염무현은 멀쩡했고, 깡패 수십 명이 반쯤 죽거나 다쳤으며 우서준이 되레 붙잡혔다.안 그래도 깡패를 고용하기 위해 돈을 꽤 많이 썼는데 우서준을 보석하려고 예기치 않은 지출까지 있었다.모두 합치면 결국 물거품이 되는 셈이었다.심지어 게도 구럭도 다 잃은 쪽팔리는 순간에 염무현이 갑자기 들이닥쳤으니 어찌 화가 안 나겠는가?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상황인데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자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병신 같은 새끼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살아가는지 몰라.”염무현이 되받아치자 도명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예원은 그 틈을 타서 김준영의 손을 뿌리치더니 염무현을 향해 뛰어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팔을 꽉 껴안았다.부들부들 떠는 여자의 몸이 느껴지자 김준영을 바라보는 염무현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졌다.마냥 우습기만 하던 김준영은 갑자기 마주친 서늘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고, 주변의 공기마저 차가워진 느낌이 들었다.이 얼마나 끔찍한 눈동자인가! 황급히 눈길을 피하고 나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외쳤다.“저 개자식은 누구지?”“감옥에서 막 출소한 범죄자예요. 고작 무술을 좀 배웠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죠.”도명철은 이참에 김준영을 앞세워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속셈인 듯싶었다.그러고는 엉큼하게 옆에서 불 난 집에 부채질했다.“감히 준영 씨가 찜한 여자를 빼앗으려고 하는데 이대로 참으실 거예요? 파트너로서 한 마디 드리자면
우지끈! 우두둑!비록 가벼운 충돌처럼 보였지만 성인 남자의 팔이 이처럼 쉽게 부러질 줄은 몰랐다.이내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면서 팔이 아래로 축 처지는 바람에 몸이 중심을 잃은 나머지 염무현이 있는 방향으로 넘어졌다.털썩! 털썩!연이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염무현은 손가락으로 두 남자의 관자놀이를 톡톡 건드렸다.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둘이 자발적으로 머리를 가져다 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순간 탁해진 눈동자가 빛을 점점 잃어갔다.쿵!두 눈을 시퍼렇게 뜬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헉! 사람을 죽였어!”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여자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틀어막았다.염무현이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제야 사람들은 방금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분명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면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괜히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오히려 염무현이 허풍 떠는 줄 알고 겁을 주기 위해 큰소리쳤다고 생각했다.“이 새끼가 간덩이가 부었나? 감히 내 부하를 죽여? 죽고 싶어 환장했어?”김준영은 음침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더니 염무현을 향해 찔렀다.탁!그러나 염무현은 단번에 발로 걷어찼다.이어서 김준영의 바짓가랑이에 또 한 번 발차기가 날아들었다.“악!”중심 부위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이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가랑이를 움켜쥐고 김준영 대신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는 뭐든지 뿌리부터 뽑으려는 염라대왕의 일관된 처리 방식이었다.김준영은 가랑이만 꼭 붙잡은 채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몸은 새우처럼 웅크리고 고통을 참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극심한 통증에 끙끙거렸다. 심지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대체 간덩이가 얼마나 부은 거지?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바 매니저가 극진한 태도로 김준영을 대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심지어 도명철같은 도련님마저 고개